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3월_책이야기|『신들의 전쟁 - 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
치열하게 싸우고 함께 빛난 위대한 스포츠 라이벌 열전!
‘농구대통령’ 허재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추천사에서 “스포츠 현장에서 늘 열정적인 모습으로 취재하던 김동훈 기자가 열과 성을 다해 쓴 책”이라며 “기아에서 뛰던 시절 현대, 삼성과 라이벌전을 많이 치렀다. 이 책의 내용처럼 비정한 승부의 세계지만 라이벌은 승부욕을 불태우며 나를 채찍질하는 동력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라이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땀방울의 결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며 “메이저리그 해설자로 내 경기를 중계하던 김동훈 기자의 이 책은 지지 않으려는 라이벌이 아닌, 나를 완성하기 위한 라이벌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추천했다.
평창겨울올림픽 명장면 가운데 하나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라이벌전을 펼친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포옹이다. 금메달을 딴 일본의 고다이라가 라이벌 이상화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위로한 뒤 함께 트랙을 도는 장면은 최고의 라이벌을 향한 존경과 서로에 대한 찬사였다.
‘라이벌’은 같은 분야에서 같은 목표를 두고 서로 겨루는 ‘맞수’다. 역사 속 다앙한 분야에 무수한 라이벌들이 존재하지만, 승패가 명확히 갈리는 스포츠 세계야말로 라이벌의 의미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때론 민족 갈등까지 내재된 한일전이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로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인도와 파키스탄의 크리켓 전쟁처럼 라이벌 팀들 간의 승부가 팬들에게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신들의 전쟁-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은 치열하게 싸우고 함께 빛난, 그래서 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들을 소개하는 열전(列傳)이다. 한겨레신문 스포츠부 부장인 김동훈 기자는 60인의 대단한 선수들과 26개 팀이 빚어낸 위대한 승부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라이벌이 있어 더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웠던 승부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피겨스케이트의 동갑내기 맞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테니스의 오른손 황제 로저 페더러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 한솥밥을 먹으며 등번호 61번과 16번의 자존심 대결을 펼쳤던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 대학부터 프로까지 라이벌이라 불리며 서로를 성장시켰던 한국농구의 역사 서장훈과 현주엽,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최고 선수 논쟁을 유발하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스포츠 역사의 한 장이 되었거나 여전히 역사를 쌓아가고 있는 스포츠 라이벌들을 소개한다.
야구, 농구, 축구 같은 인기스포츠는 물론, 배드민턴과 크리켓, 씨름, 핸드볼, 복싱, 육상, 골프, 프로레슬링, 체조, 피겨 등 다양한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맞붙기만 하면 새로운 역사가 되는 팀들 사이에 펼쳐진 혈전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역사적인 경기의 순간들과 엎치락뒤치락 했던 흥미진진한 전적,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슈퍼스타와 팀에 대한 정보를 체득하게 됨은 물론, 해당 스포츠의 매력까지 물씬 느낄 수 있다. 해당 경기를 직접 보거나 기억하고 있다면, 책을 읽으며 그 순간의 감동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날 것이다.
이 책은 감동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승부가 베테랑 스포츠 기자의 필력으로 생생하게 재구성되었다. 그 치열한 승부의 현장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다보면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며 펼쳐온 위대한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을 배우게 되고, 스포츠가 살아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맞붙기만 하면 화제가 되는 라이벌 팀들의 혈전은 각 팀의 팬들이라면 되새기고 싶은 추억일 터이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팬이라면, 어린이 날마다 펼쳐진 혈전의 기억들을 다시 소환하게 될 것이다. 도쿄대첩과 같은 한일전의 역사적 승부들은 그 시절의 환희와 감격을 되살려준다. LA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오랜 승부는 NBA 팬들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저주 극복기는 MLB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종목이나 팀들 간의 승부사를 통해 미처 몰랐던 스포츠의 새로운 매력도 알게 된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스포츠인 크리켓은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있어서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승부가 펼쳐지는 장이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받고 있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척시청과 서울시청의 피 말리는 한 점차 승부를 보면 누구나 핸드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토냐 하딩의 낸시 캐리건 습격 사건, 리총웨이와 린단의 배드민턴 승부, 10점 만점의 체조요정 나디아 코마네치의 맞수였던 넬리 킴 또한 같은 대회의 10점 만점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 등을 알고 나면, 스포츠 교양이 쑥쑥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지식이 인문 교양이 되는 시대, 『신들의 전쟁-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은 스포츠 지식을 가장 흥미진진하게 쌓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나는 쌍둥이로 태어났다. 숙명적으로 라이벌과 함께 살아가는 팔자인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크루이프의 말처럼 그는 나의 좋은 친구이자 형제”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나 주변엔 분명 라이벌이 있다. 라이벌을 극복하느냐, 라이벌에게 순응하느냐. 우리 인생의 갈림길에서 그 해답은 바로 라이벌에 있는지 모른다.
글 김규남 회원 · 한겨레신문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