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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밀양 화재 보도에서도 ‘홍준표 감싸기?’
등록 2018.01.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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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총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제천 화재 참사 한 달여 만의 일입니다. 29일 오후 7시 기준 사망자만 39명에 이르는 이러한 대형 참사 소식에 관련 방송 보도도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와중 재난 현장에서까지 ‘정치보복’과 ‘내각 총사퇴’를 외치며 정치공세에 몰두하는 한국당의 행보를 ‘정치권 전반의 행태’로 물타기한 보도가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한국당의 부적절한 행태마저 ‘정치 공방’의 한 사례 정도로 처리하는 식이었는데요. ‘정치권은 다 나쁘다’는 식의 막연한 정치혐오 정서를 조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로 TV조선이 이런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정치권 전반 향해 ‘볼썽사납다’ 지적 반복…의도는?
먼저 <볼썽사나운 여야 ‘네탓’ 공방>(1/27 조덕현 기자 https://goo.gl/FrcwWe)은 앵커부터가 “예상은 했지만 정치권은 이번 밀양 화재참사를 놓고 또 다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말 볼썽사나운 모습입니다”라며 노골적으로 정치혐오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도 황당합니다. 앵커 멘트 이후 곧바로 조덕현 기자는 “밀양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한 유족이 소리를 지릅니다”라는 설명으로 보도를 이어나가는데요.

 

이 직후 자료화면으로는 유족이 홍 대표를 향해 “소방법 반대했잖아!”라고 외치자 홍 대표가 “민주당 애들이 여기도 있네”하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조문을 하겠다며 분향소를 찾아간 야당 대표가 과거 정책 행보를 비판하는 참사 피해 유족들을 향해 비아냥대며 매우 부적절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요.


그런데도 조덕현 기자는 홍 대표의 비상식적 대응이 아닌 ‘공격 받는 홍 대표’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이어나갑니다.

 

실제 이 영상 직후 조 기자가 내놓은 멘트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어제 2009년 민주당이 발의한 화재 예방 법안을 당시 한나라당이 반대한 것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추미애 대표는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대표를 좀더 직접적으로 지목했습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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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의 정치공세를 정치권의 공방으로 물타기한 TV조선(1/27~29)

 

이후 보도는 홍 대표의 반박을 나열하며 마무리됩니다. “지적 수준이... 그러면 세월호 선박관리 총책임을 맡고 있던 인천시장 송영길이 지사를 했던 이낙연 세월호 책임 물은 게 있습니까?”는 발언은 직접 보여주었고요.

 

“정부가 정치보복에 혈안이 돼 아무것도 안한다” “총리가 나가야 한다” “아마추어 정권이 사고만 나면 책임 전가에만 급급하고 눈물쇼만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한다”라는 발언은 기자가 대신 읽어주는 식입니다.

 

정치권의 정치공방을 비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정치공방 과정에서 등장한 자극적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해당 보도가 구조적으로 ‘민주당의 공세에 홍 대표가 반박’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보도가 정말 비판하고자 한 것은 ‘홍 대표를 향한 민주당의 공세’인 것으로도 보입니다.   

 

 

홍 대표 ‘헛발질’에도 ‘정치권 공방 지적’에 집중
이틀 뒤 정수양 기자의 <유족 슬픔 여전한데…민망한 ‘네 탓 공방’>(1/29 정수양 기자 https://goo.gl/CnftVi) 역시 홍준표 대표의 헛발질을 노골적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밀양 화재 참사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네탓 공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여당 대표가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 책임론을 거론한 데 대해 홍대표가 이낙연 총리를 끌어들였는데 이게 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등 연일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로 보도를 시작하는데요.

 

이 설명부터가 대단히 편파적입니다. 이번 논란은 홍 대표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 신분에 불과했던 이낙연 총리를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남도지사였다고 거짓 주장하며 밀양 화재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에 불거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당사자가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을 정정했는데 이를 ‘진흙탕 싸움’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수양 기자의 리포트도 이상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보도 초반에는 여야 정치권의 공방을 나열하여 보여준 뒤, 정 기자는 보도 후반부가 되어서야 홍준표 대표의 “세월호 선박관리 총책임을 맡고 있던 인천시장 송영길이 지사를 했던 이낙연 세월호 책임 물은 게 있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원죄를 벗어나려 야당을 공격한다”는 등의 발언을 소개해주었는데요.

 

이 뒤에는 “총리실은 홍 대표의 지적에 ‘이낙연 총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남도지사 후보 신분’ 이라고 해명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붙이고 다시 한국당의 “이 총리의 본질을 벗어난 해명이 창피할 따름”이라는 공세를 소개하며 보도를 마무리하는 식입니다. 


이 맥락만 봐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부터 사실관계가 다른 지적으로 참사를 빌미로 정치공세를 펼치는 측은 명백히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이를 모두 ‘정치권 모두의 잘못’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상황에서 사실 해명을 해야 하는 건 홍 대표 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히려 TV조선은 총리실 측의 입장에 ‘해명’이라는 단어를 붙여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 기간 JTBC는 <화재현장 찾은 자리서 ‘정치 공세’ 논란>(1/27 https://goo.gl/PvWHG5)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번 사고가 마치 적폐청산 수사나 평창올림픽과 연관이 있는 듯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당이 “이번 사고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해당 보도는 “한국당은 여당 시절 세월호 참사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무리됩니다. SBS, TV조선, 채널A, MBN는 여야 공방 상황을 나열하며 ‘이럴 자격이 없다’는 정도의 지적을 내놓았고요. KBS는 공방 상황을 단신으로 전달했습니다. MBC는 여야 공방 상황 자체를 전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26~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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