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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진 TV조선의 ‘남북 대화 혐오증’
등록 2017.09.06 22:49
조회 285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TV조선의 ‘남북 대화 혐오증’이 또 다시 도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증세를 악화시킨 것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었습니다. 이날 추 대표는 “우리 정부는 북·미 간 대화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중재해야 하고 끊어진 남북 대화의 채널을 가동시키기 위한 전 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 미국에 동시 특사 파견을 제안했습니다. “여든 야든 한반도 문제는 대화와 평화 이외에 선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군사역량 강화’라는 맞대응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원론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원책 앵커, 추미애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닐까? 
이 주장이 ‘공포의 균형’만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정답이라 굳게 믿고 있는 TV조선의 시각에서는 대단히 ‘충격적’이었던 모양입니다. TV조선은 먼저 해당 발언이 나온 4일 <‘대화 12번 언급’…야 ‘반발’>(9/4 https://goo.gl/KV8JtJ)에서 “추 대표는 ‘대화’를 12번 언급했고, ‘규탄’은 1번 말했”다고 전했고요. 이에 대한 야권 의원들의 ‘맹비난’을 소개했습니다. 


<‘북핵 저지’ 대응책은?>(9/4 https://goo.gl/2sLrp3)에서는 전원책 앵커의 ‘북핵 문제, 대화로 해결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의 “대화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대화라는 것은 흥정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핵 보유국의 인정이고 주한미군 철수인데. 어떻게 대화하고 협상이 가능하겠습니까? 이제는 국제사회와 한 목소리를 내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 문자 그대로 과거하고는 전혀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는 답변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웠던 걸까요? TV조선 전원책 앵커는 다음날 ‘전원책의 오늘 이사람’ 코너를 통해 추미애 대표에 향해 비난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전원책의 오늘 이 사람/추미애 민주당 대표>(9/5 https://goo.gl/xFktRL)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어제 교섭단체대표 연설은 솔직히 저에겐 충격이었습니다”라는 전 앵커의 발언으로 시작됩니다. 전 앵커는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한 이튿날” 추대표가 “북한과의 대화를 12번 언급하면서 핵실험 규탄은 한 차례에 그쳤”다고 말하며 전날 보도에서처럼 추대표의 ‘대화 강조’가 마치 문제라도 되는 양 언급한 뒤, “정작 제가 놀란 건 추대표의 특사파견 주장”이라 말했는데요. “지금 우리가 미국과 북한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뭔가 중재라도 해보려는 것처럼 양쪽에 특사를 파견한다고 할 때인지, 그런 특사를 북한이 과연 받아들일 것인지. 현실과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것이지요. 


이어 전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부터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을 말하고” “더구나 우리와 미국 사이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인데 “추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김정은에게 “태도변화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며 “추대표는 정말 김정은을 모르는 걸까요? 김정은의 잔인한 심성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전원책 앵커는 마지막에 “한 말씀 드리지요 정말 평화를 원하고 대화를 원한다면 이대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북한을 압도하는 힘을 가질 때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합니다”라는 ‘공포의 균형론’으로 코너의 끝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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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남북 대화 및 특사 파견’ 제안을 <오늘 이 사람> 코너를 통해 재차 비판한 전원책 앵커(9/5)

 


정말 충격적인 것은 전원책 앵커의 무책임한 주장
현재의 북핵 위기는 대단히 위중하며, ‘대화론’을 넘어서는 정밀한 북핵 대응 외교 로드맵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하기 싫어할 것이 뻔하고’ ‘김정은은 심성이 잔인하고’ 또 ‘미국 대통령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주도적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전 앵커의 주장을 제대로 된 ‘북핵 대응 로드맵’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제재와 압박은 목적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인 만큼, 북핵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북핵 문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당사자국인 한국이, 수단과 목적을 혼동해 군사력 강화와 압박만을 외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과연 ‘마법’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될까요? TV조선 전원책 앵커는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특사를 비롯한 그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지만, ‘충격적’이라는 표현은 TV조선과 전원책 앵커의 이런 무책임한 주장에 더 어울리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4~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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