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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종편·보도채널 모니터 보고서

‘본질’ 사라지고 ‘범죄’만 남은 YTN의 ‘미투’ 보도
등록 2018.03.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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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화계, 연예계, 정계 등으로 번지면서 관련 보도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3월 6일부터 22일까지 YTN의 보도와 뉴스 대담을 분석했습니다. 하루 종일 뉴스를 방송하는 대표적 보도전문채널 YTN이 뉴스 대담에서 초빙한 전문가들의 성향, YTN 보도의 구성을 통해 미투에 대한 YTN의 시각이 어떠한지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YTN 뉴스 대담 출연자의 절반 가량이 변호사와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차지했고 그들은 주로 미투를 범죄 차원에서 다뤘습니다. 이는 ‘반성폭력 문화’를 만들자는 미투 운동의 구조적, 본질적 의미를 외면한 채, 성폭력 사건을 개별화해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것입니다. 

 

변호사와 비여성학 전공분야 교수 패널 비중이 75%…과연 ‘미투’ 뉴스 대담인가

YTN은 지난 3월 6일부터 22일까지 뉴스타워, 정찬배의 뉴스톡, 뉴스N이슈, 뉴스인, 뉴스Q, 뉴스통, 뉴스나이트 등 7개 프로그램에서 총 57회, 미투 관련 대담을 나눴습니다. 대담 시 통상적으로 2~3명의 패널이 출연하고 일부 패널들은 고정적으로 반복 출연합니다. 총 출연자 수는 43명이었고, 이 43명의 패널들이 총 115번 출연해 반복 출연까지 합산한 패널들의 총 출연 횟수는 115회입니다.

 

직업 출연 횟수 비율 비고
변호사 43 37.30%  
비전공 교수 29 25.20% 비여성학 전공
정치시사평론가  12 10.40%  
경찰행정학과 교수 10 8.60%  
언론인 10 8.60%  
정치인 5 4.30% 여당3/ 야당2
연구원 3 2.60% 비여성학 
로스쿨 교수 1 1%  
심리상담전문가 1 1%  
기타 1 1% 전 평택 경찰서장

△ YTN 미투 관련 대담의 출연자 직업별 출연횟수 비교(3/6~3/22) 
 

패널들의 출연횟수를 먼저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은 변호사(43회)로서 전체 출연 횟수의 37.3%를 차지했습니다. 변호사는 수사 상황, 적용 가능 혐의, 법적 쟁점을 해설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미투’ 관련 뉴스 대담에서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 비중이 과도합니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강간과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차이’, ‘안희정 전 지사의 구속 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YTN의 뉴스 대담 중 40% 가까운 내용이 그러한 ‘범죄 혐의’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입니다. 변호사와 직군은 다르나 똑같이 범죄 혐의 자체에 전문성을 발휘하는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10회(8.6%) 출연했기 때문에 사실상 YTN 뉴스 대담이 ‘미투’를 범죄 차원에서만 다룬 비율은 45.9%에 달합니다.


두 번째로 출연 횟수가 많았던 교수 패널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교수들은 총 29번 출연해 25.2%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놀랍게도 YTN에 출연한 교수 중 여성학 등 관련 전공자는 단 1명도 없었습니다. 특정 토론 주제가 있으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이 상식이나 YTN은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이렇 관련성이 적은 패널이 ‘전문가’라는 외피로 출연하는 현상은 출연 횟수가 적었던 다른 직군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3회 출연의 연구원, 1회 출연희 로스쿨 교수 중에도 관련 전공자는 없었습니다. 변호사와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통해 범죄 차원에서 ‘미투’를 다룬 비중이 45.9%, 비전공 교수들의 견해로 대담을 채운 비중이 25.2%인 점을 종합하면, YTN의 뉴스 대담 중 73%가 젠더 폭력 등 미투 운동의 본질적 차원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복 출연 횟수를 제외한 출연자 수로 따져봤을 때도 패널 구성의 편향은 똑같이 나타납니다.

 

직업 출연자 수 비율
변호사 15 34.90%
비전공 교수 10 23.30%
정치시사평론가  3 7%
경찰행정학과 교수 3 7%
언론인 4 9%
정치인 3 7%
연구원 2 4.60%
로스쿨 교수 1 2.40%
심리상담전문가 1 2.40%
기타 1 2.40%
43 100

△ YTN 미투 관련 대담의 출연자 직업별 출연자 수 비교(3/6~3/22) 

 

총 43명의 출연자 중 변호사가 15명, 34.9%로 가장 많았고 비전공 교수가 10명, 23.3%로 뒤를 이었습니다. 

 

