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개헌은 선거 운동, 독일은 사회주의…‘난장판’ 된 ‘시사 예능 프로그램’
등록 2018.04.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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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전국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는 주기적으로 모니터 보고서를 발간하는 주요 일간지 6개, 지상파 3사 및 종편 4사의 저녁종합뉴스, 종편 4사의 시사 토크쇼,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의 뉴스 대담 외에도 방송사들의 토론 프로그램과 시사 예능 프로그램을 따로 모니터하여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이 모니터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모니터 대상 : KBS <일요토론>, MBC<100분 토론>,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JTBC <썰전>‧<밤샘토론>, TV조선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 MBN <판도라>)


아직 지방선거가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의 중심적 이슈로 떠오르기 전인 3월 마지막 주, 청와대가 발의한 개헌안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3월 26일, 청와대가 개헌안을 발의하자 야권은 ‘대통령 주도 개헌은 위헌’이라며 격렬히 반발했고 자유한국당은 토지공개념 도입을 빌미로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색깔론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방송사들의 시사 예능과 토론 프로그램 역시 개헌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MBN <판도라>(3/26), 채널A <외부자들>(3/27), TV조선 <강적들>(3/28), JTBC <썰전>(3/29),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3/29), JTBC <밤샘토론>(3/31)이 개헌을 놓고 토론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개헌을 바라보는 시각과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에서는 대통령의 개헌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대부분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 자유한국당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노출됐습니다. 

 

‘개헌 발의는 정부의 선거운동’? 
MBN <판도라>(3/26)는 각 출연자가 이슈를 만들어오는 구성인데요. 26일 출연자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었습니다. 이 중 정두언 전 의원은 ‘대통령이 경계할 것은 오만과 독선’이라는 제목으로 개헌 이슈를 제시했습니다. 이 대담은 △개헌안 발의의 절차적 문제점 △연임제‧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 개편 관련 여야 공방 △토지공개념 관련 여야공방 △개헌의 실현 가능성 등 개헌의 형식과 내용을 아우른 소주제로 진행됐습니다. 개헌과 관련된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다뤘고 출연진에 여야를 대표하는 패널이 있어 여러 시각을 아우른 논쟁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주로 야권의 ‘정부 개헌안 비판’을 대변했던 정두언 전 의원 주장은 왜곡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입니다. 정두언 전 의원은 반복적으로 정부의 개헌 추진이 ‘지방선거 운동’이라 주장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이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정부 여당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이 들어간다. 부마항쟁이 꼭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부산하고 경남을 의식한 거예요. 또 국민소환제 딱 들어갔어요. 국민들이 국회를 얼마나 미워합니까. 포퓰리즘이예요”라고 잘라 말했고요. 정부 개헌안에 포함된 ‘지방분권’ 역시, “지방선거 앞두고 얘기하니 다 좋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토지공개념도 “집 값 올랐다고 하면 난리인데 집값 잡겠다는 얘기인가 보다”라고 폄훼했습니다. 정 전 의원의 결론은 “하여간 선거운동”이라는 건데요. 정부 개헌안이 던진 모든 핵심 의제를 이렇게 ‘선거운동’이라는 하나의 논리로 비난하다 보니 반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전 의원이 “아전인수 해석”이라 짧게 반박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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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에 부마항쟁 명시’가 ‘경남 겨냥 선거운동’이라는 
MBN <판도라>(3/26) 정두언 전 의원

 

‘모든 건 선거운동’…정두언 전 의원의 ‘마법의 논리’
그러나 정 전 의원의 비판은 ‘아전인수’를 넘어 전혀 객관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개인적인 푸념에 가까웠습니다.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의 학생들이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해 싸운 역사로서 유신 체제를 종식시키는데 기여했으며 그 정신은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으로 이어져 제도적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는 초석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현 정부는 부마항쟁과 더불어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도 추가한 개헌을 제시한 겁니다. 정 전 의원은 이 중 부마항쟁만 쏙 빼내어 ‘경남 민심을 노린 선거운동’이라 폄하했습니다. 


