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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모르는 ‘선제타격’ 강조한 TV조선과 SBS
등록 2017.07.05 22:32
조회 516

7월 4일 오후 3시 반 북한은 보도를 통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의 사거리를 갖춘 화성-14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시험발사에 사용된 미사일은 종전과 다르게 ICBM급이라 일컬어지는 5000Km보다 사정거리가 훨씬 긴 8000Km 정도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북한이 괌, 알래스카뿐만이 아니라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와 더 멀게는 미국 서부 연안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일 정상은 곧바로 북한을 규탄하며 강경 대응을 경고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4일,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았지만 SNS에 “한국과 일본이 이걸 견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마도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서 이 당치않은 상황을 끝낼 것”이라 썼습니다. 


7개 방송사도 모두 이 소식을 톱보도로 타전하며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SBS의 경우 전체 27건 중 22건을 북한 미사일 발사 실험에 할애하며 특집에 가까운 구성을 보였습니다. 타사 역시 KBS와 MBC가 각각 9건, 10건, 종편 4사는 5~7건의 보도량으로 큰 비중을 뒀습니다. 보도는 대부분 북한 미사일 기술 수준, 미사일 실험의 의도, 각국의 반응, 남북 대화 가능성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보도 내용이 대동소이한 와중에 TV조선과 SBS가 한미 양국의 ‘북한 선제 타격 가능성’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 9 10 21 5 6 5 6
선제타격론 보도 0 0 1 0 1 0 0

△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량(7/4) Ⓒ민주언론시민연합

 

근거 없는 TV조선의 ‘선제타격론’
TV조선 <北, 추가 핵실험 하면 핵개발 완료?>(7/4 https://bit.ly/2so2smV)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성 단계로 가고 있는 것인지, 미국과 우리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 심층 진단”하는 대담 형식 보도입니다. 전원책 앵커가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TV조선 배성규 정치부장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북한의 화성 14형의 기술적 수준과 미국의 대응을 논하던 중 전원책 앵커는 “이른바 참수작전 혹은 선제타격론, 이걸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배성규 TV조선 정치부장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중순 방한하였을 때 “우리는 외교적 안보적 그리고 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CNN이 4월 18일 “미군 최고위 사령부와 국방부의 관리들이 ‘모든 행동방침(every course of action)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사실을 덧붙였고 이런 발언을 근거로 ‘선제타격’ 가능성을 조명했습니다. 심지어 “그때(6차 핵실험)가 되면, 아마도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아마 선제타격 분명히 검토하기 시작할 거고요 그리고 김정은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제거 작전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라면서 ‘선제타격’과 ‘김정은 제거 작전’을 기정사실로 묘사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미, 선제타격·김정은 참수 작전 나설 가능성은?”이라는 자막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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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뉴스판>(7/4) 화면 갈무리

 

앵커가 ‘김정은 제거’와 ‘선제타격’을 직접 질문하여 의도적으로 그 가능성을 조명하고 출연자는 장단을 맞추듯 ‘분명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맞장구를 친 것인데요. 그러나 ‘김정은 제거’와 ‘선제타격’은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한 근거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 비춰볼 때 TV조선의 보도는 근거도 없이 전쟁이나 다름없는 ‘김정은 제거’와 ‘선제타격’의 가능성을 과도하게 부추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도 ‘선제타격’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따져 보겠습니다. 일단 한미 국방당국은 그동안 선제타격이나 ‘김정은 제거’를 공식화한 적이 없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발표 직후 낸 공식 입장을 냈는데요. 그 내용은 “미국은 오직 평화적인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의 중단을 원한다”라는 겁니다. TV조선이 ‘선제타격’과 ‘김정은 제거’의 근거로 댄 3월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나 4월 미 국방부 관리들의 발언에 ‘모든 옵션’, ‘모든 행동방침’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예컨대 TV조선의 자매사인 조선일보의 <“트럼프·시진핑, 단둘이 상당시간 北核 밀담”>(4/11 https://bit.ly/2uJ3pa2)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은 비핵화한 한반도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을 교체할 목표는 없다”, “(언론에 나온) 김정은 암살 계획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에서 흘러 나왔던 ‘모든 옵션’이라는 용어가 대화와 경제적 제재까지 포괄하는 의미일 뿐, ‘선제타격’이나 ‘김정은 암살’ 등 극단적인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 국방장관도 알지 못하는 김정은 참수 작전을 TV조선이 강조해준 셈입니다. 

 

SBS도 ‘선제타격’ 언급, 수위는 TV조선보다 ‘차분’
SBS도 <美에 독자 행동 나서나…‘선제타격론’ 힘 받을 가능성>(7/4 https://bit.ly/2sEnnGx)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선제타격론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를 새로운 대북 정책으로 제시”한 만큼, “북한의 주장대로 ICBM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면 압박과 관여의 우선순위는 군사적 옵션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달 29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 검토를 지시했다는 언급도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SBS는 TV조선과 똑같이 3월 틸러슨 국무장관의 ‘모든 옵션’ 발언을 근거로 삼았고, 4월 펜스 부통령의 ‘북한은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말라’는 발언을 추가했습니다. 결론은 ‘선제타격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SBS는 보도 말미에 “주변국들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선제 타격은 여전히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란 관측”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동안 미국 안보 라인에서 흘러나온 말들에 의하면 선제타격론도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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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8뉴스>(7/4) 화면 갈무리

 

결론은 조금 다르지만 SBS도 TV조선처럼 미국 정부가 그동안 내놨던 대북 강경 발언들을 근거로 ‘선제타격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기조를 모두 사실처럼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SBS와 TV조선은 모두 3월과 4월 쏟아진 미국 정부의 강경 발언들을 근거로 삼았는데요. 실제로 4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대북 정책과 관련된 발언이 많았습니다. 4월 26일에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기조를 밝히는 대규모 브리핑을 열기도 했는데요. 한국일보 <트럼프 대북정책 브리핑은 ‘100일 세리머니’?>(4/27 https://bit.ly/2tobdPn)에 따르면 민주당 태미 덕워스 (일리노이)상원의원은 “(브리핑에서) 전혀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했다”, “상투적인 말만 늘어놓는 쇼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브리핑을 보이콧했던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도 “고도의 기밀을 다루는 브리핑은 늘 의사당 특수정보시설(SCIF)에서 이뤄졌다”며 “(기밀 발표가 아닌) 백악관 ‘로드쇼’(홍보행사)의 일부가 되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 과시용으로 이목을 끌만한 행사를 기획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 한국일보의 분석이었습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과시용’이라 평가받는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SBS와 TV조선만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선제타격론’의 근거로 삼은 겁니다. 

 

‘선제타격’이라는 위험한 상상, 신중하게 보도해야
물론 북한이 불시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성공’을 선언하면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주변국이 군사적 대응을 염두에 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제타격’은 차원이 다른 용어입니다. 전쟁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게다가 ‘선제타격론’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무시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의 원문은 ‘당사국 중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당사국은 단독적으로나 공동으로나 자조(自助)와 상호 원조에 의하여 무력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 강화시킬 것이며 본 조약을 이행하고 그 목적을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하에 취할 것이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로 적절한 협의와 합의 없이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은 한·미간의 합의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또한 ‘선제타격’은 헌법 제 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 부분과도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서는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이북지역을 모두 우리 영토로 포함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와 아무런 상의 없이 미군이 선제타격을 한다면 이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대한민국의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언론이 ‘선제타격’을 보도하고자 한다면 이런 제반 사항 역시 설명해줘야 합리적인 보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않고 일단 ‘선제타격’을 보도한 SBS와 TV조선은 근거도 없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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