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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등대’ 변화 이끈 경향, ‘친박 집회’ 배후 재차 부각한 한겨레
등록 2017.03.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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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방송·온라인 보도상’과 ‘이달의 나쁜 신문·방송’을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2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은 경향신문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기획(이효상 기자)과 한겨레 ‘청와대-기업 관제데모 지원 의혹’ 보도(서영지 기자)가 동시에 선정되었습니다. 온라인 부문은 오마이TV와 팩트TV의 1~20차 촛불 생중계가 선정되었습니다. 방송 부문은 2월 선정작이 없습니다. ‘2017년 2월 좋은 보도 시상식’과 기자 간담회는 3월 28일(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좋은 기사를 쓴 ‘진짜 기자’와 함께 하는 자리에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함께 하셔도 됩니다. 아래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2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신문 보도

 ‘구로의 등대’에게 부끄러움을 알려준 경향

 ·매체: 경향신문

 ·보도 명: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기획

 ·보도일자: 2월 6일~2월 8일

 ·기자: 이효상 기자

 

‘청와대-기업 관제데모 지원 의혹’ 보도 

 ·매체: 한겨레

 ·보도 명: ‘청와대-기업 관제데모 지원 의혹’ 보도

 ·보도 일자: 1월 31일~2월 18일

 ·기자: 서영지 기자

나쁜
신문 보도

 ‘국정 역사교과서 수호자’ 자처하며 ‘좌파 탓’ 반복한 조선

 ·매체: 조선일보

 ·보도 명: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반대 세력 비난’ 보도

 ·보도 일자: 2월 9일~

 ·기자: 곽수근‧김연주‧김형원‧박원수 기자‧조선일보 논설위원실

선정 위원 김동훈(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신문모니터 활동가), 이광호(래디앙출판 대표), 
이봉우(민언련 방송모니터 활동가), 정수영(언론학 박사·성균관대) (가나다 순)
심사 대상  2월 1일부터 28일까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지면에 게재한 기사

 


좋은 신문보도 하나, 게임업계와 노동자에게 ‘함께 살자’는 메시지 전달한 경향 

선정 배경 경향신문은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기획을 통해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 현장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해당 기획 이후 넷마블은 게임 노동자들의 과부하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을 부끄러워하지 조차 않던 과거에 비하면 이는 분명 한 걸음 나아간 조처라 볼 수 있다. 경향신문의 기획이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낸 셈이다. 이에 민언련은 경향신문의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보도를 2017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구로의 등대’에게 부끄러움을 알려준 경향
구로동에 위치한 넷마블 사옥은 그간 ‘구로의 등대’로 불려왔다. 노동자들의 잦은 야근으로 밤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아 붙은 별명이다. 이런 가혹한 업무 환경 속에서 지난 한 해에만 3명의 넷마블 노동자가 돌연사 혹은 자살로 사망했다. 그래도 넷마블은 여전히 구로에서 가장 큰 등대였다. 경향신문이 이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을 문제 삼기 이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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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의 등대’ 넷마블의 사례를 기반으로 업계 전반의 과노동·고용불안 실태를 지적한 경향(2/6)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기획이 지닌 의미는, 그간 업계 관계자들의 ‘자조 섞인 농담’ 속 소재로나 등장해왔던 ‘구로의 등대’라는 넷마블의 별명을, 명백히 ‘문제적인 것’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실제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1)/“밤 10시 퇴근은 반차, 12시가 칼퇴, 새벽 2시 넘어야 잔업”>(2/6 이효상 기자 https://goo.gl/i4pk2P)에서 경향신문은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노동실태 설문 조사 결과를 전달하며 “충격적이다” “ 살인적 중노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1)우리네 청춘 저물고 저물도록, 게임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2/6 이효상 기자 https://goo.gl/t745qp)에서도 경향신문은 업계 노동자들의 삶을 “죽거나 병들지 않더라도 평범한 삶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그들의 노동환경을 “가혹한 노동환경”이라 강조했다.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1)/“열정 같은 소리 말고, 수당 제대로 달라”>(2/7 이효상 기자 https://goo.gl/lX65sg)의 첫 문장 역시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야근과 휴일 근무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이다. 특히 해당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모바일 게임 시대로 넘어오면서 노동 강도는 더 심해졌는데 ‘통 큰 인센티브’ 같은 선순환 고리가 사라져버렸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높은 노동 강도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 체계만이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2)/만들던 게임이 시장성 없다고…회사 팔리더니 “나가라”>(2/7 이효상 기자 https://goo.gl/utbt3U)에 따르면 “쉽게 해고되고, 쉽게 대체”되는 게임업계의 고용 불안정 역시 업계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주요 요인이다. ‘퍼블리셔’라는 게임 공급업체가 일종의 ‘갑’인 게임업계의 독특한 산업생태계 구조 속에서, ‘퍼플리셔 요구 맞추기 경쟁’과 ‘높은 퍼블리셔 수수료’ 등의 문제는 곧바로 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살인적 노동’에만 의지한 차별성 없는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현 상황은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죽음’ 뿐 아니라 업계 전반의 ‘죽음’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3)/수익 급급, 붕어빵 게임 양산…‘아타리 쇼크’ 남 일 아니다>(2/8 이효상 기자 https://goo.gl/TVuB2Q)에서 경향신문은 “수익 중심의 게임 개발” 행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질 낮은’ 게임 난립으로 전체 게임 판매량 자체가 급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와 업계가 함께 가기 위해서는 결국 바뀌어야 한다’
이 같은 우려와 분석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결국 넷마블이, 그리고 사실상 게임업계 대다수 업체들이 ‘구로의 등대’로 계속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의 이 같은 지적 이후 넷마블은 곧바로 “직원들의 건강한 삶을 지향하고 근무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기업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라며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회사 전체에 도입했다. <넷마블 “심야 업데이트 금지”…게임노동자들 과부하 줄인다>(2/14 이효상 기자 https://goo.gl/G4zNXK)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던 희생’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 결과다. 이에 민언련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경향신문의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기획 보도를 2017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좋은 신문보도 둘, 끈질기게 ‘관제데모 배후’ 응시한 한겨레 

