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의 구조적 문제 지적한 한겨레
등록 2018.01.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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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11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보도 부문에는 한겨레의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보도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1월 30일(화요일) 오후 7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공덕동 110-22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신문보도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보도

매체 : 한겨레 보도 일자 : 11월 22일~25일

기자 : 고한솔․이지혜․허호준․김미향․신지민 기자

나쁜 신문보도

<“사드 격동 겪은 성주… 묻혔던 목소리 담고 싶었다”> 외 1건

매체 : 조선일보 보도 일자 : 11월 15일, 22일

기자 : 장형태․김종호 기자

선정위원

김규명(민언련 신문모니터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방송모니터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종편모니터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11월 ‘좋은 신문 보도’. 제주도 현장실습생 사망의 구조적 문제 지적한 한겨레

 

선정 배경 이민호 군의 죽음은 ‘개인의 단순 사고’가 아니었다. 한겨레는 이민호 군의 사고를 당한 특성화고의 현장실습 현장이 교육을 위한 공간이 아닌 노동 착취를 위한 공간이었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미 전주 유플러스 고객센터나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를 당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위험한 노동의 착취 현장으로 내몰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한겨레는 22일부터 25일까지 이번 사고의 본질을 짚고 지난 정권의 ‘취업률 성과주의’로 인해 이 상황이 만들어졌음을 드러냈다. 이에 민언련은 이에 위 보도를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했다.

 

제주에서 특성화고 학생인 이민호 군이 생수 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한지 열흘 만에 사망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도 없었고, 이 군이 장시간 노동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번 일이 단순히 개인의 ‘사고’가 아닌 지점이다. 한겨레는 이 군의 죽음이 개인 책임이 아니라 취업률만 바라본 현장실습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현장실습생 이 군의 사망, 보수언론의 침묵

현장실습제도의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목숨을 잃은 이 군의 사고였지만, 보수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군이 사망한 다음날인 20일부터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25일까지 조중동은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의 사망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한겨레는 1건의 사설을 포함해 총 14건의 보도에서 이민호 군의 죽음을 다뤘다. 게다가 22일부터 25일까지는 1면에서 이 사건을 다뤄 그만큼 이 사건이 중요한 문제였다는 점을 보여줬다. 보수언론의 침묵 속에서 한겨레의 고군분투가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보인다.

 

현장실습 속 ‘죽음의 트라이앵글 구조’ 밝혀낸 한겨레

한겨레는 이를 단순히 ‘제주의 현장실습생 사망’으로 국한해 판단하지 않았다. 비슷한 선례들이 있었고, 모두 ‘노동 착취’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10대 현장실습생들 ‘잔혹사’, 기업․정부․학교가 키웠다>(11/22 김미향․이지혜 기자 https://bit.ly/2jPJrKS)에서 그 배경으로 “실습생을 교육 대상이 아닌 ‘값싼 노동자’로 여겨온 정부와 기업, 학교의 책임이 적지 않다”라며 “저임금의 위험한 일자리를 10대로 채우려는 기업과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온 정부, 취업률 높이기에 매달리는 학교 등의 ‘트라이앵글 구조’가 실습생을 위험으로 내몬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 현장은 ‘노동의 극한’이었다. 한겨레 <숨진 이군은 ‘장시간 노동’ 기계처럼 일했다>(11/23 고한솔․이지혜․허호준 기자 https://bit.ly/2hMd9vO)에선 이 군이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선 현장실습 시간이 1일 7시간 내로 제한됐지만 실제 이 군의 업무일지엔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을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를 묘사하면서 “이민호 군은 현장실습생이라기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장기간 노동자에 가까웠다”라고 표현했다. 안전한 상태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었지만, 이 군은 기계 하나를 홀로 전담하는 등 다른 직원들과 동등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망사고 전에도 두 차례 낙상사고를 겪었고, 갈비뼈를 다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안전사고의 징후가 드러났지만, 기업은 복귀를 독촉했고 학교는 사태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한겨레 현장실습생.jpg

△현장실습 속 ‘죽음의 트라이앵글 구조’ 밝혀낸 한겨레 (11/22)

 

