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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발 '블랙리스트'몰이... ‘조동문’ 합세
- 종편 출연자 관련 <중앙> 주장 모두 사실과 달라 -
등록 2018.04.06 12:31
조회 929

 

4월 4일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4/4 https://goo.gl/ibQXhu)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과 박사․전문가 그룹이 ‘코드 몸살’을 앓고 있”고, 그 이유가 “국책 연구소나 정부 입김이 센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자제와 홍보성 기고, 방송 출연 등의 주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라는 내용입니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의 이 기사는 말미에 “통일·안보 분야 기관과 학자를 대상으로 한 간섭이 도를 넘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다.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중앙일보 판 문재인 블랙리스트 설’은 “정책 노선에 비판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연구 기관과 박사․교수에게 재갈을 물리고, 은밀하게 압박하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의 요지경을 들여다본다”는 24면 전면기사 <대북정책 비판 목소리 막나…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4/4 https://goo.gl/ebJCrT)에서 구체적으로 이어졌습니다. 

 

1. 중앙일보 보도 개요와 보도내용에 대한 반박

 

‘중앙일보 발 문재인 블랙리스트 설’ 사실관계 철저히 밝혀야
중앙일보 24면 보도의 첫 문장은 “‘내로남불’의 시대다”입니다. 그러나 만일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같은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단순히 ‘내로남불’이라며 적당히 비판하고 지나칠 사안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정권에 비우호적인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해 전 분야에 걸쳐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명단을 작성해 강제한 것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경우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에 동참했다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1만 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이 명단에 포함됐으며, 이들은 각종 문화예술계 지원 기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청와대는 각 기관들에게 블랙리스트 운영 현황 등을 사찰에 보고하게 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국정원이 개입했으며, 일부 방송인에 대해서는 방송국과 제작사를 압박해 출연을 정지하거나 프로그램 방영자체를 중단시키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불법행위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도 이와 같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면, 이는 즉각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책임을 물어야 할 심각한 사안입니다. 반대로 만약 중앙일보가 사실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추측’을 기반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주장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라면, 이 또한 정확한 시시비비를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할 보도행태입니다.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청와대, 세종연구소, 강경화 장관의 반박 이어져
보도가 담고 있는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기에 청와대는 4일 <중앙일보 보도 관련 대변인 논평>을 내서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썼다”,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며 중앙일보에게 “해당보도의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 되는 것처럼 모욕적인 딱지를 붙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는 논평과 별도로 5쪽 분량의 참고자료를 통해 중앙일보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또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관련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내놓고 정정보도를 요청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기자의 질문을 받고 “제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학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인사조치는 없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문재인 블랙리스트’ 근거로 댄 사례 6개? ‘근거 자격’ 있나
그렇다면 중앙일보의 2개 기사는 얼마나 근거가 있는 내용일까요? 하나하나 짚겠습니다. 중앙일보는 4일 보도에서 ‘문재인 블랙리스트’의 근거로 총 6개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세종연구소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박사가 청와대 압박을 받아 1년 만에 사표를 냈다 △국립외교원 S 박사가 지난 1월 JTBC 토론 프로에 출연해 야당 쪽에 앉았다는 이유로 청와대로부터 문책 당했고, 팀장 보직이 취소됐다 △국방연구원을 퇴직한 정상돈 박사의 신문 기고 원고가 고위 인사로부터 검열을 받아 일부 삭제됐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종편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그 여자라고 칭했다가 한 달 출연정지를 당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보수 성향 북한연구소의 월간지 단체 구매를 중단했다”는 것입니다. 
이중 청와대에 압박에 의해 세종연구소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연구위원의 사직한 것이란 보도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세종연구소 양측이 반박했습니다. 스트라우브의 계약기간이 1년으로 올해 2월 계약 만료가 된 것이라는 겁니다. 국립외교원 S교수의 사직에 대해서는 공무원 신분으로 야당과 한편으로 토론하는 것에 대해 국립외교원 관계자가 부적절성을 지적한 바 있고 이에 대해 본인도 인정했으며, 민간연구소로 옮긴 것은 본인의 판단이라고 합니다. 정상돈 박사의 검열 논란에 대해서 청와대는 “국책 연구기관에서 사실관계나 다른 정책적 목소리를 내거나 사실관계가 다른 말을 한 경우 국민에게 혼선을 주기에 당연한 조처”라고 반박했으며, 일방적 조치가 아닌 집필자에게 의견을 달아 회신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청와대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종편에 나와 김여정․현송월에 대해 ‘그 여자, 저 여자’라는 표현을 써서 출연정지 됐다는 것도 본인의 추측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명시적으로 통보받은 적은 없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대통령이나 청와대랑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등의 반박이 없었다 하더라도 중앙일보의 ‘블랙리스트 설’은 논리적 근거가 매우 부실합니다. 중앙일보는 스트라우브 박사의 퇴사, S 박사의 보직 취소,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공개활동 미비 등 단편적인 사실을 나열했을 뿐 이것이 ‘블랙리스트’로 연결되는 그 어떤 정황도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덧붙인 정황이 스트라우브 박사의 퇴사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에 비판적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청와대 등으로부터 압박이 심했다”는 익명 관계자의 전언, “신문 기고 원고를 문제 삼은 고위인사가 직접 껄끄러운 대목 세 곳을 삭제해 버렸다”는 정상돈 박사 본인의 발언, “갑작스러운 (구매) 중지로 관련 업체 고사 상태”라는 보수성향 단체 관계자의 증언뿐이었습니다.

