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경총 앞세워 文정부 정책에 대한 ‘재계 반발’ 부각한 중앙
등록 2017.06.01 20:45
조회 486

1일 중앙일보는 경제단체의 ‘비정규직 감축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한 분석·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된 3건의 단독 보도를 내놨습니다. 보도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노사 문제·경제·복지 분야 정책’에 대한 재계의 ‘걱정’을 부각하는 한편, 정부와 재계의 ‘의견 차이’ 문제를 해소해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의 사회적 효과나 의미에 대한 분석 없이 오직 재계의 입장만을 나열하며 ‘적절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적절한 보도 태도인지는 의문입니다. 

 

 

‘약한’ 재계 압박하는 ‘강한’ 정부 프레임 부각
중앙일보의 친기업적 관점은 1면 하단에 배치된 <재계, 문재인 정부 정책 30개 항목 반박>(6/1 전영선·윤정민 기자 https://goo.gl/MpNhiJ)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를테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계가 건의사항을 전하는 것은 관례”이지만 “그럼에도 경영계가 의견서 작성을 비밀에 부치고 정례 회의 일정의 노출조차 꺼리는 것은 그만큼 압박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전하거나,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총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정 농단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 맥없이 무너진 것도 몸을 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는 부분에는 마치 ‘강자’인 정부가 ‘약자’인 재계를 ‘의견도 꺼내지 못하게’ 압박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이 뒤에 “경제주체의 한 축인 재계의 목소리를 계속 억누를 수는 없다”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초기에 추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와 경영계가 대립할 게 아니라 서로 설득해 합의가 가능한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덧붙인 대목에서는 ‘그럼에도 정부는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중앙일보의 ‘소신’도 엿보입니다.

 

 

재계 입장만 나열하며 ‘합의‧협력’ 강조…노동계 입장은 ‘0’
10면 <최저시급 1만원 공약…재계 “15년간 이미 급격히 올랐다”>(6/1 전영선 기자 https://goo.gl/UCxfEG)에서도 중앙일보는 “화성에서 온 정부, 금성에서 온 재계”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경제 단체”의 “인식의 차이가 깊고 넓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이는 그동안 대결 구도로 일관해 온 노동계와 재계의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양측 주장에는 각각 사실과 오류가 뒤섞여 있다”라며 의견 차이를 벌린 책임의 주체로 재계와 정부를 모두 지목하고 있지만, 해당 기사의 결론이 결국 “누군가가 강제해 기업이 액션을 취하는 것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전문가 진단인 것을 감안하면, 중앙일보가 누구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는 명확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photo_2017-06-01_20-39-01.jpg

△ 경총 내부 보고서 속 편향된 주장을 여과없이 ‘진열’한 중앙일보(6/1)


또 중앙일보는 같은 지면의 <“공공일자리 81만 개, 새로 생기는 일자리 12만 개뿐”>(6/1 윤정민 기자 https://goo.gl/ZvBGRw)에서는 “경제 단체가 작성한 ‘신정부 대선공약 분석 및 경영계 의견’에는 경영계와 직접 관련성이 낮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분석도 포함돼 있다”며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확대’나 ‘기초연금액 인상’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한 공공사회 투자’와 같은 정책에 대한 해법이 정부와 다른 점이 눈에 띈다”고 적극 소개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이를테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대해서는 “막대한 예산 소요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규제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 투자 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 자율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전달하고, 청년구직수당에 대해서는 “막대한 재원 소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탐색기간을 연장시키는 등 청년고용 효과가 의문시되고, 구직활동과 연계되지 못한 채 부정수급 등의 도덕적 해이 확대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진열하듯 전달하는 식입니다. 물론 이 주장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자아낼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경영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영계가 이처럼 경제·사회 공약을 분석하고 대응논리를 만든 것은, 향후 정부와 소통 창구가 열렸을 때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풀이된다”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기사 말미에는 “일자리나 노동 이슈 같은 기업 경영 관련 내용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경제 단체의 기본 역할” “정부와의 협력이 우선”이라는, ‘경제 단체는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경제 단체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려 하는지. 혹은 노동계에서는 어떠한 입장을 내놓고 있는지 등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작 경총은 ‘공식자료 아니다’ 발 빼기
중앙일보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경총이 ‘실무 수준의 경영계 의견 수렴용’ 보고서였을 뿐, 공식 자료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내놓은 것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중앙일보는 경총조차 ‘공식입장으로 내세우기 부담스러워하는 의견’들을 아무 여과 없이 없이 전달한 것이 되니까요. 중앙일보가 재계를 대변하는 경총보다 더 재계 입장 대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실이 황당할 따름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601_209.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