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국민에게 34억 소송 걸어 국가의 기강을 잡으라는 채널A
등록 2017.08.05 19:36
조회 646

3일, 채널A가 난데없이 제주 강정마을 문제에 대한 보도를 2건이나 내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 청구를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는 사면하겠다고 한 공약이 현실화될까 깊이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군대가 국가의 기강과 틀을 잡아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채널A
채널A <대통령 공약에 밀려난 ‘법치’>(8/3 김철웅 기자 https://bit.ly/2ht5e9o)에서 김승련 앵커는 문 대통령의 구상권 취하 약속에 대해 “국가의 기강과 틀을 잡으려는 군의 노력은 어떻게 되”겠냐고 비판했습니다.

 

K-004.jpg

△ 국민 압박한 해군의 소송을 ‘법치’라고 표현한 채널A(8/3)

 

어깃장은 리포트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보도는 먼저 제주에서 진행되는 평화대행진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김철웅 기자는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자 해군은 시공사에 273억 원을 물어줬”고 “34억 원은 원인을 제공한 마을 주민과 단체들이 물어내라며 구상권 청구 소송을 낸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34억 원 손해의 원인은 마을 주민과 단체’라는 해군의 일방적 입장을 마치 사실인 양 전한 겁니다.

 

K-005.jpg

△ 공사 지연의 원인이 주민에게 있다고 단정지은 채널A(8/3)

 

채널A의 본심은 다음 내용에서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구상권 철회 약속’에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는 것이죠.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의 “(시공사에) 배상해 준 돈 자체가 국민 세금이니까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면제시키는 건 성급”하다는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보도 말미에도 “공론화 과정 없이 범법 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끝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을 ‘범법자’로 규정했습니다. 


이어진 보도 채널A <“법 따랐는데…” 군 반발 풀어야>(8/3 최선 기자 https://bit.ly/2u94oEO)에서는 이 문제가 송영무 국방부장관의 선택에 달렸다고 전했는데요. 일단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제주해군기지 땅으로 강정마을을 결정했던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송 장관이 후보자 시절 구상권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처럼 묘사한 겁니다. 이어서 이처럼 말 바꾸기를 하는 장관 때문에 해군은 난처해졌다는 논리를 전개합니다. “국가기강 확립을 위해 소송을 철회할 뜻이 없”으며, “공사를 지연시킨 이들에게 국고 손실액의 책임을 묻겠다”는 해군의 입장이도 덧붙였습니다. 보도 말미에서는 “군내에선 ‘국고 손실이 분명한데 가해자는 사라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도 했습니다. 

 

손해배상‧사법처리‧구상권 청구까지… 온갖 고초 겪은 ‘강정’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를 해보지요. 채널A가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강정을 해군기지로 결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습니다. 그러니 200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되도록 주민들과 평화 환경 활동가들은 강정마을 주민의 생존권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해군기지를 반대하며 싸웠습니다.  결국 해군기지는 정부 뜻대로 건설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3월 28일 해군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개인 116명 및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구한 구상금은 34억 원에 이릅니다. 청구의 이유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지연이었습니다. 


이러한 민간에 대한 군의 소송은 이미 숱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미 반대 투쟁 과정에서 마을주민 등 700여명이 연행됐고 사법처리 건수도 480여건에 달합니다. 심지어 개인과 강정마을회가 지금까지 부담한 벌금도 3억 8천여만 원입니다. 여기에 군이 추가적으로 34억 원의 구상금을 청구한 것입니다. 군이 국민을 상대로 기싸움을 하고 ‘본때를 보이겠다’는 식의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를 방문해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은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는 사면하겠다.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연 주민이 가해자‧범법자였을까? 민주주의 입각한 시각 절실
강정주민과 활동가들을 ‘범법자’, ‘군이 기강을 잡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것도 채널A가 내면화된 공안적 사고에 철저히 갇혀 있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국가의 기강과 틀을 잡으려는 군의 노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며 대통령과 국민을 타박한 김승련 앵커의 멘트가 모든 것을 대변합니다.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을 ‘가해자’로, 해군을 ‘피해자’로 규정한 것도 상당히 뒤틀린 시각입니다. 그러나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오히려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2년 5월 30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한국정부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유엔, 정부에 강정마을 인권침해 해명 요구>(2012/09/13 최지용 기자 https://bit.ly/2wrlgmQ)는 2012년 9월 13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3명이 2012년 4월 15일부터 5월 12일까지 한 달 동안 강정마을 대부분 지역에 내려진 집회 금지 조치 등 다양한 인권침해사건들에 대해 지적하며 우려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UN이 우려를 나타낼 정도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지만 채널A는 시민들을 ‘가해자’로 단정한 겁니다. 

 

군의 목적은 국민 보호…강정마을 문제의 본질적 책임도 따져야
강정마을 사태의 구체적인 배경과 본질적 원인을 따져보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동안 시민들이 겪은 고초는 언급조차 않는 것도 심각한 왜곡입니다. 채널A가 보도하지 않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억울함은 한겨레 <“국민 의사 표현 막는 ‘본때’ 보이기 소송 금지해야”>(3/27 허호준 기자 https://bit.ly/2vvguHQ)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이번 청구에 대해 “공적인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사표시를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지는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하는데, 이번 소송이 그러한 것”이라면서 60대 후반 주민 고 아무개 씨 또한 “반대를 못 하도록 본때를 보이는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구상권 소송 자체 외에도 34억 5천만 원이라는 금액에 대한 현실적인 부담도 있습니다. 허핑턴포스트 <강정에 떨어진 34억 ‘구상권 폭탄’>(2016/4/18 https://bit.ly/2hscRx4)에서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소된 피소송인이 121명인데 34억 5천만 원을 121로 나누면 1인당 2850만 원가량 되는 돈”이라며 “이 자체로도 엄청난 액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고 부회장은 해군의 이번 구상권 청구는 민사재판이기 때문에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연리 15%의 이자가 복리로 증가”하므로 재판이 5년을 넘기면 이자가 원금보다 커져 1인당 5억 6천만 원이 부과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파산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구상권 철회 공약’이 ‘나쁜 선례’?
국민을 상대로 한 해군의 소송이 곧 ‘국강의 기강과 틀’이라 주장한 채널A.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권 철회 공약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지만 이것도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변호사회 “해군 강정마을 구상권소송은 명백한 권한남용”>(2016/6/7 박성우 기자 https://bit.ly/2vymJeF)에서 제주지방변호사회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안 방폐장 건설 등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극심한 반대투쟁이 있었지만 정부가 반대투쟁을 한 주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한 사례는 전혀 없”다면서 해군의 구상권 청구를 “국책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투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부당한 의도”라고 표현했습니다. 결국 이전에도 국책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이 있었지만 주민들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는 전례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해군의 ‘구상권 청구’가 애초에 ‘나쁜 선례’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전부터 똑같은 프레임 내세운 채널A 
채널A가 해군이 강정마을 사람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구상권 청구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채널A <THE깊은뉴스/해군기지 몸살…강정마을 그 후>(2016/9/9 서환한 기자 https://bit.ly/2vvKtj5)에서는 아예 “군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며 보도했습니다. 그 후에 구상권 문제와 관련해서 “모든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면서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구상권 문제)저거 안 되면 끝끝내 해결 안 됩니다”는 인터뷰를 붙였습니다. 그러나 “공권력에 맞섰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남”는다면서 “어떻게 우리가 막을 수 있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의 익명의 인터뷰를 전달했습니다. 어자피 반대해도 소용없다는 식의 보도였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monitor_20170805_369.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