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최순실’ 긴밀한 협조 내역 파헤친 시사인
등록 2017.02.27 18:56
조회 172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1월 ‘이달의 좋은 신문‧방송‧온라인 보도상’과 ‘이달의 나쁜 신문‧방송’을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1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은 한겨레의 ‘반기문 전 유엔사무청장 검증 보도’(강희철‧이정애‧이정훈‧박태우 기자)가, 방송 부문은 SBS의 ‘삼성-박근혜 뇌물죄 공모’ 단독 보도(임찬종‧이한석‧박민하‧전병남‧박하정 기자)가, 온라인 부문은 시사IN의 <‘1379개 파일’에 담긴 삼성과 최순실의 거래> 보도(주진우·김은지·전혜원·신한슬 기자)가 선정되었습니다. ‘2017년 1월 좋은 보도 시상식’과 기자 간담회는 2월 28일(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좋은 기사를 쓴 ‘진짜 기자’와 함께 하는 자리에 관심있는 분은 누구나 함께 하셔도 됩니다. 아래는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1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심사 개요
매체  시사IN
보도  <‘1379개 파일’에 담긴 삼성과 최순실의 거래>
보도일자  2017년 1월 9일
기자  주진우·김은지·전혜원·신한슬 기자
선정 위원  강기석(자유언론실천재단 운영위원), 김동훈(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종한(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간사), 서명준(언론학 박사), 
 이봉우(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간사),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나다 순)
심사대상  2017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 매체에서 다룬 보도

민언련 선정 이달의 좋은 보도 온라인 부문은 대안언론은 물론이고, 인터넷언론과 일인미디어 등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보도 전반을 대상으로 합니다. 좋은 보도를 게재한 언론사나 기자, 일인미디어 여러분들의 자천과 언론소비자의 적극적 추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천서는 ccdm1984@hanmail.net로 보내주시고, 양식은 자유롭게 하되 보도 URL과 추천사유를 꼭 써주시기 바랍니다.

 

 

선정 배경 시사IN은 단독 입수한 1379건의 삼성 내부 문건 및 각종 파일 분석을 통해, 2014년 삼성의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 당선부터 2016년 삼성전자의 정유라 말 지원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개별 사건이 사실상 ‘삼성-최순실 커넥션’을 구성하는 커다란 밑그림의 일부였음을 사실상 입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3자 뇌물죄를 포함, 모든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에도 삼성이 여전히 억울함을 피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주요 증거를 입수하고, 나아가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해당 보도는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킨 수작으로 손 꼽을만하다. 이에 민언련은 시사IN의 <‘1379개 파일’에 담긴 삼성과 최순실의 거래> 보도를 2017년 1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로 선정했다.

 

‘몰랐다’는 이재용, ‘몰랐을 리 없다’는 기록들
2016년 12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1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최순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최 씨를) 개인적으로는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2015년 7월에는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답했다. “2016년 2월쯤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쯤 되는 것 같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박 대통령 독대 직후 삼성이 최 씨 측에 거액을 지원한 것은 이 부회장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이 답변은 이후 끊임없이 그 진위 여부를 의심받았다. 실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 이틀 전인 7월 23일, 이 부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직접 소집해 승마 관련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15년 12월부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최순실과 직접 만나 지원을 논의했다는 진술 등도 확보했다. 특검은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적어도 지난해 7월에는 최 씨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 한 달 여 뒤, 시사IN은 삼성과 최순실의 ‘직거래’ 흔적이 담긴 문건·카카오톡·이메일·사진 등 1379건의 파일을 분석한 <‘1379개 파일’에 담긴 삼성과 최순실의 거래>(1/9, https://goo.gl/LsnS80) 보도를 내놨다. 해당 보도의 결론은 이렇다. “적어도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독대한 2015년 7월 이후 그룹 차원에서 최순실 지원을 서둘러 왔다” 이는 삼성이 최 씨 측 지원에 그룹 차원의 특별한 의도를 갖고 나섰다는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삼성과 최순실이 ‘인연’을 맺은 시점은 언제일까? 시사IN이 주목한 것은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로 복귀한 2014년 11월 25일이다. 그 다음날인 11월 26일 삼성은 화학과 방산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키로 했다. 매각규모만 2조원에 달하는 이 ‘빅딜’로 한화는 주력사업인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듬해 2월,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는 임기가 2년이 남았음에도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사임했다. 3월, 그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은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다. 2015년 4월, 삼성과 최순실의 ‘연결고리’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정유라 선수가 독일에서 훈련할 계획이니 협회가 지원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2015년 국가대표훈련 촌외(국외)훈련 승인 요청서’ 문건을 작성했다. “삼성의 복귀 직후부터 최순실 측이 대한승마협회에 정유라의 독일 훈련 지원을 요청하는 계획”을 세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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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이 단독 입수해 분석한 ‘2015년 국가대표훈련 촌외(국외)훈련 승인 요청서’와
‘한국 승마 중장기 로드맵’

 

