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02

청문회에 반발하며 ‘뉴스 사유화’한 MBC, 스스로 청문회 대상임을 증명
2017년 2월 16일
등록 2017.02.18 18:28
조회 668

16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MBC의 ‘뉴스 사유화’가 3일째 반복됐습니다. 청문회를 받아야 할 자사의 부당 노동 행위와 친정부 행태에는 눈 감은 채, 근거도 없이 야권을 비난하는 반저널리즘 보도가 오늘도 2.5건이 나왔습니다. 같은 공영방송인 KBS까지 거들고 나섰네요. 

 

1. 오늘도 ‘야당 마타도어’…MBC의 추락엔 날개가 없다 

MBC의 뉴스 사유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MBC의 부당 노동 행위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한 뒤, MBC는 관련 보도를 14일 5건, 15일 4건, 16일에도 2.5건이나 보도했습니다.

 

K-001.jpg

△ ‘언론노조 배후설’ 제기한 MBC(2/16)

 

절차상 하자? MBC의 편파보도
이날 보도도 야당에 대한 왜곡과 흑색선전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MBC <국회 파행 사흘째…안건 무효 등 모색>(2/16 https://bit.ly/2lok3uU)은 “일부 야당이 국회 상임위에서 MBC 청문회 개최 등의 안건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촉발된 국회 파행이 사흘째 이어졌”다면서 민주당을 비난한 자유한국당 입장을 전했습니다. 류병수 기자는 이제는 민주당이라 부르지도 않고 ‘일부 야당’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보도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날치기가 뭔데요? 날치기의 규정이 뭡니까?”라고 묻는 홍영표 환노위원장 질문을 보여줍니다. 그나마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항의 질문을 통해 일부 시청자는 이번 청문회 의결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2~3초만의 발언으로는 시청자는 진실을 접할 수 없습니다. 실제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여당과 MBC의 이러한 날치기 주장에 반박했습니다. 간사 간 사전 협의에 삼성 백혈병 및 MBC 청문회가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긴급동의에 이 안건을 올리는 데에는 여야가 모두 동의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전체회의에서 반발하며 퇴장을 해버렸는데요. 홍영표 위원장은 이것도 긴급동의 안건에 동의할 수 없다면 안건조정위원회에 넘겨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국회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MBC는 홍 위원장의 질문에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MBC가 더불어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논조에서 이탈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쏘아 붙이는 모습을 녹취 인용했습니다. 과연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일까요? MBC의 최근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는 MBC와 여당의 주장처럼 ‘민주당의 논조에서 이탈’해서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MBC가 녹음파일 대부분을 차지한 ‘최순실 국정농단’엔 침묵하면서 일부의 ‘고영태 사익추구’만 줄기차게 부각해서 일방적으로 그 사안만 보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MBC는 자꾸 자신들의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에 대한 ‘정치 보복’을 MBC 청문회를 한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은 MBC 청문회를 의결하면서 보도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것은 MBC와 스스로 그 보도가 ‘친청와대 보도’임을 자인하는 꼴이며, 이를 여당이 감싸주는 모양새입니다. 


MBC는 여기다 “MBC청문회를 강행한 홍영표 의원은 노조 간부의 채용장사 비리로 최근 수사 받고 있는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초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가장 유력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근거도 없는 비난성 추측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은 MBC가 3일 내내 반복하고 있는 ‘한국GM 노조위원장 출신 홍영표 위언장이 한국GM 노조 비리 청문회를 무산시키려 MBC를 끌어왔다’는 주장에 대해 허위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이번 의결을 일주일 연기하고 한국GM노조 청문회를 넣자고 해서 홍 의원이 이를 수용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뒤늦게 MBC 청문회를 반드시 빼야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국회 보이콧까지 나선 여당의 의도는 MBC를 비호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언론노조가 민주당의 배후? MBC의 음모론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MBC <언론노조와 손잡고 공영방송 흔들기>(2/16 https://bit.ly/2lpS4dN)는 “더불어민주당이 MBC 청문회 개최를 밀어붙이는 데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사실상 배후에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제1야당의 배후를 언론노조가 조종하고 있다는 건데요. 장재용 기자는 그 근거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노조 행사에 직접 참석”해 “언론노조 측에 해고 노조원 복직,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을 약속”했던 문재인 전 대표 행보를 들었습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언론노조는 '통진당'과 정책협약을 맺어 언론사 청문회 개최 약속을 받기도 했”다며 언론노조에 은근히 ‘통진당 색깔론’을 덧씌우기도 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방송법 개정을 방송장악 시도라고 비판하자, 야당 미방위원들과 언론노조는 미리 맞춘 듯 ‘적반하장’·‘거짓선동’ 등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는 것도 “대선을 앞두고 또 노골적으로 특정 야당과 공조를 강화”하는 근거로 내밀었습니다. 보도 말미엔 “‘편집·편성권 쟁취’를 제1강령으로 내세운 언론노조는 산하에 정치위원회를 두고 정치세력화 의도를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언론노조를 비난했습니다. 


