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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 삽화’에 ‘방연 마스크 광고’까지…답답한 밀양 화재 보도
등록 2018.01.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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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총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제천 화재 참사 한 달여 만의 일입니다. 29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사망자만 39명에 이르는 이러한 대형 참사 소식에 관련 방송 보도도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요. 보도량이 많은 만큼 문제 보도도 다양한 유형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나. ‘자극적 삽화 혹은 표현’이 들어간 보도
‘사고 현장’을 자극적 삽화 혹은 그래픽 이미지로 재현하는 유형의 문제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는 MB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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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갇혀 숨진 6명의 모습을이미지로 재현해 보여준 MBN(1/27)

 

<엘리베이터 참변>(1/27 이혁준 기자 https://goo.gl/AAKoag)에서 MBN은 “사망자 가운데 6명은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소방당국은 2층 입원 환자 6명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층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의 배경으로는 6명의 흰색 사람 형상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 문은 열리지 않았고, 이들 모두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질식사한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기자 멘트의 배경으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6명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 엘리베이터 내부 장면에는 가운데 위치한 한 사람이 ‘털썩 쓰러지는’ 효과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MBN을 제외한 그 어떤 방송사도 이러한 ‘기법’을 이용해 상황을 전달하지 않았는데요. 사람이 쓰러져 숨지는 참사의 현장을 굳이 이렇게까지 이런 식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같은 날 JTBC <대형 참사…대구․창원․부산까지 이송 치료>(1/26 정진명 기자 https://goo.gl/MDX6T2)의 경우, 병원 쪽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가 “시신은 대부분 검게 연기에 그을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 현장에서 충격을 받은 유가족들의 모습을 전하는 보도’에서 굳이 시신의 그을린 상태를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재난보도준칙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는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와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를 지양 혹은 자제해야 할 보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둘. ‘생존자 치료 장면 노출’ 보도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SBS의 <“화재 순간 떠올라”‥일부 부상자는 위중>(1/27 https://goo.gl/1r9sia) 보도 역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보도는 구조된 이들이 “눈만 감아도 악몽 같은 순간이 떠오른다며 트라우마도 호소”하고 있음을 전하고 있는데요. SBS는 이런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환자 인터뷰는 물론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하며 “헤어지고 구조하고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라고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환자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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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심리 치료장면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한 SBS(1/27)

 

우선 구조된 생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라면 의료진 인터뷰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굳이 환자 인터뷰를 넣고 싶었다면 동의를 얻어 얼굴을 공개하고 발언한 사례를 소개하는 것 정도가 적절해 보입니다.

 

그런데 SBS의 위 보도는 환자의 얼굴에 굳이 ‘블러 처리’까지 해 가며 지극히 사적인 순간이어야 할 상담 장면을 굳이 방송을 통해 노출하고 있습니다. 


재난보도준칙 피해자 인권 보호 제18조(피해자 보호)는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심리 상담을 받는 장면 등 치료 현장의 모습 외에도 의료진이 환자의 기도에 삽관하는 등의 처지 장면을 ‘얼굴이 정면으로 노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자료화면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 조항을 사실상 위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셋. 이 와중 ‘특정 브랜드 방연 마스크 홍보’ 의심 보도
재난 발생을 틈타 특정 브랜드 방연 마스크에 대한 ‘홍보성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도 있습니다. 바로 채널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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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체의 방연 마스크 제품명을 노출하는 등 

광고로 의심되는 보도를 내놓은 채널A. 모자이크는 민언련(1/29)

 

<방연 마스크 직접 써봤더니…>(1/29 정민지 기자 https://goo.gl/71DB1K)에서 앵커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은 활활 타오르는 화염보다 유독가스 때문에 숨졌죠”라며 먼저 불안감을 자극한 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선 소화기 뿐 아니라 방연 마스크가 필수”라 강조합니다.

 

정민지 기자도 “아파트 방 한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순식간에 암흑 천지로 변합니다. 내부는 유독가스로 가득차 탈출이 어렵습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대피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유독가스”라는 설명을 먼저 내놓습니다.

 

그리고는 이 뒤에는 “한 대학 기숙사(자막으로는 무슨 대학인지 언급)가 학생들에게 착용이 간편한 방연 마스크를 한 개씩 나눠줬”다며 이 방연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 및 이용 후기 등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채널A가 이 방연 마스크의 브랜드명을 노골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특히 상표 노출 뒤 이어지는 “마스크의 1차 여과지가 먼지들을 걸러내고, 활성탄으로 된 2차 필터는 유독가스 성분들을 흡수합니다”라는 기자 설명은 광고성 보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심지어 보도는 “한파 속 화재가 잇따르면서 최근 일주일 새 한 온라인몰에서 소화기 판매는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늘었고, 방독·방연 마스크는 7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마스크는 미리 성능을 확인할 수 없어 신중한 구매가 필요합니다” “안전용품을 가까이에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화재 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라는, 누가 봐도 ‘방연 마스크 구매를 독려하는 듯한’ 기자 설명으로 마무리되는데요. 보도 전체 내용을 요약하면 ‘대학에 비치될 정도로 신뢰가 높은 이 브랜드의 방연 마스크를 구매하라’는 광고로 보일 지경입니다. 


이는 재난보도준칙 이전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7절 광고효과의 제한 제46조(광고효과)를 위반한 것입니다. 해당 조항은 방송이 “상품 등 또는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상품 등의 기능을 시현하는 장면 또는 이를 이용하는 장면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구체적으로 소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26~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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