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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허위 보고 사태’, ‘박근혜 지우기’로 프레임 바꾼 MBC·TV조선
등록 2017.06.01 17:51
조회 679

국방부가 3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추가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를 누락됐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의도적 누락은 아니었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역시 “내가 지시한 일이 아니다”라며 ‘고의 누락’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무진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한 장관은 28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정 실장이 “사드 4기가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라며 사실관계를 다시 물었을 때도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며 모른 척 해, ‘고의 누락’의 책임을 면키 어려워졌습니다. 청와대는 이 상황을 ‘항명’으로 판단하고 한민구 장관과 김관전 전 안보실장도 불러 직접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국방부의 ‘허위 보고’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일부 방송사들은 여전히 ‘청와대 책임론’을 내세워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날(30일)에도 ‘이미 보도가 된 사실인데 모르는 청와대가 문제’라는 주장을 폈던 MBC와 TV조선은 31일에는 ‘박근혜 정부 인사를 겨냥한 공작’이라는 논리를 꺼내들었습니다. 

 

국방부 보고 고의 누락 조사가 ‘박근혜 지우기’? 프레임 바꾼 MBC·TV조선
30일, MBC와 TV조선의 핵심적인 논조는 ‘이미 다 알려진 추가 반입을 청와대만 몰랐으니 청와대가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뒤 국방부의 보고 누락이 사실로 밝혀지자 MBC와 TV조선은 프레임을 바꿨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안보 라인’을 겨냥한 ‘과거 지우기’라는 겁니다. 


MBC <“누락 지시 안 했다”…군 개혁 ‘신호탄’?>(5/31 https://bit.ly/2sgIXgH)에서 이상현 앵커는 “보고 누락의 발단이 된 나머지 4기는 이후 국내로 들어와 현재 미군기지에 보관 중이라는데요. 어제서야 청와대가 알게 된 겁니다”라며 또 ‘추가 반입을 뒤늦게 인지한 청와대 책임’을 강하게 암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31일 나온 청와대 입장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허위 사실’입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보고 누락 경위를 설명하면서 26일 국방부의 청와대 안보실 업무보고 당시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으로부터 처음 ‘사드 발사대 4기 비공개 반입’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30일이 되어서야 청와대가 알게 된 것’은 MBC의 오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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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허위 보고 조사를 ‘박근혜 지우기’로 규정한 MBC(5/31)
 

이렇게 보도 시작부터 사실관계를 왜곡한 MBC는 리포트에서는 다른 프레임으로 본질을 흐렸습니다. “국방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낸 보고서에 ‘발사대 4기 반입’이란 표현이 없는 건, 단지 의사 전달의 문제였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는 부분은 ‘관점이나 뉘앙스 차이’” 등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풀어낸 MBC는 “청와대가 이번 논란을 국방개혁의 도화선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라며 청와대에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돈봉투 회식’ 사건을 빌미로 검찰 개혁의 고삐를 쥐었던 것처럼,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정조준했다”는 겁니다. MBC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하면서 국방부와 육군, 예비역 장성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경험이 있었”다면서 노무현 정부 일화까지 상기시키더니 “이번에는 새 정부가 출범 초부터 군의 기강을 확실히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으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TV조선 “이번 국방부 조사는 Anything But Park”…또 무리수 ‘억지 비유’
TV조선은 MBC보다 더 노골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국방부 허위 보고 사태 조사 지시가 ‘AB(Anything But) 증후군’이라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TV조선 <앵커칼럼>(5/31 https://bit.ly/2sgOML4)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권이 바뀌면 늘 “정책 뒤집기”가 일어난다면서 ‘AB증후군’의 의미를 먼저 설명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ABC(‘Anything but Clinton, 클린턴이 하던 것만 아니면 뭐든 괜찮다’)를” 했다가 “집권 후반에 후유증을 겪”었고, 현 트럼프 대통령도 “ABO, ‘Anything but Obama’”를 내세웠지만 “몇몇 강경노선은 일찌감치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를 한국의 정권과 비유해 이명박 정부의 “ABR, ‘Anything but Roh’”, “박근혜 정부는 ABMB, MB, 이명박 대통령 때 것만 아니면 된다” 등의 노선도 언급했는데요. 이어서 이런 사례로는 언급도 되지 않은 노무현 정부를 갑자기 지목하더니 “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4대 입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잘못이었다는 평가”, “과거를 지우느라 정작 딴 데 써야 할 힘만 뺐다는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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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허위 보고 사태를 ‘과거 지우기’로 규정한 TV조선(5/31)

