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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평양 공연, 채널A에겐 ‘위험한 무대’?
등록 2018.04.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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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윤도현, 백지영, 서현, 정인, 알리, 강산에, 레드벨벳, 김광민 등 음악인으로 구성된 남측 예술단의 단독 공연이 있었습니다.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펼쳐진 이번 공연으로 남북 간 문화‧체육 교류 증진 및 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13년 만의 펼쳐진 평양 공연은 숱한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특히 원래 3일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을 관람하기로 계획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이례적으로 일정을 바꿔가며 1일 남측 단독공연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감동을 선사한 예술단의 공연과 13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북한의 풍경에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많은 보도가 나왔고 종편 시사 프로그램 역시 남측 단독 공연부터 3일 남북 합동공연까지 상당한 비중으로 조명했습니다. 특히 1일 남측 단독공연과 관련해 △예고도 없이 참석한 김정은 부부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달라진 분위기 △관객 반응 △우리 예술단의 공연 내용 등을 다뤘는데요. 채널A <정치 데스크>, <뉴스TOP10> 역시 비슷한 내용을 방송했고 공연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일부 패널의 ‘문제적 발언’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 패널은 북한 거리의 사람들, 관객의 반응, 김정은의 행동 등 모든 것이 연출이자 계획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고, ‘주민 사살’까지 거론해 시청자를 불편케 했습니다.  

 

‘평양 공연은 위험한 무대’,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채널A <정치데스크>(4/2)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1일 공연 참석을 논하던 중 동아일보 신석호 부장은 “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참석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특권, 동시에 저게 굉장히 위험한 무대입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엇이 위험하다는 걸까요? 신 씨 주장은 이렇습니다. “김정은이 뜬 행사에서 자기가 뭔가 잘못 행동을 한다거나 아니면 조용필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막 감정에 북받쳐서 운다거나 그러면 나중에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당신 지금까지 남한을 동경해 왔지, 그러니까 조용필 선생의 노래를 들으면서 운 거 아니야’ 하면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 저 사람 중에 상당한 사람들은 감시원일 것, 진짜 순진하게 온 사람도 있지만 감시하러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표정관리 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채널A는 이때 1일 남측 단독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관객들을 보여주면서 와 같은 자막으로 신 씨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박수 잘못 치면 3대가 멸족’?
채널A <뉴스TOP10>(4/2)에 출연한 전 NSC 정보관리실장 김정봉 씨는 더 극단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 씨는 “평양 공연의 관객들이 사전에 박수 치는 리허설을 한 것 같다”고 추측하더니 “왜냐하면 북한에서 잘못 일어서서 박수치다가는 잘못하면 죽습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과격한 발언에 놀란 진행자 황순욱 앵커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에게 구원을 요청하듯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김철웅 씨는 “김 부자가 나왔을 때 박수 잘못 치다가는 큰일 납니다. 그건 정말 3대가 멸족입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같은 화면, 다른 설명…채널A의 ‘다중인격’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펼치면서 화면을 통해 뒷받침하려다 보니 같은 관객 화면을 두고 설명이 정반대인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4/2)는 신석호 씨의 “감시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 관객들이 표정관리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객들을 비춘 화면과 함께 <북 관객들, 박수치면서도 무표정한 모습 유지>라는 자막을 띄웠는데요. 채널A의 다른 프로그램 <뉴스TOP10>(4/2)에서는 똑같은 화면을 띄우면서 <‘총 맞은 것처럼’ 노래에 북 여성 관객 ‘미소’>라는 자막으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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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관객 반응 화면 소개하면서 자막은 다른 채널A <정치데스크>(4/2)(좌측), <뉴스TOP10>(4/2)(우측)

 

또 다른 관객 화면에서도 채널A <정치데스크>(4/2)는 <북 관객들, 웃으려다 카메라 발견하고 멈칫>이라 부연했으나 <뉴스TOP10>(4/2)은 <백지영 “활발하게 남북 교류 시작되길 바라”>라는 자막과 함께 “관객이 너무 흥분해서 오길 잘했다는 표정”(김철웅 씨)이라 설명했습니다. <뉴스TOP10>(4/2)의 김철웅 씨는 “박수 잘못 치다가 3대 멸족”이라고 말한 바 있는 그 패널입니다. ‘3대 멸족’을 거론하다 갑자기 관객 화면에서는 관객들의 밝은 표정을 묘사하니 시청자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각 프로그램이 같은 화면을 쓰면서도 <정치데스크>(4/2)가 유독 “북 관객, 박수치다 죽을 수 있다”는 패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화면을 이용하면서 발생한 촌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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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관객 반응 화면 소개하면서 자막은 다른 채널A <정치데스크>(4/2)(좌측), <뉴스TOP10>(4/2)(우측)

 

‘눈물 흘리면 죽을 수 있다’는 패널 VS ‘눈물 흘리는 관객 있었다’는 기자
그렇다면 채널A <정치데스크>의 신석호 씨, <뉴스TOP10>의 김정봉‧김철웅 씨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렇게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채널A의 이런 주장들은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카더라’이자, 사실 확인을 할 수도 없는 ‘아니면 말고 식’ 보도라는 점에서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번 평양 공연 사례는 더 황당합니다. 채널A 스스로 <정치데스크>, <뉴스TOP10>의 주장과 반하는 태도를 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김정봉 씨가 “박수치다 잘못하면 죽는다”고 말했던 바로 그 <뉴스TOP10>(4/2)의 경우, 1일 남측 공연의 관객 반응을 따로 편집해 보여주며 <함께 흘린 눈물부터 열렬히 받은 기립박수까지>라는 자막을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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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공연 관객의 ‘눈물’ 소개한 채널A <뉴스TOP10>(4/2), <뉴스A>(4/3)
 

이는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김정봉 씨 주장에 의하면 채널A가 보여준 이 북한 관객들은 “잘못하면 죽는 것”입니다. 자가당착에 가깝습니다. 다음날 남북 합동 공연을 전한 <뉴스A>(4/3)의 <강산에 ‘라구요’…북 관객 ‘눈물’>(4/3 https://bit.ly/2GCNhgW)라는 보도는 보도 제목에서 “북 관객 눈물”을 언급했고 김종석 기자 역시 “강산에의 라구요가 울려 퍼질 때는 눈물 흘리는 관객들도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채널A가 보도한 그 ‘눈물 흘린 관객’ 역시 모두 사살될 수 있다는 것이 채널A의 입장인 셈입니다.   


이렇게 황당하고도 이중적인 태도로 시청자를 혼란케 했으나 채널A 자사 패널 발언에 그 어떤 지적도 하지 않았고 방송 이후 바로 잡는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남측 공연에 박수친 관객, 죽을 수도 있다”는 채널A의 주장은 개선 중인 남북관계 자체를 부당하게 폄훼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방송으로도 부적절하지만, 외교적, 정치적인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채널A가 진심으로 북한 인권을 우려한다면 이렇게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쉽게 ‘북한 주민 사살’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한 쪽에서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북한의 실상을 가볍게 전하며, 다른 한쪽에서는 관객석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전하는 채널A의 진짜 의중이 궁금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2일 채널A <정치데스크>, <뉴스TOP10>, 4월 3일 <뉴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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