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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윤이상 메뉴’ 빌미로 또 종북몰이 나선 조선일보․TV조선
등록 2018.04.27 10:44
조회 1608

작곡가 윤이상 씨의 고향인 통영 바다 문어로 만든 냉채가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빌미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연일 남북 화해 무드 ‘재 뿌리기’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윤이상 작곡가는 박정희 정권 때인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하고 옥살이를 하다가 독일로 추방되어 생전에 고향인 통영 땅을 밟지 못한 채 이국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동백림사건을 박정희 정권이 1967년 대통령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리하게 키운’ 사건이라 결론내린 바 있습니다. 동백림사건에 연루된 사람 중 최종심에서 간첩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박정희 정권 정치공작 피해자인 윤이상 작곡가의 삶의 행적을 그저 ‘친북인사’로 ‘요약’하여 전달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사고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북접촉과 동조행위를 과대 포장해 범죄사실을 확대 과장했던 ‘박정희 정신’에 머물러있음을 보여줍니다. 

 

 

‘친북 윤이상 챙기는 문재인 정권’ 강조
조선일보는 24일 청와대가 환영만찬 메뉴를 공개한 직후 <‘DJ 민어’ ‘노무현 쌀’ ‘윤이상 문어’…정치색 듬뿍 친 만찬메뉴>(4/25 이민석 기자 https://han.gl/1t63)에서 “친북 논란이 있는 윤이상이 포함된 점을 두고 야권은 ‘만찬도 이념 편향적’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날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 중 한 명으로 윤이상을 선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라며 한국당의 소모적 이념공세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조선일보 이민석 기자는 위 보도에서 윤이상 작곡가를 “일본·독일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베를린에 정착해 활동한 윤이상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평가받지만, 친북 활동으로 비판을 받았다. 수십 차례 방북하고, 김일성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 ‘주석님의 뜻을 더욱 칭송’ 등 표현을 쓰기도 했다”라고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자는 기사 말미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 김정숙 여사가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윤이상 묘에 심는 등 현 정부는 윤이상에게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라는 설명을 덧붙여 ‘친북 윤이상을 챙기는 문재인 정부도 친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자의 시각/“평화통일 애쓴 윤이상”?>(4/25 이용수 정치부 기자 https://han.gl/1t61)에서도 “윤씨는 ‘세계적 작곡가’란 평가와 ‘친북 예술인’이란 비판이 엇갈리는 인물”이라며 윤이상 작곡가와 윤 씨의 아내 이수자 씨의 친북 행보를 나열했습니다. 이용수 기자도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윤이상의 친북 행적에 대해 제대로 언급한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친북’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엔 ‘핵폭탄 위협 북과 만찬’ 운운하기도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날 조선일보는 <만물상/북과는 화해, 남우파는 배제한 메뉴>(4/26 김기철 논설위원 https://han.gl/1t62)를 통해 아예 만찬 메뉴 전체를 트집 잡았습니다. “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통해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뉴를 소개하면서 ‘스위스의 추억’ ‘운명적인 만남’ ‘남과 북의 봄’ 같은 제목을 붙인 건 남북한 7500만 명 생사가 달린 ‘비핵화’ 회담을 ‘맞선 이벤트’처럼 포장하는 느낌”이라는 것인데요.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만찬메뉴에 외교적 메시지를 담는 것이 대체 왜 ‘회담을 가벼운 이벤트’로 격하하는 행위인 것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같은 조선미디어그룹 TV조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내내 “대통령은 행동과 의상도 모두 메시지”라며 <‘파랑·초록’… 패션으로 본 박 대통령 메시지는?>, <박 대통령 입은 '황금색 옷'…“중국서 복 상징”>, <박 대통령 패션도 외교도 ‘소통’>, <박근혜 대통령 '패션외교' 절정> 따위를 기사를 쏟아낸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김기철 논설위원은 “청와대는 그제 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소개하면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의 고향 식재료만 골랐다”며 이를 “현충원 참배할 때 전직 대통령 중 자기네 편 묘소만 찾아가는 것과 똑같은 발상”이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6·25 이후 최초로 남북이 통일 원칙을 합의한 1972년 남북 공동성명의 박정희 대통령,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주역 노태우 대통령의 고향 음식은 왜 자격이 안”되고 왜 “김일성을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로 치켜세운 윤이상을 포함시켰”냐는 겁니다.

 

체제유지를 위해 종북몰이, 색깔론으로 양심의 자유를 짓밟아온 독재자, 앞에선 남북기본합의서를 맺고 뒤에선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범민련 탄압에 앞장선 정권 관련 메뉴를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다니, 대체 생각은 하고 말하는 것인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이렇게 억지를 부린 뒤 김기철 논설위원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고 이제는 핵폭탄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과는 ‘평화와 화합’의 만찬을 하면서 같은 한국 내 반대편은 철저히 배제하는 메뉴를 짜고 선전하니 이런 역설이 있나”라는 푸념으로 갑작스럽게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결국 메뉴는 핑계고 ‘북한과 왜 평화롭게 지내려 하느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TV조선도 친북 행보 부각하며 논란 키우기 동참
한편 TV조선도 <포커스/정상회담 식탁에 오르는 ‘윤이상’>(4/25 임유진 기자 https://han.gl/1t60)을 통해 “청와대는 통일을 위해 애쓴 인물로 평가하고 이 메뉴를 추가했다고 하는데, 작곡가 윤이상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이 사안을 ‘논란’으로 키우려 노력했습니다. 그나마 TV조선은 “‘윤이상은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훗날 범죄 사실이 과대 포장됐던 걸로 드러났지만 석방된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고국 땅은 밟을 수 없었습니다”라며 ‘조선일보보다는 나은’ 설명을 덧붙여 놓고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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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작곡가 친북 행보 부각하며 논란 키우기에 동참한 TV조선(4/25)

 

 

그러나 TV조선 역시 이 뒤에 곧바로 “반면 북한 김일성은 그를 각별히 대했습니다. 이름을 딴 음악당, 연구소, 악단까지 만들어줬습니다” “윤이상도 부인과 함께 20차례 입북하며 김일성 부자와의 인연을 쌓았습니다. 김일성 생일엔 직접 작곡한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북에서 죽은 통영의 딸 신숙자 씨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의혹은 아직도 최대 논란거리입니다”라며 친북 행보를 부각했으며, 이 기자 멘트 사이사이에 윤이상 작곡가를 높이 평가하는 북한 기록영화 내레이션을 들려주었습니다. <윤이상 칭송에 적극적인 북한>, <윤이상 20차례 입북…김일성 만나>, <김일성 생일에 직접 만든 곡 선물> 등의 화면 자막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도는 조선일보와 같았던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25~26일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지면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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