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방송보도 일일브리핑(D-7)

갑자기 봇물 터진 TV조선의 ‘문재인 때리기’, 막판 여론전?
등록 2017.05.02 15:52
조회 509

1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유독 문재인 후보 관련 논란만 3건을 보도한 TV조선이 단연 두드러집니다. TV조선은 문재인 후보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공약을 논란으로 조명해 2건의 보도를 냈고 이해찬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의 ‘극우 보수 세력 궤멸’ 발언을 1건의 보도로 따로 떼어 역시 논란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날 지상파 3사도 각 후보들의 ‘막말 유세’를 1건씩 보도하면서 이해찬 의원의 발언을 언급했지만 TV조선만 1건의 보도를 따로 할애한 겁니다. 문 후보 측의 적폐청산특조위 공약이나 ‘극우 보수 궤멸’ 발언이 논란이라면 문재인 후보를 ‘종북좌파’로 부르며 유세를 하고 있는 홍준표 후보는 과연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이상하게도 JTBC 외에는 보도가 없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문재인 후보 논란

        3    

안철수 후보 논란

    1   1    

홍준표 후보 논란

      1    

유승민 후보 논란

  1       2
문재인-안철수 공방   1          
막말 공방 1 1 1   1    
후보 행보 4 4 4 4 5 4 4
정책‧공약 보도 1 1 1 1   1  
후보 검증              
지지율‧판세       2 1   1
기타 1 1 1.5 2 3 3 2
총 보도량 7 9 8.5 10 14 8 9

△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5/1) ⓒ민주언론시민연합

 

1. 4대강·방산비리·자원외교는 이미 수사 끝났다? TV조선의 시각
TV조선이 1일 톱보도로 문제 삼은 것은 문재인 후보의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 공약입니다. TV조선 <4대강-방산-자원외교 비리 재조사>(5/1 https://bit.ly/2pzUTZH)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등을 다시 조사하겠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 사법처리를 했던 사안인데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 재조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적폐청산이 과거 정부 개별사안 재조사는 아니라고 했”으면서, 지난 30일에는 “이명박 정부 4대강 비리,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있으면 환수”하는 것으로 말을 바꿨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수사가 끝난 사안”이라 다시 강조했고 “자원외교는 2015년 국회 국정조사도 실시”했다면서 ‘이미 끝난 사안’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나마 TV조선은 “시스템과 구조의 개선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주장”, “다만 수사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부정축재 환수에 국한된다고 설명” 등 문 후보 측 입장을 언급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전체적으로 적폐청산특조위 공약이 이미 수사가 끝난 사안을 재조사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초점에 맞춰져 있습니다. TV조선은 여기다 “본인들과 관련한 적폐청산을 먼저 솔선수범해야 국민들도 진정성을 인정할 것”,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후 ‘적폐청산’의 기치 아래 정치보복과 사정 광풍을 명시적으로 예고한 것” 등 다른 정당들의 비판을 모은 보도를 1건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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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의 ‘적폐청산’, 이미 끝났다는 TV조선(5/1)

 

그런데 과연 문 후보가 청산 대상으로 꼽은 이명박 정부 사업들은 조사가 끝난 사안일까요? 4대강 사업 비리,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는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이자 대규모 혈세 낭비 사업의 사례로 꼽힙니다. 이중 국정조사까지 이뤄진 것은 자원외교 뿐입니다. 실제로 TV조선은 4대강과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의 경우 2014년,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민간 차원에서 꾸려져 “4대강 사업은 총체적인 부실”이라 결론 내렸지만 국정조사나 책임자 처벌은 없었습니다. 방산비리의 경우 통영함 비리, 방탄복 비리, K11 복합소총 비리 등 혈세를 사취하면서 핵심적인 군 재원을 부실하게 납품한 정황이 지금도 숱하게 발견되고 있지만 역시 국정조사는 없고 몇몇 관계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을 뿐입니다. 지난 25일, ‘뚫리는 방탄복’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의 경우 비리에 연루된 육군 소장이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그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나마 국정조사가 이뤄진 자원외교의 경우에도 여권의 반대로 결과 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해, 하나마나 한 국정조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핵심 책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 자원외교 5인방으로 불리는 이상득·박영준·최경환·윤상직은 증인으로 채택되지도 않았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을 두고 ‘이미 수사가 끝난 사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사가 끝났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고 평가가 있어야 당연한데 TV조선은 ‘끝났다’고만 말하고 다른 설명은 하지 못했습니다. 

