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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리본은 나치 다윗별’? 조선의 도 넘은 비약
등록 2018.05.11 15:31
조회 540

누군가가 타인의 영업점에 정치적 항의의 표시로 세월호 리본을 낙서처럼 그렸습니다. 그걸 보고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세월호 리본 낙서가 유태인을 색출하며 붙였던 다윗별 같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영업장소에 낙서를 하는 행위는 분명 바른 태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 스프레이로 세월호 상징 리본을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세월호 참사의 상징 자체를 나치의 다윗별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한편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이 사건을 “현 정권의 ‘적폐 청산’ 동조자 소행으로 보이는 사실상의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보수언론의 비약과 편향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사건 개요
4월 30일 인천의 한 음식점에 노란색 스프레이로 세월호 추모 리본이 그려졌고, “너의 미친 신념보다 인간된 상식적인 도리가 먼저다. 가당치않은 신념 따위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팔다니”라고 쓴 벽보가 붙었습니다. 음식점의 주인은 탈북민이며,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제작했던 정성산 씨입니다. 


정성산 씨는 이번 사건이 MBC ‘스트레이트’(4/22) 방송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MBC ‘스트레이트’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조롱한 일명 ‘폭식투쟁’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때 해당 집회에 참여한 자신의 모습이 나간 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정 씨 가게에 대한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자신의 가게에 세월호 추모 리본을 그리고 비난 벽보를 붙인 것도 이런 행태의 일환이라는 것이 정 씨의 주장입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자 보수언론은 ‘세월호 참사 추모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공격했다’는 식으로 비판적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중 단연 압권은 TV조선과 조선일보입니다.

 

TV조선의 진행자의 도를 넘어선 비약


‘세월호 리본은 나치 문양’? 충격적인 TV조선의 논평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의 진행자 김광일 씨는 방송을 시작하며 “‘요덕 스토리’라는 뮤지컬이 있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고발했던 뮤지컬이죠. 이 요덕 스토리를 제작한 정성산 씨, 그 사람도 북한 수용소를 탈출한 사람”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서 “이 사람은 4년 전에 세월호 단식 농성을 비판하는 한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천에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주 이 가게 유리에 누군가 스프레이로 세월호 리본을 휘갈기고 벽보까지 붙여놨습니다. ‘가당찮은 신념 따위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팔다니’, 그렇게 써 놨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이 이제는 사적인 공격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나치가 유태인을 색출하며 붙였던 다윗별 같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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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 화면 갈무리

 

‘세월호 단식 농성을 비판하는 집회’? ‘폭식 조롱 집회’라고 말을 못하니
그러나 이 짧은 김광일 앵커의 오프닝 멘트를 보면 TV조선의 주장에는 심각한 왜곡이 존재합니다. 먼저 김광일 앵커는 정성산 씨를 소개하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고발한 뮤지컬을 제작한 탈북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정 씨는 ‘탈북민’이어서 이런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닙니다. 야음을 틈타 타인의 영업장에 스프레이로 리본을 그리고, 비난성 벽보를 붙인 것이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러나 벽보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성산 씨가 동의할 수 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비난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에서 정성산 씨를 설명하면서 ‘탈북민’임을 강조했고 이는 정 씨에게 호의적이거나 동정적인 여론을 부추기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김광일 앵커는 탈북민을 강조한 후 “이 사람은 4년 전에 세월호 단식 농성을 비판하는 한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라며 그가 공격받은 이유를 단 한 마디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를 축소한 겁니다. 정 씨가 참석한 것으로 보도된 집회는 단순히 ‘세월호 단식 농성을 비판한 집회’가 아닙니다. 노컷뉴스 <'세월호 폭식 투쟁' 지원한 사장님, 불매운동 직격탄>(https://bit.ly/2Ig34mo)에 따르면 정 씨는 2014년 9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 집회에 참석해 무대 위로 올라가 세월호 폭식 투쟁에 나선 참석자들을 독려했습니다. 자신의 SNS에 “광화문 대첩(폭식투쟁)에 200여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세월호 단식 농성을 비판하는 한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공격받았다’고만 처리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 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에 폭식 투쟁으로 유가족 및 시민들을 조롱한 극우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옹호할 수도, 비판할 수도 있으나 단식 중인 유가족 앞에서 폭식을 하며 조롱과 모욕을 퍼붓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이렇듯 TV조선은 사안과 관련이 없으면서 정성산 씨에게 유리한 ‘탈북민이라는 배경’을 부각하고, 사안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정성산 씨의 부적절한 행적은 숨겼습니다. 