2015년 6월 작성된 대한승마협회의 ‘한국 승마 중장기 로드맵’ 문건 역시 삼성과 최 씨 간의 대가관계를 입증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권 내 진입을 목표로 정유라 종목인 마장마술을 포함해 3개 종목별 선수 3명씩을 지원한다는 내용”과 공식 운영 대행사 선정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당시 대한승마협회가 염두에 둔 공식 운영대행사는, 이후 비덱 스포츠로 이름을 바꾸는 최순실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시사IN 취재 결과에 따르면 코어스포츠에서 부장으로 일한 노승일 씨는 2015년 7월 31일 이미 회사가 삼성과 계약한다는 이야기를 최순실 측으로부터 들었고, 8월 5일에는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문건도 최순실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증언했다. 2015년 7월부터는 아예 이 중장기 로드맵에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가 지원 대상으로 명시된다. 


시사IN에 따르면 2015년 6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한국마사회의 ‘도쿄올림픽 출전 준비를 위한 한국승마선수단 지원방안 검토’ 문건에도 정유라는 국가대표급 선수 인력풀 중 한 명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시사IN은 “현명관 당시 마사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며 “현 회장의 부인 전영해씨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 등과 함께 ‘최순실 3인방’으로 지목”된 인물임을 강조했다. 해당 문건의 작성 주체는 한국마사회 산하 승마진흥원에서 이후 ‘피엔케이 홀스(P&K Horse)’로 바뀌었다. 피엔케이 홀스는 최순실 측근인 박원오 전 전무의 회사로 알려져있다.  

 

‘살생부’ 작성부터 입금까지, 삼성과 최 씨의 은밀한 거래 기록
시사IN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다음날인 2015년 7월 26일 작성된 ‘삼성그룹 대한승마협회 지원사 현황’ 문건 역시 박원오 전 전무가 작성한 것으로 봤다. 해당 문건은 일종의 ‘살생부’로 “문건에 언급된 이영국 대한승마협회 부회장과 권오택 총무이사는 문건이 작성된 그달인 2015년 7월 경질”됐다. 해당 문건 속 “삼성전자가 대한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우선 최순실 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정유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도 그대로 현실이 됐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이후인 7월 27일 ‘한국 승마선수단 해외 전지훈련을 위한 준비’ 문건에는 ‘독일 현지 법인 컨설팅 회사와의 계약 조건’이 추가됐다. 시사IN은 노승일 씨의 증언과 문서의 수정 내용 등을 근거로 “최순실이 박원오 전 전무에게 박상진 사장과의 논의를 지시하는 구조”였음을 지적했다. 모두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증언한 시기 일어난 일들이다. 


2015년 8월 최순실 측은 ‘마인제959’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구입했다. 시사IN이 입수한 코어스포츠 내부 문건들에 따르면 이 과정을 처리한 담당 변호사는 박승관 변호사였다. 해당 회사가 코어스포츠로 이름을 바꾼 것은 8월 25일. “삼성과 계약 체결 하루 전”이다. “승마는 삼성, 펜싱은 SK 후원을 받는다”는 홈페이지 구상은 “최순실 지시로 노승일 씨가 적은 문구”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가 작성한 영문 계약서 초안에 대한 코어스포츠 측 수정 요구사항을 받아들여(8월 23일) 최종 계약서를 완성했다. 계약은 8월 26일 이뤄졌다. 


삼성 측은 왜 ‘코어스포츠와 계약했냐’는 질문에 대해 “독일 헤센 주 승마협회 대표 쿠이퍼스 씨가 코어스포츠 공동대표로 있었던 것이 코어스포츠와 계약을 체결한 이유 중 하나”라 주장했다. 그러나 시사IN의 취재결과에 따르면 “쿠이퍼스 씨는 계약 체결 직후 9월 4일자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노승일 씨는 그가 바지사장이었음을 증언했다. 이후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바꾼 코어스포츠를 통해 삼성은 약 37억 원 가량을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과 노승일 씨가 주고받은 “회장님 S에서 입금했습니다”라는 카톡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이 또한 시사IN 단독 보도 결과물이다.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에 당선된 2014년 11월 25일부터,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입금을 진행한 2015년 9월까지의 수많은 문건과 연락․기록 등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최순실을 지원’했음을 보여준다. 선수 6명을 지원할 계획이 정유라 1명을 지원하는 계획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계속 아무것도 몰랐던 것일까? 그의 구속 이후 삼성은 ‘그룹 최고결정권자’이자 ‘조타수’를 잃었다고 외치고 있다. 삼성 위기론과 경제 위기론을 연계해 여론을 조성하며, 여전히 억울하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를 지원한다는 ‘중차대한 일’에서 유독 그는 왜 ‘최고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일까? 

 

현재 특검의 핵심 조사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를 포함, 모든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에도 여전히 억울함을 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 최순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줄 주요 증거를 입수하고, 나아가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해당 보도는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킨 수작으로 손꼽을 만하다. 이에 민언련은 시사IN의 <‘1379개 파일’에 담긴 삼성과 최순실의 거래> 보도를 2017년 1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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