‘국민소환제’를 ‘지방선거 운동’으로 비난한 부분도 황당한 수준입니다. 정 전 의원은 ‘국민들이 국회를 미워한다’는 이유를 댔는데 이는 국민소환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민심’이지 ‘국민소환제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모두 오랫동안 국민적 요구가 있었던 제도로서 모두 민주주의의 확대를 그 목표로 합니다. 정 전 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를 ‘선거운동’으로 재단했습니다.

 

‘독일은 사회주의 국가’? 
채널A <외부자들>(3/27)에서도 ‘정부 개헌안 비판’이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다만 그 방점은 조금 달랐습니다. 진중권‧박범계‧전여옥‧안형환 4명의 패널로 구성된 이날 방송에서 역시 야권을 대변하는 전여옥‧안형환 전 의원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대통령의 개헌안 전자결재를 이유로 “선거를 의식한 정치 캠페인”, “국회를 국민의 적으로 만드는 행동”이라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이는 나름 몇가지 개헌안 내용으로 근거를 댄 MBN <판도라>(3/26)의 정두언 전 의원보다 더 부실한 주장입니다. ‘전자결재’ 외에는 아무런 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형환 전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빌미로 정부 개헌안을 ‘사회주의 개헌’이라 비판했는데 여기서 심각한 왜곡이 발생했습니다. 독일이 일찍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안 전 의원은 “독일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단언했습니다. “소련이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를)했고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를)한 것이 독일의 사회민주당. 독일 사회민주당은 막스를 이은 정당이다. 유럽 국가들은 사실 사회주의 시장 경제라고 보면 된다. 그건 우리의 미국식 경제 시스템과 다르다”라는 논리를 덧붙였습니다. 


안 전 의원의 주장은 세계 정치경제의 역사를 ‘미국과 미국이 아닌 체계’ 두 가지로만 구분하는 이분법, 더 나아가 색깔론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독일은 1919년 바이마르헌법에서 “토지에 대한 노동 또는 자본의 투하 없이 발생하는 지가의 상승분은 전체를 위해 이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제155조 3항) 등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는데요. 이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선진 자본주의 체제의 모범 사례로 꼽혔습니다. 불평등한 부의 재분배에 분노한 노동자 계층 및 하층민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안형환 씨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사회주의 혁명’ 열기를 잠재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 체제를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실제로 이번 정부의 개헌안에는 “제23조 제1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제133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 등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조항이 그대로 살아있으며 토지공개념 역시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밀한 제한을 뒀습니다. 

 

색다른 시각 선보인 SBS <블랙하우스>
JTBC <썰전>(3/29), JTBC <밤샘토론>(3/31) TV조선 <강적들>(3/28), SBS <블랙하우스>(3/29)에서는 MBN과 채널A처럼 극단적이고 조악한 주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시사 예능이 여야 패널의 수를 균등히 맞추기 때문에 일방적인 진행이 없었습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3/29)는 매우 충실하면서도 차별화 된 내용 구성으로 개헌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코너별로 ‘이슈브리핑’에서는 약 3분, ‘이슈벙커’에서는 약 17분 간 개헌을 다뤘는데 타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시각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치가 개헌을 어떻게 이용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대담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개헌 카드’를 던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로 ‘정치적으로 악용된 개헌의 역사’를 되짚었습니다. 이어서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책임총리제’ 등 여야 간 치열한 공방에서 보이는 여러 단어들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끕니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분권이란 정부와 국회 간 분권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분권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고, 지성우 한국 헌법학회 부회장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개헌에 앞서 선거구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우용 씨가 “개헌의 주체는 국민”이라고 결론 지어, 지방선거 이슈로 떠오른 개헌 논의에서 많은 언론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이정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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