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정호성의 충성’부터 ‘박근혜 해탈론’까지, 채널A의 ‘친박 본색’지난 18일, 국정농단의 핵심 피의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72번째 공판이 있었습니다. 이날 공판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관련 재판이었는데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비서관이 증언으로 출석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정 전 비서관은 모든 증언을 거부했고 박 전 대통령의 공모 역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증언 대신 “대통령님께서는 가족도 없고, 특별히 낙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조그만 성과가 나면 그걸 낙으로 삼고 보람 있게 생각하셨던 분”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를 듣고 있던 박 전 대통령도 눈물을 훔쳐, ‘비밀 누설’이라는 혐의 대신 피고인들의 ‘눈물’이 화제가 됐는데요.
종편 시사 프로그램은 이 이슈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채널A는 장시간 ‘정호성의 충성과 박근혜의 눈물’을 조명하면서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의 ‘옥중고’를 호소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정호성의 눈물만이 아니라 박근혜의 눈물까지
채널A <뉴스특급>(9/18)은 이날 첫 번째 키워드로 <“뇌물 결벽증 있는 분” 18년 문고리의 눈물>을 꼽았습니다. 국정농단 사범들의 재판을 전하면서 피의자를 두둔한 발언과 정호성 전 비서관의 ‘눈물’을 제목으로 뽑은 겁니다. 채널A <뉴스특급>의 방송 시간은 약 75분인데요. ‘정호성의 눈물’이라는 이 첫 번째 주제는 75분 중 무려 18분이나 차지해 무려 24% 비중을 보였습니다. 채널A가 박근혜 세력의 충성과 눈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긴 시간 동안 ‘비밀 누설’이라는 혐의 관련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눈물을 흘리면서 동정심을 자극하는 것이고 재판부 입장에서는 증거가 여러 개가 있으면 가장 믿을 수 없는 증거를 증언으로 본다”, “(증인들이) 거기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등 노영희‧박지훈 두 변호사의 법률적 판단이 간간히 나왔을 뿐입니다. 다른 패널의 관심은 혐의점이 아니었습니다. 채널A는 방송 내내 “문건 유출, 박의 정성 보여줘”, “박, 국정에 정성 다하느라 문건 유출?”, “정호성 ‘참담하다’…유영하도 눈물 훔쳐” 등 박근혜 씨를 초정하는 사람들의 심경과 태도를 묘사하는 자막을 노출했습니다.
△ 정호성이 박근혜를 두둔하는 발언을 자막에 집중적으로 넣은 채널A <뉴스특급>(9/18) 화면 갈무리
진행자인 황수현‧김종석 앵커와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은 ‘박근혜와 정호성의 눈물’을 중심으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황수현 앵커가 “유영하 변호사도 울고 정 전 비서관도 울었는데. 그걸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이 이제 좀 덤덤한 표정으로 있다가 휴지로 눈가를 닦는 모습도 있었다라고 소문이 전해지고 있어요”라고 하자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위원은 “의원 보좌관 시절부터 아예 지금까지 한 번도 박 대통령의 애국심에 대해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공범관계라는 상황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언거부를 하고 눈물을 훔치는 그런 충심을 느껴서일까요”라고 호응했습니다. 김종석 앵커 역시 “정호성 전 비서관의 충성심은 우리가 가늠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정호성의 충성’을 강조했고 이에 이현종 씨는 “사실은 가족들도 왜 네가 모든 것을 떠안고 가려고 하느냐 이제 살아야 되지 않느냐. 사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지금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 아직까지 대출금도 못 갚고 여러 가지 생활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정말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이야기들 충성심 어린 이야기를 하면서 그 변함없는 충성심을 여전히 보여준 것”이라 평했습니다.
