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1차 안건 심의 결과

‘세월호 리본=나치 다윗별’ 언급 TV조선 <신통방통>에 ‘법정제재’ 의견 다수
등록 2018.05.30 20:14
조회 444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월 23일,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시민 방심위)를 발족했다.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봐주기 심의’, ‘정치 심의’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여론에 기초해 ‘시민들이 직접 하는 심의’라는 취지로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출범한 것이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새로운 안건을 인터넷 누리집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23일 발족과 함께 첫 안건이 상정됐다. 1차 안건은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이었다. 이 방송에서 진행자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세월호 참사의 상징인 노란 리본을 나치 표식인 다윗별에 비유했다. 탈북민 정성산 씨는 2014년 9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요구 단식 농성에 맞서 극우단체가 진행했던 ‘폭식 투쟁’에 참여한 바 있는데, 정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누군가가 세월호 리본을 그리고 “가당찮은 신념 따위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팔다니”라는 비난 벽보를 붙이자 세월호 리본을 비난한 것이다. 타인의 영업장에 리본을 그리고 벽보를 붙인 행위 자체는 엄연한 불법이나, 극히 일부 시민의 행위를 빌미로 세월호 리본 자체를 ‘나치’와 동일시 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민언련은 시민 방심위에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고, 일주일 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세월호 리본=나치 다윗별’ 방송에 시민들 대다수 ‘법정제재’

해당 안건에 총 26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이중 96%에 해당하는 25명이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과 ‘경고’가 각각 8명(31%)으로 가장 많았고 ‘관계자 징계’가 6명(23%), ‘주의’가 3명(11%)로 뒤를 이었다. 행정지도는 딱 1명에 불과했는데, 제재 수위는 행정지도 중 가장 높은 ‘권고’였다.(참여 시민 총 26명, 남성 18명 여성 8명, 20대 2명‧30대 11명‧40대 9명‧50대 2명‧60대 이상 2명) 대다수의 시민들이 세월호 리본을 나치에 비유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에, 종편 재승인 시 벌점이 부여되는 ‘법정제재’를 택한 것이다.

 

K-001.jpg

△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1차 안건(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 심의 결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은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민원으로도 접수되어 있어 곧 방송소위에서 심의가 진행된다. ‘법정제재’,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제재인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시민들의 뜻과 얼마나 합치하는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24c290a27fca9dff56dd7a3c47ae2062.jpg

△ 시민 방심위 1차 안건으로 상정된 TV조선 <신통방통>(5/9)

 

‘방송의 공적책임’ 강조한 시민들, ‘전문성’ 돋보인다
시민들이 법정제재를 결정하면서 적용한 조항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심의 조항은 심의위원 1명이 다수 조항을 중복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시민들이 적용한 조항은 26명의 참여자 중 22명의 시민들이 택한 방송심의규정 제7조 ‘방송의 공적책임’이다. 이 조항은 매우 포괄적인 조항으로서 “방송은 국민이 필요로 하고 관심을 갖는 내용을 다룸으로써 공적매체로서의 본분을 다하여야 한다”, “방송은 국민의 윤리의식과 건전한 정서를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는데 이바지하여야 한다”, “방송은 국민의 화합과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이 지켜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들을 명시한 조항인데, 시민들은 TV조선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 셈이다.

 

K-004.jpg

△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1차 안건(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에 대한 적용 조항

 

이외에는 제14조 객관성(14명), 제25조 윤리성(13명), 제20조 명예훼손 금지(12명), 제21조 인권보호(11명) 조항이 적용됐다. 제14조 객관성의 경우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시민들은 ‘세월호 리본=나치 다윗별’이라는 TV조선의 방송이 부정확한 주관적 판단이라고 본 셈이다.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한 제20조 명예훼손 금지도 12명이나 택한 대목이 눈에 띄는데, 시민들은 TV조선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추모 시민 모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제21조 인권보호 역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고려해 적용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시민들의 적용 조항에서 가장 특별한 부분은 가장 적은 시민들이 택한 제13조 대담‧토론프로그램 조항이다. 이 조항은 단 3명의 시민만 적용했는데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자유로운 심의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심의조항을 상당히 자세히 읽으며 심의했음을 알 수 있는 수치이다. 제13조는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 적용하는 조항으로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실제로 그런 프로그램이지만 심의 안건 자체는 대담이나 토론이 아닌 진행자가 홀로 내놓은 ‘논평’에 한정됐다. 따라서 이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시민들이 이를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 


