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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래 듣고 춤추다 처벌받은 북한 청소년’? TV조선의 ‘북풍’ 프레임
등록 2018.04.16 16:27
조회 566

지난 4월 1일과 3일, 평양에서 펼쳐진 남측 예술단의 공연은 오랫동안 회자될만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4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끝난 지 보름이 지난 평양공연은 아직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평양 공연에 대해 지나치게 가십성 보도를 이어가고, 사실 관계를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카더라’ 성 이야기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8일부터 10일까지 주로 보도된 ‘평양공연 USB 유통’ 및 ‘한국 가요 듣고 춤춘 북 청소년 처벌’ 보도는 객관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보도의 시작은 일본 아사히 신문(4/8 https://bit.ly/2HG8TdG)이었는데요. 아사히는 ‘북한 관계자’의 전언을 근거로 “3월 22일에 북한 북부 양강도 삼수군에서 십대 6명이 한국 가요를 듣고 춤을 춘 것에 대한 공개재판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동아일보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사히 보도를 근거로 <아사히 “北 청소년 6명 韓가요 들었다가 공개재판”>(4/9 https://bit.ly/2H4Sa2x)와 <김정은은 한국 걸그룹 ‘레드벨벳’ 공연도 봤는데… 北청소년 4명, 한국노래 듣고 춤췄다고 1년 노역>(4/10 https://bit.ly/2EPI5V0)을 연이어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한술 더 떠서 <北방송 레드벨벳 통편집했지만… 주민들, USB 몰래 구해서 봐>(4/10 https://bit.ly/2HCNmCF)에서 “남조선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동영상으로 담은 USB메모리(휴대용 저장장치)가 벌써 북-중 국경 시장에서 몰래 유통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북 청소년 처벌’을 덧붙였습니다.

 
조선‧동아 기사의 모든 근거와 출처는 ‘익명의 북한 소식통’ 하나뿐입니다. 동아일보는 “유통되는 USB메모리엔 북한 중앙방송이 4일 공연 소식을 전할 때 통째로 편집했던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연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USB 메모리는 중국에서 누군가가 한국 녹화방송을 복사해 돈을 받고 북에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등 기사의 중요한 내용을 모두 ‘추측’으로 처리했습니다. ‘익명 소식통’ 외에는 아무런 근거도, 취재도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동아가 보도하자 TV조선이 하루 방송을 다 털었다 
이렇게 일본발 ‘익명의 소식통’ 보도를 보수 언론인 조선‧동아가 일제히 확대 재생산하자 TV조선도 여론전에 가세했습니다. TV조선은 4월 10일 <김광일의 신통방통>(오전 9시), <보도본부 핫라인>(오후 1시), <이것이 정치다>(오후 5시)에서 동아일보 보도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평양공연 USB 유통’과 ‘북 청소년 한국 가요 듣고 춤추다 처벌’을 다룬 시간도 15~20분 정도로 모두 비중이 컸습니다. TV조선이 4월 10일 하루 종일 모든 시사 토크쇼에서 이 소식을 매우 주요하게 전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4/10) 22
<보도본부핫라인>(4/10) 13
<이것이정치다>(4/10) 22
57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4/10) 9
<정치데스크>(4/10) 8
<뉴스TOP10>(4/10) 8
25
MBN <아침&매일경제>(4/10) 4
JTBC <뉴스현장>(4/10) 3

△ 4월 10일, 종편 4사가 ‘북한 평양공연 USB 유통’, ‘북 청소년 한국 가요 듣다 처벌’ 다룬 시간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이 동아일보 발 ‘북한 이슈’를 다룬 비중은 타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10일, JTBC‧채널A‧MBN 등 타 종편도 이를 다루긴 했으나 채널A가 3개 프로그램에서 총 25분, MBN은 1개 프로그램 4분, JTBC 역시 1개 프로그램 3분에 그쳤습니다. TV조선이 얼마나 이 이슈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수치입니다.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북한 관련 뉴스는 대부분 정확한 사실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 관련 뉴스를 ‘익명의 소식통’이라는 얄팍한 취재원 하나만 제시하며 마구잡이로 부풀려 보도하고, 이에 대해서 망상의 나래를 펴는 행태는 ‘보수언론’의 오래된 악습입니다. 종편이 생겨난 이후로는 보수신문이 제기한 이슈를 받아 종편이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특히 이번 카더라 보도는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이라는 중대한 외교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13년 만에 열린 평양 공연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탄압 받거나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는 점에서 문제입니다. 그동안 대북 강경책과 남북관계 경색을 선호했던 조선‧동아‧TV조선이 남북 교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유난을 떨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와 TV조선의 콜라보, 시작은 ‘북한 인기 가수 백지영’
TV조선의 10일자 여러 프로그램을 보면 동아일보의 10일 기사를 그야말로 ‘우려먹는 수준’으로 거듭 반복해 전했습니다.