MBC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상식과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습니다. 먼저 언론노조가 법원도 파업의 정당성과 부당 해고를 인정한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을 어떻게  ‘노조가 야당을 조종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하는 것마저 ‘조종한 것’이라고 표현한다면, 지금 민언련도 매일 MBC 보도국을 조종하고 있는 셈인가요?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방송법 개정을 방송장악 시도라고 비판하자, 야당 미방위원들과 언론노조는 미리 맞춘 듯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을 냈다고 비판한 부분도 이상합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공영언론을 일방적으로 장악하지 못하게 하자는 방송법 개정 요구에 대해서 현재 ‘정권의 방송장악’을 심각하게 보여주고 있는 여당의 대표가 ‘방송장악 시도’라고 우기니 이를 ‘적반하장’ ‘거짓선동’이 아닌 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편집권 쟁취’를 ‘노조의 정치세력화’로 규정한 MBC 주장도 터무니없습니다. 방송법 4조 1항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고 방송법이 준수 의무를 두고 있는 <방송편성규약> 4조 4항은 “방송과 보도에 대한 내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정법이 보장하는 이러한 ‘편집권’을 침해한 것은 공영방송 KBS와 MBC입니다. KBS는 지난해 ‘사드 보도 지침’과 ‘이정현 녹취록’으로 ‘청와대 보도 개입’의 실태를 보여줬고 MBC는 해고와 징계로 기자‧PD를 내쫓으며 노동 탄압을 자행하고 있죠. 이렇게 사측이 빼앗아간 ‘편집권’을 되찾자는 기본적인 ‘노동권 수호’가 어떻게 정치세력화와 연결되는지 MBC는 설명해야 합니다. 


경영진과 보도국이 스스로 지금의 보도를 ‘공정보도’라고 아무리 우겨도 김재철 사장 이후 계속 MBC의 뉴스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고, ‘친정부 성향’이 강해졌음을 국민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계속 자신들의 보도가 가장 공정하다고 우기고 있는 MBC의 비뚤어진 시각이 문제입니다. 

 

3. KBS도 자사 사장이 협회장인 ‘방송협회’ 입 빌려 ‘MBC 지원사격’
MBC의 16일 자사 청문회 관련 보도 중에는 <방송협회 “MBC 청문회는 언론 독립성 훼손”>(2/16 https://bit.ly/2kPPF8V)이라는 단신도 있는데요. 이 보도는 “국회 환노위에서 야당 주도로 의결한 'MBC 노사문제 청문회' 개최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언론과 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한국방송협회 성명을 받아쓴 보도입니다. 이날 타사 중에서는 KBS가 유일하게 MBC 청문회 관련 보도를 냈는데요. KBS <방송협회, “국회 MBC청문회 개최 우려”>(2/16 https://bit.ly/2m0sV6z)도 “'MBC 노조탄압 관련 청문회' 개최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언론과 방송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방송사 내부의 노사갈등은 경영진과 노조의 자율적인 협상과 조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방송협회 성명을 읊었습니다. 


방송협회는 고대영 KBS사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조직으로서 사실상 KBS‧MBC 경영진을 대변하는 성격을 지닙니다. KBS와 MBC는 사측이 낸 성명을 똑같이 메인뉴스에서 보도로 선전해준 겁니다. 

 

4. ‘이재용 구속’ 삼성의 경영 공백 우려하는 KBS‧MBN
17일 오전 5시 36시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전날인 16일 방송뉴스에서는 이재용 영장실질심사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을 위해 구속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KBS와 MBN은 이재용 구속수사로 인한 삼성의 경영 공백과 사업 차질을 우려했습니다.


KBS <삼성 긴장 고조…경영 공백 위기감> (2/16 https://bit.ly/2kNb5Un)는 이재용 구속영장에 대해서 “그룹 총수가 두 번이나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경영 공백 상태가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은 결론이 나오기를 조심스럽게 기대”, “영장이 기각된다면, 미래전략실 해체 등 쇄신작업을 구체화”한다며 ‘기각되면 쇄신하겠다’는 변명까지 대변했습니다. 