 

‘세월호 리본이 나치의 다윗별 같다’? 지나친 비약이자 ‘또 다른 폭력’ 
TV조선 논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광일 씨의 마지막 발언입니다. 김 씨는 정성산 씨 가게에 세월호 리본을 그리고 비난 벽보를 붙인 사건을 빌미로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이 이제는 사적인 공격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나치가 유태인을 색출하며 붙였던 다윗별 같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까요?


참사 발생 4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유가족과 많은 시민이 아직도 세월호 리본을 지니고 다닙니다. 이는 정치적 표식이 아니라 안전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이며, 아직도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의미합니다. 그런 세월호 리본이 사적인 공격도구로 쓰이고 있고, 대량 학살을 벌인 나치의 다윗별 같다니요. 말도 안 되는 비약이고 억지이며 그 자체가 폭력입니다. 


정성산 씨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의 행태를 두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에 걸맞는 비판을 해야 합니다. TV조선은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탈북민’을 끌어와 사건의 원인에 해당하는 정성산 씨의 행적은 삭제했습니다. 심지어 ‘세월호 리본’을 나치에까지 비유했습니다. 이는 선정적인 선동에 불과합니다. 


김광일 씨는 85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를 역임했던 언론인이며, 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입니다. 또한 TV조선 <신통방통>의 고정 진행자입니다. 세월호 리본을 나치의 다윗별에 비유하는 발언이 비전문가인 패널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TV조선의 앵커에게 나왔다는 것이 더 충격적입니다. 김광일 앵커가 단어 사용의 중요성을 몰라 이런 오프닝 멘트를 했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발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침소봉대할만한 일이었는지, 전문 진행자의 오프닝멘트로 나올만한 발언이었는지 엄중하게 심의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의 ‘나치’ 운운도 마찬가지

 

조선일보도 정성산 씨의 일방적 주장만 전하며 ‘선량한 시민’ 퍼포먼스
조선일보는 <요덕스토리 감독의 냉면집, 황당한 봉변>(5/9 https://bit.ly/2rxIJTB)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5단 크기의 비중 있는 보도였고, 거의 모든 내용이 정 씨를 두둔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MBC 스트레이트에서 정 씨의 모습이 10여 초 간 나간 이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전하면서 “정씨는 자신은 집회(세월호 비난 폭식투쟁 집회)와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지인이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를 연다고 해 당시 공연 중이던 뮤지컬 ‘평양 마리아’ 티켓을 가져가 나눠 주고 ‘멸공의 횃불’ ‘애국가’ 같은 노래를 했을 뿐, 해당 집회를 주도한 사람들과는 연관이 없다”며 “MBC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정 씨의 목소리도 그대로 담아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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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특별법 제정 반대 폭식투쟁에 현장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정성산 씨의 모습이 담긴 MBC <스트레이트>(4/22)와

노컷뉴스 <'세월호 폭식 투쟁' 지원한 사장님, 불매운동 직격탄>(4/24)

 

조선일보 보도만 봐서는 정 씨는 폭식투쟁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며, MBC ‘스트레이트’가 단단히 잘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비춰진 정성산 씨는 분명 폭식투쟁 집회에서 주최자인 장기정 씨 옆에서 뭔가를 먹으며 함께 웃고 있었습니다. 