 

동아일보 4/10 보도 TV조선 4/10 방송
공연을 몰래 본 (북한)사람들은 백지영이 부른 잊지 말아요를 가장 좋아한다 감시의 눈이 있었던 그 공연장의 객석이 아니라 몰래 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이번에 밝혀졌습니다(<김광일의 신통방통>)
우리 예술단의 공연 영상, USB에 담겨서 북한 주민들에게 지금 유통이 계속 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이 노래(<보도본부핫라인>)
한국 가수가 평양에서 부른 노래 중에는 백지영 씨가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 잊지 말아요라는 노래(<이것이정치다>)
잊지말아요2009TV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제곡, 이 드라마는 지금도 북한에서 인기리에 몰래 유통되고 있다. 드라마 주제곡으로 듣던 한국 노래를 실제 가수가 평양에 와서 직접 불러 주민에게 큰 감동과 충격을 줬다 북한에서도 한국 드라마들을 몰래 USB 같은 거로 유통해서 보잖아요. 그 드라마 중의 하나가 아이리스라는 드라마, 몰래 보던 드라마 속의 USB의 가수가 오니까 북한 사람들 말로는, 요즘 말로 이게 실화냐(<신통방통>)
저 노래 잊지 말아요 같은 경우가 남북 첩보원들을 다룬 드라마의 주제곡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 관객들이 이 노래를 부를 때, 그러니까 이 노래를 들을 때 유독 눈물을 많이 흘렸다(<보도본부핫라인>)
아이리스라는 드라마가 한류, 소위 대표적인 드라마, 가수가 직접 평양에 와서 불렀다, 이것 자체가 이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화제(<이것이정치다>)
남조선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동영상으로 담은 USB메모리(휴대용 저장장치)가 벌써 북-중 국경 시장에서 몰래 유통되고 있다. 한 중앙방송이 4일 공연 소식을 전할 때 통째로 편집했던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연도 담긴 것, 북한 주민도 레드벨벳 노래 빨간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 주민들이 영상이 담긴 USB를 사서 이걸 보고 있다. 레드벨벳도 들어있는데 북한 주민들도 레드벨벳 노래 빨간맛 이거는 뭐가 뭔지 이해를 못 하더라(<신통방통>)
USB에는 북한 매체 보도에서는 통편집된 가수의 노래도 들어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더욱더 낯선 영어 그다음에 또 이런 빠른 템포, 굉장히 익숙하지 않은 음악(<보도본부핫라인>)
레드벨벳이 이번에 굉장한 인기를 끌었는데 다 통편집이 돼서 북한 주민들은 USB를 통해서밖에 보지 못했다(<이것이정치다>)
북한에 USB메모리 저장물을 볼 수 있는 노트텔이란 기기가 광범하게 퍼져 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이 USB를 재생하는 도구는 뭐냐 하면 노트텔(<신통방통>)
USB를 꽂아서 남한 드라마 등을 시청할 수 있는 기기가 있는데 이게 노트텔이(<보도본부핫라인>)
USB를 꽂아서 구동을 할 수 있는 노트텔(<이것이정치다>)
한국 가요 50여 곡을 듣고 춤을 춘 16, 17세 청소년 6명이 지난달 22일 공개재판을 받았다 지난달 2217살 북한 청소년 네 명이한국 가요를 듣고 춤 춘 혐의로 공개재판을 받았고.노동단련형 1년을 선고받았다(<신통방통>)
북한에서 한국 가요를 듣고 춤을 춘 미성년자 여섯 명을 처벌했다(<보도본부핫라인>)
남쪽의 노래를 담고 있던 거를 들킨 젊은이들은 또 1년 노동 교화형에 처해지고 그랬다(<이것이정치다>)

△ 동아일보 보도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 간 TV조선의 시사 토크쇼(4/10) Ⓒ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일보(4/10 https://bit.ly/2HCNmCF)는 ‘북한 주민들의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몰래 유통’, ‘한국 가요를 듣고 춤을 춘 북한 청소년들의 교화형’ 등 비교적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기에 앞서 ‘북한 주민들의 백지영 사랑’을 길게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연을 몰래 본 사람들은 백지영이 부른 잊지 말아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 노래는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제곡, 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지금도 북한에서 인기리에 몰래 유통되고 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아이리스는 꿈과 같은 상상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주제곡을 부른 가수가 직접 평양에 온 현실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등의 내용인데 이런 내용이 보도의 절반 이상입니다. 이 역시 익명 소식통의 전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의 USB 유통’이라는 핵심 내용과는 별반 관련도 없습니다. 보도를 뒷받침할 구체적은 근거나 취재 사실이 없다보니 ‘가십’으로 보도를 채운 겁니다. 