 

중앙일보의 인용 발언 취재원 표기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에 비판적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연구소 측에 청와대 등으로부터 압박이 심했다” 세종연구소 핵심관계자
“갑작스러운 중지로 관련 업체가 고사 상태” 보수 성향 단체 한 관계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 판 블랙리스트다,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 없음
“과거 정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박사
“그날 S교수의 토론은 중립적이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취지였다” S박사의 동료박사
“문재인 캠프 출신으로 청와대 외교․안보 실세를 자처하는 모 인사가 발끈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 관계자 
“스트라우브가 한․미 동맹 균열을 의미하는 디커플링이란 용어를 쓰고 ‘(문재인 정부가)북한에 속고 있다’는 경고를 자주 한 게 눈 밖에 난 이유란 얘기가 돌았다” 국책연구기관장 출신 전문가 
“요즘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몇 년 전 사태의 ‘데자뷔’라 불릴 만하다” 한 관계자
“이제 ‘월천선생’(방송 출연 등 외부활동으로 월 1000만원 이상을 버는 교수․학자)도 완전 진영교체가 됐다” 전문가들

△ 중앙일보 보도 내용 중 익명취재원 발언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는 이러한 ‘전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나 있었을 법한 일들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는 전언이 속속 이어져 눈길을 끈다”거나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국책 연구기관이나 부처 산하단체가 타깃이라고 한다”, “무리한 코드 맞추기를 강요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볼멘목소리도 나온다”는 식으로 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구체적 행위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도 취재원 표기가 전혀 없거나 익명의 취재원으로 표기하는 방식입니다.
종합해보면,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실제 압력을 가했다는 증거나 해당 기관에 대한 사실 확인을 생략한 채, 당사자들의 ‘푸념’이나 ‘추측’을 엮어 보도하면서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종편에서 김여정 그 여자로 칭해 출연정지’? 최소한의 취재도 안 했나 
특히 중앙일보가 제시한 근거 중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방송 출연정지를 당했다는 주장은 민언련이 중점적으로 모니터하는 부분이라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모두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종편에서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그 여자’로 호칭했다가 한 달간 출연정지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안 씨가 김여정 부부장을 ‘그 여자’로 호칭한 방송은 ‘종편’이 아니라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입니다. 안 씨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 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 예술단이 방남했던 1월 21일, 연합뉴스TV <뉴스특보>에 출연해 현송월 단장,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여성들을 시종일관 ‘그 여자’, ‘저 여자’로 칭했습니다. 
이런 표현은 분명 ‘방송 부적절 용어’에 해당하지만 이날 뉴스의 질을 떨어뜨린 발언은 이뿐이 아닙니다. 안 씨는 “현송월 단장은 김정은이 밀어주는 인물”이라 주장하면서 ‘현송월 임신’을 수  차례 강조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참석한 은하수관현악단의 국제 공연단에 현송월이 임신해서 병원에 가야 되는데 사회자가 노래를 시켜서 ‘준마처녀’를 불렀다. 결국 북한에서도 그런 염문설(김정은-현송월 애인설)이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에서 사회자가 임신한 현송월에게 노래를 시켰으니 염문설’이라는 비논리적 추정인데, 안 씨 스스로도 “확인된 것은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뉴스에 출연해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 낭설’을 장시간 늘어놓는 인물을 ‘문 코드 압박에 피해를 본 외교안보 박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안찬일 소장이 한 달 간 출연정지를 당했다’는 중앙일보의 주장도 오류입니다. 