물론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이 전형적인 대담 프로그램이고 해당 조항이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이 조항을 적용한 3명의 판단 역시 합리적 논의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적용 조항에서도 시민들의 얼마나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심의에 임했는지 드러난다. 

 

2차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안건 상정
민언련은 5월 30일 오후에 다시 2차 안건을 상정한다. 2차 심의 안건은 TV조선이 지난 19일 자사 <뉴스7> 프로그램에서 북한이 풍계리 폭파 취재 비용으로 외신기자에게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단독으로 보도이다.(TV조선 뉴스7(<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요구>(5/19, 엄성섭 기자, https://bit.ly/2kwlZ2k)보도이다. 당일 뉴스의 톱보도인 이 보도에서 앵커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할 우리 측 취재진의 명단 수령은 거부를 했는데, 미국 취재진의 입북 절차는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TV조선 취재 결과 확인이 됐습니다. 풍계리 방문 비용으로 우리 돈 천백만원 정도인 1인당 만달러도 요구했습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엄성섭 기자도 “북한은 사증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천백만 원의 돈도 요구했다” “외신 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 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 당 3천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이다. 22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 원산으로 떠난 외신기자들이 “피(fee)는 없었다”고 밝혔고, 외신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입국에 필요한 사증 비용은 1인당 160달러 우리 돈 17만 원에 불과했다. 북측이 제시한 숙박비용은 식비 포함 1박에 250 달러, 왕복 항공료는 680달러였습니다. 이 모든 비용을 포함해도 1인당 우리 돈 100만 원 수준이었다. KBS와 SBS, JTBC 보도들도 ‘북한이 외신기자에 돈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TV조선은 이 방송이 오보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해당 보도는 안건을 상정하는 5월 30일 오후 6시까지도 TV조선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재되어 있다. SBS <뉴스8>이 5월 23일 보도한 팩트체크 코너 <사실은>에 따르면 “TV조선은 외신을 보고 쓴 기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SBS 취재진이 그럼 어디서 정보를 확인했냐고 묻자, “신뢰할 만한 취재원을 충분히 취재했다”고 하면서도 “취재원을 밝힐 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SBS는 통일부 쪽에 알아보니 “TV조선 측이 관련 내용을 문의한 적이 없었고, 통일부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TV조선은 오보를 내놓고도 “신뢰할 만한 취재원을 충분히 취재했다. 취재원을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만 밝힌 채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TV조선은 그동안 북한 관련 카더라 보도의 원산지나 마찬가지 행태를 보여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취소한 서한을 공개한 날(24일), TV조선은 홈페이지에 띄우는 온라인 기사로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 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이라는 제목의 속보를 내놨다. TV조선은 이 보도를 10분 쯤 노출한 뒤 삭제했고, 다음날(25일)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온라인 뉴스팀이 승인되지 않은 속보를 그대로 띄웠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내용이 매우 악의적이며, 홈페이지 노출뿐 아니라 트위터로까지 내보냈다는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오보는 TV조선 방송을 통해 송출된 것이 아니기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조차 할 수 없다. TV조선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효과를 보면서도 심의의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나마 이 속보는 도저히 오보가 아니라고 우길 수 없기에 사과라도 했지만, 1만 달러 요구설 오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오보를 인정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해 적용 가능한 심의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7조(오보정정) 방송은 보도한 내용이 오보로 판명되었거나 오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지체없이 정정방송을 하여야 한다.
제29조의2(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등) ② 방송은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보도에 대한 시민의 엄중한 심의 의견을 기다리며,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발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참여 바로가기  https://www.ccdm.or.kr/xe/simin03   

 

monitor_20180530_142(시민방심위 1차).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