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11월 28일, ‘2017년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을 열었다. 민언련은 매달 신문, 방송, 온라인 부문의 좋은 보도를 선정, 시상하고 있다.
민언련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방송 부문은 선정작이 없었다. 온라인 부문에서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적폐청산 프로젝트-국회개혁>이 선정되었다. 시상식에는 뉴스타파의 박중석‧최윤원 취재기자, 오준식 촬영기자가 참석했다. 아래는 시상식 이후 열린 ‘10월 이달의 좋은 보도 수상자’들과의 간담회를 정리한 것이다.
먼저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뉴스타파 최윤원 데이터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뉴스파타만이 할 수 있는 이번 보도를 높이 사주시고 영광스런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
뉴스타파 박중석 국회야말로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전복된 적이 없는 집단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법부라면 또 하나가 국회다. 국회의원들은 문제제기를 해도 참 고쳐지지가 않는다. 탐사보도의 정수가 제도 개선인데, 법을 만드시는 분들이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도 후속보도를 위해 취재를 하다 왔는데 정책자료집 외에 국회의원 활동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입법 활동, 정책연구 분야가 있다. 한 건당 300~500만 원까지 국가예산이 집행이 되는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그걸 취재 중이다. 의원들이 한 해에 5~6건 용역을 맡기는데 이에 대한 검증이 거의 없었다. 국회의원들이 잘못 쓴 혈세를 반납하는지, 끝까지 취재의 끈을 놓지 않겠다. 감사하다.
뉴스타파 오준식 입사 7개월 차다. 뉴스타파 막내가 다 년 차 선배들과 데이터저널리즘 취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하루에 국회의원 십 수 명을 만나면서 우리의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반응을 보면서 취재라는 일을 실감했다. 뉴스타파 기자다운 기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뜻깊었다.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 뉴스타파 오준식 촬영기자, 박중석‧최윤원 기자, 민언련 박석운 대표
굉장히 지난한 작업이었다. 인력이 얼마나 투입됐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하다.
뉴스타파 박중석 그게 영업비밀은 아니고(일동 웃음). 일단 취재 과정을 말씀드리겠다. 일단 정책 자료집에 대해 국회 사무처에 정보공개요청을 했다. 처음엔 국회 사무처가 아주 짤막하게 답변을 보냈다. 금액, 일자, 주제만 보냈는데 주제도 때로는 ‘정책 자료집’이 전부인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 예산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회 온라인 도서관을 통해 2012~2017년 의원들의 자료를 검색했다. 그 외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얻었다. 찾는 작업이 굉장히 어렵다. 표절을 제3자가 확인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입력 등의 작업에는 동계‧하계 뉴스타파 연수생 출신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해 1달 남짓 함께 일했다. 6월부터 아이템 기획을 해서 9월까지 3달 간 작업한 보도다. 데이터팀장(최윤원 기자)이 고생을 많이 했다. 현장취재도 어려웠다. 모든 국회의원들을 접촉하려 했고 문제가 있었던 25명을 모두 만났다. 당연히 반기지 않고 만나려 하지 않는다. 상임위가 열리면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는데 조금만 한 눈을 팔면 사라진다. 전체적으로는 카메라 기자 2명, 취재 기자 1명, 데이터팀 3명 등 인력이 투여됐다.
뉴스타파 최윤원 뉴스타파에는 ‘알파박’이라고, 수면과 음식이 없어도 열심히 일하는 박중석 기자가 있다. 예를 들어 새벽 서너 시쯤에 “야호 두 건 찾았다”는 문자가 오기도 한다.(일동 탄식) 웃으라고 한 말인데 다들 너무 안타까워하신다.(일동 웃음)
뉴스타파 박중석 사실 표절을 찾는다는 것이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비슷하다. 주리를 틀고 싶은 심정이었다. 뭔가 표절을 한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정책자료집에서 갑자기 국문요약이 나온다. 논문에서나 나오는 국문요약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게 나오면 무조건 베낀 것인데 무엇을 베꼈는지를 찾기가 무척 어렵다. 제가 열심히 해서 새벽 3~4시까지 찾은 것은 아니고, 하나를 찾으면 끝까지 완결을 봐야지, 중간에 끊으면 다음날 어디서부터 다시 찾아야하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무조건 끝까지 찾아야 해서 시간이 늦어졌다.