실제 안찬일 씨는 1월 21일 이후 4월 5일 현재까지 연합뉴스TV에 더 이상 출연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중앙일보가 ‘김여정 그 여자’ 발언에만 착안해 마치 현 정부가 안 씨를 핍박한 듯 묘사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의 ‘단골 패널’인 안찬일 씨가 방송에서 많은 낭설과 선정적 발언을 한 사례는 나열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YTN <뉴스Q>(1/22)에 출연한 안 씨는 ‘이틀 간 옷을 갈아입지 않은 현송월’을 평하며 “우리 여성 대표단이 평양에 갔다면 옷을 바꿔 입었을 것, 북한은 간부들이 솔선수범하고 검소함을 보여야 하므로 현 단장은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2017/2/15)에 출연해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용의자는 북한 미녀공작원, 북한에서 온 공작원이라면 자결을 해야 되는데 요즘 신세대 공작원들은 자결을 안 할 가능성이 있다. 워낙 우리 대한민국의 한류열풍을 많이 받아서 북한에 충성 맹세할 때는 자결하겠다고 하고도 ‘아이고, 내가 왜 죽어’ 이렇게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2명의 국적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라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었기 때문에 안 씨 발언은 매우 주관적인 추정, 자극적인 상상에 불과했습니다. 
MBN <뉴스BIG5>(2017/7/21)에서는 ‘임지현 씨 재입북 기자회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 얼굴은 고문 받은 것, 잠 안 재우면서 고문한 것이다. 그래서 뼈만 남아서 북한이 저 여자 얼굴에 보톡스 놔주고 기자회견장에 끌어낸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기자회견 화면만으로 ‘고문하고 보톡스 놓은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안찬일 씨 발언을 봤을 때, 연합뉴스TV가 그를 더 이상 섭외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며, 이런 그를 ‘탈북 1호 박사’라는 이유로 계속 방송에 출연시켜야한다면 그것이 더 무책임한 방송행태인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화이트리스트’까지 암시한 중앙일보, TV를 보긴 한 걸까
또 하나 반박이 필요한 부분은 중앙일보가 “종편 등 방송의 통일 안보 관련 코너에는 대선 캠프 출신 등 친 정부 성향 인사 몇몇을 중심으로 겹치기 출연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보다는 정부 정책을 성명하는 데 치중한다. 동종교배의 후유증”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 또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도대체 어떤 방송사의 어떤 프로그램, 어떤 코너에서 친 정부 인사 누가 출연했는지 그 어떤 것도 특정하지 않아 일단 이 문장 자체가 보도로서는 실격입니다. 보도라기보다는 ‘카더라’에 가깝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현실은 오히려 중앙일보의 주장과 반대입니다. 
지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 간, 종편 4사와 YTN‧연합뉴스TV가 패널로 출연시킨 ‘정치인 직군’(정부 관계자‧전현직 국회의원 및 당직자)의 여야 비중을 분석한 결과 아래와 같이 나타났습니다. 

 

채널A TV조선 MBN
여당 1 여당 0 여당 7
야당 0 야당 0 야당 8
1 0 15
JTBC YTN 연합뉴스TV
여당 2 여당 1 여당 4
야당 3 야당 1 야당 3
7 2

7

△ 방송사별 정치인 패널 출연자 수의 여야 비중 비교(중복출연 포함, 3/26~3/29)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패널의 중복출연, 즉 ‘겹치기 출연’을 포함한 정치인 패널 출연자 수를 보면 6개 방송사 모두 여야 비중을 맞춘 현상을 보입니다. MBN과 JTBC에서는 야당이 1명 더 많기도 했으며 연합뉴스TV에서만 여당 측이 1명 많았습니다. 

 

채널A TV조선 MBN
여당 1 여당 0 여당 7
야당 0 야당 0 야당 10
1 0 17
JTBC YTN 연합뉴스TV
여당 2 여당 1 여당 4
야당 3 야당 1 야당 4
5 2 8

△ 방송사별 정치인 패널 출연횟수의 여야 비중 비교(중복출연 포함, 3/26~3/29) Ⓒ민주언론시민연합

 

한 패널이 방송사에서 여러 번 출연한 횟수까지 합산한 ‘출연횟수’를 산정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MBN에서만 여야 간 차이가 다소 있었는데 3명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중앙일보 주장과 달리 야당 측 패널이 더 많은 것입니다. MBN의 경우 타사에 비해 유독 정치인 패널의 출연횟수가 많은데, 정치인 패널 중 최다 출연(각 2회씩 출연)을 기록한 사람 역시 모두 과거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민현주‧차명진 전 의원입니다. 타사에서는 모두 여야 정치인 패널 출연횟수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직군 특성상 분명하게 여야 구분이 가능한 정치인 패널 외 다른 직군은 ‘여야 성향 구분’이 어렵고 민감하기 때문에 섣불리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방송사 별로 같은 기간(3/26~3/29) 출연횟수가 많은 다른 직군을 살펴봐도 중앙일보 주장처럼 ‘친정부적 패널’만 ‘겹치기 출연’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확실한 사실은 지난해 3월 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편파‧막말‧왜곡 방송’으로 재승인 탈락의 위기를 맛 본 종편은 모두 ‘패널 여야 균형’을 약속해 최소한 실천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친정부적 패널’만 등장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주장일 뿐입니다.