선정 배경 한겨레는 극우 세력의 집회 배후에 청와대와 대기업, 경제단체가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독 보도를 연이어 내놨다. 친박 집회의 세가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친박 세력과 일부 언론이 ‘태극기 vs 촛불’ 구도를 통해 민심을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제데모 의혹 해소에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해당 보도의 가치는 지극히 높다할 수 있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의 ‘청와대-기업 관제데모 지원 의혹’ 보도를 2017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청와대-삼성·전경련-우파단체의 ‘삼각 커넥션’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을 통해 보수·극우 성향 단체들의 관제데모를 집중 지원해왔다는 의혹 그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관제데모 지원 의혹은 지난해 4월, 시사저널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집회를 지시했으며, 청와대 차원에서 전경련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이 같은 의혹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특검 측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당시 이를 단독으로 알린 것은 한겨레였다. <조윤선, 어버이연합 ‘반세월호 집회’ 열도록 주도>(1/18 서영지 기자 https://goo.gl/omLi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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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제데모 뒤에 ‘청와대-삼성-우파단체’ 삼각 커넥션이 있음을 지적한 한겨레 보도(1/31) 


1월 31일 한겨레가 내놓은 <청와대, 4대기업 70억 걷어 ‘아스팔트 우파’ 지원>(1/31 서영지 기자 https://goo.gl/XdLNjb)은 이에 대한 후속보도다. 해당 보도에서 한겨레는 특검팀과 재계의 설명을 근거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주도한 지원 회의에는 매번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이 직접 참석해 지원 대상 단체와 액수 등을 논의했으며, 김기춘(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들 단체에 자금 지원을 독려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음을 전했다. 특검 측이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지난 3년간 이들 4개 기업에서 보수·극우 성향 단체로 흘러간 돈이 70여억 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까지 했음을 알린 것도 이 기사다. 