YTN 미투 보도에서 빠진 것은 가장 중요한 미투 정신
현재 진행 중인 미투 운동의 근본적인 취지는 성폭력 가해자 처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관련 보도 역시 성폭력 가해자의 행위를 추적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진실공방’을 중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젠더 폭력’이라는 본질을 조명하고 성폭력 피해자가 오랜 기간 고통 속에서 침묵해야 했던 피해자들의 현실, 의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성폭력이 일상화된 구조를 논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미투’를 촉발한 당사자인 서지현 검사는 JTBC 인터뷰에서 “‘굉장히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괴로움이 컸습니다”라며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자신을 책망하는 현실의 폐단을 사회 엘리트인 검사조차도 벗어날 수 없었던 겁니다. 서지현 검사는 이런 현실을 ‘고발’하고자 했습니다. YTN의 보도에서는 그러한 본절직인 의미나 ‘고발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투’를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도구로 이용한 ‘YTN 뉴스대담’
뉴스 대담 패널이 편향적으로 구성되다 보니, YTN이 ‘미투’를 왜곡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YTN 뉴스Q <흔들리는 지방선거...여 ‘미투 변수’에 고심>(3/12)의 대담에서는 비전공 교수 2명이 전문가로 출연했습니다. 이중 김홍국 교수(국제정치학 박사)는 ‘미투’를 ‘여당 비판’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김 씨는 “(여당이)남북 정상회담까지 된 상황에서 치고 나가야 하는 그런 분위기여야 할 텐데 굉장히 어둡습니다. 아무래도 미투 폭로가 어이지고 있고…”, “대한민국 정치를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면서 정치를 해 나갈 집권여당의 자격이 있는 것인가 국민들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거든요”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주장입니다.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반성은 현 정부와 민주당 인사에게만 국한되어야 하는 주제가 아닙니다. 최근 파문이 컸던 사건이 모두 특정 정당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미투’를 정부‧여당 비판의 도구로 이용하는 행태는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YTN이 3월 6일부터 22일까지 ‘미투’를 다룬 총 57회의 뉴스 대담 중 무려 55회가 민주당 인사 관련 ‘미투’ 사례들이었습니다. YTN이 주제 선정부터 패널 구성까지 철저히 ‘정치적 해석’을 의도한 것은 아닌지 우려될 수준입니다. 


이런 사례는 더 있습니다. 3월 10일 YTN <뉴스포커스>에서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담을 나누던 중 ‘미투’로 주제를 바꿨는데도 계속 대담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이처럼 일단 사람을 불러놓고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은 흔하지만 김우석 씨는 잡담에 가까운 주장을 내놨습니다. 김우석 씨는 “(안희정 지사가) 잠적을 했다고 했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라는 술자리 잡담에서나 할법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 전 지사에게 정치하지 말고 농사지으라고 했다”는 등 과거 에피소드에 집중했습니다.

 

YTN의 ‘미투 왜곡’, 원인은 기본적인 방송 구성

토론에 어떤 분야 전문가가 출연했는지는 이슈를 분석하는 관점을 결정합니다. 지난 2주간의 YTN뉴스 대담에는 법률 전문가나 비전공자가 주로 나왔습니다. 그렇다보니 ‘나도 고발한다’의 관점에서 미투 관련 폭로자들이 왜 오랜 시간 침묵했는지,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성폭력 문화의 원인은 무엇인지, 왜곡된 젠더지형을 어떻게 바로 잡을지에 관한 전문적인 토론은 없었습니다. ‘나도 당했다’의 관점에서 미투를 하나의 성폭력 사건으로 보고 피해 내용에만 주목할 뿐이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젠더폭력의 복잡한 구조적 문제는 언론에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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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 대담자가 그대로 미투도 분석한 YTN <뉴스포커스>(3/10)
 

YTN 보도에서도 단순 사실관계‧수사상황이 85%
YTN의 뉴스 대담 뿐 아니라 보도 역시 ‘미투’의 본질을 담아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YTN은 안희정 성폭행 의혹이 폭로된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52건의 ‘미투’ 관련 보도를 냈습니다. 이중 ‘미투 피해자 증언 내용’이나 ‘피해자로 지목된 인사의 반박’을 그대로 전하는 단순 사실관계 전달 보도가 26건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수사 진척 상황이 18건으로 35%, 정치권의 반응이 7건(13%), 여성의날을 맞이해 입장을 낸 시민단체를 조명한 기타 보도가 1건이었습니다.

 

보도 분류 횟수 비율
사실관계 전달 26 50%
수사 상황 18 35%
정치권 반응 7 13%
기타(여성의날 관련 보도) 1 2%
52 100%

△ YTN 미투 관련 보도 분류(3/6~3/22)

 

뉴스 대담과 마찬가지로 YTN의 보도 역시 ‘진실 공방’과 ‘수사 상황’에만 치중한 겁니다. 단순 사실관계 전달 보도의 경우 <‘안희정 성폭행 의혹’ 충남도청은 패닉>(3/07) <공식입장 듣고 싶었는데...실망-분노 확산> (3/08) <‘하일지 강의’파일 공개...성 윤리위 회부> (3/16) <명지전문대 성폭력 교수 중징계...수사 의로> (3/18) 등 이미 제목에서 ‘사실관계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희정 출국금지...오피스텔 CCTV 영상 확보>(3/08) <‘성폭행 안희정, 9시간 반 조사받고 귀가> (3/10)  <충남지사 관사-집무실 등 압수수색> (3/13)  <성폭행 의혹 안희정 내일 두 번째 조사>(3/18) <17명 62회 성추행 이윤택 구속영장 신청> (3/21) 등 18건은 검경의 수사 상황을 전한 보도입니다. 


보도 통계에서 드러나듯이, 전문가의 의견을 담아 ‘미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나 인권 측면에서 집중한 리포트는 없었습니다. 검경의 보도 자료를 받아쓰고 피해 사실을 나열하는 보도만으로는 ‘미투’의 본질을 전달할 수 없습니다. YTN의 뉴스 대담 구성 및 보도 형태는 ‘미투’를 범죄 차원으로만 해석해서 소비하고 있으며,  ‘정치적 공방’으로 처리하는 오류도 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가 만연한 상황에서 성폭력의 구조적 문제는 가려지고 사회 구조적 변화나 인식의 변화를 꾀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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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