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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끈질긴 ‘민주당 문건’ 타령
등록 2017.12.12 09:56
조회 281

MBC 신임 사장으로 해직 PD인 최승호 전 PD수첩 PD가 임명되었습니다. 최승호 사장은 8명의 해직자를 복직시키고, 그동안 뉴스데스크를 진행해 온 이상현․배현진 기자를 교체하는 등 개혁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그간 무너진 MBC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고, 망가진 보도를 회복하려는 조치입니다. 이 와중에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3사 재허가 심사에서 KBS․MBC․SBS가 모두 기준점에 미달한 점수를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이번 심사결과는 지난 3년간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정하지 못한 보도와 질 낮은 방송을 지속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인데요. 조선일보는 최승호 사장의 임명도, 지상파 재허가 심사의 낮은 점수도 모두 ‘민주당 문건’ 때문이라는 억지를 부렸습니다. 

 

최승호 사장 선임된 날, ‘장악 끝난 MBC’라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여 “KBS·MBC 야측 이사 비리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로 압박”>(9/8 김아진·이옥진 기자 https://bit.ly/2wUjKuQ)보도 이후 모든 공영방송 정상화 시도를 ‘민주당 문건’에 의한 조치라고 정의내렸습니다. 문건 안에 “정치권이 나서면 언론 탄압이란 역공 우려가 있으니 방송사 구성원, 시민 단체, 학계중심의 사장 퇴진 운동 전개가 필요하다”라고 적혀있으니 현재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상화 요구가 ‘민주당의 지시’라고 우기는 건데요. 조선일보 눈에는 9년간 있었던 KBS․MBC의 신뢰도 하락과 파행, 언론장악의 증거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행동은  ‘언론 장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하나하나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이지만 민주당 문건은 8월 말에 작성되었다고 하고, 시민사회와 언론단체들은 7월 중순에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을 꾸려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적 순서도 맞지 않았는데요. 문건에 적혔다고 주장한 ‘방통위 통해 사장 경영 비리 조사’ ‘방송 재허가 통해 문책’ 역시 방통위의 당연한 원칙을 정리했을 뿐입니다. 


이 먹히지도 않는 ‘민주당 문건’ 우기기는 6개 신문사 가운데 유일하게 조선일보만 보도했는데요. 조선일보는 KBS 새노조의 강규형 이사 사퇴 촉구 집회나 김경민 이사 퇴진에도 이 문건을 들먹거리며 ‘민주당의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최승호 사장 선임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조선일보는 최승호 사장이 선임된 8일부터 ‘장악 끝난 MBC’라며 어깃장을 놓았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장악 끝난 MBC>(12/8 https://bit.ly/2BvpVe6)에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MBC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승호 전 ‘PD수첩’ PD를 신임 사장으로 정했다. 야권 이사 4명은 참석하지 않았고, 여권 이사 5명이 결정했다”라며 이번 “문건 그대로 일이 진행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MBC 노조원들의 정당한 쟁의과정은 “방문진 이사들의 직장, 다니는 교회, 자택 주변에서 시위를 벌여 그 가족까지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라고 평가한 조선일보는 이전 사장들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조사 역시 “고용노동부 조사와 검찰 수사까지 동원돼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MBC 사장을 끌어내리고 새 사장을 임명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역대 정권 대부분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것은 본 적이 없다”라며 MBC 정상화 과정을 ‘공영방송 장악’으로 왜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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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사장 선임과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민주당 문건’ 거론하며 방송장악이라 주장하는 조선일보 (12/8, 12/11)

 