‘박근혜와 배롱나무’? 도대체 뭐길래…
국정농단 피의자 박근혜 씨의 재판에서 ‘충성과 눈물’을 비중있게 다룬 채널A <뉴스특급>은 급기야 ‘박근혜와 배롱나무’라는, 다소 황당한 주제까지 다뤘습니다. 이는 박근혜 씨의 ‘옥중 심경’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역시 국정농단 혐의와는 거리가 먼 이 이슈는 일요신문 <“자택에 배롱나무 심어 달라” 박 전 대통령 출소 준비중?>(9/14 https://bit.ly/2xdm14y)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최근 자택에 자신이 좋아하는 능소화와 배롱나무를 심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채널A는 이를 비중 있게 다루며 무려 9분간 대담을 나눴습니다. 즉 75분간 방송되는 채널A <뉴스특급>의 분량 중 18분은 ‘정호성의 눈물’, 9분은 ‘박근혜와 배롱나무’에 할애된 것이죠. 국정농단 피의자의 재판을 다루면서 이런 내용만을 방송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 박근혜 씨의 출소 준비 거론한 채널A <뉴스특급>(9/18) 화면 갈무리
‘능소화와 배롱나무’로 박근혜의 ‘옥중고’ 극적으로 풀어낸 채널A
채널A <뉴스특급>(9/18)이 ‘박근혜와 배롱나무’를 어떻게 다뤘는지 몇몇 사례를 보겠습니다. 김종석 앵커는 “지난주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내 1심 선고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렇게 쭉 했었는데 이현종 위원님, 그래서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그걸 준비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시면 내곡동 자택에 자신이 좋아하는 능소화와 배롱나무, 이름도 참 생소한 식물들인 것 같은데 이걸 부탁했다는 얘기가 들려와요”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박근혜 씨의 출소 가능성과 함께 앞서 살펴본 일요신문 보도를 언급한 겁니다. 이때 화면에는 “출소 준비?”라는 자막이 나오기도 했죠.
이에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박 씨의 ‘옥중고’를 구구절절하게 읊었습니다. 이 씨는 “제 개인적 경험이나 구속되신 분들 경험을 들어보면 사실 구치소나 교도소에 오래 있으면 나무 그 다음에 꽃을 굉장히 보고 싶습니다. 이게 왜 그러냐 하면 아무래도 안의 생활이 각박하고 생명에 대한 그런 것을 보고 싶은,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무나 꽃을 보지만 그게 사실은 오랫동안 구치소 생활하면 그게 굉장히 귀중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어떤 본인이 살아 있다는 느낌. 또 본인이 저런 색깔을 봄으로 해서 어떤 느끼는 안정감 이런 것들이 굉장히 강렬하거든요. 아마 제가 볼 때는 박 전 대통령도 그런 걸 좀 느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안에 들어가 보면 다 무채색입니다. 그냥 콘크리트 집의 무채색만 쭉 보다가 왜냐하면 본인이 잠깐 지금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잖아요. 물론 나중에 유죄가 선고되면 다시 들어가야겠지만. 그래도 만약에 내곡동 자택에 간다라면 그래도 본인이 좋아하는 꽃을 한번 보고 싶은 또 나무를 보고 싶은 그런 느낌 아마 그런 어떤 강렬한 욕구에서 실제로 이제 10월 16일 날 구속 만기가 되면 나올 수 있으면 아마 내곡동에 좀 그런 꽃이라도 좀 심어주면 좋겠다. 아마 그런 심정들을 좀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정을 해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히 박근혜 씨의 대변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또 나온 ‘박근혜 눈물의 가족사’, ‘박근혜 해탈론’까지 등장
이게 끝이 아닙니다. 채널A는 박근혜 씨의 ‘배롱나무 사랑’을 적극 대변하는 수준을 넘어, 어째서 배롱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서글픈 사연’까지 전했습니다. 박 씨 관련 이슈가 나오면 늘 따라붙는 ‘사모곡 사부곡 타령’입니다.
△ 박정희 전 대통령도 배롱나무를 좋아했다고 말하는 이종근 씨
채널A <뉴스특급>(9/18) 화면 갈무리
이종근 씨는 “좋아하는 어떤 식물이나 나무는 자신의 어렸을 때의 경험과 연관이 많이 되어 있어요. 배롱나무는 육영수 여사가 원래 목련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배롱나무를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참 좋아하셨어요”라며 박근혜 씨가 배롱나무를 좋아하는 연유가 육영수 여사, 박정희 전 대통령임을 밝혔습니다. 이쯤 되면 방송은 ‘국정농단 재판’과 전혀 관련이 없는 상황에 이른 겁니다. 이런 상황을 제지해야 할 진행자 김종석 앵커는 상황을 부추길 뿐이었고, 이종근 씨는 배롱나무와 불교의 해석을 덧붙이는 무리수를 던졌습니다.
