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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나체’․‘성노예’ TV조선․MBN ‘재승인 콤비’의 도 넘은 선정보도
등록 2017.09.25 19:06
조회 1341

지난 3월, TV조선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으면서, 2017년의 승인조건 이행실적 점검을 받기로 되어있습니다. MBN은 오는 11월 재승인 심사가 예정되어 있지요. 그러나 어쩐 일인지 ‘선정적 소재를 보다 선정적으로 가공해 보도’하는 TV조선과 MBN의 행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보도 제목에 ‘20대 여성 알몸’ 키워드 꼭 넣어
이를테면 지난 19일 청주의 한 하천 둑 인근 풀숲에서 20대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소식을 전하며 TV조선은 굳이 <하천둑에서 20대 여성 알몸 시신>(9/19 https://goo.gl/mQLhYs)이라는 보도 제목을 붙였습니다. 리포트 내에서도 “20대 여성이 나체 상태로 숨진 채 발견” “A씨 시신은 나체상태”임을 반복하여 전하고 있습니다. 이후 해당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전한 보도의 제목은 ‘다행히도’ <“내 험담하고 다녀서”…피의자 체포>(9/20 https://goo.gl/Bi2UDG)입니다. 그러나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여전히 <“왜 험담해”…알고 지내던 20대 여성 살해·알몸 유기>입니다. 


MBN도 비슷합니다. 19일 시신 발견 당시 MBN의 관련 보도 제목은 <하천서 나체 시신>(9/19 https://goo.gl/H4L6Ht)이고, 살해범 검거 소식을 전한 보도 제목은 <“험담하고 다녀서”>(9/20 https://goo.gl/mDXKnN)였습니다. 두 보도의 인터넷 판 제목은 모두 <청주 하천서 나체 여성 시신 발견…‘타살 흔적’> <“험담하고 다녀서”…나체 여성 살해 용의자 ‘범행 인정’>입니다. MBN은 심지어 21일에도 <“자매처럼 지냈는데”>(9/21 https://goo.gl/S4WSZC)라는 제목의 후속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여기에서는 이 사건을 아예 “20대 여성 나체 살인 사건”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어땠을까요? 우선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이틀 혹은 사흘간 연속으로 전한 방송사 자체가 없습니다. JTBC와 채널A는 범인 검거 이후 관련 보도를 내놓기는 했는데요. 채널A의 관련 보도 제목은 <“험담해서” 들깨밭 살해범 검거>입니다. 온라인판도 똑같습니다. JTBC는 사건사고보도를 모아놓은 <뉴스브리핑>의 두 번째 꼭지로 이 소식을 전했는데요. 해당 꼭지의 제목은 <“내 험담해서…” 청주 여성 살해범 자백>(9/20)입니다. 방송 제목이나 온라인판 제목 어디에서 ‘나체’ ‘알몸’등의 키워드를 넣지 않았던 것이죠. 이렇게만 해도 시청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이 보도에서 또 하나 짚어볼 것은 “험담하고 다녀서”라는 범인의 일방적 살해 동기를 전하는 것이 적절한가입니다. “험담해서”라는 표현은 TV조선, MBN, 채널A, JTBC 모두 제목에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범죄행위에 있어서 용의자가 주장하는 범죄 동기를 주로 부각하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매우 화가 나는 일입니다. 특히 검거되자마자 용의자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한마디로 검거된 용의자의 범죄 동기를 여과없이 전하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하고 기가 막힐 일이며, 자칫 2차 가해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전에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흔히 나오던 것이 “여성이 너무 예뻐서”, “짧은 옷을 입어서”라는 용의자의 발언이었습니다. 한때는 이런 발언을 기사화하고 제목으로도 뽑는 기가 막힌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 언론은 그런 수준의 보도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번 사건에 있어서 “험담하고 다녀서”라는 용의자 발언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대부분 ‘사람을 험담했다고 죽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용의자 발언은 묵살하고 아예 부각하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마약 거래 실상’ 보도도 꼭 닮아  
TV조선과 MBN은 마약 범죄를 소재로 삼은 보도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을 공유했습니다. 


먼저 TV조선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자 곧바로 마약 거래 실태를 다룬 <‘즉석만남’ 채팅앱 마약 거래까지>(9/18 https://goo.gl/zBxNS7), <속옷에 숨겨 통과…공항 ‘속수무책’>(9/18 https://goo.gl/6JdgGj) 등의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이에 대해 민언련은 <TV조선․MBC, ‘마약 보도’ 수준도 JTBC보다 떨어져>(9/20 https://goo.gl/1d7wyR)라는 보고서에서 마약의 은어를 직접적으로 노출하고, 마약을 얼마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지를 부각하는 이러한 보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의 “방송은 범죄의 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또는 약물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이 같은 방법이 모방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인 만큼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속옷에 숨겨 통과…공항 ‘속수무책’>이라는 문제 보도를 내놓았던 한송원 기자는 21일에는 <‘딥웹’ 마약 거래로 추방>(9/21 https://goo.gl/Dt5qdM)이라는 또 다른 ‘마약 거래’ 관련 보도에서 또다시 이전 보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보도는 “국내에서 모델로 활동한 20대 한국계 미국인이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추방”되었다며 굳이 “A씨는 인터넷 암시장으로 불리는 딥웹에서 마약을 구했”고 이 딥웹은 “네이버나 구글 같은 일반적인 검색으로는 볼 수 없고, ‘**’ 같은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노출했고요. “A씨는 해외 판매상에게 **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냈”다는 거래방법까지 소개했습니다.

