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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할머니 시위대’ 배후 있다? 조선의 망상
등록 2017.08.04 17:17
조회 393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진 이래로 지금까지 조선일보는 성주․김천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전자파 괴담에 휩쓸린 무정부 과격 투쟁’으로 치부하며, 이들을 사드 배치의 걸림돌로 치부해 왔습니다.

 

반면 정작 주민들과 시민사회가 실제 어떠한 이유로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는데요. 특히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언급한 직후인 <사설/황급히 사드 배치,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나>(7/31 https://goo.gl/ZbQYWs)와 <사드 전자파 0 숨긴 정부… 상경투쟁한 시위대… 배치 미루는 군>(8/1 권광순․엄보운․안상현 기자 https://goo.gl/AaJWwP)에서는 이들을 “전자파 피해가 없다는 사실이 나왔는데도 상경 시위를 벌이는” 집단으로 정의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일까요. 조선일보는 8월 4일에는 아예 경북취재본부 측 기자 칼럼을 통해 ‘성주 경찰의 고충’을 부각하고, 경찰 측이 주장하는 ‘할머니 시위대 배후설’을 전했습니다. 

 

 

‘에어컨 못 틀게 한다’ 경찰 ‘고충’ 부각
문제의 칼럼은 <기자의 시각/성주 경찰의 하소연>(8/4 권광순 경북취재본부 https://goo.gl/JkDPxM)입니다. 칼럼은 권광순 경북취재본부 기자의 “지난 4월 말부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단체나 주민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들은 마을회관 왕복 2차선 도로 절반을 불법 점거해 '임시 검문소'를 설치한 후 일반 차량과 경찰 차량까지 검문”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시작되는데요. 바로 그 다음 단락부터는 ‘이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권 경북취재본부 기자가 전달한 경찰의 고충은 크게 “얼마 전 주민들은 ‘경찰 버스에 시동을 켜서 에어컨을 가동하지 말라’고 항의”했다는 것과 “‘성주가 무법천지가 됐는데도 공권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굳이 “경찰은 지난 주말부터 예전 성주 골프장 캐디들의 숙소였던 마을회관 앞 4층 건물 일부(현 국방부 소유)를 빌려 쉬고”있다는 정보를 전달한 것 역시 경찰의 피로도를 부각하려는 서술로 보입니다. 

 

 

할머니 시위대 배후 있다? 황당한 뇌피셜
그러면서 권 기자는 “현장에서 살펴보니 경찰이 무기력하게 보이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며 여론의 뭇매가 경찰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음을 강조했는데요. 그 주요한 ‘현장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은 것이 ‘할머니 시위대’입니다. “경찰은 3번에 걸쳐 주민들이 설치하고 운영하는 불법 검문소 강제 철거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들이 시위 현장에 있었”기에 강제력 동원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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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에 노출된 성주 주민 아닌 성주 경찰의 고충 부각한 조선일보 칼럼(8/4)

 

 

이어 권 기자는 “경찰은 '할머니 시위대'의 배후에 사드 반대 세력이 있다고 본다. 경찰이 강제력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고령의 여성들을 앞세운다는 것이다”라며 익명의 경찰 관계자의 “아무리 불법 현장이라 해도 할머니 같은 분들을 강제로 끌고 나오기가 쉽겠는가” “시위 행태가 점점 치밀하고 지능화하는 것 같다”는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즉 조선일보는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 행위에 주민들의 의지보다는 배후의 사드 반대 세력의 의중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근거를 말하지 못하는 경찰 측 주장’을 더 열심히 전달한 셈입니다. 이는 결사적으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성주 주민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합니다. 

 

 

‘경찰과 달리 군은 주민 눈치 본다’ 비난도
이어 권 기자는 “경찰은 그동안 도로교통법 위반, 집시법 위반, 교통 방해죄 등을 적용해 50여 명을 체포했거나 소환”하고 있는데 “군은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불만어린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공권력을 무기력한 공권력’으로 만드는 이런 여러 요소를 나열하던 이 칼럼은 “경찰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 단지 사드에 반대하는 단체와 주민 몇십명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군이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는데 힘을 보태야 ‘유능한 공권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지요. 
 


경북취재본부 기자라면서 폭력에 노출된 경북 성주 주민들 실상 모르나
그러나 고작 차량에 에어컨을 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검문대 철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을 하는 경찰과 이를 ‘대단히 힘든 일’인양 전하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그야말로 가소로울 뿐입니다.

 

지난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 당시 조은숙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교육팀장은 성주 주민들이 겪고 있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현실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조 팀장의 증언에 따르면 6월 15일부터 7월 17일까지 소성리에 찾아온 서북청년단은 주민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집집마다 인분을 뿌리고 부녀회장 앞에서는 오줌을 싸는,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폭력 행위를 저지하지 않았습니다.

 

원불교와 천주교, 개신교 성직자들이 주민과 함께 하면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의식을 진행하자 경찰은 서북청년단의 행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종교 활동을 하고 있는 성직자들을 강제로 들어내고 종교 재단 예물들을 부수기도 했다 합니다. 


무엇보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소성리 주민들 대부분은 타박상은 물론이고 이가 부러지고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당한 상황입니다. 폭력의 주체는 경찰입니다.

 

조 팀장에 따르면 지난 7월 13일에는 원불교 법회 중인 여성 성직자를 여경도 아닌 남자경찰이 팔을 꺾고 사지를 들어내기까지 했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익명이 아닌, 자신의 얼굴을 걸고 말하는 지역 주민들의 실제 경험과 증언은 깡그리 외면하고, 익명의 경찰 관계자 발언을 앞세워 ‘에어컨을 못 틀게 했다’고,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고 떠들며 주민들을 사드 배치의 걸림돌로, 외부 단체에 조정이나 당하는 존재로 치부하고 있는 겁니다. 


이 칼럼을 쓴 이가 ‘경북취재본부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을 자격이 있는 걸까요? 아니. 이런 칼럼을 쓴 이를 언론인이라고, 이런 칼럼을 실어주는 조선일보를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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