 

TV조선이 다음으로 보여주는 것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후보의 “ABC, Anything But Clinton과 같은 정권교체는 안 할 겁니다. 모든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긍정성을 계승하겠다”, “한미 정부간 협상을 통해 결정된 사안(사드)은 그것대로 존중하겠다”는 발언 장면입니다. TV조선은 안 지사를 문재인 대통령과 대조하면서 “정책에선 세월호와 4대강에 이어 사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미지 변화와는 달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론은 “이번 사드 언급을 두고는 군 개혁 신호탄이라는 관측”, “사드 재검토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얘기”, “사드는 외교 안보 동맹이 얽힌 국제적 사안입니다. ‘AB’식으로 뒤집기엔 계산이 복잡할 듯”하다는 겁니다. 


요컨대 TV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부 허위 보고 사태 조사 지시가 사드 재검토와 군 개혁은 물론, ‘Anything But Park’, 즉 ‘박근혜 정책 지우기’일 가능성을 제기한 겁니다. 노무현 정부를 “과거를 지우느라 정작 딴 데 써야 할 힘만 뺐다”고 비판하면서, 우회적으로 문 대통령의 허위 보고 사태 조사 지시를 깎아내리기도 했습니다. 국방부가 핵심 안보 이슈인 사드 배치와 관련해 허위 보고를 했는데도, TV조선은 그 책임을 묻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확신시키고 있습니다. 이 간단한 이야기를 미국의 사례까지 가져와 난삽하게 정리했을 뿐입니다. 

 

초유의 ‘항명 사태’, 국방부 책임 묻는 보도가 없는 MBC·TV조선
이렇듯 MBC와 TV조선은 ‘군 개혁’, ‘사드 배치 재검토’, ‘박근혜 지우기’ 등 온갖 의심을 갖다 붙여 국방부의 ‘허위 보고’를 문재인 대통령의 ‘다른 의도’로 덮어버렸습니다. 반면 국방부의 보고 누락 경위와 사태의 쟁점을 정리하는 보도, 국방부의 책임을 묻는 보도는 30일에도, 31일에도 내지 않았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청와대 입장 2 1 3 5 2 1 3
한민구 장관 입장   1     2 1 1
여야 공방   1 1 1 1 1 1
미국 입장   1       1 1
한민구 장관 비판 1     4      
상황 및 쟁점 정리     1 2   1 2
총 보도량 3 4 5 12 5 5 8

△ 7개 방송사 국방부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관련 보도량 비교(5/31)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고 고의 누락을 부인한 한민구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보도는 KBS와 JTBC에서만 나왔습니다. 상황과 쟁점을 정리하는 보도는 SBS·JTBC·채널A·MBN이 1~2건씩 냈습니다. 즉 MBC와 TV조선만 한민구 장관 비판 및 쟁점 정리에 모두 침묵한 겁니다. 

 

