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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정상화=정권의 방송장악’이라는 조선
등록 2017.08.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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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효성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우리 방송, 특히 공영방송 쪽이 아닐까 싶다”며 이 위원장에게 “방송의 무너진 공공성과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라 당부했습니다. 또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정권의 목적에 따라 장악하고자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어떤 정권에도 좌우되지 않는 정말 불편부당한 방송을 만들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화답을 내놓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인사청문회 등에서도 “지난 몇 년간 공영방송사의 공정성과 공익성이 지켜지지 못했다는 많은 비판이 있다”며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 검토 조사하여,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보도는 6개 일간지가 모두 내놓았는데요. 대다수 매체가 문 대통령과 이 위원장의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 그 자체를 전달하는데 집중한 반면, 조선일보는 ‘공영방송 정상화=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라는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조중동, ‘방송장악 음모’ ‘위원장 편향성’ 반발 소개
조선일보는 먼저 <문대통령 “공영 방송 참담히 무너져… 방송 장악 다시는 안돼” 야당 “언론 탄압했던 좌파정권 10년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8/9 최연진 기자 https://goo.gl/TKAfUK)에서는 제목에부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좌파정권의 언론 탄압’ 주장을 부각했습니다.


본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당 기사는 첫 단락에서부터 문 대통령의 “이제는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을 소개하고, 바로 그 뒤에 “그러자 야당들은 ‘보수 정권을 탓하기 전에 언론을 탄압했던 좌파 정권 10년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고 했다”는 구절을 덧붙이고 있는데요. 총 900여자 가량의 기사에서 440여자가 문 대통령의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발언을 옮긴 것이고, 그 외 구절은 모두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 위원장인 강효상 의원과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의 ‘좌파 정권 방송 장악이 더 심했다’는 내용입니다.


6개 일간지 중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이런 터무니없는 반박을 보도를 통해 소개한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뿐인데요. 그나마 동아일보는 기사 제목도 <문대통령 “공영방송 가장 참담하게 무너져”>(8/9 유근형․박훈상 기자 https://goo.gl/FHA8Mn) 정도이고, 야당의 반박도 기사 말미에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장인 강효상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야당은 문 대통령의 ‘공영방송 정상화’가 또 다른 방송 장악 음모라고 비판했다”고 전하는 수준입니다.

 

중앙일보의 <문 대통령 “공영방송 10년간 참담히 무너졌다”>(8/9 강태화 기자 https://goo.gl/fb2h83)의 경우 차마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받아쓸 수는 없었는지, 기사 말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출신인 이 위원장에 대해 야당은 “편향된 정파성과 언론관을 가졌다”고 비판했다“며 이 위원장의 ‘출신성분’에 대한 우려를 한 줄 덧붙이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2003년 KBS가 정권방송이었다?
이날 조선일보는 6개 일간지 중 유일하게 관련 사설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사설/새 정부부터 공영방송 장악 시도 그만두라>(8/9 https://goo.gl/nehqkA)는 제목 그대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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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 표명을 공영방송 장악으로 치부한 조선일보 사설(8/9) 


이 같은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권 당시 KBS가 “공영방송이라기보다는 정권 방송에 가까웠”다는 주장을 꺼내들었는데요.

 

그 근거로는 △“2003년 방송 경력도 없는 정연주씨가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KBS 사장에 임명”됐고 △“2003년 ‘한국사회를 말한다’라는 프로그램 등에서 북한을 넘나들며 북 체제를 옹호하던 송두율씨를 ‘민주 투사’로 미화”했으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는 1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반탄핵 방송을 하는 기록도 세웠”고 △“북한 군가의 멜로디를 배경음악으로 쓰기도 했”으며 △“2006년 KBS 직원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82%가 정 전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노무현 정부는 정 전 사장 연임을 밀어붙였”다는 것이 제시되었습니다. 


또 조선일보는 MBC에 대해서는 당시 “MBC 사장에는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이 임명”되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명박 정부로 바뀐 직후에 벌어진 광우병 파동은 전 정권에 장악됐던 MBC의 반발이라는 해석도 있었다”는 구절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언론적폐 고대영 사장과 정연주 사장 비교는 어불성설
그런데 정말 KBS는 이명박․박근혜 시기 이전,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정권 방송’이었을까요? 