죽음의 원인 ‘취업률 성과주의’ 짚어낸 한겨레

현장실습 제도가 ‘노동의 극한’으로 몰린 이유엔 결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 기업은 저임금 노동자를 필요로 했고, 학교는 ‘취업률’이란 이름으로 이를 방관했다. 기업과 학교가 이렇게 되도록 유도한 곳이 정부였다. 한겨레는 <인권 팽개쳐진 현장실습 뒤엔 MB․박근혜 ‘취업률 성과주의’>(11/24 김미향․신지민․박태우 기자 https://bit.ly/2zl4Y0D)에서 정부의 현장실습 제도가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살폈다. 한겨레는 현장실습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가 1973년 박정희 정부였다고 지적하며 “실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점차 열악한 산업현장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어 “현장실습을 교육과정으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은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은 급변했다”라고 정리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실업계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면서 2011년 25%, 2012년 37%, 2013년 60%등 취업률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취업률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는 통폐합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라며 변질된 상황을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방향을 돌려놓자, 박근혜 정부는 속도를 높였다”라고 비판한 한겨레는 “문제는 이런 조기 취업 정책이 ‘질 낮은 취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라며 취업률 성과주의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겨레의 지속된 보도 이후 정부도 움직였다.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우선 조기 취업형태의 현장실습은 폐기하기로 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겨레가 지적한 ‘취업률 성과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다른 형태의 ‘노동 착취’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한겨레는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더 이상 끔찍한 상황이 도달하지 않도록 바꿔나가야 할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에 한겨레의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 보도를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했다.
 

 

11월 ‘나쁜 신문 보도’. 성주 주민들에게 ‘종북’ ‘폭력’이라 왜곡하는 조선일보

 

선정 배경 조선일보는 사드 배치로 피해를 받고 있는 성주 주민들을 향해 ‘폭력 시위’에 이어 ‘종북몰이’를 시도했다. 특히 이를 위해 극우 인사의 주장을 그대로 지면에 실어 무비판적으로 홍보하는 기행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최공재 씨의 ‘성주, 붉은 달’이란 영화를 소개하면서 류경호텔과 개선문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북몰이’식 보도를 시도했다. 게다가 최공재 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방해한 단체의 대표로 있었고,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공관위 위원 경력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박근혜 탄핵을 비판한’ 인터넷 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개된다. 조선일보가 전형적인 극우 인사의 ‘종북몰이’ 주장을 지면을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폭력시위’ 주장 역시 계속 이어져 하모니카를 마치 ‘날카로운 물건’으로 왜곡해 보도했다. 이에 민언련은 성주 주민들에게 ‘종북’ ‘폭력’이라 왜곡하는 성주 관련 보도를 2017년 ‘이달의 나쁜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지난 9월 7일 정부는 성주 소성리에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했다.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강조했던 정부의 예상보다 이른 사드 배치 속에 갑론을박이 오고갔지만, 그 속에서 피해를 받은 소성리 주민들은 소외되고 있었다. 게다가 주민들은 소성리에 몰려와 난동을 부리는 극우단체로 인해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선일보는 “묻혔던 목소리”를 조명한다면서 성주 주민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영화를 소개했다. 성주 기지에 장비 반입을 저지하려는 시위엔 사진까지 왜곡해가며 이들을 ‘폭력 시위대’로 몰아갔다.

 

‘수상한 감독의 수상한 영화’ 소개하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사드 격동 겪은 성주… 묻혔던 목소리 담고 싶었다”>(11/15 장형태 기자 https://bit.ly/2jrMqZG)에서 최공재 씨가 찍은 ‘성주, 붉은 달’이란 영화를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보도 시작부터 “성주에서 벌어진 일은 대부분 반사드 세력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졌다. 사드에 찬성하는 이들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라며 배치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게다가 조선일보가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한 ‘최공재 씨’와 영화 ‘성주, 붉은 달’은 그 내용이 매우 의심스럽다.


