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김경민 KBS 이사 사퇴, ‘정권 실세 개입설’ 급조한 MBC구 여권 추천 인사인 김경민 KBS 이사(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1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김 이사는 다른 구 여권 추천 인사들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를 비호해 온 인물로, 최근에는 김 이사가 운영하는 포럼에서 박영환 KBS 광주총국장이 고액의 자문료를 수십 차례 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나가야 할 사람이 나간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MBC가 가만 있었을리는 없겠지요. MBC는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이 소식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했는데요. 이 <김경민 이사 사퇴…“정권 실세 개입 의혹”>(10/11 https://goo.gl/Gi5A5Q) 보도는 김 이사의 사퇴가 노조와 정권의 부당한 압박에 따른 결과인양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보도는 앵커가 “오늘 KBS의 김경민 이사가 오늘 돌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KBS 내부에서는 정권 실세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습니다”라고 말하며 시작되는데요. 이 보도 어디에도 이러한 의혹에 대한 근거는 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사퇴촉구 이유 소개 없이 노조의 사퇴 촉구 행보만 부각
보도를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앞에 지적한대로 이 보도에 등장하는 주장은 크게 두 가지 인데요. 먼저 등장하는 것은 ‘노조 압박설’입니다. 백연상 기자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 KBS본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김 교수가 근무하는 한양대학교까지 찾아가 사퇴 요구 집회”를 열었고 “이에 김 교수는 당시 고통을 호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뒤에는 김 이사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대학 캠퍼스에까지 와서 이러는 거는 대단히 부당한 그리고 상식을 넘는 침해 행위”라는 발언이 연달아 소개되었습니다.
노조 조합원들의 사퇴 촉구 집회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전하는 것도 빠지지 않았는데요. 이때 자막은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 대학까지 찾아가 사퇴요구”입니다. 반면 김 이사가 어떤 인물인지, 대체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왜 대학까지 찾아가 사퇴를 촉구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도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한양대' 접점 하나로 ‘개입 의혹 일파만파’ 운운
△ 근거 없는 ‘정권 실세 개입설’을 부각해 전달한 MBC(10/11)
여기에 이어 대신 등장하는 것은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 작용설’입니다. 백 기자는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KBS노동조합”의 “김 교수의 사퇴는 민주당 언론장악문건대로 진행된 결과” “한양대 출신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소개하며 보도를 마무리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자료화면을 통해 임 실장과 추 대표의 모습을 10초 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KBS노동조합’이 그저 한양대라는 단 하나의 접점으로 망상을 펼치니, MBC는 이를 합리적인 의혹 제기라도 되는 양 받아 쓴 꼴이지요. 한심한 것을 넘어 구질구질해 보이네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