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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김정은 옛 애인설’ 보도 가치 있나
등록 2018.01.15 18:23
조회 1305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을 앞두고, 북쪽 대표단에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현 단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요. 이 소식을 전하며 적지 않은 언론이 출처조차 불분명한 ‘현송월 김정은 애인설’을 부각하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경향신문은 ‘가능성 낮다’면서도 제목으로 부각
이러한 태도는 방송 보도보다는 신문 기사에서 두드러졌습니다. 15일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이 남북 실무접촉 대표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6개 주요 일간지 중 ‘김정은 애인설 혹은 첫사랑설’을 지면 보도에서 언급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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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단장에 대한 정보 제공 보도에서
‘김정은 옛 애인설’을 제목으로까지 부각한 경향신문(1/15)

 

특히 경향신문의 경우 아예 6면 관련 기사 제목을 <오늘 판문점 오는 ‘김정은 옛 애인설’ 현송월>(1/15 https://goo.gl/b2tC3g)로 뽑고 “국내에선 현 단장이 김 위원장 옛 애인이라는 소문이 퍼져있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이 뒤에는 “하지만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 단장이 김 위원장의 옛 애인이라면 부인인 리설주가 현 단장이 중책을 계속 맡으면서 남북 예술교류 전면에 나서도록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사실을 덧붙이고 있기도 한데요. 현 단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임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취재결과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 된 뜬소문’을 전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경향신문과 가장 유사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한국일보입니다. 한국일보 6면 <현송월 북 모란봉악단장 남북 실무접촉 대표로>(1/15 https://goo.gl/UeUiAW)는 “김정은 위원장의 옛 애인이란 소문도 있지만, 정성장 실장은 ‘그랬다면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현송월이 계속 중책을 맡으면서 남북예술교류 전면에까지 나서도록 방관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역시 3면 <대표단에 현송월…모란봉악단 평창 올까>(1/15 https://goo.gl/UUnsLp)에서 “현 단장이 한때 김 위원장의 연인이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조중동은 더 무책임하게 소문만 전달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가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소식을 전했다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더 무책임하게 ‘소문’만 전달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동아일보 6면 <제재대상 아닌 김여정-현송월 오나>(1/11 https://goo.gl/Lgmmkh)는 보도 도입부에 “김정은의 옛 애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겸 당 중앙위 후보위원이 대표적이다”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2면 <평창 예술단에 북 걸그룹 ‘모란봉악단’ 포함될 듯>(1/15 https://goo.gl/vmXxHn)은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은 과거 김정은과 사적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정보의 출처로 정체 불명의 “대북 소식통”의 “북한에서 현송월이 김정은의 과거 애인이라는 소문도 돌았다”는 발언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8면 <모란봉악단 현송월 대표단에…김정은 찬양 공연 주장 땐 ‘평창 지뢰’>(1/15 https://goo.gl/QLHBo5)에서 “한때 김정은의 첫사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현송월은 여성 예술인 가운데는 드물게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TV조선은 ‘제목․자막․앵커․기자 멘트 총 동원’
방송사중에서는 TV조선과 MBN이 이러한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TV조선 <‘김정은 옛 애인’…가수 출신 노동당 간부>(1/13 https://goo.gl/bTV8F5)에서 신동욱 앵커는 현송월 단장에 대해 “가수 출신으로 노동당 간부가 된 인물입니다. 특히 김정은의 옛 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역시 “지난해 초 우리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노동당 서기실 과장에 임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정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는 설명에 앞서 “현송월은 김정은의 옛 애인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는데요.

 

이때 방송 자료화면 자막 역시 <현송월, 김정은 애인으로 알려지기도…신임 두터워>입니다. 현 단장이 어떤 인물인지를 살펴보겠다며 내놓은 1분28초짜리 보도에서 제목, 앵커, 기자, 자료화면 자막이 한 목소리로 ‘김정은 전 애인’이라는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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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단장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김정은 옛 애인’이라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부각한 TV조선(1/13)

 


‘김일성 옛 애인설’까지 언급한 MBN
MBN <현송월은 누구>(1/13 https://goo.gl/JGeRSN)에서도 ‘김정은 애인설’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현 단장의 북한 내 입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일구 앵커는 갑자기 기자를 향해 다소 웃음기 섞인 말투로 “현송월을 둘러싼 갖가지 염문설이 돌고 있는데, 먼저 ‘김정은의 옛 애인 중 한 명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기자는 “사실 당사자들만 알겠죠. 대북 소식을 잘 아는 인사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과 현송월보다는 김정은과 현송월 남편이 가깝다고 말했는데요. 그 이유로 2000년대 초 김정은이 잠시 군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상관을 현송월에게 남편으로 소개해줬다는 겁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뒤에 기자는 “이 밖에도 현송월은 김정은이 아닌 김정일의 애인이었다, 또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 은하수관현악단에서 만난 친분 덕분에 김정은의 신임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라며 ‘또 다른 가십성 정보’를 무책임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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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옛 애인설’에 더해 ‘김정일 옛 애인설’까지 언급한 MBN(1/14)

 


대북 보도에서도 억제하지 못한 ‘가십성 보도 본능’
신문 지면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상황조차 이러한데 온라인 송고 기사의 상태라고 이와 다를 리 없습니다. 이미 수많은 매체가 현송월 단장 관련 기사에서 ‘김정은 옛 애인설’을 필수 정보라도 되는 양 언급하고 있습니다. 일부 매체는 아예 ‘옛 애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 하여 보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언론이 단순히 현 단장의 북한 내 입지를 설명하고 싶었다면, 맡고 있는 직책과 이력 등을 언급하고 ‘신뢰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는 정도의 설명을 덧붙이는 것으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 예술단 파견 논의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라는 문제에서, 이런 검증되지 않은 부수적 정보를 앞다퉈 전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권력자의 연인’ 혹은 ‘연애 문제’ 등의, 사안의 본질과는 무관하지만 선정적인 가십성 이슈에 대한 독자 선호도를 의식한 결과로 보입니다. 언론사 내부에서 선정․가십 보도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조금이라도 선정적으로 보도할 건수’가 있다면 ‘반사적으로 그 선정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습관’이 발동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간 우리 언론이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할 때 유독 정보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카더라성’ 보도를 쏟아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십의 대상이 북한 측 인사라는 점 역시 이런 무분별한 가심성 보도를 부추긴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이런 식의 무분별한 보도 태도가 언론의 신뢰도를 ‘인터넷 게시판 썰’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1월 11일~1월 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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