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친박 본색’ 채널A, 이번엔 이틀 연속 ‘류석춘 특집’
등록 2017.11.02 10:24
조회 612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지난 26일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류 위원장이 최근 자유한국당 혁신 과정이라며 ‘박근혜 출당 권유’를 결정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쫓아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씨를 지지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를 놓고 벌어진 소동인데요. 


채널A <정치데스크>(10/26)는 이 사안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류석춘 위원장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류 위원장이 사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매우 존경한다거나, 어쩔 수 없이 박근혜 씨 탈당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는 식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늘 박근혜 씨 관련 이슈만 나오면 ‘친박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채널A는 이번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빌미로 본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류석춘 위원장의 심정, 영화 OST로 표현한 채널A
채널A <정치데스크>(10/26)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톱뉴스로 다뤘습니다. 추도식만 약 16분가량 다루면서 비중을 크게 뒀고 이중 절반인 7분은 ‘추도식에서 쫓겨난 류석춘 위원장’으로 채워졌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추도식 분위기를 전한 채널A는 곧바로 류 위원장이 추도식에서 친박 지지자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진행자 홍성규 앵커는 “류석춘 위원장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꼬박꼬박 참석해 왔다, 본인 입으로도 계속 밝혀왔는데 왜 저렇게 오늘 푸대접을 받은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추도식에 꼬박꼬박 참석했던 류 위원장이 왜 쫓겨났냐’는 질문 자체에 이미 류 위원장을 옹호하는 논리가 깔려있죠. 노은지 기자는 “사실은 태극기 집회에도 꾸준히 참석을 해왔고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호적인 발언을 많이 했었습니다”라며 류 위원장이 친박임을 강조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류 위원장을 향한 채널A의 안타까움은 극에 달했습니다. 채널A는 “2016년 4월 총선 공천실패로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류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여줬는데 이 장면에서 아주 구슬픈 배경 음악을 깔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함에도 불구하고 자진탈당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류 위원장의 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류 위원장이 마치 ‘읍참마속’과도 같은 결단을 내린 것처럼 묘사된 겁니다. 채널A가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음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 OST 중 하나인 <기도하는 금자>였습니다. 영화 OST까지 동원한 채널A의 간절한 마음이 돋보입니다.

 

K-003.jpg

△ 류석춘 위원장의 박근혜 탈당 권유 기자회견에 구슬픈 배경음악을 사용한 채널A <정치데스크>(10/26)

 

류 위원장의 애처로운 상황을 묘사하는데 배경음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채널A는 재차 류 위원장의 심정을 대변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탈당을 권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K-004.jpg

△ 추도식에서 쫓겨난 류석춘 위원장의 심정을 자막으로 강조한 채널A <정치데스크>(10/26)

 

홍성규 앵커는 과거 류 위원장이 “인적 청산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보나마나 ‘폭망’”이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더니 “쫓겨난 이후에 류석춘 위원장은 뭐라고 하던가요? 한번 접촉해 봤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노은지 기자는 “전화통화를 했는데 약간 실소를 계속한다고 해야 될까요, 당황한(기색)”이라고 했고 ”사실 류석춘 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박정희기념재단에서 이사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좋아하고 추도식도 매년 참석해 왔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오늘 봉으로 맞기까지 하고 이런 것 때문에 상당히 괴롭다고 얘기를 하면서 아무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 때문에 대한애국당, 태극기 집회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애국 당에서 나에 대해 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어쨌든 상당히 괴로운 심경을 설명을 했습니다”라고 다시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런 심경을 큼지막한 자막으로 보여주기도 했죠.

 

‘애틋한 박근혜 심경’도 빼놓지 않는 채널A
채널A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다루면서 박근혜 씨를 빼놓을 리 없습니다. 지난 8월과 9월, 가짜뉴스였던 ‘박근혜 옥중 전상서’를 음성대역까지 동원해 읽어주고 ‘박근혜 굿즈’까지 직접 스튜디오에 들고 나왔던 채널A <정치데스크>입니다. 이번에도 아버지의 추도식을 맞은 박근혜 씨의 ‘옥중심경’을 정성껏 상상해 전달하는 방송이 이어졌습니다. 