 

2. 중앙일보 보도 이후 이어지는 보수언론의 억지 프레임

 

‘청와대 발끈’ 프레임 부각한 TV조선․채널A
방송사 중에서는 TV조선과 채널A가 이런 ‘논란 키우기’에 동참했습니다. 7개 방송사 중 이 사안을 4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한 것은 TV조선과 채널A 뿐이었는데요. 방송 당시 이미 청와대의 정확한 반박이 나온 상황이었음에도, 두 방송사는 모두 ‘청와대가 바로잡은 사실관계’가 아닌 ‘청와대의 감정적 반응’을 부각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해당 이슈를 다룬 <‘블랙리스트’ 보도에 청 조목조목 반박>(4/4 신정훈 기자 https://goo.gl/BRMUHZ) 보도를 <농담소재 된 천안함…두 얼굴의 김영철>(4/4 https://goo.gl/54vzQT) 보도 바로 뒤에 배치했는데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비판하고, 청와대를 향해 “우리 정부는 입이 없다”고 비판하는 보도에 이어 ‘청와대 블랙리스트 의혹’ 소식을 전한 겁니다. 특히 앵커는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우리 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이른바 ‘코드’가 맞지 않거나 쓴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멘트까지 덧붙이며 두 보도를 적극 연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청와대 블랙리스트 논란’의 책임을 전적으로 ‘청와대’에 몰아주는 구성이며, 현 정부가 북을 의식해 ‘블랙리스트’를 운용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는 보도행태입니다.
기사 구성은 더욱 노골적입니다. 기자는 “국립외교원 소속 A씨는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당 패널 자리에 앉은 뒤 민간연구소 전직을 결심했다. 외교원 측이 야당 쪽 패널로 나섰다며 방송 출연 자제를 지시한 탓”,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한 방송에서 현송월을 ‘저 여자’로 지칭한 뒤 더 이상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의 공식출연정지 통보는 없었지만, 해당 발언이후 출연요청이 끊겼다고 했다”며 중앙일보의 주장을 CG 혹은 인터뷰 스케치 영상과 함께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각각 사례들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은 기자멘트로 따로 언급하지 않고 하단 자막으로 의혹과 자막이 한줄 씩 표기되는 데 그쳤습니다. 이어 “청와대는 잘못된 팩트로 블랙리스트를 운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간단히 언급한 뒤 “학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인사조치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알고 있지 않다”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멘트를 덧붙였습니다. 보도말미에는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코드인사와 블랙리스트 관리에 올인한다고 비판했다”며 ‘블랙리스트’를 기정사실화하는 자유한국당 입장으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보도배치부터 기사구조와 내용 모두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논란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입니다.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文 정부판 블랙리스트’ 언론 보도에 화난 靑 “용납 못 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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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4월 4일 TV조선 <뉴스 9> 화면 갈무리


채널A <‘신 블랙리스트’ 보도에 발끈>(4/4 강지혜 기자 https://goo.gl/xFKJKS) 역시 보도 제목에 ‘발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한 신문이 외교안보분야에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가 발끈했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보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채널A는 중앙일보 보도내용 중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연구위원 관련된 내용을 주요하게 전한 뒤, 다시 “이 보도에 청와대는 발끈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송고용 제목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 보도에 청와대 발끈>을 포함하면 1분 30초짜리 보도에서 무려 네 번이나 ‘발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꼴인데요. 감정적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중앙일보 기사의 사실관계 오류보다 ‘청와대의 불쾌함’을 부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자는 “7페이지 분량의 참고자료까지 배포하며 기사에 열거된 사례들을 모두 반박”했다면서 정작 청와대 반박 내용은 “스트라우브 전 위원은 1년 계약을 한 것으로 해임이 아닌 계약종료이고, 청와대가 연구소에 압력을 가했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는 세종연구소 측의 해명을 전했습니다”로 요약하여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이렇게 청와대의 ‘감정적 반응’을 부각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해명은 부실하게 전달한 뒤 “청와대는 해당 신문사가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 붙으면 ‘청와대가 언론탄압을 하는 것’으로 상황이 왜곡될 소지도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시작한 ‘블랙리스트’ 낙인찍기를 TV조선과 채널A가 저녁종합뉴스로 키우는 셈입니다. 