 

또한 딥웹은 “여러 번 우회 접속하기 때문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수사 당국은 일반 인터넷 마약 거래는 24시간 감시하지만, 딥웹 감시 장치는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거나 “비트코인 계좌는 일반 계좌와 다르게 일회성이고 조합도 복잡해 추적이 어렵”다는 점도 반복해 전했습니다.

 

이 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약 구매가 너무 쉽다’는 문제점만을 전하던 보도와는 달리, “딥웹이나 비트코인 거래 같은 새로운 마약 거래 경로 차단이 시급합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어 있긴 하지만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모방에 대한 동기유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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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판다는 사람들이 올린 ‘판매 루트를 알려주는 홍보 게시물’ 영상을 보도 자료화면으로 그대로 사용한 MBN(9/21)


TV조선의 이러한 보도에 자극이라도 받았던 것인지, MBN도 질세라 <클릭 몇 번 만에>(9/21 https://goo.gl/3JG8w4)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MBN은 마약의 은어를 자료화면서 기자 멘트를 통해 모두 노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예 “누군가 흰 가루를 꺼내 유리통 안에 넣고 끓이더니 마치 담배를 피우듯 연기를 뿜어냅니다. 다른 영상에서는 흰 마약 가루를 끓이는 장면과 함께 SNS 계정이 표시됩니다”라며 “마약을 판다는 사람들이 판매 루트를 알려주는 홍보 게시물”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MBN은 “판매자는 비로소 필로폰을 0.5그램에 **만 원, 1그램에 **만 원에 판다고 거래를 제시합니다”라며 ‘거래 가격’에 대한 정보를 주는가 하면, “돈과 물건을 각각 다른 곳에 놓은 뒤 서로 찾아가는 '던지기' 방식을 사용”했다며 ‘거래 방식’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북한 성노예’ 보도까지
그렇다고 이 재승인 콤비가 언제나 같은 이슈만 다루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MBN은 <신종 도박의 덫>(9/20 https://goo.gl/DAxvJ4)이라는 보도를 통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종 도박’의 실태를 전했는데요. 해당 도박의 명칭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대다수는 하는 것 같아요. 10명 중의 8명은 알고요. 열에 다섯은 하는 거 같아요”라는 고등학생의 인터뷰,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학생이라서 안 되고 그런 거는 없습니다. 상관없어요. 입금만 확인되면 돼요”라는 발언을 붙여 놓고 있어 사실상 홍보 영상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TV조선은 ‘전공’을 살려 ‘북한 김정은’과 ‘성 노예’라는 키워드를 접목한 <“10대 여학생 성노예로 차출”>(9/21 https://goo.gl/vSP656)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영국 타블로이드매체 ‘Mirror’의 <Inside Kim Jong-Un's feared inner-circle: North Korean despot has teenage sex slaves plucked from school, enjoys £1,000 a-time lunches and forces upper class elite to watch horrific executions>(9/19 https://goo.gl/Mk6hbR)를 전한 보도로 이날 9번째로 주요하게 배치했습니다.

 

TV조선은 이 보도를 김인식 KAI 부사장의 자살 소식이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퇴진 등의 이슈는 물론이고, “보건당국이 맥도날드 매장에 위생 점검을 나오면 식중독균을 찾아낼 수 없도록 햄버거에 소독제를 뿌려 내놓는다는 제보”를 담은 자사 단독 보도 <“단속 나오면 소독약 부어”>보다도 앞에 배치했습니다. 심지어 TV조선은 이날 공개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서명한 ‘2012년 사이버 심리전 작전지침’ 문건 보도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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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10대 여학생 성노예로 차출”> 보도 자료화면 갈무리(9/21)

 

이렇게 주요하게 배치된 <“10대 여학생 성노예로 차출”>의 내용은 사실인지 확인조차 불가능한 폭로성 내용이었는데요. “북한 김정은이 10대 여학생들을 성 노예로 차출”했으며 “김정은의 집에서 일하게 된 이 여학생들은 김정은과 잠자리를 해야 하지만, 실수할 경우 사라진다”는 탈북자의 증언을 전했고, 여기에 “김정은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1㎏당 300만원에 달하는 제비집 수프”라고 점도 언급했습니다. 


보도는 또한 “음란 영상물 제작 혐의로 모란봉 악단 단원들이 처형되는 광경”이라며 참혹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하고 자막으로까지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물론 TV조선은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알려 북한 내 인권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 이런 충격적 발언까지 여과 없이 전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목적이 좋다 하더라도 이처럼 지나치게 충격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탈북자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게다가 실제로는 TV조선이 정말 북한 인권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TV조선은 같은 날 <800만 불 결정…야 반발>(9/21 https://goo.gl/HhwBhX)에서 정부가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야당은 끊임없이 핵 도발 하는 북한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고, 일본 정부도 ‘국제 제재를 해친다’고 비판했”다로 시작해서요. “국제사회 일각에서도 김정은이 민생에 써야 할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로 끝납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조차 ‘비판적 시선’으로 가득차서 반대의 목소리만 부각한 보도를 내놓으면서, 북한 인권을 말하는 것은 정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솔직히 북한 관련 뉴스, 특히 선정적 뉴스를 상업적 이익을 위해서 한껏 이용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2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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