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백남기 농민 1주기에 ‘반 사드’만 강조한 조선일보
등록 2017.09.25 20:33
조회 310

고 백남기 농민이 9월 25일로 1주기를 맞았습니다. 이에 23일엔 광화문광장에서 1주기 추모대회가 있었습니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지난해 9월 25일 숨을 거두셨습니다. 추모대회에선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유린의 현장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구호들이 나왔습니다. 경찰과 살수차가 사라진 집회는 평화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를 제외한 매체들은 이번 집회의 의미를 제대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백남기’ 사라진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0건

1건

2건

0건

6건

1건

△ 고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 관련 매체별 보도량 (9/25) ⓒ민주언론시민연합

 

25일 지면에서 이번 집회를 보도하지 않은 곳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였습니다. 동아일보도 <김순덕 칼럼/어용시민과 ‘촛불 파시즘’>(9/25 김순덕 논설주간 https://bit.ly/2wNzcwk)에서 “최소한의 농산물 가격 보장,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농정의 중심에 놓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정통성을 외면할 것”이라는 고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에서 나온 목소리를 “촛불헌법 요구까지 나왔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국일보는 집회 보도를 1건 했고, 조선일보는 2건을 보도했습니다. 관련 보도를 충실하게 내놓은 신문은 6건을 보도한 한겨레였습니다.

 

안하느니만 못한 조선일보의 집회보도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신문도 있습니다.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보다는 ‘반 사드’를 강조했습니다. 우선 1면의 <팔면봉>(9/25)에선 “유엔서 미․북 격돌한 날, 도심서 반미․반사드 집회. 여기가 한국인지, 북한인지 혼란스러운 요즘”이라며 추모대회를 비아냥거렸습니다. 이어 <이 와중에… 반사드단체 “주한미군 철수․촛불 시즌2 강행”>(9/25 김은중 기자 https://bit.ly/2fLhGON)에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백남기운동투쟁본부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는 이야기 다음에 “이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철회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유엔 총회에서 ‘말 폭탄’을 주고, 국제사회가 북핵 해결에 분주한데,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에선 반미 구호가 터져 나온 것이다”라는 평도 이어졌습니다. 

 

백남기 1.jpg

△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보도에서 ‘반사드’ 강조하고 있는 조선일보(9/25)

 

조선일보는 경찰의 국가폭력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게 된 이야기도 왜곡했습니다. “백씨는 2015년 11월 도심 폭력 집회 중 경찰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고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라고만 전했습니다. 세상 누구나 알고 있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집회가 격화되었다는 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폭력 집회’는 버젓이 강조한 것이죠. 게다가 해당 내용까지가 기사에서 나온 ‘백남기 농민’과 관련된 전부였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집회 발언만 문제 삼았습니다. 이들이 전한 것은 이재동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 부위원장, 김종경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 민주주의자주통일 대학생협의회의 발언이었습니다. 백남기 투쟁본부나 유가족의 목소리는 전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에 김영호 전농 의장의 “문 정부는 한․미 동맹의 낡은 틀로 민족 대결만 고조시키고 있다”는 발언을 전한 뒤,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해석했습니다.

 

‘달라진 경찰’만 강조한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달라진 경찰’의 모습에만 초점을 두었습니다. <시위현장 살수차․차벽 사라지고… 트랙터 행진까지 허용>(9/25 신은별 기자 https://bit.ly/2yzws2J)은 “‘인권경찰’을 향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는 탈 없이 마무리됐다”고 시작하면서 집회보다 경찰의 변화에 더 주목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권경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받아 온 경찰은 이전 정부에서와 확연히 다른 집회 대응방식을 보였다” “현장에는 살수차와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고, 투입된 최소한의 경찰력은 집회가 시민 통행과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질서 유지에 집중했다”라며 ‘경찰의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물론 고 백남기 농민이 지난 정부 경찰의 국가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만큼 경찰의 변화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당시 경찰 내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보도 말미에 최석환 백남기투쟁본부 사무국장의 “경찰과 시민 간 직접적 마찰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살수차가 희생자를 만든 만큼 법률 개정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발언과 고인의 딸 백도라지 씨의 “국가폭력에 희생된 가족으로서 경찰이 인권경찰로 거듭날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린다”는 발언을 인용했을 뿐이었습니다. 

 

가장 열심히 보도한 한겨레,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강조

한겨레는 1면 <백남기 1주기…책임자 처벌 없었다>(9/25)를 포함해 6건으로 관련 소식을 담았습니다. <‘살인 물대포’ 책임자들,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9/25 허재현 기자 https://bit.ly/2xzNZtk)는 당시 경찰 내부의 책임자들이 형사 처벌은 물론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자 백남기 농민의 가족과 농민단체 등은 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관 7명을 나흘 뒤 살인미수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한 이후 “구은수 전 서울청장, 신윤균 전 서울청 4기동단장, 살수차 운전요원 2명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만 알려졌을 뿐, 검찰이 그간 수사를 어떻게 해왔는지, 기소 여부는 왜 판단하지 않고 있는지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을 잘 정리했습니다.


추모대회를 보도한 <1주기 추모대회 살수차․차벽 사라져>(9/25 김양진 기자 https://bit.ly/2xqbaXB)에서도 투쟁본부의 “(백 농민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정부의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다시는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 일어나선 안된다.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추모대회를 열게 됐다”는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 의견은 사설에서도 이어졌는데요. 한겨레 <사설/백남기 농민 1주기…국가폭력 없는 세상 만들어야>(9/25 https://bit.ly/2hsHoaI)는 “백남기 농민 사건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국가폭력의 전형적인 사례다”면서 “그러나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 뒤인 지난 6월 서울대병원이 고인의 사인을 ‘외인사’로 바로잡고, 사망 1년이 다 된 지난 19일 정부가 공식 사과한 것이 전부였다” “유가족은 당시 진압에 관여했던 경찰관 7명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사이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아무런 사과도 없이 퇴임했고, 다른 경찰관들은 내부징계도 받지 않고 현직을 지키고 있다”며 “이렇게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유가족이 경찰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정리했습니다.


한겨레는 백남기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 씨의 인터뷰를 담은 <“경찰청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 받을 수 없었다”>(9/25 신지민 기자 https://bit.ly/2htcter)보도와 극우 사이트에서 논란을 만들었던 ‘빨간 우의’의 주인공을 인터뷰한 <가해자 몰렸던 ‘빨간 우의’…“극악한 시나리오에서 빠져나와”>(9/25 신지민 기자 https://bit.ly/2y1Mplh)보도를 통해 백남기 농민과 관련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습니다. 


고 백남기 농민은 지난 정권 인권유린의 상징이고 국가폭력의 희생자였습니다. ‘허울뿐인 사과’로 사안이 덮어져서는 안 될 중대한 사안임에도,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매체들의 무관심과 왜곡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2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925_48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