조선일보는 최 씨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부역자들’을 제작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최 씨가 제작했다는 ‘부역자들’은 정식 개봉하지 못한 ‘웹 무비 다큐’로 “막장 다큐 영화”라며 비판한 미주한국일보를 제외하곤 모두 극우 인터넷 매체와 우편향 언론들에게서만 소개된 영화였다. 게다가 최 씨는 해당 영화 제작 경력 이외에도 다른 경력을 갖고 있다. 최 씨는 ‘차세대문화인연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해당 단체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방해하고 반대 성명 발표를 주도한 단체였다. 게다가 최 씨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결정한 공직선거관리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그 과정에서 친형이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다. 조선일보가 마치 평범한 ‘영화감독’인 것처럼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자유한국당과 깊은 관계를 맺은 인물이었다. 

 

주민 고립시키는데 앞장선 조선일보, ‘극우 영화’는 지면까지 할애해 홍보

물론 최 씨가 특정 정당과 가깝다는 이유가 영화를 제작하지 말아야 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최 씨가 만든 영화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을 ‘종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영화 내용이라면서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성주 소성리에 들어간 최씨 일행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마을회관 위에 걸린 대형 현수막”,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엔 북한 평양의 류경호텔과 개선문 등이 그려져 있었다. 남한 쪽에서 차들이 평양으로 들어가는 듯한 그림이었다”라고 전했고 “현수막에 남한은 없었다. 북한의 체제 선전물 같았다”라는 최 씨 발언도 인용했다. 전형적인 ‘종북몰이’였다. 조선일보는 통일 이후의 상황을 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성리에 걸린 현수막을 ‘북한 체제 선전물’로 매도한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성주, 붉은 달’이 처음 상영된 ‘시민영화제’엔 50여명이 모였다. 매우 적은 숫자다”라고 보도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적은 숫자였는지 “영화를 보던 시민들은 간간히 탄성을 터뜨렸다”라는 식의 반응을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이런 ‘성주, 붉은 달’을 최초로 보도한 곳은 조선일보였다. 

 

‘폭력시위’ 프레임 유지하기 위해 설명 왜곡까지 시도한 조선일보

성주 주민들에게 ‘종북몰이’를 시도했던 조선일보는 다시 주민들에게 ‘폭력시위대’ 프레임을 시도했다. 21일 국방부가 사드기지 난방시설 구축 공사 등을 위한 장비 반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공사 장비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가운데 20여명이 부상했고 한 명이 연행되었으나 조선일보는 시위대의 폭력만을 강조했다. 조선일보 <또 사드 충돌… 경찰 1600명, 시위대 100명에 쩔쩔맸다>(11/22 김종호 기자 https://bit.ly/2BdMeRe)에선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자 근처에 있던 벽돌과 생수병을 던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집결한 쪽으로 몸을 던지거나 높이 5~6m인 진밭교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다” “시위대 중에는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에어 매트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은 이도 있었다”라며 시위대의 모습을 강경하게 전해 폭력을 일방적으로 강조했다. 


게다가 조선일보가 보도 안에 첨부한 현장 사진은 명백한 허위보도였다. 조선일보는 <날카로운 물체 휘두르고>라는 사진을 올리며 “21일 경북 성주에서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공사 차량을 막던 시위대 중 한 명이 날카로운 물체로 ‘에어 매트’를 찢으려 하고 있다. 이 에어 매트는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일부가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려 하자 경찰이 설치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올라간 사진을 보면 주인공이 조선일보가 말한 ‘날카로운 물체’를 손에 꼭 쥐고 있으며, 그 물체는 아무리 봐도 날카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당 사진의 주인공은 소성리에 머물면서 기도회를 여는 예수회 장로이고, 조선일보가 날카로운 물체라고 묘사한 것은 손에 들고 있었던 하모니카였다고 밝혀졌다. 사진을 확인해도 크기와 두께로 보아 다른 날카로운 물건보다는 하모니카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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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를 ‘날카로운 물건’이라 보도한 조선일보 (11/22)

 

조선일보는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종북’ ‘외부세력’ ‘폭력시위’ 등이 주요한 프레임이었다. 소성리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여전히 그들을 고립시키고 분열시키는데 치중했기에 조선일보의 성주 사드 배치 관련 보도를 2017년 11월 ‘이달의 나쁜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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