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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공영방송 MBC’를 기대한다
등록 2017.11.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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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진행한 72일의 파업을 마치고 MBC 언론인들이 오늘(11월 15일) 업무에 복귀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13일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MBC를 권력의 시종으로 전락시킨 ‘김재철-김종국-안광한’ 체제의 계승자인 김장겸 사장을 해임해 MBC 정상화의 길이 열린 만큼, 이제 안에서 MBC를 공영방송다운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다하기 위함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무려 9년이나 이어진 해고와 징계, 유배의 시간 동안 언론인의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 공정방송을 만들기 위해 싸워온 MBC 언론인들이 촛불 시민들과 함께 거둔 첫 번째 승리에 따뜻한 축하의 박수를 건넨다.

 

하지만 아직 말 그대로 첫 번째 승리일 뿐이다. 지금은 고작 김장겸이라는 구악(舊惡) 체제의 계승자 한 명만을 몰아냈을 뿐이다. MBC가 정치권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고 독립된 공영방송다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새 사장을 투명하고 공개된 절차로 신속하게 선출해 남아 있는 적폐 세력을 청산하는 작업을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

유념해야 할 부분은 새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를 정권의 ‘랩독(Lapdog·애완견)’, ‘슬리핑독(Sleeping Dog·잠자는 개)’으로 전락시킨 인사들을 청산한 자리에 파업 언론인들을 앉힌다고 해서 MBC가 저절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순 없다는 사실이다. 김재철-안광한-김장겸 등의 분명한 적과 싸우는 일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 그리고 함께 인고의 시절을 견딘 동료 언론인들 안에 쌓여 있을 수도 있는 잘못된 ‘관성’을 극복하고 공정방송의 길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일이다.

오늘 복귀한 MBC 언론인들은 ‘새로운 MBC’로의 거듭남을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MBC에서 벌어진 방송장악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공영방송 MBC가 지향할 가치, 그리고 공정 보도와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당연하게 진행해야 할 작업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C 언론인들이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파업 언론인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시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공영방송의 상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진전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7월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주최 첫 번째 ‘돌마고 불금파티’ 당시 지지 발언에 나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파업 언론인들을 향해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이라고 일갈했다. 매주 금요일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을 외쳤던 시민들 또한 파업 언론인들을 향해 적폐 사장을 몰아내고 당신들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게 곧 공영방송 정상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늘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한 언론인들은 당신들을 응원하며 함께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강조한 공영방송 정상화의 참뜻이 무엇인지 새겨야 한다. 내가, 우리가 있었다면 세월호 전원구조라는 오보가 없었을 거라고, 사람을 구조해야 할 시간에 배·보상금을 계산하여 보도하지 않았을 거라고, 또 외주제작사와 방송작가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이 없었을 거라고 쉽게 자신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MBC 언론인들이 거둔 첫 번째 승리는 지난 9년 동안 망가진 공영방송의 피해자였던 시민들이 더 이상 망가진 공영방송으로 고통 받고 싶지 않다는 염원으로 지지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MBC 언론인들의 아픈 성찰과 공영방송 재건을 위한 성공적인 건투를 빈다. <끝>

 

11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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