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속 보이는 ‘추격’ 보도
○ 모니터 기간 : 2018년 5월 28일(월)~6월 2일(토)
○ 모니터 대상 : 부산일보, 국제신문 (*경남은 경남도지사 선거만 포함)
속 보이는 ‘추격’ 보도
추격자는 후보인가 언론인가
선거에서 선거 판세,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세를 분석하는 것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의 중간 판단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다시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세 보도로 지지세를 분석하는 것은 특히 객관적이어야 하고 균형을 잃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일부 보도는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주었다.
국제신문은 <부울경 한국당 지지율 ‘쑥쑥’···보수 결집 시작됐나>(5/29, 6면)에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격차가 2주 사이 큰 폭으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러한 결과에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측의 “보수 결집이 시작됐다”는 표현을 비중있게 다룬다. 제목에 ‘보수 결집 시작됐나’를 채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울경 조사 결과를 부산시장 선거에 대입해 판세를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부산, 울산, 경남이라는 복수의 권역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도 조사결과를 부산시장 선거의 후보지지도에 대한 전망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성이 낮다. 이런 점은 기사에 등장하는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도 지적한다. “이런 흐름이 부울경 전체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부산이나 경남 등 특정 지역의 여론 변화 때문인지는 특정하기 어렵다”. 기사의 서술 방식은 전반적으로 독자가 기사 내용을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 두 유력후보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
[국제신문 5월 29일 6면 기사]
같은 맥락에서 <투표율·외부 변수·검증·조직··· 부산시장 당락 4대 복병으로>(5/31, 5면) 또한 지적해야 한다. 기사는 ‘서병수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선거 판세를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지난 여론조사처럼 오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으며 서 후보의 추격세를 읽기 어렵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추격세를 단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편 부산일보의 <광역단체장 선거 대부분 민주당 후보 우세 전망>(5/31, 3면)은 정치 및 여론조사 전문가 10인이 내놓은 전망을 갈무리했다. ‘각종 여론조사가 물밀 듯이 쏟아지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정확한 근거는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조사에 잘 잡히지는 않지만 무시 못 할 다른 요인은 없는지’ 살펴본다는 기획이다. 서두에 전문가들의 순수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매우 단정적으로 민주당의 우세를 예상했다. 기사 내용 중에는 전문가들이 이런 판단을 한 근거가 무엇인가보다는 해당 전문가들의 경력을 나열하고 그래서 이들의 전망은 믿을만하다는 신뢰도를 설득하는 서술이 많았다. 실제 여론조사의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전문가들의 해석적 평가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본격 선거운동 시작되었지만
동정 스케치 보도가 다수
부산일보는 사설 <선거전 개막…정책선거 펼치길 다시 촉구한다>(5/31, 39면)에서 선거운동 과열을 지적하며 정책선거를 펼치자고 주문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지역 언론 역시 본격 정책보도를 펼쳐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한 5월 31일 이후 각 정당과 후보들이 펼치는 선거운동 방식을 소개하거나 후보의 하루를 스케치하는 연성 기사가 다수 게재되었다.
[부산일보 6월 1일 3면 기사]
[부산일보 6월 1일 4면 기사]
[부산일보 6월 1일 9면 기사]
부산일보는 6월 1일 선거 관련 기사를 12건 실었지만, 대부분이 선거 홍보전략 소개, 유세 풍경이나 후보의 하루를 스케치하는 기사였다. <치열한 선거戰 서막은 현수막 자리戰>(1면), <‘네거티브’보다 ‘친근하게’…부산시장 후보 ‘홍보전’ 후끈>(4면), <눈길 붙잡는 유세 차별화 튀어야 찍힌다>(9면)는 각 정당의 홍보 전략과 관련된 이모저모를 가볍게 다루었다. <홍준표 동부산 가면, 서병수 서부산으로 ‘거리 두기’>(5면), <한국당 ‘경부선 유세’ 효과 의견 분분>(5면)은 유세 풍경을 스케치했고, <“도정 적임자는 접니다”···경남지사 ‘3김 전쟁’ 막 올랐다>(12면)는 경남지사 선거와 울산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선거운동 첫날 어디를 방문했고, 유권자들을 만나 뭐라고 말했는지를 정리한 동정 기사였다. [줌인! 부산시장 후보 24시]<틈틈이 누룽지 먹으며 유세장서 쉴 새 없이 ‘가즈아~’>(3면)는 한 면을 할애하여 유세에 나선 오거돈 후보의 하루를 스케치했다. 하지만 많은 분량에도 오 후보와 아내와의 일화 등 가벼운 내용이 주였고,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절적인 정보는 거의 없었다.