 

2. 이해찬 ‘극우 보수 궤멸’ 발언만 ‘막말’? 홍준표 ‘막말’은 왜 보도 안 할까
문재인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의원이 “저 극우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합니다. 다시는 저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농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궤멸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 MBC, KBS, SBS는 이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아예 1건을 따로 할애해 이 의원 발언을 조명했습니다. TV조선 <“보수 궤멸” 논란…“국민 숙청” 반발>(5/1 https://bit.ly/2qrX6qp)은 “이해찬 의원의 ‘보수 궤멸’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킬링필드’, 국민의당은 ‘국민숙청’, 바른정당은 ‘사정광풍’을 예고한 말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땅의 보수를 불 태워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캄보디아가 그 ‘킬링필드’라고 600만(명)을 학살했어요”(홍준표 후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을 궤멸시키려 해서는 안됩니다”(국민의당) 등 타 정당의 반발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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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막말’만 따로 1건으로 강조한 TV조선(5/1)

 

다른 방송사들도 이해찬 의원의 발언을 ‘막말 공방’으로 언급했습니다. MBC <거칠게 더 거칠게…경쟁하듯 ‘막말’>(5/1 https://bit.ly/2oS9XEY)은 이해찬 의원의 발언을 “보수 우파 세력을 '남김없이 처단해야 할 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평가하면서, 문재인 후보의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놈들아!”, 홍준표 후보의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XX를 다 해요” 등을 묶어 ‘정치권 막말’로 보도했습니다. KBS와 SBS에도 비슷한 보도가 1건씩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에는 교묘한 왜곡이 있습니다. 청산 대상을 ‘극우 세력’과 국정농단세력을 지목한 이해찬 의원의 발언을 ‘보수 세력 궤멸’로 바꿔 보도한 겁니다. 심지어 TV조선은 이 의원 발언이 “국민 숙청”을 의미한다는 국민의당 비판을 보도 제목으로 뽑아버렸죠. 일종의 ‘프레이밍’입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 다시는 저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농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궤멸시켜야 한다”며 ‘국정 농단 세력’과 ‘극우 세력’을 청산 대상으로 꼽았고 ‘궤멸’의 의미도 ‘다시는 집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용했습니다. 


이해찬 의원이 과했음을 인정한다 해도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이렇게 문재인 후보 측의 막말은 보도하면서 훨씬 수위가 높은 홍준표 후보 측 막말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30일, “나라가 친북좌파정권으로 넘어가면 이제는 우리나라에 미래는 없다”, “홍준표가 집권하면 가장 먼저 종북좌파를 반드시 내 때려잡을 것”이라 했고 문 후보를 향해 “공산주의자냐 민주주의자냐”라며 비난하기도 했죠. 경쟁 후보를 ‘종북 좌파’로 매도한 매카시즘에 가까운 행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홍 후보는 TV토론에 나왔다하면 노동조합을 ‘귀족노조’로 규정하며 척결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귀족노조’라는 언어 자체가 친기업 관점에 매몰된 주관적 용어로서 공식화되기엔 부적절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홍 후보의 이런 행보를 지적하는 방송사는 JTBC외에는 없습니다. JTBC <홍준표, 보수 결집 극대화 시도>(5/1 https://bit.ly/2qygjFO)는 “홍 후보는 지난 주말 일정 동안 '좌파'라는 단어만 스무번 가량 반복”, “'종북'은 9번, '친북'이란 단어는 3번 나오는가 하면 문재인 후보에겐 '친북좌파'나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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