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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 조작’ 황당주장, 검증 아닌 ‘유포’에 집중한 MBC
등록 2017.10.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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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연장 결정 절차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 8일, 2012년 박근혜 불법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신혜원이라는 인물과 신 씨가 소속된 대한애국당에 의해 ‘태블릿PC 조작설’이 또 다시 제기되었습니다. 신 씨는 검찰에 제출된 ‘최순실 태블릿PC’가 실제로는 최순실 씨의 것이 아니라 대선 기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할 당시 자신이 사용하던 것이며, 최 씨가 수정한 것으로 알려진 드레스텐 선언 연설문 등의 문서는 한글 파일이 아닌 그림 파일이었기에 ‘애초 수정이 불가능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박근혜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검찰의 ‘태블릿PC 포렌식 보고서’에도 태블릿PC에 GIF 파일이 있다는 사실이 적혀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검찰은 이미 태블릿PC의 사용자가 최순실 씨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태블릿PC의 GPS 서비스 이용 기록과 최순실 씨의 실제 이동 동선이 일치하며, △태블릿PC 내에 정호성 전 비서관과 최순실 씨 등만 접속 가능했던 지메일 개정 접속 기록이 존재하고 △태블릿PC로 직접 촬영해 저장된 사진 폴더에 최 씨의 셀카 사진, 최 씨의 조카 가족 사진, 박근혜 씨의 비공개 휴가 사진 등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측근들의 증언도 태블릿PC의 실제 사용자가 최순실 씨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호성 전 비서관은 자신의 재판에서 태블릿PC에서 발견된 47건의 유출 문건에 대해 ‘최순실씨에게 보내준 것이 맞다’고 증언했습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근 박근혜 재판에서 2012년 최 씨가 흰색 태블릿PC를 가지고 있는 것을 직접 봤고, 이듬해에는 최 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태블릿PC를 당신이 만들어줬냐고 질문하기도 했다며 이 때문에 자신은 최순실 씨를 태블릿PC의 실사용자로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무엇보다 신혜원 씨 등은 ‘그림 파일이라 수정 불가’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드레스덴 연설문 등은 이미지파일인 GIF 파일 뿐 아니라 문서 파일로도 저장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KBS․SBS․채널A는 미보도, 팩트체크 보도는 JTBC만 
그렇다면 신혜원 씨와 대한애국당이 유포하고 있는 이런 황당한 허위주장을, 방송사들은 어떻게 전했을까요? 보도 유형은 크게 △미보도 △팩트체크 보도 △받아쓰기 보도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신혜원, ‘최순실 타블렛 PC 조작’ 주장(10/8)

X

X

X

박근혜 구속 연장 논의

(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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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 ‘타블릿PC 조작’ 주장과 박근혜 구속 연장 논의 이슈에 대한 보도 여부(10/8~9)ⓒ민주언론시민연합


먼저 미보도를 선택한 방송사는 KBS와 SBS, 채널A였습니다. 

 

팩트체크 포함한 반박보도를 한 방송사는 JTBC였습니다. JTBC는 9일 하루에만 무려 7건의 보도를 내놨는데요. 신 씨 등의 주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그 의도를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중 <태블릿 보도 1년…‘조작 주장’ 반복하는 그들>(10/9 https://goo.gl/R5kg75)에서는 아예 이들이 국정농단 사건의 첫 물증을 부인하기 위해 “허위주장을 앞세워서 마지막으로 여론전을 펴고 또 그렇게 해서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MBC는 신 씨 주장 유포에 총력 기울여
MBC와 TV조선, MBN은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해당 이슈를 ‘정치권의 갑론을박 사안’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MBC입니다. 우선 기자회견 당일인 8일 MBC가 내놓은 <“태블릿PC는 내가 사용”…특검 요구>(10/8 https://goo.gl/o7EvUp)는 총 1분43초짜리 보도인데요. 신혜원 씨의 주장을 소개한 시간만 1분21초에 달합니다. 보도 말미 남은 20여초 동안에는 신 씨 주장이 지닌 ‘핵심 문제점’을 짚는 대신 “태블릿PC를 폐기했다고 신 씨에게 말했다는 김모 행정관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태블릿PC를 개통했던 다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최근 법정에서, 자신이 개통한 태블릿PC를 최순실이 사용한 것이 맞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라는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MBC가 다음날 내놓은 <‘진실공방’ 재연되나?…“특검․국정조사”>(10/9 https://goo.gl/4Yn1dK) 역시 다른 무엇보다 신 씨의 주장을 ‘유포’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총 2분12초짜리 보도에서 앵커 멘트를 포함해 초반 1분30초가량을 신 씨의 주장을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있는데요. 신 씨의 발언은 자료화면과 함께 무려 두 차례나 직접 인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MBC는 전날 자료화면으로 이미 소개한 기자회견 당시 신 씨의 발언 장면을 굳이 ‘재탕’하여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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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월 8일 신혜원 주장 관련 보도(위)와 10월 9일 신혜원 주장 관련 보도(아래)에 사용된 자료화면 비교(10/8~9) ⓒ민주언론시민연합


