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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이 부친 살해 보도, 채널A의 집요한 ‘게임 탓’
등록 2017.11.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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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 부친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허 모 씨는 체포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직 구체적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허 씨는 범행 일주일 전 용인지역 고급 주택가를 둘러보았고, 나흘 전에는 휴대전화로 ‘가스통’, ‘고급빌라’ 등의 단어를, 범행 직후에는 ‘살인’, ‘사건사고’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고 합니다. 허 씨는 앞서 경찰조사에서는 사채로 매월 200만~300만원의 이자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고요. 범행 전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대출 상환을 독촉하는 내용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황상 부유층을 상대로 한 계획범죄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현재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은 게임과 관련된 범죄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허 씨가 엔씨소프트 대표게임인 ‘리니지’ 아이템을 거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 내역이 지난해 9월 이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허 씨가 윤송이 사장 부친과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경찰이 이러한 발표를 내놓은 30일 이후에는 언론도 ‘게임’이 범행 동기라는 점을 내세워 게임 그 자체를 ‘만악의 근원’으로 치부하는 보도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심증’ 앞세워 게임과 범죄 관련성 부각 
그런데 이런 상황이 채널A는 못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채널A는 허 씨가 구속된 지난 29일 이미 게임과 범죄의 관련성을 부각한 보도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오늘 구속…계획범죄 가능성 수사>(10/29 https://goo.gl/zhBL7G)의 앵커 멘트는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 살해 피의자가 오늘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피의자 허모 씨가 엔씨소프트가 만든 온라인 게임에 쓰이는 고가의 아이템을 구입하려 했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입니다. MBN은 앵커가 발언하는 사이 화면 배경에 게임 플레이 장면을 띄우고 있기도 합니다.

 

또 김남준 기자 역시 리포트에서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입니다. 지난해 9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에 쓰이는 아이템을 사겠다며 만날 장소와 연락처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적힌 휴대전화 번호는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 살해 피의자 허 모 씨의 것과 일치합니다. 이 아이템은 거래 가격이 수백만 원에 이릅니다”라는 설명을 쏟아냈는데요. 이런 기자 멘트가 나오는 사이 자료화면은 게임 거래사이트의 게시글과 ‘리니지’라는 글자를 부각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후 보도는 경찰이 “허 씨가 고가의 아이템을 사려 한 점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수사 중”이고 “게임 접속 내역을 파악하려고 통신 영장도 신청할 계획”이라는 점 등을 전하며 마무리됩니다. 


채널A가 보도 후반부에 언급했듯, 이러한 보도가 나올 시점 경찰이 허 씨 인터넷 게임 접속기록을 조사하기 위해 통신 영장을 신청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건 피해자의 신분을 감안하면, 살해동기를 밝혀야 할 경찰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통신 영장을 신청했을 뿐 게임이 범행 동기와 연관이 되어있다는 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허 씨가 고가의 아이템을 구입하려 했다’는 점을 지나치게 부각하여 보도하는 것이 적절한 행태인지는 의문입니다. 그간 언론은 강력 범죄 피의자가 평소 즐겨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양 보도해 편견을 확대 재생산해온 바 있는데요. 채널A는 이런 기존 보도 관행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답습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발표 이후에도 게임에 집착
채널A는 30일에도 관련 보도에서 똑같은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채널A는 30일 두 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먼저 <살해 전…고급빌라․가스총 검색>(10/30 https://goo.gl/2Fxh1y)에서는 경찰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발표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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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성이 낮다는 경찰 발표 이후에도 온라인 게임 탓에 매진한 채널A(10/30)

 

문제는 이어지는 <온라인 게임 때문에 사채?>(10/30 https://goo.gl/FqN5Jg) 보도인데요. 제목 뿐 아니라 앵커 멘트도 “이번 사건은 빚 독촉에 시달려 온 피의자 허 씨가 돈을 노린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허 씨가 고가의 리니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리니지 게임 피해자의 딸과 사위가 이끄는 회사”입니다. 


이민형 기자 역시 리포트가 시작되자마자 “엔씨소프트의 간판게임 리니지는 사냥과 전투를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캐릭터 레벨을 높이려면 무기나 갑옷 같은 아이템이 필요한데, 희귀 아이템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보통 현금으로 거래합니다. ‘집행검’이라는 무기 아이템은 매매가가 천만 원이 넘습니다”라는 설명을 쏟아냈는데요. 이 뒤에는 아이템 거래 중개업체 관계자의 “게임 상에서 만나서 교환을 통해서 아이템을 줍니다.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습니다 계좌를 등록해서”라는 인터뷰 발언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내용 역시 “희귀 아이템을 가진 캐릭터는 최대 수천만 원씩 받고 통째로 넘기는 일도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과시할 아이템과 캐릭터를 사느라 무리한 지출을 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습니다. 피의자 허 씨도 수백만 원 대 무기 아이템을 사려 했고, 자신의 리니지 캐릭터 계정을 팔려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무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지난 6월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리니지를 출시했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TV광고에 직접 출연했습니다”입니다.

 

이 보도를 보면 허 씨의 부채는 모두 특정 게임과 이 게임의 아이템 거래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모두 MBN의 일방적인 추정일 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MBN은 경찰이 게임 관련 범행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별도의 보도까지 만들어가며 게임과의 관련성을 부각한 것이지요. 기자가 게임 혹은 게임 아이템 거래 문화에 대한 혐오감이나 편견을 지녔거나, 경찰의 발표 이전에 이미 만들어놓은 기사 아이템을 버리기 아까워 그냥 내보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지경입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경찰 주장 받아쓰거나 최소한만 언급
그렇다면 같은 날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는 어땠을까요? 


우선 MBN은 <부유층 주거지 답사>(10/30 https://goo.gl/KLFfeF)에서 “윤송이 사장의 회사 엔씨소프트의 게임 아이템을 거래한 내용은 지난해 9월 이후 발견되지 않아 이와 관련된 범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했고요. 


JTBC <범행 전 ‘고급주택․가스총’ 검색>(10/30 https://goo.gl/rT8H5m)은 보도 말미 “경찰이 허씨가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 아이템을 거래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입니다. 


TV조선 <‘가스총․고급빌라’ 검색…계획범죄 정황>(10/30 https://goo.gl/ZDGCRf)은 “허씨는 빚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진술하지 않고 있습니다. 리니지 게임 아이템 거래 사실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라고만 말했습니다. KBS <범행 전 ‘가스총’ 검색․고급 주택 답사>(10/30 https://goo.gl/oceVy4)와 SBS <범행 전에 ‘고급주택․가스총’ 검색>(10/30 https://goo.gl/gFSr18)에는 아예 게임 관련 언급이 나오지 않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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