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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소액연체자 빚 탕감, 척수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도덕적 해이’
등록 2017.11.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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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기소액연체자의 채무 원리금 전액을 탕감해준다는 내용을 담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채무 원금이 1천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10년 이상 빚을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 중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월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의 60%(1인 가구 기준 월 99만원)를 밑도는 이들이 빚 탕감 대상입니다. 현재 이런 장기소액연체자는 159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브리핑 직후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철저히 소득 심사를 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저히 자기 힘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방치하는 것은 이런 고통까지 가보지 않은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의 또 다른 도덕적 해이”라 답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방송사는 여전히 ‘장기소액연체자 채권 소각’ 이슈만 나오면 반사적으로 도덕적 해이에 방점을 찍은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MBC․JTBC는 특별한 가치판단 없이 정부 발표 내용을 간단 전달
우선 관련 보도를 내놓은 것은 KBS와 MBC, JTBC, TV조선, 채널A입니다.

 

이 중 JTBC는 28초가량의 단신이었고, 내용도 “1000만 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159만 명에 대해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심사를 거쳐서 채무를 탕감해주기로 했습니다. 탕감 대상은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정받은 장기소액연체자로 소득이 1인 가구 기준 월 99만 원 이하여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대책에 따라 탕감되는 채권 규모가 최대 6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뿐입니다.  


단신은 아니지만 MBC의 <취약계층 빚 탕감…159만 명 ‘기회’>(11/29 https://goo.gl/3XYn2P)도 정부 발표 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하는데 집중한 보도입니다. 해당 보도에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언급이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앵커 멘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취약계층 159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소개했습니다.   

 

 

KBS는 제목과 앵커멘트에서만 ‘도덕적 해이’ 우려 부각
반면 KBS와 TV조선, 채널A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전면에 부각했습니다. 이중 KBS는 <159만 명 빚 탕감…도덕적 해이 우려는?>(11/29 https://goo.gl/cRGvmA)라며 보도 제목에서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멘트 역시 “정부가 천만 원 이하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하고 있는 159만 명의 취약 계층에 대해 빚을 탕감해 줄 방침입니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빚을 없애주고 취업과 창업을 지원해 재기하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입니다. 


다만 KBS는 제목과 앵커 멘트를 통해서는 이렇게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 여론이 있음을 부각한데 반해, 정작 보도 내에서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소개하지 않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만을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보도 말미에 소개된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대부업체들이 보유한 채권 탕감을 위해선 이것을 사들여야 하는데, 그 재원은 금융회사들이 기부한 돈이고, 결국 일반 가계가 낸 이자비용에서 지출된다 라고 하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가계의 부담이 늘어난다 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라는 발언 역시 직접적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짚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보도 제목과 앵커 멘트와 실제 보도 내용이 다소 어긋나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죠.

 

 

TV조선․채널A, 앵커 멘트 통해 ‘우려’ 부각
TV조선과 채널A는 보도 구성이 거의 유사합니다. 앵커가 먼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연체자 당사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발언’을 소개한 뒤, 그 뒤에 전문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다시 덧붙이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결국 ‘당사자들은 어렵다고 하는데 그래도 도덕적 해이 문제는 걱정된다’라는 메시지만을 남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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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소액연체자들의 입장을 ‘어렵고 힘들다’라는 단순한 메시지로 정리한 TV조선과 채널A(11/29)


TV조선 <10년 된 1천만원 이하 빚 탕감>(11/29 https://goo.gl/QkFu3h)은 “빚이 있는데 갚을 능력이 없는, 장기 소액 연체자 159만명의 빚 6조원을 정부가 탕감해주기로 했습니다.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취지지만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이 뒤에는 장기소액연체자의 “IMF 당시 카드를 많이 만들다 보니까. 못 갚는 사람은 절대 못 갚습니다. 어려워서 생활하기도 바쁜데”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마치 장기소액연체자들이 단순히 ‘카드를 무분별하게 만들어 사용하다가 감당을 못하는 사람들’이기만 한 것 처럼 해석될 소지도 있습니다. 


이어 TV조선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는, 선심성 빚 탕감 정책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라며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의 “불성실한 상환자에 대해서는 상환을 유도할 뿐아니라 그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이라는 발언을 보여주었습니다. 


채널A <10년 넘은 적은 빚 ‘완전 탕감’>(11/29 https://goo.gl/A9vuLj)도 앵커 멘트를 통해 “정부가 천만원 이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한 159만 명의 채무를 전액 탕감해주기로 했습니다. ‘빚은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라는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채널A도 TV조선처럼 채무 상담 고객의 “쉽지는 않더라고요. 와봤는데, 갚을 힘이 이제 없으니까 (정부 도움에) 의지하긴 하는데, 너무 힘들어요”라는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내 힘으로 못 갚겠다. 힘들다’라는 메시지만을 담고 있어 장기소액연체자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이 뒤에는 기자의 “이렇게 빚을 완전히 면제해주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이런 채무 탕감이 반복될 경우 채무자가 고위험을 추구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라는 발언이 소개됩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이 보도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브리핑 직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놓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제나 여유 있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고민 역시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채권을 소각해준다’는 말에 척수반사처럼 ‘도덕적 해이’를 외치는 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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