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민언련 시민 제보체크

소수자 혐오하는 TV조선
등록 2018.01.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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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학부모 및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전국학부모시민단체연합(이하 전학연)은 지난달 28일부터 EBS 앞에서 <까칠남녀> 폐지 및 본부장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된 EBS <까칠남녀>의 ‘성소수자 특집’이 ‘음란 방송’이고 패널 은하선 작가가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음담패설을 일삼는 자’라는 이유입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방송의 심의를 요청하고 전학연과 함께 EBS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기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탄압에 불과합니다. EBS <까칠남녀>는 JTBC 예능 <아는형님>의 모티브를 빌려와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의 약칭) 등 성소수자를 친근한 방식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이들이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구체적인 성행위 묘사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즉 전학연은 ‘성소수자가 등장했으니 음란방송’이라 주장하는 셈인데 실제로 전학연 대표 이경자 씨는 “성소수자는 옛날에 변태라고 부르던 사람들”이라며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인권 의식이 바닥을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반인권적인 전학연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언론도 있다는 겁니다. EBS <까칠남녀> 관련 기사 중 성소수자 인권 및 성정체성의 본질에 입각해 작성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전학연 측의 극단적인 주장을 보도하면서 EBS 측의 반론을 간단히 덧붙이는 보도들입니다. 종편은 더 심각합니다. 종편 시사 토크쇼에서는 진행자와 패널이 전학연 측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조장하니 바람직하지 않은 방송”? 시각 자체가 ‘반인권’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이하 신통방통)(1/10)에서는 진행자 김광일 씨, 패널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최진(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이수정(경기대 교수)‧최병묵(TV조선 해설위원) 등 총 5명의 출연진 중 이수정 씨를 제외한 4명이 입을 모아 EBS를 비판했습니다. 


그 논거는 전학연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최진‧최병묵 두 인물은 기본적인 시각에서 반인권적 한계를 노출하며 혐오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습니다. 최진 씨는 “전문가들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성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런 건 반대”라며 ‘성정체성 교육’ 자체를 반대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성소수자의 인권을 부정하는 주장입니다. 이어서 최진 씨는 “바이섹슈얼이나 레즈비언 이런 부분들을 조장하는 듯한, 오히려 그래서 교육 효과보다는 교육 역효과가 훨씬 더 많은 그런,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EBS <까칠남녀>를 맹비난했습니다. 그 근거도 조야합니다. “개그맨들이 동성애를 상당히 재미있게 얘기를 해서 ‘동성애는 나쁘지 않네? 재미있을 것 같네’라는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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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까칠남녀> 논란, 혐오 발언 주고 받는 TV조선 <신통방통>(1/10)

 

최병묵 씨도 똑같은 주장을 펼쳤는데 그 근거는 더욱 기상천외합니다. 최 씨는 “교육방송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요. 교육방송은 뉴스를 다루는 데가 아닙니다. 저런 문제를 특집 방송으로 하려고 하면 성소수자를 비판하는 사람과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사람을 갖다 놓고 균형 있게 문제를 다루면 또 그냥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저것은 조장하는 듯한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주장은 ‘동성애를 조장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방송’이라는 겁니다. 최진 씨는 ‘개그맨들이 동성애를 재미있게 얘기했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최병묵 씨는 ‘교육방송이 성소수자 찬반 양측을 모두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댔죠. 그러나 성정체성은 개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자연스럽게 타고나는 본성으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인간 존엄성 및 기본권의 일부입니다. 당연히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누구라도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합리적 패널도 ‘동성애 조장했다’…종편이야말로 균형 지켜야
TV조선 <신통방통>(1/10)의 다른 두 패널 최진봉‧이수정 씨는 최진‧최병묵 씨처럼 함량미달의 발언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진봉 씨의 경우 앞뒤가 맞지 않는 논지를 펼치다 결국 ‘동성애를 조장하는 방송’이라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최진봉 씨는 “EBS의 원래 의도는,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건데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고 있으니까 그 사회에 맞게 우리 학생들이나 어린이들이 저걸 좀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만들었던 것”이라면서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약간 너무 오락적인 내용이 포함되다 보니까 그게 조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자극적인 내용으로 간다고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소지는 분명히 있는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그나마 합리적인 견해를 피력한 패널은 이수정 씨가 유일합니다. 이 씨는 “교육에서 (성소수자가)다루어질 시대는 됐다. 성정체성은 정말 고유한 문제이기 때문에 남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성정체성이라는 게 학부모님들이 그렇게 걱정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냥 결정되는 건 절대 아니다. 이것은 거의 대부분이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생물학적인 경향성이기 때문”, “저런 프로가 있을 때 아이들하고 직접 같이 토론을 하시는 게 훨씬 더 교육적이다”라고 반론을 펼쳤습니다. 물론 일부 문제적 발언은 있었습니다. 이 씨는 “특정한 성적 취향을 마치 아이돌에 빗대어서 뭔가 이상화시키는 부분, 이 대목은 좀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EBS <까칠남녀>는 방송 내용에서 ‘성소수자 차별의 문제’와 ‘성소수자 소개’에 집중했을 뿐이며 예능의 포맷을 빌려왔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성적 취향을 이상화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실제 방송을 보면 ‘특정한 성적 취향을 마치 아이돌에 빗대어서 뭔가 이상화시키는 부분’은 없었으며 ‘성교육’ 또는 ‘성담론’을 나눈 수준이었습니다.

 

진행자까지 ‘성소수자 혐오’에 동조, TV조선은 ‘반인권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인권과 직결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면서 단 1명의 패널을 제외한 모든 패널이 ‘반인권적 발언’을 했다면 이것이야말로 균형을 잃은 것입니다. TV조선은 이 주제로 대담을 시작할 때부터 <“음란방송 중단!”…뿔난 엄마들>이라는 자막으로 제목을 뽑아 스스로 전학연 측에 서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진행자인 김광일 씨마저 ‘성소수자 혐오’에 동조하며 혐오 발언을 유도했습니다. 진행자 김 씨는 최병묵 씨에게 “중고등학교 아이를 불러내서 ‘누구야 좀 나오너라. 지금 너도 봐야 될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아, 같이 좀 보자꾸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대담이 종료된 후에는 “저런 프로그램 때문에 분명하게 불편해하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EBS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좀 손보고 다듬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 씨의 질문에 이미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는 방송’이라는 주관적 편견이 전제되어 있으며, 결론 역시 편견과 왜곡으로 점철됐습니다. EBS <까칠남녀>의 2월 19일 폐지가 이미 지난해 결정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TV조선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사실관계보다 자신의 편견에 더 무게를 두고 방송한다는 점이 잘 드러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채널A <뉴스특급>(1/5)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의 ‘시민 욕설 문자 논란’과 관련, 김 의원을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방송 확인 결과, “욕설로 인식될 수 있을만한 초성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 히 좀 문제”(이현종), “쌍욕으로 비춰지는 자음을 보낸 것은 사과할 일”(이수희) 등 패널 모두가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드러냈기 때문에 ‘과도한 옹호’로 보기는 어려워 따로 정리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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