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박근혜 3차 공판 모니터 보고서

재판 보도, 증언보다 박근혜 컨디션 부각한 동아·조선
등록 2017.05.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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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박근혜 씨와 최순실 씨의 3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검찰은 박근혜 씨가 신년 기자간담회 때 했던 “(국민연금의 합병 지원은)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는 발언에 대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특검 조사에서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진술한 조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주 전 사장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그룹-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에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증인 김성민 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장은 전문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반 논의를 전문위에 상정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내놓았습니다. 
 
주요 증인 증언보다 ‘박근혜 컨디션’에 주목한 동아·조선  
이와 관련, 단연 눈에 띄는 보도를 내놓은 것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입니다. 이날 이 두 매체를 제외한 여타 매체들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 전 대표(경향·중앙·한국)나 김 전 위원장(한겨레)의 ‘증언’을 제목으로 뽑아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의 관련 보도 제목은 <박, 재판중 꾸벅꾸벅… 20분간 졸아>(5/30 권오혁․김민 기자 https://goo.gl/h71mAB),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 제목은 <심야 재판에… 박 전대통령 지친 기색>(5/30 최연진․신수지 기자 https://goo.gl/psCRRT)입니다. 모두 박근혜 씨의 컨디션에 주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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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5월 30일자 박근혜 재판 관련 보도 <박, 재판중 꾸벅꾸벅… 20분간 졸아>


기사 내에도 동아일보는 “재판이 길어지자 오후 8시부터 20분가량 꾸벅꾸벅 존 뒤 앉은 채로 목 운동을 했다”, 조선일보는 “재판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자 박 전 대통령은 중간중간 지친 기색으로 피고인석에서 꾸벅 졸기도 했다”며 ‘재판이 길어져서’ ‘졸았다’는 언급을 끼워 넣었습니다. 두 매체를 제외한 다른 매체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은 2차 공판 보도에서도 ‘휴정 요청’ 관련 대화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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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의 박근혜 2차 공판 기사(좌)와 3차 공판 기사(우)

 

졸았다는 언급에 ‘지친 기색’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조선일보는 지난 2차 공판 당시에도 <판사 “힘든게 재판… 요청하면 휴정” 미소 띠며 고개 끄덕인 박 전대통령>(5/26 최연진·신수지 기자 https://goo.gl/gUXXCu)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는데요.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부장판사의 “재판이 원래 힘들고 지겹습니다. 처음이라 더 그럴 것 같은데, 요청하면 재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휴정하겠습니다”는 발언과 이에 대해 박근혜 씨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별 의미도 없는 ‘지친 박근혜 관련 일화’를 부각하는 동안, 경향신문은 <박근혜 측 “참고인 수백명 다 불러라”… 재판부 “시간낭비”>(5/26 이혜리·박광연 기자 https://goo.gl/h1WYJn)를 통해 박근혜 측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 대부분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을 강조했습니다. 재판 관련 보도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 정보인지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열혈 지지자 성원, 동아·조선·한국 보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주목한 것은 박근혜 씨의 컨디션만이 아니었습니다. 두 신문은 박근혜 씨를 응원한 ‘지지자’들의 성원을 기사 내에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의 시민 4명이 퇴정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진실이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세요’라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동아일보)거나 “오후 10시 10분쯤 재판이 끝나자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오’라고 외치는 방청객 3~4명을 바라보고선 가볍게 인사하고 엷은 미소를 띤 채 퇴정했다”(조선일보)고 굳이 설명하는 식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이외에 박근혜 지지자들의 성원을 소개한 매체는 한국일보입니다.

 

<“박이 삼성 합병 지지한 건 정신 나간 주장… 국제 소송 빌미”>(5/30 김현빈·김민정 기자 https://goo.gl/TcCjah)에서 한국일보는 기사 말미 “재판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을 떠나려 하자 방청석에선 3, 4명의 시민들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쳤고,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여유를 보였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이재용 승계’ 언급은 한국일보만, 김성원 위원장 증언은 한겨레만 전달
한국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증인들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승계 관련 언급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주진형 전 대표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삼성 합병은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합병 시너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한국일보만 이와 관련해 “주 전 대표가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합병은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먹고 싶은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한 사실도 공개됐다”고 전달하고 있을 뿐입니다. 김성민 전 위원장의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려는 건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증언은 6개 일간지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날 김 전 위원장의 재판에서의 증언(“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당연히 전문위에서 판단해야”했는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전문위원장의 전문위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을 전달한 것은 한겨레뿐입니다. 반면 주 전 대표의 “정신 나간 주장” 진술은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매체가 소개했습니다. 언론이 선정적 발언 전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5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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