홍성규 앵커는 “어차피 영어의 몸이기 때문에 오늘 참석할 수는 없었을 텐데 그래도 매년 꼬박 꼬박 챙겨졌던 행사. 참석 못했으니까 어떤 소회를 밝히기는 했습니까?”라고 운을 띄웠고 강병규 기자는 뜬금없이 “재임 시절에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왜 이렇게 발목이 시퍼렇냐’ 수수께끼를 장난 식으로 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거에 대한 답이 뭔지 보니까 하도 발목을 잡아서 발목이 시퍼런거다”라는 농담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박근혜 씨의 옥중심경을 풀어놓기 위한 포석입니다. 이어서 강 기자는 “(박근령 전 이사장이)재임 시절에 발목 잡은 사람이 많았던 것을 상당히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었거든요. 그만큼 가족들의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오늘도 언론 기사들 나왔지만 유영하 변호사 외에 가족 면회도 하지 않고 지인 면회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변호인 접견도 이제는 이뤄지지 않으니까 현재 운동시간 한 10여 분 정도의 운동시간을 빼면 계속 독거하는 홀로 있는 방에 들어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하거든요. 아무래도 탄핵 뒤에 첫 추도식 그러니까 첫 아버지 제사 기일인데 이렇게 교도소 안에 있어야 하니까 좀 아무래도 쓸쓸하고 외롭지 않을까 하는 그런 시선들이 많이 나오는데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류석춘의 아버지’까지 등판시킨 채널A, 이틀 연속 ‘박정희 추도식 특집’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장시간 다루면서 과도하게 ‘친박 인사들의 심경’에 집중한 채널A는 다음날 똑같은 주제를 또 다뤘습니다. <쫓겨난 류석춘, 박과 특별한 인연>이라는 제목의 자료화면으로 ‘박정희 추도식에서 쫓겨난 류석춘 위원장의 아버지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라는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했죠. 홍성규 앵커는 “봉변을 당하고서 노은지 기자 직접 통화했을 때 좀 억울하다, 나는 여태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마다 다 참석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존경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해명을 했다는데”라고 전날과 똑같은 내용을 반복했고, “원래 류석춘 위원장 집안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랑은 좀 친분이 깊다면서요?”라며 류 위원장 아버지를 거론했습니다. 류 위원장 부친인 류혁인 씨가 박정희 정부 정무수석이었다는 겁니다.

 

K-005.jpg

박근혜 전 대통령과 류석춘 위원장의 두 명의 아버지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하는 채널A <정치데스크>(10/27)

 

다른 종편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은 주제인데...채널A는 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으로 시작해 류석춘 위원장의 애처로운 심경, 박근혜 씨의 안타까운 옥중 생활, 류석춘 위원장의 아버지까지 이어진 채널A의 진행은 갈피조차 잡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객관적 정보보다는 채널A가 상상하는 ‘친박 인사’들의 심경과 박근혜 씨의 옥중심경이 방송의 대부분을 채웠고 맥락도 없이 류 위원장 부친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죠.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전할 수는 있으나 무려 이틀간이나 장시간 이런 방식으로 다뤘어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식이 있었다는 사실과 류 위원장이 내쫓겼다는 것을 보도하기는 했지만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26), MBN <뉴스BIG5>(10/26)은 추도식 상황을 간단히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해당 사안을 다루는 시간도 채 2분을 넘기지 않았죠. 이는 26일 하루에만 총 16분, 특히 류석춘 위원장의 심경만 7분을 다룬 채널A와 비교가 불가한 수준입니다. 
채널A의 이런 행태는 객관성이 떨어지고 특정 정치세력을 일방적으로 두둔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정치혐오를 조장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읍참마속으로 박 전 대통령에 탈당 권유한 류석춘 위원장’의 대립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리면서 다시 박근혜 씨를 향한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는 방송 구성은 가히 ‘가십’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 모니터 대상 : 10월 26~27일 채널A <정치데스크>,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MBN <뉴스BIG5>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monitor_20171101_556.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