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홍준표 ‘빨갱이’ 발언 전하며 민중당 시위 몸싸움 더 부각한 TV조선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막말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하던 중 남북정상회담 평가 절하를 문제 삼는 민중당 당원들의 피켓 시위 모습을 보고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색깔론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홍 대표는 ‘경상도에서는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빨갱이라고 농담한다’며 ‘어느 정당을 보고 빨갱이라고 했다’는 것은 기자가 거짓말로 쓴 것이니 당시 녹음한 것을 들어보라고 변명했습니다.
‘기자의 거짓말일 뿐’이라는 홍 대표의 발언 이후, CBS 노컷뉴스는 곧바로 <음성/홍 ‘빨갱이’ 녹취록 공개…“성질 같아서는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데”>(5/3 경남CBS 이형탁 기자 https://han.gl/1tmn)에서 홍 대표의 음성을 공개했습니다. 녹취록을 확인해보면 홍 대표는 “창원에 여기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했고, “성질 같아서는 대번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데”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는 더 심각한 막말까지 하고선 거짓해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셈입니다.
이에 자유한국당 4선 의원인 강길부 의원이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당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당 안팎에서 홍 대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TV조선‧채널A, 자료화면으로 민중당 시위 모습 유독 부각
KBS와 MBN을 제외한 5개 방송사가 홍 대표의 ‘창원 빨갱이’ 막말 논란을 5월 3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전했습니다. 그러나 태도는 달랐습니다. 우선 TV조선과 채널A는 홍 대표 발언에 한국당 내부 구성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보도 자료화면으로는 유독 홍 대표를 비판하는 민중당 당원들의 ‘시위’ ‘항의’ 모습을 부각했습니다.
TV조선 <당 안팎 비난 받는 홍 “ET 된 기분”>(5/3 김보건 기자 https://han.gl/1tkq)은 리포트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민중당 당원들의 기습 시위 모습과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부터 30초가량 보여주었습니다. 이 화면이 나가는 사이 기자는 “민중당 당원 10여명이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입니다. 한국당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밖으로 쫓겨납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반면 홍 대표에 대해서는 10여 초간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며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자가 “홍 대표는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응수했습니다”라고 전하는 정도뿐이었습니다. ‘거칠고 극성스러운 민중당의 모습과 이에 차분하게 응수한 홍 대표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하여 보여준 것입니다. 문제발언을 한 홍준표 대표가 아니라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문제 인물’이 된 셈입니다.
△홍준표 ‘창원 빨갱이’ 발언 보도에서 민중당 시위 모습 부각해 전달한 TV조선과 채널A(5/3)
채널A <“막말 사과” 공세에도 ‘마이웨이’>(5/3 김도형 기자 https://han.gl/1tkr)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혹평했습니다. 이 혹평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홍 대표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라는 앵커멘트 뒤 곧바로 민중당 당원들의 기습 시위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20여초가량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홍준표 심경‧입장 전달도 충실
두 방송사는 홍 대표의 막말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당 내외 비판에 대한 홍 대표 ‘반박’을 적극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TV조선은 홍 대표의 ‘기분’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는 모습입니다. 방송 보도 제목부터가 <당 안팎 비난 받는 홍 “ET 된 기분”>이고,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도 <잇단 강성 발언 쏟아낸 홍준표 “혼자 외계인 된 기분”>입니다. TV조선 기자도 보도 말미 “‘위장평화쇼’ 등 남북관계 강성 발언을 쏟아낸 홍준표 대표 혼자 외계인이 된 기분이라고 심정을 털어놨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홍준표 대표의 “제가 ET가 된 기분이지만 몇 마디 하고 가겠습니다. 좌파정권의 폭주가 국민과 함께 심히 우려스럽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라는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채널A는 당 내외의 공세와 홍 대표의 반박을 번갈아가며 보여주었는데요. 먼저 민주당 측 공세를 소개한 뒤에는 “정작 홍 대표는 다른 당의 이런 경계심이 자신의 존재감이라고 말합니다” 라며 홍 대표가 “(요즘 내가) 남과 북의 동네북이 됐어요. 오히려 그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당으로서는”이라고 발언했다는 점을 전하고, 당내 강길부 의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 소식을 전한 뒤에는 “반면 홍 대표는 강 의원의 단순한 불만 표출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라며 홍 대표의 “원래 탈당과 복당을 한두 번 하신 분도 아니고, 빨리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발언을 소개하는 식입니다. 홍 대표가 논란에 조목조목 반박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구성입니다. 채널A는 보도 말미에는 “홍 대표의 마이웨이가 지방선거에서도 호응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라며 막말 공세를 ‘마이웨이 선거 전략’ 정도로 ‘미화’하기도 했습니다.
MBC‧JTBC는 ‘홍 대표 거짓해명’도 전달
반면 MBC와 JTBC는 홍 대표가 ‘거짓해명’을 했다는 사실까지 모두 전달하며 홍 대표 발언의 부적절성을 부각했습니다. 특히 JTBC는 2일과 3일 연달아 비하인드뉴스 코너에서 해당 이슈를 언급했는데요. <비하인드뉴스/박지원이 홍준표에게>(5/2 박성태 기자 https://han.gl/1tmk)에서 앵커는 ‘창원 빨갱이’ 발언에 대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그냥 특정 정당을 얘기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간 대화 속에서는 민중당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정당 얘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좀 이해는 안 가고”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다음날 <비하인드뉴스/하지 말았어야 할 ‘주문’>(5/3 박성태 기자 https://han.gl/1tkp)에서는 CBS가 공개한 녹취록을 직접 들려주며 “더 들어봤더니 더 험악한 얘기가 있”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나 홍 대표가 과거에 기자한테 ‘그러다가 진짜 맞는 수가 있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는 점을 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기자의 발언은 있었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과거에 어느 기자한테 ‘그러다가 진짜 맞는 수가 있어’ 이런 얘기한 적 없던가요? 있었죠?”라고 묻자 기자가 “실제 당시에 여러 기자들 앞에서 한 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고요. 그러나 앵커가 거듭 “그러나 물론 때린 일은 없었고”라고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기자가 “성질은 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라고 말했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즉각적으로 “말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지만, 박성태 기자의 표현은 부적절했습니다. 손석희 앵커의 질문은 “진짜 맞는 수가 있어”라고 말했지만, 진짜 때린 적은 없지요? 라고 물은 것이지 ‘성질을 부렸냐 안부렸냐가 아닐 뿐 아니라, ’성질을 부리다‘라는 말은 통상적으로 실제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아닌데 까칠하고 부적절하게 문제 삼을 때 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MBC <“홍준표 사퇴하라” 현역의원 첫 요구>(5/3 박종욱 기자 https://han.gl/1tkn) 역시 “어제 경남 방문에서 논란을 부른 이른바 빨갱이 발언과 관련해 당시 녹취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자신의 해명과 달리 특정 정당을 향해, ‘두들겨 패버리고 싶다’는 발언까지 했다는 점이 추가로 공개된 겁니다”라는 보도했습니다. MBC는 민중당 당원들의 시위 모습이 담겨있지만, 끌려 나가는 등의 몸싸움 장면이 아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SBS는 홍준표 대표보다는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극단적 막말을 전한 <김문수 “문 대통령, 김일성 사상 존경”>(5/3 권란 기자 https://han.gl/1tko)의 말미에서 간단하게 홍 대표 발언을 전했습니다. 보도는 “어제 경남 창원에서 홍 대표를 규탄 시위를 하다가 홍 대표로부터 "빨갱이"라는 말을 들은 민중당 당원들은 오늘 충남 천안 행사장으로 홍 대표를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2일~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