또한 정성산 씨는 2014년 9월 9일 트위터에서 “9.6 ‘광화문 대첩’ 때 제 돈 거의 200만 원 이상 기부했다. 아깝지가 않았다”라는 글을 올리며 ‘폭식투쟁’에 후원금을 낸 사실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하자, “김 씨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가장 잘 아는 정치협잡꾼”이라고 비난했고, 유민아빠가 박 대통령에게 욕설을 했다면서 김 씨에 대해 “콱 죽어라”, “씨○○놈아 확 죽어”, “병○아”, “정치장사꾼”, “관종(관심종자)” 등 갖은 비하적 표현과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정성산 씨의 이런 전력은 조금만 검색을 해도 드러나는 내용임에도 조선일보는 일방적으로 정성산 씨의 주장만을 담은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나에게 낙인을 찍은 것처럼 섬뜩한 느낌이 들어 노란색 리본 표지는 바로 지웠”다거나 “10여 년 전 참혹한 북한 실상을 고발한 요덕스토리를 만들었을 때도 요즘처럼 무섭지는 않았다”는 정 씨의 하소연은 충실하게 전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동조하는 일부 개인이 익명으로 사적인 테러를 가하는 돌출적 행동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탄했습니다. 

 

정권 비판하면 ‘좌표 찍기’ 당하고, 이들이 ‘나치’, ‘홍위병’이라고?
조선일보는 이어 <만물상/‘좌표 찍기’>(5/10 https://bit.ly/2I7sW48)에서 정 씨의 일을 언급하면서 정 씨를 비난한 이들을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 유대인들을 죽인 독일 나치에 비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933년 1월 권력을 잡는 데 성공한 독일 나치는 4월부터 유대인 상점 창문에 육각 모양 노란색 ‘다윗의 별’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치의 좌표 찍기다”라며 먼저 나치의 좌표 찍기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냉면집 창문에 노란색 스프레이로 세월호 추모 리본이 그려지고, 비난 벽보가 나붙었다. 좌표가 찍힌 것이다”라고 단정했습니다.


이처럼 만물상은 이를 ‘좌표 찍기’로 규정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선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는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며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글은 인터넷에서 ‘좌표 찍기’부터 당한다”, “한번 찍히면 댓글 부대가 떼로 달려들어 입에 담기도 어려운 언어폭력을 휘두른다”, “실제 폭력도 시작됐다”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성과 양식이 사라진 자리에 광기가 싹튼다”며 “자기 의견만 옳고 다른 의견에는 폭력도 불사하려는 듯한 요즘 세태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정씨 뿐이 아닐 것”이라고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경계해야 할 행위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거론한 일들이 ‘나치’와 ‘홍위병’에 비유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는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글은 인터넷에서 좌표 찍기부터 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합리적 주장일까요? 스마트폰의 보급률과 인터넷 망이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는 정치 및 사회, 문화 전반의 이슈를 기사와 댓글로 공유합니다. 이것은 일부 진영의 독특한 행위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페미니즘 논쟁이 있을 때, 어떤 이의 개인 SNS나, 인터넷 기사 등에 찬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남기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보수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확산돼야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를 두고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타내는 폭력성만을 지적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 폭력이 개입해 살인과 말살이 벌어진 ‘나치’와 ‘홍위병’과 동일시한 것은 너무나 악의적입니다. 

 