그런데 이런 구성을 TV조선도 그대로 따랐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4/10)은 조선일보 <북 청소년 4명, 한국노래 듣고 춤췄다고 1년 노역>(4/10), <北방송 레드벨벳 통편집했지만… 주민들, USB 몰래 구해서 봐>(4/10)를 먼저 짧게 소개한 후 대담을 이어갔는데요. 진행자 김광일 앵커는 “우리가 평양에 가서 했던 두 차례의 공연, 이 공연을 몰래 본 사람들이. 그러니까 감시의 눈이 있었던 그 공연장의 객석이 아니라 몰래 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이번에 밝혀졌습니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평양공연을 몰래 본다’는 보도 내용을 사실로 전제하고는 ‘북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밝혀졌다’는 식입니다. 


이에 양은경 기자는 “저도 사실 그 평양 공연에서 그 노래가 제일 인상 깊었는데요. 백지영 씨, 잊지말아요”라고 답했고 그 근거를 덧붙였는데 동아일보 기사를 그대로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양 기자는 “북한에서도 한국 드라마들을 몰래 USB 같은 거로 유통해서 보잖아요. 그 드라마 중의 하나가 아이리스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2009년도에 나온 드라마”, “그 주제가가 바로 이번에 백지영 씨가 부른 잊지 말아요”, “드라마 속에, 정말 상상하던 몰래 보던 드라마 속의 USB의 가수가 오니까 북한 사람들 말로는, 요즘 말로 이게 실화냐. 이런 상황이 된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발언 내용이 동아일보가 ‘북한 소식통’ 전언으로 전한 것과 완벽히 일치합니다. 양은경 기자가 직접 확인하거나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 동아일보 기사를 그냥 읽은 것입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동아일보 기사와 똑같은 내용을 말했습니다. 하 씨는 “가사가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 이게 꼭 남북관계를 형상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남북의 어떤 헤어진 동포를 연상하게 하는 가사가 북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이는 동아일보 기사 중 “이 노래의 후렴구인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는 남북의 안타까운 분단 상황을 연상시킨다. 당시 공연 현장에서도 이 가사에 눈물짓는 북한 관객이 유독 많았다”는 부분과 일치합니다. 이렇듯 TV조선 <신통방통>(4/10)은 동아일보 기사와 똑같은 구성과 내용으로 방송을 채웠습니다. 


게다가 같은 날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와 <이것이정치다>도 똑같은 내용으로 대담을 진행했고, 그렇다보니 아래 그림처럼 자료 화면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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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화면까지 유사한 <보도본부 핫라인>(4/10)(좌)과 <김광일의 신통방통>(4/10)(우)

 

‘통편집된 레드벨벳, 주민들이 몰래 유통’? 
동아일보 보도처럼 북한에서 백지영 씨의 ‘잊지 말아요’가 인기가 많다고 전한 TV조선은 곧바로 ‘평양공연 USB 유통’으로 넘어갔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4/10)에서 황대진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은 “동아일보가 오늘 아침에 보도를 한 것”이라 먼저 밝힌 후, “북한 주민들이 영상이 담긴 USB를 사서 이걸 보고 있다, 그런데 1일 한 공연, 동평양대극장 공연은 일부, 그리고 3일에 한 류경정주영체육관 공연은 2부. 이렇게 해서 1부, 2부가 같이 한 USB에 담겨서 거래가 되고 있고 이거를 북한 주민들이 구입을 해서 몰래 보고 있다는 얘기”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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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텔 소개에 열을 올린 <김광일의 신통방통>(4/10)(좌/상), 
<보도본부 핫라인>(4/10)(우/상), <이것이 정치다>(4/10)(하단)

 