‘민주당 문건’ 억지에 이어 ‘광우병 괴담’ 억지까지

이어 조선일보는 PD수첩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PD수첩이 ‘광우병 괴담’을 퍼뜨렸다는 논지인데요. 조선일보는 “2008년 4월 MBC PD수첩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엉터리 보도로 광우병 사태를 촉발시켰다. 중학생들까지 ‘뇌에 구멍 뚫려 죽게 생겼다’고 시위하러 거리에 나왔다. 온 나라가 괴담 광풍으로 지새웠다”라며 당시 보도를 폄하하고 당시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괴담’이라 비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30개월 미만인 소의 특성위험물질에 대한 수입을 허용했고, 광우병 발생 시 우리 정부가 독자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협상하려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당시 보도와 국민들의 저항 이후 재협상이 이뤄졌고요. 그러나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최 사장은 얼마 전 광우병 PD 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하도록 만든 공이 있다고 했다”라며 “그런 방송을 하겠다는 예고편으로 들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에까지 ‘민주당 문건’ 거론하는 조선일보

조선일보의 ‘민주당 문건’ 억지는 비단 MBC 최승호 사장 선임에만 적용되지 않았는데요. 조선일보는 <사설/민주당 방송 장악 문건과 똑같은 방송 재허가 심사>(12/11 https://bit.ly/2kjO0cW)에서 지상파 3사가 모두 재허가 심사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 역시 ‘민주당 문건’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전파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어느 선진국이든 방송사들은 정기 심사를 받는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주요 방송사들을 모조리 낙제시킨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 방송사들이 과거 현 정권 편을 들지 않았다고 ‘적폐’ 청산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극단적인 일은 일어날 수 없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앞서 새 정부는 방송 노조와 손잡고 검찰․노동부․감사원을 동원해 야당 성향 방통위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KBS 이사 등 걸림돌이 되는 인사들을 차례차례 제거했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나 KBS 이사는 자진 사퇴했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의결을 통해 이사장 불신임안을 통과했을 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역시 야당 추천의 김석진․표철수 위원 모두 활동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정부 몫’의 ‘알박기 인사’를 했던 김용수 위원 역시 미래부 차관으로 임명해 김 위원의 자리는 보전해 주고, 황교안 총리의 꼼수는 원안대로 돌린 조치였는데요.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여전히 ‘제거’라며 핏대를 세웠습니다.

 

‘방송 재허가 심사’에 딴죽 거는 조선일보, ‘TV조선’ 재허가 때문?

조선일보는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 항목도 문제 삼았는데요. “방통위가 고른 민간 심사위원들은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 등과 같은 항목에서 MBC와 KBS에 낮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얼마든지 자의적 평가가 가능한 항목들이다. 이 기준이라면 정권의 나팔수로 나서다시피 했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의 KBS와 MBC는 재허가 자체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PD저널 <방심위, MBC ‘자사 입장 일방 보도’ 공정성 위반 ‘권고’>(4/13 구보라 기자 https://bit.ly/2z0dJzL)에 따르면 MBC는 이미 국회에서 ‘MBC 노조탄압 청문회’를 개최한다는 결정을 전하면서 당시 야당을 비판하던 자사의 입장을 그대로 전한 보도로 인해 방심위에 의해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조치를 받았습니다. 자의적 평가가 아니더라도 이렇듯 심의 규정을 위반한 사례들이 많았기에 재허가 심사에서 최하점을 받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방통위의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방송 장악’으로 파악했는데요. “방통위는 이 방송사들에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조건부 재허가를 내줄 것이다. 방송사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 또한 민주당의 방송 장악 내부 문건 내용 그대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건에서 “금년 11월경 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예컨대 조건부 재허가를 통한 수시․정기 감독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적혀있었다는 건데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는 3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고, 그 심사가 엄정해야 함은 당연한 주장입니다. 게다가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들이 수준 미달의 방송을 지속해 온다면 정기적인 감독권한을 통해 정당한 규제 역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간 방통위의 방송 재허가 심사는 과도하게 높은 기본점수로 ‘쇼윈도 심사’라는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런 지점은 비판하지 않은 조선일보가 “방송 재허가 심사를 방송 장악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 주장하는 이유가, 자사 TV조선 역시 지난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8일 ~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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