선거보도_
녹색당 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 KBS․MBN 미보도신지예 녹색당 후보의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잇따라 훼손되고 있습니다. 신 후보 측에 따르면 이미 서울시내 7개 구에서 27개 벽보가 훼손되었으며, 지난 5일에는 중앙대 정문 앞에 설치돼있는 현수막 3개 중 1개를 누군가가 고의로 끈을 풀어 땅바닥에 떨어뜨렸다는 제보까지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벽보 훼손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구로, 서울 수서경찰서는 2일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벽보 훼손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 및 현수막을 훼손․철거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운 젊은 여성 후보의 벽보가 유례없이, 연이어 훼손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신 후보 벽보 훼손 사건은 여성혐오이자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격, backlash)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 후보는 지난 6일 수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정치인 한 명에 대한 유례없는 선거 벽보 훼손사건은 20대 여성 정치인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상대로 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신 후보는 앞서 4일 서울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소수정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KBS 초청 TV토론회에서도 포부를 밝히며 자신의 벽보 훼손 사건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특정 후보가 혐오 범죄의 타깃이 되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중대한 사회적 이슈이며,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 언론은 유난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서 민주주의가 성숙되기 위해서는, 선거보도가 ‘누가 당선 되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사회현상과 논란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지예 후보 벽보훼손 사건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은 직무유기라 하겠습니다.
방송 보도 내놓지 않는 KBS․MBN
7개 방송사 중 이 사건을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한 방송사는 SBS와 TV조선, 채널A입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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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 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 사건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6/2~6/7)©민주언론시민연합
SBS는 저녁종합뉴스인 뉴스8 <‘페미니스트 시장’ 후보 벽보 잇따라 훼손>(6/7 원종진 기자)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고, 오후 뉴스프로그램인 오뉴스에서도 <“불로 지지고 칼로 찢고”>(6/7)로 사안을 소개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도 저녁종합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지만, 양사 모두 후보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찢고, 뜯어내고’ 선거 현수막 벽보 몸살>(6/4 윤재민 기자)에서는 훼손된 신 후보 벽지를 보여주며 “서울 동대문구의 한 거리입니다. 서울시장 선거 벽보가 붙어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한 여성 후보의 얼굴 부위가 찢어졌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벽보 가운데 해당 후보만 겨냥해 훼손한 건 지난 이틀 동안 22건에 이릅니다”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습니다. 신 후보를 ‘한 여성 후보’라고만 지칭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TV조선은 “저희는 성평등한 서울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우리 후보를 공격하는 여성혐오세력의 행동으로 여겨집니다”라는 신지예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의 멘트를 전하면서 ‘A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라는 자막만을 넣었습니다.
△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 사건 다루며 ‘A후보’로 지칭한 TV조선
채널A 역시 <잘리고 찢기고…선거 홍보물 수난>(6/3 사공성근 기자)에서 신지예 후보 벽보가 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서울에서는 그제부터 특정 시장후보의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2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라고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이 녹색당 신지예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것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벽보 훼손이라는 그 사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일수도 있고, 해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배려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이 사안을 알리는 것은 신지예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 본인이 선거에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벽보 훼손 사건 공론화를 원하고 있고, 적극적 수사도 요청한 상황입니다.
JTBC는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이 사안을 전하지 않았고, 8일 아침프로그램인 ‘아침&’에서 <선거판에서도 드러난 소수자․약자 차별>(6/8 박준우 기자)에서 다뤘습니다. MBC도 뉴스투데이 아침신문보기 코너에서 한국일보 보도를 소개하며 이 사안을 다루는데 그쳤습니다. KBS, MBN은 저녁종합뉴스는 물론이고 관련 방송보도 없이, 온라인 기사만을 내놓았습니다.
한겨레, 적극적으로 이번 사안의 문제점 짚어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한겨레, 한국일보만이 관련 보도를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경향 |
동아 |
조선 |
중앙 |
한겨레 |
한국 |
2 |
0 |
0 |
0 |
4 |
2 |
△녹색당 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 사건 신문지면 보도량(6/2~6/8)©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는 <사설/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다>(6/8)로 이번 사건을 주요하게 짚었습니다. <“지옥고 폐지” “성평등 인증”…2030 청년정치가 뛴다>(6/5 엄지원 기자)에서는 “도전적인 표정을 담은 그의 선거벽보는 현재까지 강남구에서만 21개가 훼손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페미니스트 정치에 대한 백래시로 보고 있다”는 신 후보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사진기사 <타인의 시선/저것이 무엇인고>(6/6 윤성희 사진가)에서는 “서울 시내 20여곳에서 ‘페미니스트’를 내건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벽보가 훼손됐다” “1920년 나혜석의 판화 <저것이 무엇인고>의 신여성에게도 ‘그 계집애 건방지다’는 말이 붙었다. ‘건방진 것’은 사진일까, 여성일까, 따라잡지 못해 두려운 변화일까”라는 사진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한국일보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 현상을 전면에 부각한 <“페미니즘 싫다” 사회 곳곳 백래시 현상>(6/5 이혜미 기자)과 <김유진의 어린이처럼/초딩을 위한 당은 없다>(6/7)에서 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경향신문은 <21세기 남성들의 생존법>(6/7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에서 신지예 후보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은 채 “21세기 남성의 생존법은 사회관계망서비스 담벼락에서 맨스 플레인을 일삼거나 모 정당 후보의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온 젠더 혁명에 동참하는 일이다”라고 언급하는데 그쳤습니다. 사안에 기울인 관심의 무게가 한겨레나 한국일보와 전혀 달랐던 것이죠. 다만 8일 <기억된 사진들/시선의 갑질>(6/8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칼럼에서는 신지예 후보 포스터 사진의 원본을 보여주며 이 사진을 둘러싼 여성혐오적 시선 및 시선의 권력 문제를 짚었습니다.
지면보도 이외에 온라인 기사까지 검색해보아도 조선일보는 벽보 훼손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온라인에 5건의 관련 기사를 내놓았으며, 중앙일보도 온라인에는 3건의 관련 기사를 내놓았습니다.(8일 오전 10시 기준)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6월 2일~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2018년 6월 2일~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및 해당 매체 온라인 송고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