 

중앙일보, 다음날도 자신들은 건전한 비판이라고 우기며 청와대 반론만 실어줘
중앙일보는 다음날 <‘문 코드에 짐싸는 박사들’ … 청와대 “블랙리스트 딱지는 모욕”>(4/5 https://bit.ly/2GzDADV)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담아 반론권을 보장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자신들의 주장을 정정하거나 사과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앙일보는 칼럼과 사설을 통해 또 다시 정부를 겨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비판의 목소리도 존중해야 대북정책 성공한다>(4/5 https://bit.ly/2JkJuqh)에서 전날 기사의 주장을 되풀이면서 “청와대가 건전한 비판마저 반박한다면 언론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칼럼인 <분수대/스트라우브 논란 단상>(4/5 https://goo.gl/47Tftu)에서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와 한국의 인연을 장황하게 설명한 뒤 정부는 1년 계약 만료 뒤 떠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실제 상황은 좀 더 미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정애 기자는 “그가 올 당시를 아는 인사”가 말한 것이라면서 “1년 계약이지만 1년 연장하는 ‘1+1’, 즉 2년 약속”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 정권은 이 논란이 ‘현 정부에 대한 블랙리스트 아니냐’는 의혹으로 해석되는 데 불쾌감을 피력한다”면서 “진보정권에서도 반대목소리를 ‘탄압’한 전례가 있다”며 김대중 정부 때 유승민 씨가 탄압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여전히 ‘블랙리스트’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에서 제기한 의혹은 대부분 그 의혹을 제기하는 취재원조차 밝힐 수 없는 사실상 ‘카더라 성’ 발언이거나, 본인의 주장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 검증조차 하지 않은 내용들입니다. 이와 같이 부실한 근거만 가지고 정부에게 ‘블랙리스트 낙인’을 찍는 것은 ‘건전한 비판’이라고 평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조선일보, 문화일보도 “문 정부 블랙리스트” 외치며, 프레임 공격 가세
또한 조선일보‧문화일보 등 보수매체와 자유한국당도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프레임 씌우기에 가세했습니다. 
 석간인 문화일보는 <사설/국내외 전문가에 재갈 물리는 신블랙리스트 존재하나>(4/4 https://goo.gl/VsTH3u)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이 정권 교체 뒤에야 단죄됐듯이, 다음정부에서나 확인될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를 엄단하는 문 정부가 이런 일을 조직적으로 저지를 리는 없다”며 “청와대가 오해를 불식하고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며 사설을 마무리했습니다. 근거가 빈약한 중앙일보의 기사를 토대로 ‘블랙리스트’를 반복해 언급하면서 논란을 키우는 데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도 다음날 <사설/정권 바뀌면 이걸 블랙리스트라고 하지 않겠나>(4/5 https://goo.gl/vzHNiF)에서 중앙일보의 기사를 자세히 언급한 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현 정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모두가 블랙리스트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5일 1면 머리기사로 <‘JP(적폐)지수’ 공포, 공무원 짓누른다>(4/5 https://goo.gl/hax4e4)를 게재했습니다. 이 보도는 “현 정부가 1년 가까이 전방위 적폐청산을 밀어붙이면서 엘리트 관료들의 헌신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형 행정 시스템이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는데요. 여기서 ‘JP 지수’란 적폐의 약자라면서 “JP지수가 높은 공무원은 업무상 배임 같은 중죄를 저지른 경우보다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더 낮다”, “어떤 식이든 전 정부 핵심 정책에 관여한 공무원은 ‘기피대상 1순위’”라는 게 기사내용입니다. 전 정권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와 그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공무원들에 대한 정도에 따른 조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정권 차원의 불법 지시에 맞서 공무원들이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권의 불법 지시에 따르는 것이 ‘엘리트 관료의 헌신’으로 포장될 순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를 ‘전 정부에 협조한 공무원 죽이기’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중앙일보 발 청와대 블랙리스트 설’에 이은 ‘적폐청산’ 흔들기 억지 주장으로 보이며,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과하게 보수진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이번 선거에서 보수진영의 결집을 꾀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4~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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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유민지 기획부장(신문), 이봉우 선임활동가(종편, 보도전문채널), 배나은(방송보도)(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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