문화일보도 ‘현 정권의 ‘적폐 청산’ 동조자 소행으로 보이는 사실상의 테러 사건‘ 규정
한편 조선일보의 조선일보 <만물상/‘좌표 찍기’>(5/10)는 사실상 문화일보 <사설/정성산 냉면집 테러…‘적폐청산 폭력’ 싹 잘라야 한다>(5/9 https://bitly.kr/PyQR)를 동어반복한 수준의 내용이었습니다. 문화일보는 전날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현 정권의 ‘적폐 청산’ 동조자 소행으로 보이는 사실상의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거창한 규정에 비해 피해 규모가 민망했던지 “다행히 인명 피해나 직접적 재산 파괴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이런 ‘사적 청산’ 폭력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그 싹부터 색출해 뿌리 뽑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설은 “치밀하게 모의된 테러 행위다. 대자보 내용으로 미루어 ‘적폐 청산’ 동조자들로 추정된다”고 우기더니 “1938년 11월 독일 나치가 유대인 소유 상점에 대한 공격을 방치했던 ‘수정의 밤’ 사건이 유대인 학살로 이어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지난 2일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신임회장 취임식에 진보단체 간부들이 난입해 소동을 일으켰으며, 5일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념을 떠나 어떤 경우에도 사적 폭력이 용인돼서도, 그런 세력이 준동해서도 안 된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자들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정부 조치를 주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만물상에서도 거의 똑같은 주장이 반복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그때는 폭력 아니고 지금은 폭력이다?
조선일보 <만물상>은 “실제 폭력도 시작됐다”며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괴한으로 턱을 얻어맞았다”고 다룬 뒤 “앞으로 물리적 폭력을 당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공포를 조장한 바 있습니다. 실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폭력은 분명 문제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과거 야당 인사들이 당한 폭력에는 둔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폭행사태가 벌어진 이후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10건이나 내놨습니다. 김 대표 폭행 이후 네이버의 실검 검색이 조롱을 조장했다는 내용을 제외하고 김 대표의 폭행에 대해 집중한 기사만도 3건이나 됩니다. 그러나 2011년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폭행을 당했을 때는 어땠을까요? 박 시장이 민방위 훈련차 방독면 착용 시범을 지켜보던 중 “빨갱이가 서울을 망친다”, “종북좌파”라는 폭언과 함께 폭력을 당했을 때, 조선일보는 <폭력은 안됩니다>(2011/11/16 https://bitly.kr/kRfX)라는 기사를 한건 내놓은 게 전부였습니다. 


박 시장을 폭행한 사람은 2011년 8월 정동영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머리채와 멱살을 잡고 “빨갱이,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친 사람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조선일보는 해당 이슈를 2단 기사로 한건으로 짧게 상황을 언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2011년 정 의원과 박 시장을 폭행한 박 씨는 고 김근태 의장 장례식장에서 “김대중, 노무현 앞잡이 빨갱이들”이라고 소리치며 “잘 죽었다”는 막말과 함께 난동을 부리기도 했고, 2015년에도 안산 세월호 정부 합동 분향소 옆 유가족 대기실에 들어가 유족의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러한 박 씨의 행위를 두고 “휘청이는 정치”라거나 ‘나치’ ‘홍위병’의 비유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2016년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가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고생의 뺨을 때린 일이 있었을 때도 조선일보는 침묵했습니다. 또 주옥순 대표 등이 지난 2017년 박영수 특별검사 자택 앞에서 “몽둥이맛을 보여줘야 한다”며 야구방망이를 흔드는 행위를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계엄령 선포”를 주장해 ‘군인권센터’로부터 ‘내란 선동혐의’로 고발당하자 <유례없는 내란선동 혐의로…경찰, 태극기 집회 수사>(2017/8/28 https://bitly.kr/60el)에서 주 대표 등의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폭행이 있고나서야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나치’와 ‘홍위병’을 들먹이는 것은 조선일보의 폭력에 대한 이중 잣대일 뿐입니다. 

 

‘좌표 찍기’의 원조는 조선일보 아닌가?
여론 호도, 이중잣대와 더불어 조선일보 칼럼의 문제는 자아성찰이 없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지금껏 ‘좌표 찍기’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한진 중공업 희망버스 운동 등 조선일보는 해당 이슈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에게 ‘불순세력’ 혹은 ‘외부세력’, ‘전문 시위꾼’ 등의 딱지를 붙였습니다. 


또 조선일보는 이영작, 김대중 등의 칼럼을 통해 당시 제1야당 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까지도 ‘종북좌파’, ‘친북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칼럼에서 박근혜 정부를 향해 “위정자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좀먹는 남쪽의 종북 요소들을 다루는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2013.3.19. 김대중 칼럼)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좌표 찍기’입니다. 조선일보 독자들은 조선일보의 ‘좌표’를 따라 ‘전문시위꾼’, ‘불순세력’, ‘외부세력’, ‘종북좌파’로 분류된 이들을 비난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성과 양식이 사라진 자리에 광기가 싹튼다”는 칼럼 문장을 조선일보가 곱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10일 TV조선 <김광일 신통방통>, 5월 9일 ~10일 조선일보, 문화일보

 


<끝> 
문의 이봉우(종편),유민지(신문)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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