애초에 기획 자체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뉴스타파 박중석 적폐청산 기획에서 국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적폐의 방향을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국회의원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가, 국민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가, 이런 평가를 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 의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이것이 적폐고, 개혁이라고 봤다. 이런 주제를 볼 때 법안 발의 건수, 상임위 출석률 등을 평가를 주로 하는데 우리는 다르게 보고자 했다. 그래서 의정활동의 큰 축인 정책자료집, 우수 의원을 뽑는 지표로 사용되고 홍보자료로 사용되는 자료를 보기로 했다. 국회의원이 한 해 쓸 수 있는 예산을 보면 입법 및 정책 개발비라고, 오로지 입법 활동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있다. 이 돈으로 정책자료집도 발간하고 토론회, 간담회, 정책연구 등을 수행한다. 이중 정책자료집을 확인해서 그 내용이 충실한지, 어떤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지를 살펴봐서 의정 활동의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장 처음 봤던 정책자료집의 상태는 어땠나
뉴스타파 박중석 여야를 가리지는 않았다. 이번 보도에서 유독 야당 의원들이 많이 나온 이유는 정책자료집들이 발간된 기간이 현 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이라 그렇다. 처음에는 표절이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정책자료집을 표절할까 싶었다. 원래는 ‘허접함’을 보려고 했다. 모 의원의 정책자료집을 보니 말만 정책자료집이지 실제로는 자신이 나온 언론보도를 스크랩 해놓은 경우도 있었다. 홍보자료지 정책자료집이 아니다. 물론 그런 자료를 낼 수 있으나 이걸 내면서 입법 개발비 명목으로 돈을 쓰고 정책자료집 명목으로 발간하는 게 온당한지 의문스러웠다. 어떤 분은 적조, 녹조 피해 사례를 분석한다면서 발간 비용이 1500만 원인데, 실제적으로는 5~6장밖에 안 됐다.
이런 부분이 한겨레 보도 등, 과거에 보도되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했다. 인쇄소에서 이른바 ‘카드깡’을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정책자료집을 국회 사무처에 한 해 3번만 제출하면 된다. 1500개를 발행했다고 해도 확인할 바 없으니 쓴 돈을 부풀리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영문 요약본’이 나왔다. 정책자료집에 영문 요약본이 나와 당황했다. 그 뒤에는 수많은 영미 학자들의 논문이 나왔다. 해당 의원이 이걸 다 읽고 썼다고 믿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더 검색을 해보니 해당 의원 보좌관의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다. 그래서 표절이라 확신했고 표절을 더 찾기 시작했다.
제도 개선 및 환수 등 사후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뉴스타파 박중석 내년 2~3월까지 보도를 계속할 계획인데, 이번에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25명의 현역의원 중 14명이 인정하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정책 자료집의 집필 가이드라인, 사무처의 집행내역에 대한 스크린 작업 등이 제도 개선의 내용이고 약속을 받았다. 그 중 5명은 환수, 반납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 사무총장에게도 전면적인 조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전달했고 약속을 받았다. 물론 약속한다고 무조건 실행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도를 통해 국회 개혁이 절실하다는 여론을 형성하고자 한다.
타 언론도 함께 보도를 해야 제도 개선도 현실화 될텐데, 타 언론이 함께 보도했나
뉴스타파 박중석 이런 단독 기획으로 이뤄진 보도는 타 언론이 잘 보도하지 않는 것 같다. 저희같은 작은 매체는 타 매체와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좋기는 하다. 좀 아쉽기는 하다.
표절 사례가 보도됐는데, 혹시 모범적인 정책자료집은 없었나
뉴스타파 박중석 이번 보도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다. 탐사보도라고 뭐든지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고발만 하는 게 아니라 모범적인 사례도 소개하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매우 정성스럽게 정책자료집을 썼고 그게 입법 활동에 직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확히 출처 표기도 한 분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들 었다. 예를 들어 정책자료집을 쓴 사람이 179명밖에 안 됐다(20대 국회의원이 296명임을 감안하면 40% 가량의 의원들이 기본적인 입법 활동을 방기한 것이다_편집자주). 나머지는 보도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일을 안 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책자료집을 없앨 수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잘 쓰는 의원들한테는 돈을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해 4500만원을 이 명목으로 쓸 수 있으니 남발하는 경향은 분명히 있다. 국회 사무처는 내용과 예산 집행 내역을 검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도 없는 구조다.
이 보도의 흥행은 어느 정도 되었나
뉴스타파 최윤원 정확히 영상의 조회 수를 아직 확인해 보지는 않았으나 전화가 많이 왔다. 취재하시는 기자들이 어떻게 찾아봐야 하는지 문의하기도 하고, 의원실에서 본인 자료를 확인하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지금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책자료집 문제가 굉장히 핫한 이슈라고 한다.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기자분들이 상당히 많이 뛰어다니신다. 이번 보도를 할 때는 어땠나
뉴스타파 오준식 이런 식의 앰부시 취재(기자와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등 인터뷰가 어려운 고위 공직자, 의혹 대상자의 이동 경로에서 미리 기다리다가 인터뷰를 시도하는 취재 방식_편집자주)를 여러 번 해보지는 않아서 많이 당황했다. 그림이 엉망인 경우도 있었다. 많이 하면서 늘었다. 안상수 의원의 경우에는 본회의장 표결 때 저희가 기다려서 만났는데, 안 의원이 ‘차 사이로 막 달려가면 카메라에 안 잡히겠다’고 판단했는지 요리조리, 지그재그로 뛰어갔다. 그때 상당히 고생했다. 그게 조회 수가 가장 많이 나왔다.(일동 웃음) 저에게는 모두 피와 살이 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