우선 조선일보는 방송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정연주 사장을 ‘낙하산’인양 치부하며 문제삼고 있는데요. 공채 1기 기자로 KBS에 입사해 보도국 정치부장과 보도국장 등을 거친, 이른바 ‘방송 관련 경력’이 있던 김인규 전 KBS사장이 사실상 KBS를 망친 주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적은 옹색해 보일 뿐입니다.

 

또한 당시 KBS 직원들이 정 전 사장의 연임에 반대했던 것은 내부 개혁 의제와 관련해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를 언론적폐로 지목되어 퇴진을 요구받고 있는 지금의 고대영 사장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지요.  


다른 내용도 살펴볼까요? 2004년 KBS <미디어 포커스>의 배경 음악으로 북한 군가 적기가가 사용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외주제작사 배경음악 전담자가 해당 노래가 북한의 적기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사용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방송사고인데요. SBS의 일베 이미지 사용 사건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정권이나 방송사의 성향보다는 제작 구조상의 허점에서 기인한 단발성 사고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만약 이런 개별적 사고를 모두 방송사의 역량이 아닌 정권의 성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박근혜 정권 하에서 예능프로그램에서 일본 제국군가 ‘군함행진가’를 튼 MBC나 기미가요를 노출한 JTBC는 ‘친일 반민족 정권’의 영향을 받아 그런 짓을 한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해집니다.

 

재독사회학자이자 국가보안법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송두율 교수를 단순히 ‘북한을 넘나들며 북 체제를 옹호’한 인사로 치부하며, 유신 이래 독일에서 꾸준히 반유신독재 투쟁을 전개해온 그의 민주화 투쟁 행보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해당 KBS 보도를 ‘좌파 정권에 함락’이라도 당한 양 묘사하고 있다는 것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는 1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반탄핵 방송을 하는 기록”을 운운하며 이를 심각한 정권 편향적 방송인양 지적했는데요. 국민적 관심이 지극히 높은 사안에 대해 공영방송이 여론의 눈높이에 맞춘 보도를 내놓았다는 이유로 이를 정권 편향 방송이라 주장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실제 12년전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5%로 찬성의 갑절에 달했으니까요.

 

반면 조선일보는 헌재의 탄핵소추 선고 바로 하루 전까지 국민 10명 중 8명이 찬성했던 박근혜씨 탄핵에 대해 꾸준히 ‘탄핵 찬반 대립’ 보도를 내놓아 물타기를 시도했던 KBS나 줄창 친박 집회를 찬양했던 MBC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정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단 한 번도 내놓은 바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MBC에 대해 내놓은 지적은 더 허접해서 반박할 가치조자 없어 보이는데요. 우선 사장에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이 임명된 것이 논란이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당시 MBC의 광우병 관련 보도를 전 정권에 장악된 보도국의 문제라 주장할 근거 역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망상에 기반한 음모론을, 제대로 된 하나의 의견인양 사설에 끼워 넣는 이런 행태는  조선일보의 편향성을 증명할 뿐입니다.  

 

 

대통령도 탄핵되는 마당에 ‘무조건 임기 보장’ 억지도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해당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KBS 사장과 MBC 사장 및 이사장의 중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공영방송을 제 입맛에 맞게 장악하려”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2008년 정권 교체 후 정연주 전 사장이 임기 도중 해임되자 민주당은 ‘언론 자유에 조종이 울렸다’고 비난”하더니 “여당이 되더니 지금은 똑같이 공영방송 사장을 중도 퇴진시키려”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논리입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황당무계한 이 사설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임명도 방송 장악 시도의 일환일 것”이라며 “새 정부부터 방송 장악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는 조언으로 마무리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임기를 남겨둔 대통령조차 헌법수호의지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파면되는 나라에서, 공영방송 수호 의지가 없는 KBS 사장과 MBC 사장 및 이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들의 제작자율성 침해 실태가 드러난 현 상황에서 임기만을 내세워 자리를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원치 않는다는 주장의 또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백보 양보해 조선일보야 이런 수준 떨어지는 보도를 낼 수 있다 쳐도, 공영 방송이 지금처럼 조선일보 수준의 보도를 계속 내놓아서야 되겠습니까?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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