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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국민일보, 사체 강간이 ‘몹쓸 짓’?
등록 2018.04.27 10:21
조회 7636

지난 20일 대구지법 상주지원 형사부는 여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강간한 사체 오욕 혐의로 구속된 남성에게 징역 7년에 치료감호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을 기사로 작성해 포털에 송고한 언론은 4월 26일 오후 2시 기준 뉴스1, 국민일보, YTN 세 곳이었습니다. 

 

 

사체오욕 혐의 ‘몹쓸 짓’으로 표현해 범죄 심각성 희석
뉴스1과 국민일보는 용의자의 심각한 사체오욕 혐의를 ‘못쓸 짓’이라 표현했습니다.

 
뉴스1 <여동생 살해하고 몹쓸 짓…정신질환 20대 징역 7년>(4/20 정지훈 기자 https://han.gl/1t5q)은 제목 뿐 아니라 기사 본문에서도 “숨진 여동생의 시신에 몹쓸 짓을 한 혐의(살인, 사체오욕 등)” “A씨는 숨진 여동생의 옷을 벗긴 뒤 몹쓸 짓까지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일보 <여동생 살해한 뒤 시신에 몹쓸 짓 한 20대…징역 7년>(4/23 최민우 기자 https://han.gl/1t5r)은 위의 뉴스1 기사를 ‘복붙’(복사해서 붙이기)한 수준의 전형적인 ‘전재’ 기사입니다. 실제 국민일보 기사는 뉴스1 기사에서 문구 몇 가지만 살짝 바뀐 모양새이고, 뉴스1의 “숨진 여동생의 시신에 몹쓸 짓을 한 20대” “A씨는 숨진 여동생의 옷을 벗긴 뒤 몹쓸 짓까지 했다”라는 구절이 국민일보에도 똑같이 있습니다. 


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강간한 범죄는 매우 끔찍합니다. 그래서 언론인은 ‘사체 오욕’이나 ‘시간’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이나 범죄행위를 표현할 때 일부러 선정적으로 표현하거나 감정을 담아 끔찍하게 표현하면 안 되듯이 범죄행위를 일부러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도 적절치 않습니다. 


‘몹쓸 짓’의 사전적 뜻은 ‘악독하고 고약한 짓’인데요. 동생을 시간한 범죄는 ‘몹쓸 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위의 행태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처럼 범죄에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독자나 시청자에게 그 범죄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예를 들면 성희롱이나 성추행 행위를 ‘몹쓸 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분명한 성범죄를 그저 ‘부적절한 손장난’으로 느끼게 합니다. 이런 표현은 성희롱 범죄가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을 무시하는 것이며 이런 식으로 범죄를 희석하고 희화화하는 표현은 범죄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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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과 국민일보의 대구 살인 및 사체오욕사건 보도 제목 갈무리 
 

 

가해자의 ‘조현병 탓’ 주장 강조는 정신질환자 인권 침해 소지
 뉴스1 <여동생 살해하고 몹쓸짓…정신질환 20대 징역 7년>과 YTN <여동생 살해하고 시신 오욕…20대 정신질환 남성 징역 7년>(4/23 https://han.gl/1t5u)은 모두 보도 제목에서 이번 범죄가 ‘정신질환’자 소행임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피의자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징역 7년 및 치료감호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강력범죄 사건을 전하며 피의자가 정신질환자였음을 이처럼 강조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사람들은 이 기사의 제목만을 보고 섣불리 정신질환자는 범죄자라는 불안함을 갖지 않을까요?


특히 위 세 보도에 따르면 피의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한 어머니에게 앙심을 품고” 집을 방문했다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않았던 상태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런데 뉴스1은 피의자의 변호인이 선처를 호소하면서 “조현병으로 인한 피해망상과 과대사고, 판단력 손상 등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한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모든 조현병 환자’는 모두 피해망상, 과대사고, 판단력 손상으로 심신 미약상태인 것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섣부르고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범죄행위 보도에서 최대한 정신질환을 연결해서 보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백하게 정신질환으로 한 범죄행위임이 입증된 상황이라면, 법원이 어떤 근거로 이런 판단을 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줌으로써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를 싸잡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실제 2016년 5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당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적절한 보도가 많아지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조현병에 대한 과도한 분노와 혐오 등 사회적 갈등이나 불안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시 학회는 성명을 통해 “조현병은 급성 악화기에 환청과 망상에 압도되고 극도의 불안과 초조,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일부에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으며, 꾸준한 유지치료로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구체적 정보를 제공했고요.

 

언론보도에 대해 “가해자의 조현병 진단과 치료 병력이 집중적으로 보도되며 이러한 분노와 혐오가 모든 조현병 환자들에게로 향하게 되지는 않을까”염려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이 성명에는 “자발적으로 투약을 원치 않는 성인을 가족이 억지로 투약하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몹시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증상으로 인해 나타난 비극적 결과에 대해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하여서는 안되며, 사회적, 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성명을 보면 이번 범죄사건은 우발적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빚어진 참극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언론이 이번 판결을 통해서 관심 가져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지점이 아닐까요. 

 

 

사건과 무관한 칼 이미지 기사 첨부도 부적절 
한편, 국민일보와 YTN은 굳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하지도 않은 선정적 이미지를 기사에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칼을 든 사람의 그림자 이미지 사용했고, YTN도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라며 칼을 든 손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기사를 읽을 때 글보다는 기사에 첨부된 사진이나 삽화 등의 이미지에 먼저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범죄사건을 보도하면서 굳이 어떤 이미지를 넣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기를 권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20~23일 온라인 보도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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