하재근 씨도 “USB를 본 북한 주민들도 레드벨벳 노래 빨간맛 이거는 뭐가 뭔지 이해를 못 하더라. 뭔가 어색해 하더라,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역시 모두 동아일보 기사와 내용이 동일합니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 녹화를 해서 북한으로 유입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북한 주민들이 USB를 재생하는 도구는 노트텔”(황대진 기자) 등 동아일보 기사를 그대로 읽는 방송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이것이정치다>에서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은 ‘북한 주민들의 노트텔 이용’에 나름의 근거를 덧붙이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 대목이 더 황당합니다. 백대우 기자는 “지난 2016년 11월이었죠.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가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려고 했을 때 그때도 투명색 비닐봉투 내부에 1달러짜리 지폐와 USB, DVD 등을 담아서 뿌리려고 했었습니다. USB만 있으면 볼 수가 없잖아요. USB 플레이 되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백 기자 주장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이 USB를 북으로 날려 보내는 것을 보면, 북한에 노트텔 이용자가 많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백 기자 스스로도 “짐작”이라 강조하긴 했지만, 이런 정황만으로 ‘북한의 노트텔 이용확산과 남측 공연 USB 유통’을 증명할 수는 없기에 이 또한 ‘아니면 말고’식 논평일 뿐입니다.

 

‘김정은은 웃으며 봤는데 북 청소년은 처벌’?

동아일보가 ‘백지영 인기’, ‘레드벨벳 통편집과 USB 유통’을 길게 설명한 후, 기사 말미에서 ‘북 청소년 처벌’을 거론했듯이, TV조선도 막바지에 ‘북 청소년 처벌’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4/10)은 그나마 대담 초반부에 해당 동아일보 기사를 소개하며 성우 배한성 씨 목소리로 “지난달 22일 17살 북한 청소년 네 명이 한국 가요를 듣고 춤춘 혐의로 공개재판을 받았고, 노동단련형 1년을 선고받았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고 설명한 것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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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 없이 기사를 소개한 <김광일의 신통방통>(4/10)(좌)과 <보도본부 핫라인>(4/10)(우)
 

이 주제에서 주목해야 할 방송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입니다. <보도본부 핫라인>은 아예 ‘반국가 가무죄?’라는 황당한 신조어를 만들어 자막으로 띄운 채,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엄성섭 씨는 “김정은이 레드벨벳한테 ‘같은 동포인데 어떻게 모르겠느냐’라고 레드벨벳 안다고 이야기했던 말 기억을 하실 텐데, 그런데요. 한국 가요들은 북한 청소년들이 반국가 음모죄라는 것으로 처벌을 받았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문승진 기자가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보도를 한 건데요. 북한에서 한국 가요를 듣고 춤을 춘 미성년자 여섯 명을 처벌했다, 이런 보도를 했습니다”라고 답했고 ‘노동단련형 1년’ 등 처벌 수위도 덧붙였습니다. 업성섭 씨는 “김정은도 듣고 간부들 다 노래 듣는다고 공공연히 말했는데 왜 애들한테는 너무 심한 것 아니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4/10)도 비슷한 논조로 방송이 진행됐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남측 예술단 공연을 김정은이 보고 굉장히 박수도 치고 좋아하는 그런 모습을 저희가 봤습니다. 그런데 남쪽의 노래를 담고 있던 거를 들킨 젊은이들은 또 1년 노동 교화형에 처해지고 그랬다는데”라고 운을 띄웠고 김흥광 NK지식연대대표가 “아주 반국가 범죄까지도 아주 혹독한 처벌을 받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냥 본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날라리풍에 너희가 놀아서 같이 춤까지 추고”라고 답했습니다. TV조선의 모든 시사 프로그램이 ‘김정은은 웃으며 노래 들었는데 북한 청소년들만 처벌’이라는 프레임을 유포한 겁니다. 

 

‘카더라’로 점철된 ‘북한 뉴스’…무책임한 황색 저널리즘
조선‧동아에서도 하지 않은 허접한 수준의 ‘카더라’도 있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4/10)에서 평양 공연 USB 유통 및 청소년 처벌 대담이 마무리된 후 황대진 기자가 “현 단장이 무슨 북한 고위층하고 무슨 특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얘기도 많이 사실 나오지 않았었습니까? 한때 김정은의 숨겨진 애인이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제 자체가 이미 현 단장 방남 당시 지칠 만큼 많이 나왔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심한 수준입니다. 


한편 TV조선 <이것이 정치다>(4/10)에서는 북한 관련 대담 말미에 느닷없이 현송월 단장과 가수 나훈아 씨의 인기를 비교하는 행태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한 관련 ‘카더라 보도’를 남발하는 종편의 속내에 정치적 의도가 더 큰지, 상업주의가 더 큰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 ‘북한발 아무말대잔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TV조선이 시청자로부터 방송사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보도하고 논평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방송은 전형적인 황색 저널리즘이며, 남북대화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흠집을 내보려는 수작으로만 보일 뿐입니다.  


<끝>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10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보도본부 핫라인>, <이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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