JTBC “사드 논란 때마다 말 바꾼 한민구, 거짓말 논란”
반면 JTBC는 두 가지 모두 적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상황을 정리한 JTBC <5번 보고 기회…모두 ‘침묵’>(5/31 https://bit.ly/2rHhnfm)은 지난 14일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17일 문 대통령의 국방부 최초 방문, 21일 국가안보실장 인수인계, 25일 국정기획자문위 보고, 26일 국가안보실 보고 등 최소한 5번이나 사드 발사다 추가 반입을 보고할 기회가 있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5번 모두 보고를 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그리고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습니다. JTBC <입 다물거나 말 바꾸거나…>(5/31 https://bit.ly/2qDd5Wn)는 사드 발사대 2기가 들어온 3월 6일, “사드 발사대가 불과 몇 시간 뒤면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 장관이 엉뚱한 대답을 한” 사례를 들어 한민구 장관이 사드 논란 때마다 침묵하거나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한 장관은 “배치 시기를 확정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제한된다”고 발뺌했지만 몇 시간 후 사드 발사대가 도입됐습니다. 지난해 7월 8일 사드 배치 공식 발표와 지난해 12월 27일 대선 전 사드 조기 도입 논란 당시에도 한 장관은 “사드 배치 시기와 장소에 대해 모른다”, “대선과 관련해서 빠르고 늦고 할 문제가 아니고 법적인 절차나 이런 것들을, 주민의 입장을 고려해가면서”라고 말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주민공청회를 생략한 채 강행돼 대선 전 배치”됐다는 것이 JTBC의 지적입니다. 


JTBC <안보 의제 ‘뉘앙스 차’라니…>(5/31 https://bit.ly/2rHkrYW)는 정의용 안보실장과의 28일 오찬에서 사드 발사대 추가 도입을 모른 척 했다는 비판에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관점에 차이가 날 수가 있고 뉘앙스의 차이라든지 이런 데서 그런 차이점이 있다”고 해명한 한민구 장관을 반박했습니다.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의 문답과 관련해서는 '관점'과 '뉘앙스'라는 단어를 꺼냈”고 “정 실장과의 자세한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민구 장관 비판은커녕, ‘억울함’ 조명한 채널A
이렇게 JTBC가 한민구 장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MBC와 TV조선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한 장관을 대변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는 채널A도 가담했습니다. 한민구 장관의 입장을 따로 떼어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는 이 세 방송사와 MBN에서만 나왔는데요. 그나마 MBN은 <보고누락 전말>(5/31 https://bit.ly/2qD9UxK)이라는 단독 보도에서 보고 누락 경위를 정리하면서 “사드 4기의 국내 반입을 확인한 정의용 실장이 한민구 장관에게 물었을 때 한 장관이 모른 척 한 것은 확실하죠. 만남이 끝난 뒤 정 실장은 한 장관에 대해 ‘이 사람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한 장관에 대해 비교적 비판적인 시각을 취하긴 한 겁니다. 

MBC·TV조선·채널A의 경우 그런 시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한 장관 입장을 적극 대변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채널A입니다. 채널A는 한 장관 입장을 단독 보도로 냈습니다. 채널A <단독/“그 얘기만 했겠나”>(5/31 https://bit.ly/2rrIEkS)는 “채널A 기자가 한민구 장관을 따로 잠깐 만났다”면서 “한민구 장관은 ‘내가 얘기를 더 하면 진실게임으로 갈 수 있다’며 에둘러서 억울한 심경을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단독 보도라고 보기엔 리포트가 매우 초라합니다. 31일 출근길에서 “이 문제는 대통령 말씀이 계셔서 현재 조사 중에 있으므로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라 봅니다”라고 말한 한민구 장관 발언,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관점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건 제가 지시한 일이 없죠. 그건 지시할 일도 아니고요”라며 고의 누락을 부인한 한민구 장관 주장 등 이미 공개된 한 장관 입장이 리포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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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울 것 없는 단독 보도로 ‘한민구의 억울함’ 강조한 채널A(5/31)
 

 채널A가 따로 만나 들었다는 한 장관의 입장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 “'그런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한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그 얘기만 했겠느냐. 더 이야기를 하면 진실게임 문제로 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뿐입니다. 이것마저도 이미 공개된 입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채널A는 이런 한 장관 입장에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라고 심경을 설명하는가 하면, “한 장관이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수권자 말씀인데 어쩔 수 있겠느냐”는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 전언까지 전하는 등 ‘억울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기다 한 장관 입장과는 관련이 없는 “국가안보에 핵심사안인 사드배치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형국”(자유한국당),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와 외교적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수준”(국민의당) 등 야권의 반발도 덧붙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완성도가 떨어지는 함량 미달의 보도입니다. MBC와 TV조선도 채널A가 전한 한 장관 주장들을 단순 나열한 보도가 1건씩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3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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