또한 정책과 후보에 대한 검증이나 지역 발전과 시민의 삶 향상을 위한 의제 설정 없이 판세를 분석하며 승부의 구도에서만 다루는 양상도 여전했다. <“PK 잡아라” 사활 건 선거전 시작>(5/31, 1면 부산일보), <‘낙동강 벨트’의 진정한 승자 가리자>(5/31, 3면 부산일보), <PK 곳곳서 외나무다리 ‘리턴 매치’>(6/1, 4면), <민주당 ‘원팀’ vs 한국당 ‘각개전투’ 승자는?>(6/1, 12면 부산일보), <부산 기초단체장 ‘과반 확보전쟁’··· 남·동·연제구가 가른다>(5/31, 5면 국제신문), <광역단체장 ‘솔직목표’ 與(여) 11+α· 한국당 3+α>(5/31, 5면 국제신문)등의 기사는 모두 선거를 승부의 관점에서 어느 정당이 우세한지 스포츠 중계처럼 보여준다. 언론과 정당이 선거를 승부의 측면에서 부각하여 흥행을 꾀하여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활을 건 선거전’, ‘리턴 매치’, ‘각개전투’와 같은 표현을 당연하게 사용하며 지나치게 대결 구도나 흥미로운 스포츠 경기처럼 묘사하는 것이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 대해 높은 피로감과 낮은 효능감을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역신문의 보도에는 선거 승리에만 몰두하는 후보와 정당만 있지 정작 선거의 결과에 삶에 영향을 받을 유권자의 목소리는 없다.
지방선거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월세 지원·외로움특위··· “복지 사각지대 1%를 채울게요”>(5/30, 2면 국제신문), <“공항 다음은 철도”···吳(오)-徐(서), 도심 철도시설 이전 놓고 재격돌>(5/31, 5면 부산일보)처럼 정책과 공약을 소개하고 점검해야 한다. 또 <“부산시장 후보들, 공원일몰제 대책 뭡니까?”>(5/31, 9면 부산일보), <“2020년 공원 난개발 우려···시장 후보들은 침묵 일관”>(5/31, 10면 국제신문), <통일교육· 내부형교장공모제 확대 부산 시민단체, 교육감 공약 제안>(5/31, 10면 국제신문)에서 다룬 시민사회의 제안에 대해 지역 언론이 후보에게 질문하고 그 답변을 평가해서 실어줄 수도 있다.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단순히 기자회견이나 정책 질의 행사 보도로 그치는 것은 아쉽다.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공직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선거에 유권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문턱을 낮추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되면 곤란하다. 승부와 이색 홍보 전략 등은 선거의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이것이 선거 보도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가 투표장을 찾는 것은 치열한 승부가 지닌 역동성이 아니라 투표가 지역 사회와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역동성에 대한 확신이다.
‘오거돈 토론 불참’ 성토나선 국제신문,
유권자 알 권리인가 분풀이인가
이번 모니터 기간 국제신문은 자사 초청 토론회에 불참한 오거돈 후보를 질책하는 기사를 실었다. 국제신문에 따르면 오 후보는 한 달 전에 국제신문과 부산CBS 등 부산지역 5개 매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서병수 후보와 양자토론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5월 25일 다자 토론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토론회 하루 전날 공식적으로 불참선언 했다고 한다.
한 주 동안 동일한 기사와 칼럼 6건 반복하면서
오거돈 후보 맹비난 쏟아내
[국제신문 5월 29일 1면]
이에 대해 국제신문은 29일부터 3일 동안 기사 여섯 개를 연달아 내며 오 후보의 토론회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1면 머릿기사로 <TV토론 불참, 몸사리는 與(여)후보>를 내고 ‘지역정치권’의 의견이라며 ‘오 후보 측이 다자토론 수용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서 후보와의 양자 토론이 선거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오 후보 캠프의 의도를 추측했다. 뒤이어 ‘지역 정가’에서는 ‘유권자에게 비전과 정책 등을 검증받는 것을 외면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 ‘바람’에 기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태고 서병수 후보 측이 내놓은 비판 논평을 덧붙였다. 물론 오 후보가 처음부터 양자 토론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뒤늦게 거부 의사를 밝힌 점은 비난받을 만하다.