같은 날 <극성스런 관제데모 뒤엔 ‘청와대-삼성-우파단체’ 삼각 커넥션>(1/31 김남일·서영지 기자 https://goo.gl/RprVDi)에서는 “청와대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비밀리에 회의를 갖고 한국사회 이념지형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친정부·친재벌 우파단체들에 수십억 원을 지원한 것은 ‘정경유착의 신세계’”를 연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관제데모 지원도 지원이지만, “‘반 경제민주화’ 단체들을 4대 재벌이 직접 지원”했다는 것이 주는 충격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기사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의 역할”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삼성은 “‘청와대 강요로 돈을 뜯겼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회의에 직접 참석해 전경련과 함께 지원 액수” 등을 정한 삼성을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겨레는 <김기춘 ‘우파 지원’ 리스트에 액수까지 적어 전경련 전달>(2/2 서영지 기자 https://goo.gl/OV0D12)을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신동철 전 비서관이 “2014년 1월께 국민행동본부·어버이연합·애국단체총협의회·고엽제전우회 등 15개 보수우익단체 명단과 그 옆에 지원 금액까지 적은 리스트를 최홍재 전 행정관을 통해 전경련에 전달”했고 이후 조율을 거쳐 “청와대가 지원을 요청한 보수단체가 12개로 추려”졌다는 사실을 박영수 특검팀이 ‘확인’했음을 전했다.  


또 <전경련, 사회공헌기금 25억 보수단체에 쏟아부었다>(2/6 곽정수 선임기자·이정훈 기자 https://goo.gl/CeaL1I)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경련 ‘사회협력회계’ 관련 은행계좌의 2013~2016년 입출금 거래내역을 근거로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38개 보수·우익 단체와 개인에게 총 61차례에 걸쳐 25억여원을 직접 지원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렇게 “전경련 지원을 받은 단체들 중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촛불집회에 대항하는 태극기 애국집회를 주도”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즉 한겨레는 ‘청와대-기업 관제데모 지원 의혹’ 관련해 청와대와 친박 단체, 그리고 삼성 및 전경련으로 이어지는 관제데모와 여론조작 실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꾸진히 앞서가는 보도를 내놓은 셈이다.   


보도가 나올 당시의 ‘상황적 배경’도 기사의 가치를 높였다. 이 무렵 친박 세력과 일부 언론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주도한 탄핵 반대집회 집회의 세가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태극기 vs 촛불’ 구도를 통해 민심을 왜곡하거나, 나아가 ‘친박 집회 참가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관제데모라 치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식의 주장을 무분별하게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세력의 집회 배후에 청와대와 대기업, 경제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잊혀지지 않도록 계속 언급’하고, 이미 밝혀진 수사 결과 등을 공개하는 것은 촛불 왜곡을 막기 위해 언론이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의 ‘청와대-기업 관제데모 지원 의혹’ 보도를 2017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나쁜 신문보도, ‘국정 역사교과서 수호자’ 자처하며 ‘좌파 탓’ 반복한 조선

선정 배경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를 교육현장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와 룰을 지키지 않고, 민주주의와 자유경쟁을 무시한 주체는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강행한 교육부다. 문명고 내 갈등이 심화되는 것 역시 외부세력 탓이 아니라, 재단과 교장이 대다수 당사자들의 반대를 거스르고 국정 교과서 도입을 강행한 탓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문제의 책임을 모두 ‘외부 좌파세력’ 탓으로 떠넘기며 마지막까지 ‘국정 역사교과서 수호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반대 세력 비난’ 보도를 2017년 2월 ‘이달의 나쁜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오류와 왜곡으로 얼룩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연구학교 지정 과정 등에서 정당한 절차와 룰을 지키지 않고, 민주주의와 자유경쟁을 무시한 주체는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강행한 교육부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의 책임을 모두 ‘외부 좌파세력’ 탓으로 떠넘기며 마지막까지 ‘국정 역사교과서 수호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연구학교 신청 실적 저조에 ‘전교조 방해’ 주장 시작
‘좌파 탓’ ‘전교조 탓’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마감일 무렵인 2월 초순이다. 가산점과 예산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조선일보는 9일 곧바로 <전교조 국정교과서 방해, 교육부는 무대책>(2/9 김연주·김형원 기자 https://goo.gl/bQOIk0) 보도를 내고 “국정교과서에 긍정적인 학교들”이 “과거 보수 성향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들이 당한 것과 비슷한 폭력을 당하고 있”으며, 그 폭력의 주체가 전교조라 우겼다.