신 씨의 주장 뒤에 덧붙여 놓은 설명 역시 “태블릿PC에서는 신 씨와 함께 캠프에서 일한 동료 사진 수십 장도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태블릿PC 자체가 아닌 태블릿PC에서 발견된 문서 200건 가운데 3건만 재판부에 증거로 냈습니다. 검찰은 태블릿PC에 담긴 1900여 장의 사진 중 최 씨 사진이 2종류 나온 점, 통신사 로밍 안내 문자와 최 씨의 동선이 같다는 정황을 들어 최 씨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인데요.

 

태블릿PC 내 수 많은 문서와 사진 중 최 씨와 관련된 것이 극히 적다는 점을 숫자를 들어가며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는 사실상 신 씨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설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설명은 사진 파일 1900여장에는 자동 저장되는 그림이나 사진,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태블릿PC의 실소유주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태블릿PC로 직접 촬영해 저장된 사진 폴더 내 사진자료를 봐야 하고, 이 폴더에서 확인 된 최 씨 사진 2종류가 ‘셀카’와 ‘조카 가족 사진’ 등의 내밀한 것이었다는 ‘핵심 정보’를 누락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MBC는 신 씨 등의 주장은 이렇게 이틀 내내 받아쓴 반면, 같은 기간 ‘박근혜 구속 연장 논의’ 이슈는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친박단체 반발 앞세워 ‘샌드위치 보도’
TV조선의 <“태블릿 내 것” vs “근거 없다” 일축>(10/8 https://goo.gl/b6jVKw)은 제목만 보면 얼핏 진실공방 보도로 보이는데요. 보도의 구성을 보면 총 1분53초 중 도입부 1분가량을 신 씨 등의 주장 소개에 할애하고 있으며, 이어 25초가량은 “검찰은 신 씨가 주장하는 태블릿은 최순실 씨의 것과 다른 거라고 잘라 말합니다. ‘SNS팀 운영 방안’이라는 문서는 신 씨가 대선캠프를 떠난 2012년 12월 말 이후에 작성됐고, 최순실씨의 날짜별 국내외 이동경로와 태블릿에 저장된 위치기록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라는 검찰 주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TV조선은 이런 검찰의 반박 뒤에 다시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블릿 폭로는 내란음모였다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라며 굳이 ‘친박 단체’의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정말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보도 앞뒤에 붙여 놓고,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은 가운데에 구색맞추기식으로 끼워 넣는 ‘샌드위치 보도’인 셈입니다.

 

 

MBN은 ‘정치공방’․‘갑론을박’ 보도로 처리
MBN은 MBC와 TV조선처럼 노골적인 ‘신 씨 주장 홍보’ 보도를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태블릿 내 것”>(10/8 https://goo.gl/DfAP8i)에서는 보도 말미 기자가 “구속 시한을 앞두고 나온 ‘양심선언’에 박 전 대통령의 영장 재청구를 막기 위한 여론몰이 아니냐는 비판”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MBN은 신 씨의 주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는 대신 이를 ‘정치공방’ 혹은 ‘갑론을박’의 소재로 처리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특히 9일의 <왜 이제 와서?>(10/9 https://goo.gl/SSA2a8)에서는 내내 신 씨의 주장을 소개하다가 보도 말미 “인터넷에서는 신 씨의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과 일리가 있다는 견해가 맞서면서 하루 종일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는데요. 취재를 통한 검증 결과를 전해야 할 타이밍에 네티즌 반응을 가져다 붙이는, 인터넷매체의 어뷰징 기사 포맷을 그대로 방송 보도에 적용한 꼴입니다.

 

이어지는 <“그림 파일은 수정 불가”>(10/9 https://goo.gl/EtvPX5) 역시 “연설문은 그림 파일 형식이라 수정할 수 없다”는 신 씨의 주장에 대해 “여기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이유는 오리무중” “신 씨 주장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 공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등의 사실상 하나 마나한 설명을 덧붙여 놓고 있을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8~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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