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국정원의 보수단체와 기업체의 금전지원을 보도하지 않은 동아와 중앙
등록 2017.10.25 12:44
조회 326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23일 지난 정부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국정원이 검찰과 언론에 개입한 사실 △보수단체와 기업체의 금전지원을 주선한 사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식 의혹을 보고받은 사실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여부 등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개입한 사실은 이전에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이 주장하는 등 의혹만 무성했으나 국가기관에 의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당시 수사에 대한 의혹제기를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명목으로 고대영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200만원이 건네졌다는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한 건씩만 보도한 조중동, 7건을 보도한 한겨레

충격적인 내용이 이어졌지만, 관련 내용을 충실히 보도한 곳은 한겨레뿐이었습니다. 조중동은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 내용을 각각 1건씩만 보도했는데요. 해당 이슈를 1면에 배치한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와 달리, 1면에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각각 조선일보는 5면, 중앙일보는 8면, 동아일보는 10면에 보도했는데요. 1면 보도와 사설 보도를 제외하고도 3면 전체와 4면을 할애해 구체적으로 보도한 한겨레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한국일보도 1면과 6면을 사용해 2건을 보도했고요. 경향신문도 1면과 3면을 사용해 6건을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4건

1건

1건

1건

7건

2건

1,3면

10면

5면

8면

1,3,4,23면

1,6면

△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 자료 관련 매체별 보도 건수 및 보도 위치 (10/24) ⓒ민주언론시민연합

 

국정원의 언론 개입을 ‘없다’고 보도한 조선과 동아

국정원은 2009년 4월 21일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측근이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시계 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전해 국정원의 검찰 수사 개입 의혹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당시 KBS에서 ‘명품시계 수수’ 기사를 최초 보도했고 SBS에서 ‘논두렁 투기’ 기사를 최초 보도했기에 이와 관련한 개입 여부를 살펴보았으나 이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국정원 직원 4명이 SBS사장과 접촉해 수사 상황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고대영 KBS 보도국장에게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기사를 보도하지 않을 것을 명목으로 200만원을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언론개입은 있었다고 봐야 할 텐데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국정원이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수사에 개입하려 한 사실

O

O

O

O

O

O

KBS와 SBS에 국정원이 보도 개입을 한 사실

O

X

X

O

O

O

보수단체와 기업을 서로 짝을 맺어 후원하도록 도운 사실

O

X

O

X

O

O

채동욱 전 검찰청장의 혼외자식 의혹을 보고받은 사실

O

O

O

O

O

O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여부

X

X

O

X

O

X

△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 자료 관련 매체별 내용 보도 여부 (10/24)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RCS, 민간인 사찰 없었다”>(10/24 박국희 기자 https://bit.ly/2xiPQAc)에서 개혁위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에게 언급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이 간부의 언급 이외에 (국정원이) 언론 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정원 전체 전산 자료 및 문서 검색 결과, ‘피아제’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1건(검찰 수사 진행 관련)이 발견 됐고,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만 전했습니다. 이 외에 각 방송사에 국정원 직원이 접근하고 개입한 사실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도 <“노무현 명품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10/24 황인찬 기자 https://bit.ly/2ivE2b6)에서 “그러나 개혁위는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 문건 및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해당 간부의 언급 외에 ‘명품시계 수수’ 및 ‘논두렁 투기’ 사실에 대한 언론 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면서 “다만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기사를 최초 보도한 SBS 기자에게 ‘논두렁 투기 관련 내용은 검찰에서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국정원 발표에서도 해당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국정원의 보도 개입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와 연결된 지점에서 실제 각 방송사에 보도개입을 시도한 사실과, 그 명목으로 현금을 집행해 뇌물 수수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었기에 ‘언론개입은 없었다’고만 보도할 수 없습니다.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 보도하지 않은 곳은 동아와 중앙

이날 국정원에선 청와대 지시로 특정 보수단체들을 지원해줬고, 그 지원 방식으로 기업체와 서로 짝을 지어주는 ‘매칭’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MB시절 국정원이 연예인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으면서 동시에 보수단체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지원했다는 걸 밝혔는데요.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각각 <삼성-자유청년연합, 현대차-종북척결단 ‘짝’지어 극우 지원>(10/24 김태규 기자 https://bit.ly/2yKx3Rk) <MB청와대, 기업과 ‘짝’지어 우파단체 자금 지원>(10/24 김재중 기자 https://bit.ly/2yFF8Yk) <‘좌파 대항 활동’ 따라 5등급 나눠 2010년에만 18개 보수단체에 32억 지원>(10/24 권경성 기자 https://bit.ly/2y1PUDU)보도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RCS, 민간인 사찰 없었다”>보도 말미에 “개혁위는 또 국정원이 2009~2012년까지 청와대 요청에 따라 보수 성향 시민 단체와 인터넷 매체 등에 공기업․전경련․대기업으로 하여금 활동 자금을 지원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고 연결해주는 ‘보수단체․기업체 금전 지원 주선 사업’을 벌인 것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해당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선 해당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RCS 민간인 사찰 없었다’ 강조한 조선

국정원이 발표한 내용 가운데 조선일보와 한겨레만 제대로 보도한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RCS 해킹 프로그램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관한 조사 결과였습니다. 개혁위는 조사 결과 정보수집은 있었지만, 직무수행 목적이라 판단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RCS, 민간인 사찰 없었다”>보도에서 “지난 2015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국정원이 RCS 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 논란 과정에서 RCS를 운용하던 실무자가 자살하기도 했다”면서 사찰 의혹에 대해선 “정치개입․민간인 사찰 등 불법 목적의 정보 수집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일각에서 제기된 타살 의혹에 대해서도 “RCS 도입․운용 실무자로서 억울함과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책임감을 느끼던 중 심적 중압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 파악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조선일보 외엔 한겨레만이 보도했는데요. 한겨레는 <“해킹프로그램 RCS 활용 민간인 사찰은 없어”>(10/24 정유경 기자 https://bit.ly/2yMKroq)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비중의 차이는 있었지만 6개 신문사 모두 언급한 내용도 있었는데요. 국정원이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수사에 개입하려 한 의혹과 국정원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보고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6개 신문사 모두 언급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2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1025_54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