 

이날 <사설/학교에 교과서 협박, 깡패와 뭐가 다른가>(2/9, https://goo.gl/CsA0lA)에서도 조선일보는 “전교조 등이 집요하고 조직적인 방해 공작을 하고 있”는데 이는 “3년 전 좌편향 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해 교학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 좌파 단체들”이 “떼거리를 지어 자기 의사를 강요하려는 깡패 같은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며 “이 조직적 행패에 학생, 학부모 등 온 나라가 그저 당할 수밖에 없는지 답답하다”는 한탄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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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의 방해로 국정역사교과서 체택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 주장한 조선(2/9) 


10일 이에 호응하듯,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교조 등 일부 시민단체가 학교의 자율선택을 방해하는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바로 그 다음날 <사설/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0’, 무서운 교육계 좌파 독재>(2/11 https://goo.gl/m96Gw0)를 통해 이 총리를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연구학교가 되면 국고 지원을 받고 교사들도 승진에 유리한 가산점을 받는”데도 “전국 5500여 중·고교 중 현재까지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친전교조 교육감들이 신청 절차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데다, 학교에서 신청 움직임이 있으면 전교조 등이 떼로 몰려가 협박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 교육계 ‘좌파 독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연구학교 철회도 ‘좌파 탓’
이후 경북 문명고(경산), 경북 항공고(영주), 경북 오상고(구미)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했으나, 오상고는 신청 하루 만인 16일, 항공고는 그 다음날인 17일 학내 반발로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철회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이 ‘취소’가 전교조나 민노총 등 외부 단체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먼저 17일 1면 기사인 <전교조 몰려와 협박당한 학교 “국정교과서 취소”>(2/17 곽수근 기자 https://goo.gl/T7psp6)에서는 “경북 오상고(구미)가 전교조 등 외부 단체 압박과 교내 일부 교사·학생의 반발을 이유로 신청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며 “좌파 시민단체의 시위로 보수 사관의 역사교과서 채택을 줄줄이 취소했던 ‘제2의 교학사 사태’”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날 12면의 <“가만두지 않겠다” 민노총까지 학교 찾아가 ‘교과서 협박’>(2/17 권광순·곽수근 기자 https://goo.gl/P7hnqj)에서도 조선일보는 오상고의 연구학교 지정 신청 포기 사유로 “전교조 등의 압박과 교내 학생들의 동요”를 재차 꼽았다.

 

18일에는 <사설/시민이 침묵하면 반대한민국 교과서 못 막는다)<2/18 https://goo.gl/RsyWo1)를 통해  “새 교과서는 대한민국 역사의 명암을 균형 있게 서술”했으며 “필진 수와 역량도 좌편향 교과서들과는 비교할 수 없”고 “완성도도 더 높”음에도 “이 교과서(국정 역사교과서)를 신청한 학교가 전무에 가깝다는 것은” “전교조·민노총 같은 시민 단체” 등 “좌편향 교과서를 지키려는 세력”들 때문이라며 “학교 자율권에 속하는 연구학교 신청이 이처럼 완벽하게 봉쇄되는 사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지적했다. 또 ‘좌파’가 아닌 “좌편향 교과서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후세 교육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까지 내놨다. 

 

연구학교 신청한 문명고에는 찬사
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에 대해서는 낯뜨거운 찬사를 쏟아냈다. 먼저 인터뷰 기사인 <“국정교과서가 불온서적이냐? 외부압력 굴하지 않을 것”>(2/21 김연주 기자 https://goo.gl/VnUaWi)에서는 “국정교과서를 마치 불온서적인 것처럼 말하며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 교장의 발언을 부각하며 마치 ‘투사’라도 되는 양 포장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보면 김 교장은 이미 드러난 국정교과서의 사실오류와 편향서술 사례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 “다들 국정교과서가 잘못됐다고만 하지 제대로 내용을 비교해보지는 않는다” “정말 국정이 검정보다 하자가 많은지 알고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안일한 주장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김 교장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여론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교과서) 내용을 잘 알고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도 했다.


<사설/문명고 김 교장 같은 분, 백명 천명 나와야 교육이 선다>(2/21 https://goo.gl/jXRpsa)에서도 조선일보는 “사실 야당·좌파 교육감·전교조·민노총이 하나가 된 거대 조직과 개별 학교들이 맞선다는 것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고 “좌편향 교과서와 새 교과서를 비교해보자는데도 문명고 일부 학생·학부모”는 “좌파와 인터넷 선동만 따라가고 있”는 현 상황에 “김 교장처럼 소신과 용기를 가진 교육자가 수백, 수천명 나와야 역사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학부모 반발도 ‘좌파세력’ 반발로 바꿔치기 
3월 2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 등의 항의 시위로문명고의 입학식이 취소되자, 조선일보는 이를 3일자 지면에 1면 기사와 사설을 포함해 무려 4건이나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 삼은 것은 주로 “민노총·전교조 등 좌파 단체들”의 욕설과 방해 행태였다. 
1면 상단에 배치된 <5566교중 단 1곳도 그냥두지 않았다>(3/3 박원수·곽수근 기자 https://goo.gl/Bn6kck)는 “교육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국정화를 반대한 이들이 연구학교 운영조차 막는 것은 다양성을 짓누르는 자기모순”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감은 교과서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민노총·전교조가 나쁜 교과서라고 낙인을 찍자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익명의 교육계 관계자 발언을 소개했다.