하지만 국제신문은 한 주 내내 동일한 비판을 반복하면서 후보 발목을 잡는 듯한 인상을 줬다. 5월 30일 1면에는 <약속 파기한 오거돈 공약 제대로 지킬까>를 냈다. 이 기사는 독자들에게 예고했던 토론회가 취소되었음을 알리는 기사인데, 본문 대부분에서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참석을 취소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비등’, ‘정책 선거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 ‘느닷없이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상 토론회를 무산시켰다’며 오 후보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더구나 오 후보의 행태를 두고 당선이 되더라도 “공약을 제대로 지킬지 의문이 생긴다”는 상대 후보 캠프 대변인의 말을 제목으로 올려서 마치 이것이 다수 여론인 것처럼 호도했다. 말미에 <알림>에서는 ‘부산시장 후보자 초청 양자 TV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 측의 일방적인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라며 토론회 무산의 책임을 오거돈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국제신문 5월 30일 1면 기사와 함께 실린 공지]
이어서 같은 날 8면 <토론은 거부, 정책선거 다짐··· 오거돈 후보 모순된 행보>에서는 오 후보가 선관위가 마련한 정책선거 협약식에 참가한 것을 두고도 ‘토론회 취소 후 협약식은 참석’한 것이 ‘모순된 행보’라 했다. 기자수첩 <오거돈의 ‘침대 축구’>(5/31, 4면)에서는 ‘오 후보가 문 대통령의 인기 바람을 타고 이대로 시간을 보내며 선거가 끝나기만을 바라는’ 것이 중동의 침대 축구와 닮았다며 ‘지역사회의 기대는…안중에도 없는 행태’, ‘레드카드 감’, ‘관중을 무시하는 자세’라고 꼬집었고, 판세를 점치는 기사 <투표율·외부 변수·검증·조직 부산시장 당락 4대 복병으로>(5/31, 5면)에서도 막판 변수를 몇 가지 꼽으면서 ‘TV토론에서 참여하는 자세를 보고 유권자들이 결심을 굳힐 가능성도 있는데 특히 오거돈 후보는 최근 국제신문 등이 주최하는 TV토론회 참여를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끼워 넣었다. 일련의 기사가 지나치게 주관적 견해를 담고 있어서 과연 언론으로서 공공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 후보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국제신문 5월 31일 4면 칼럼]
국제신문의 편향적 자세는 비슷한 사안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보면 드러난다.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태호 후보가 김경수 후보와의 TV토론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TV토론 불참, 몸사리는 여당 후보> 말미에 언급한 것을 제외하곤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또한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서병수 후보가 고창권 후보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와 사퇴를 이유로 토론회 전날 불참 의사를 밝혔을 때에는 그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은 것과도 대조된다.
양자토론을 끝까지 고집한 국제신문도
토론회 무산에 책임이 있다
국제신문은 ‘유권자에게 밀도 있는 인물·정책 검증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양자토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오거돈, 서병수 두 후보만 초청했던 부산일보 토론회가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신공항 건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을 보면, 토론자 수를 줄인다고 해서 반드시 밀도 있는 검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 부산시당도 5월 24일 ‘오거돈-서병수 양자토론에만 전파와 지면을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편파, 불공정’이라며 국제신문 보도국장에게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밝혔다. 오거돈 후보 측은 이 입장을 받아들여 다음날인 25일 국제신문 측에 “다른 후보를 포함한 토론회를 요청”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제신문은 양자 토론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왜 받아들이지 않는가. 다자 토론으로 수정하여 토론회를 진행했어도 될 일이다. 그리고 국제신문은 서병수 후보는 양자 토론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 보도하지 않았다.
국제신문의 보도 양상은 오 후보가 다른 토론회도 아닌 자신들이 주관한 토론회를 거부했기 때문에 분풀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오 후보 탓에 토론회가 무산되었다는 타박을 ‘취재수첩’과 ‘사설’을 통해 형식만 바꿔 반복했을 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다양한 기사가 실려야 할 지면을 낭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