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김문수 세월호․여성․성소수자 혐오 발언, 왜 보도하지 않나
등록 2018.06.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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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5월 31일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세월호처럼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물러가라’ ‘세월호처럼 죽음의 관광을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김 후보는 출정식 이후에도 발언의 진의를 묻는 기자들에게 “세월호 유족들도 (광화문 광장에) 저렇게 계시면 건강에 안 좋다”,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상태로 추모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일제히 해당 발언을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사과는커녕 4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4년도 넘게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쳐놓고 있는 게 맞느냐,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자신의 발언 취지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앞서 5월 30일에도 김문수 후보는 KBS 주최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퀴어축제처럼 동성애 인증제도가 되는 것 아니냐” “동성애가 인정되면 에이즈와 출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했습니다. 김 후보는 “도시도 항상 다듬고 엎고 옆집과 비교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답시고,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않는 것은 아니지 않냐. 매일 씻고 피트니스도 하고 자기를 다듬는다”는 황당한 성차별적 비유를 했습니다.  

 

 

세월호 비하 발언, 저녁종합뉴스 보도는 MBC 뿐
발언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김문수 후보의 문제 발언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 발언을 모두 전달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세월호 발언으로 한정할 경우 저녁종합뉴스에서 이 발언을 전한 것은 MBC뿐입니다. KBS와 SBS는 온라인 기사만을 내놓았으며, JTBC, TV조선, MBN은 온라인 기사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MBC <‘경부선’ 훑으며 “정권 견제”>(5/31 서혜연 기자)는 “출정식에서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발언하던 김 후보는 느닷없이 세월호를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라는 멘트로 상황을 설명했으며, <뉴스서비스 이슈 콕!>(6/2 양효걸 기자)은 김문수 후보 발언을 전한 뒤 “비난 여론이 폭주”하고 있음을 소개했습니다. ‘논란’ ‘비난’ 등의 표현을 통해 문제점을 부각한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채널A는 ‘천막 철거 지적은 가능하다’며 은연중 감싸기
MBC를 제외한 방송사 중 저녁종합뉴스가 아닌 다른 방송에 송출되는 보도로라도 이 사안을 전달한 곳은 채널A 뿐입니다. 채널A는 <뉴스A LIVE>와 <정치데스크>에서 사안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보도하지 않는 편이 더 좋았겠다 싶은 수준의 보도였습니다. <뉴스A LIVE>에서 방송한 <유세 첫날 승부처 공략>(6/1 https://han.gl/1uzm)은 해당 발언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고 있기는 하지만, 이와 함께 기자와 진행자는 ‘사실은 혐오 발언까지는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라는 시민들 지적이 있으면 그런 부분을 조심스럽게 지적할 수는 있을지언정’ 등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김 후보의 세월호 폄훼 발언을 감싸려 한 것으로도 보이는 부분입니다. 

 

진행자(성시온) : 너무 의욕이 넘쳐서일까요? 직접 한 번 확인해보시죠.
김문수 : 누가 젊은이들에게 세월호처럼 저렇게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물러가라
우리 대한민국이 몹쓸 나라라고 자살을 부추기고 죽은 자들은 무조건 아름답다고 하고 산자들은 욕되다고 하는 더러운 역사를 우린 끝내야 합니다.
진행자(성시온) : 네 조금 과하긴 했던 것 같아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죽음이 있었던 참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장후보로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졌는데요. 사실은 김문수 후보의 발언은 혐오발언이 아니라는 그런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해석할 건 아니고, 부적절한 발언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세월호나 죽음의 굿판.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 자체가 시장 후보로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천상철) : 광화문 광장에 아직도 세월호 천막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철거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들의 지적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조심스럽게 지적할수는 있을지언정, 굿판이라고 얘기한 것은 조금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 라는 비판을 각 당들에서 내놓고 있다는 점. 말씀을 좀 드렸고요.


△뉴스A라이브 6월 1일자 방송 스크립트 일부

 

도시개발의 필요성을 여성에 빗댄 성차별 발언은 SBS만 두 건의 온라인 기사로 전하며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퀴어 축제를 문제 삼은 성소수자 혐오 발언은 토론회를 주최한 KBS가 자사 방송보도로 뉴스광장, 뉴스12, 뉴스7에서 다뤘습니다. MBN은 관련 내용을 온라인 기사로 전했습니다. 두 방송사 모두 자체적으로 발언의 문제점을 짚지는 않았으나, 토론회 당시 해당 발언의 낮은 인권 수준을 지적한 정의당 김종민 후보의 비판을 덧붙여 소개하기는 했습니다. 

 

후보자들의 낮은 인권감수성 드러내는 발언, 문제점 정확히 지적하며 보도해줘야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낮은 인권감수성을 드러내는 발언이 도를 넘어서면서 ‘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후보의 인권 의식 수준을 가늠케 하는 주요한 정보입니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뿐 아니라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도지사 후보도 “동성연애를 인권으로 포장해 조장하는 교육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고, 박성호 경남교육감 후보는 “동성애, 교사 부모 고발권리 주는 학생인권조례 반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방선거 혐오대응 전국네트워크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들은 혐오 표현과 혐오 선동을 중단하고 선관위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언론은 이런 후보자들의 발언을 제대로 전하되, 따옴표로 무책임하게 발언 내용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발언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는 방식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우리 언론이 선거철 연성보도에 몰두하다 정작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후보 검증 관련 정보 전달에 소홀한 태도를 보이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31일~6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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