 

홍택정 문명고 이사장을 인터뷰한 <“교사 73%가 동의하고 민주적 절차로 교과서 선택”>(3/3 김형원 기자 https://goo.gl/MGL88a)에서는 “우리 문명고 교사의 73%가 동의했고, 지난달 열린 학교운영위에서 연구학교 신청 안건을 가결시켰다. 아무리 작은 학교지만 합법적 절차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을 소개하며 절차상의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당초 연구학교 지정공모 제한규정에 ‘교원 동의율이 80% 미만인 학교는 공모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었음에도 문명고의 교원 동의율이 73%에 불과하자 경북교육청이 ‘교원 동의율 80% 미만 학교 연구학교 공모 제외’ 지침을 바꿔 문명고가 신청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문명고 운영위에서 연구학교 지정에 대해 2대 7로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자 정회한 뒤 문명고 교장이 학부모위원들을 설득해 5대 4로 통과시켰다는 사실 역시 조선일보는 말하지 않았다. 불리한 사실은 절대로 말하지 않는 ‘조선일보 식’ 기사인 셈이다.


3면의 <학교 무단침입한 좌파단체, 교장·이사장에 “철회해라, XX야”>(3/3 김연주·김형원 기자 https://goo.gl/2kcib5)의 경우, 사실관계가 불분명한데도 제목에는 교장 측 주장만을 담아 “욕설을 한 것”이 기정사실이라도 되는 양 보도했다. 온라인판 보도에는 CCTV 기록을 조합해 만든 1분 55초짜리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지만, 이 역시 현장 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은 영상인 만큼 학교 측이 주장한 “XX새끼야. 네가 뭔데 그러냐”는 욕설과 협박이 실제 있었던 것인지는 증명할 수 없다.  


<사설/이념 교과서 지키려 입학식마저 훼방 놓은 좌파 교육독재>(3/3 https://goo.gl/fGg1Lv)에서도 조선일보는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이 “학내 갈등을 부추겼다”며 “좌파 이념 교과서를 지키려 학생들에게 가장 축복스러운 자리가 돼야 할 입학식을 볼모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좌파의 폭력적 교육 독재가 계속되는 한 한국 교육의 앞날은 깜깜하다”는 푸념도 빠지지 않았다. 

 

품질로 경쟁하자더니 정작 품질 문제는 외면
‘교과서 품질로 경장하자’는 주장을 펼치면서도 정작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수많은 오류가 있다는 지적에는 침묵을 고수했다는 점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대한인국민회 초대회장은 도산 안창호가 아닌 윤병구임에도 고교 한국사 최종본 208쪽에는 ‘안창호는 대한인국민회 초대회장으로 취임했다’는 식의 완전히 잘못된 설명이 붙어있음이 밝혀졌으나 조선일보는 ‘안창호’라는 단어조차 지면에 내놓지 않았다.

 

또 집필진 중 7명은 역사 비전공, 그중 4명은 우익 단체 출신, 2명은 교학사 교과서 찬성 또는 ‘5.16 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이라는 점. 편찬심의위원 중 교사를 제외한 학자들 5명 중 3명은 한국현대사학회 및 교과서포럼 핵심 멤버이며, 나머지 2명은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라는 점. 수백 건에 달하는 오류에 교과서 서술의 기본 원칙인 편찬 기준까지 위반했다는 점 역시 조선일보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전교조가 정년·명예퇴임하는 교원 중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원 100여명이 훈·포장 대상에서 탈락했다며 교육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 역시 조선일보 지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이 왜곡․은폐 보도로 정부의 국정교과서 도입 강행을 철저히 감싸고 나선 셈이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반대 세력 비난’ 보도를 2017년 2월 ‘이달의 나쁜 신문 보도’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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