이 씨는 “배롱나무나 능소화는 둘 다 찰에 많이 심어져 있는데 배롱나무는 사찰에 왜 심냐면 한번 1년 정도 자라다가 껍질이 한 번 벗겨지면 맨들맨들해지거든요. 그걸 스님들이 뭐라고 표현 하냐면 속세의 때를 한번 벗기고 이제 번뇌를 벗기고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 들어섰다. 이런 어떤 해석을 해서 사찰에 많이 심는다고 하거든요. 굳이 배롱나무를 심으려는 의미가 자신이 나와서 그런 어떤 때를 한번 벗었다 라는 의미가 아니었겠느냐라고 해석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짐짓 종교적 의미를 끌어왔으나, ‘박근혜 씨가 해탈에 이르렀고 때를 벗었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준 발언이나 다름없습니다. 김종석 앵커도 여기서는 과도하다고 여겼는지 “해몽이 너무 그런 거 아닙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 예전부터 수감 전부터 나무, 식물을 좋아했었다고 합니다”라며 급히 대담을 마무리했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는 또 음성대역으로 ‘박근혜 TV’ 자처
18일 박근혜 씨의 비밀 누설 관련 재판에서 엉뚱한 주제에 초점을 맞춘 채널A 프로그램은 비단 <뉴스특급> 뿐만이 아닙니다. 채널A의 또 다른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정치데스크>(9/18) 역시 비슷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특히 진행자 홍성규 앵커의 진행은 눈물겨울 지경입니다. 홍 앵커는 이날 재판 관련 이슈를 논하던 중 “저희가 시청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정호성 전 행정관의 오늘 법정 발언을 음성대역으로 준비해 봤는데요.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이 어땠을까요? 한번 가늠이 될까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채널A의 전매특허인 ‘음성대역’이 등장했고 “대통령께선 가족도 없으시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몰입하신 분”이라는 정 전 비서관의 호소가 자막과 함께 음성으로도 흘러나왔습니다. 이러한 ‘정호성 변론 음성대역’은 이날 방송에서 두 번이나 나왔습니다.
채널A는 최근 국정농단 재판을 다룰 때마다 피의자들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음성대역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7/4)는 블랙리스트 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윤선 씨의 남편 박성엽 씨의 최후변론을 음성대역으로 재연했고, 채널A <정치데스크>(8/14)는 가짜뉴스인 ‘박근혜 눈물의 옥중편지’도 음성대역으로 읽었으며, <정치데스크>(8/28)는 유죄를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심경’을 음성대역으로 읊었죠. ‘국정농단 피의자’들의 대표 대변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음성대역’의 사례가 유독 채널A <정치데스크>에 집중된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이 외에도 채널A <정치데스크>(9/18)에서 홍성규 앵커가 정 전 비서관의 충정 어린 ‘박근혜 무죄 주장’에 강한 호의를 보인 사례가 많습니다. 홍 앵커가 “증언은 거부했는데 저렇게 긴 소회를 밝혔단 말이죠. 저것도 증언에 준해서 참작이 됩니까?”라고 묻자 박상융 변호사는 “재판부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는데요. 그러자 홍 앵커는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시는 겁니까?”라고 재차 물었고 박 변호사는 “이미 이 문건유출이 문건내용은 외부에 나가서는 안 될 문건이거든요. 인사자료라든가 이런 건 그리고 시킨 것은 당연한 거거든요. 명확하게 증거가 드러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변론한다 하더라도 재판부에서 이 공무상 비밀누설과 관련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서 시켰다는 일종의 교사혐의에 대해서는 벗어나기가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단호히 답했습니다. 그러나 홍 앵커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법조인으로서 그렇게 예측을 하시는데 한 번 저희가 재판을 지켜보도록 하겠고요”라며 불신을 표했습니다. 정 전 비서관의 호소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홍 앵커의 기대가 거의 기원 수준으로 엿보입니다. 홍 앵커는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정호성 전 비서관, 최순실 삼자대면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등 대놓고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박근혜TV’로 활약한 채널A, 언론의 품위 지켜야
이렇듯 채널A는 9월 18일 박근혜 씨 재판을 두고 노골적인 편파 방송을 했습니다. 이렇게 박근혜 씨만 등장하면 이성을 잃는 채널A의 ‘과잉충성’은 오래된 악습입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와 <뉴스특급> 등 시사 프로그램은 지난 광복절 즈음, ‘박근혜 가짜 옥중편지’ ‘박근혜 광복절 특식’ 등 황당한 방송 내용으로 지지자들의 동정심을 호소했고, 이후에도 ‘근혜 굿즈 홍보’, ‘친박 집회 중계’ 등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반복했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니 지난 4년 간의 박근혜 정부 하에서 채널A가 보인 추태는 첨언할 필요가 없는 수준입니다.
‘정호성의 충성과 눈물’과 ‘박근혜의 옥중 심경’을 방송 내내 극적으로 묘사하고, 심지어 음성대역까지 동원해 그들의 심경을 대변한 행태는 시사 프로그램은커녕, 상식적인 일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채널A의 두 프로그램이 엄연한 보도‧시사 프로그램임을 감안하면 가히 시청자를 기만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채널A의 행태는 공중의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이 아니라 극소수의 ‘박근혜 지지자’만을 위한 ‘사영 방송’에 가깝습니다.
* 모니터 대상 : 채널A <뉴스특급> <정치데스크> 9월 18일 방송분.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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