MBN <하루종일 초긴장> (2/16 https://bit.ly/2kVVt3h)은 “삼성 내부는 태풍 전야처럼 초긴장 상황”이라고 전하면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은 창사 후 처음으로 총수 공백 사태에 빠”진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삼성이 9조 원에 인수할 미국 전장기업 하만에 대한 인수합병이 당장 암초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삼성의 사업 차질도 걱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39권은 안 전 수석 동의 없이 보좌관이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독수독과 원칙’을 들면서 “이 부회장이 구속돼도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5. ‘부관참시’부터 ‘VX가스 암살’’까지…‘김정남 피살 보도’ 천태만상
방송사들의 ‘김정남 피살 사건’ 과잉 보도, 선정적 보도 행태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음 ‘북한 암살 지시설’도 방송 뉴스에선 사실처럼 굳어졌습니다. 16일엔 용의자가 2명 추가 체포됐는데요. 용의자들은 사건 현장 주위를 맴돌고 얼굴도 가리지 않았으며 다른 용의자들을 술술 불고 있어 여러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과 연계됐다는 단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16일 AFP통신과 현지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숨진 “김정남의 사망 뒤에 북한이 있다는 건 현재 그저 추측”이라며 속단을 경계하기도 했죠. 그러나 7개 방송사 모두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15일까지 ‘북한 공작원 암살’을 확언하더니 16일엔 “북한이 청부암살”로 말을 바꿨을 뿐입니다.

 

KBS <청부 암살 유력…‘신경성 독가스’ 가능성>(2/16 https://bit.ly/2lVpbD8)은 “북한이 외국 국적의 사람을 고용해 청부 살인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런 보도가 JTBC를 뺀 6개사에 모두 1건씩 있습니다. 이는 북한 공작원이 사용했을 ‘독살 무기’들을 소개하기까지 했던 바로 전날의 태도에서 돌변한 겁니다.

 

K-005.jpg

△ 자극적인 ‘김정남 피살 보도’, ‘부관참시’ 거론한 MBN(2/16)
 

‘북한 배후설’을 사실로 전제한 자극적인 보도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MBN <“증거인멸‧부관참시”>(2/16 https://bit.ly/2llhGsJ)는 “북한이 김정남 시신에 집착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 김정은 체제 단속용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른바 '부관참시'”라는 무시무시한 상상력을 발휘했습니다. TV조선 <‘사린’보다 100배 독한 ‘VX가스’로>(2/16 https://bit.ly/2llou9J)는 “사린가스보다 100배 더 독하다는 VX 가스”, “복어독”, “청산가리보다 5배 이상 독하다는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습니다. 이 보도는 영화 ‘더 록’에서 “녹색 구슬을 적의 입에 물리자, 침을 뿜으며 즉사”하는 장면을 무려 21초 동안 보여줬고 김정남 암살을 재구성한 삽화도 선보였습니다.

 

6. 이번엔 KBS의 ‘단독 폭탄’…과한 ‘북풍 욕심’
14일부터 15일까지 TV조선은 김정남 피살 사건에만 단독보도를 하루에 6건씩 퍼부었는데요. 16일엔 KBS가 4건의 단독 보도로 ‘단독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중 3건은 또 다른 백두혈통이 한국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다른 1건이 문제입니다.


KBS <“리영호 해임 뒤 처형”…최룡해 자취 감춰>(2/16 https://bit.ly/2lOlG5A)는 “김정은의 핵심 측근 중 가장 먼저 해임됐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처형”됐고 “혁명화 교육과 복귀를 반복했던 최룡해가 공식 석상에서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근거가 매우 부실합니다. 리영호 전 북한군참모총장 처형의 경우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하시는 분이 왜 이런 데 와서 공부를 하십니까?' '나도 이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어' 이 말이 치명타가 돼서 총살해버리라고”라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의 발언이 근거의 전부입니다. “최룡해 잠적설”은 아예 근거도 없이 그냥 “의혹을 낳고 있”다고만 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 KBS의 단독 보도 내용과 완전히 다른 사실이 나온 것도 눈에 띕니다. TV조선 <최용해 방중…암살 때문에 발 묶였나>(2/16 https://bit.ly/2lOwqkt)는 익명의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최룡해는 현재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또한 연합뉴스 는 지난 1월 8일 “리영호도 도청에 걸려서 죽었다”는 태영호 전 공사의 주장을 인용해 ‘리영호 처형설’을 단독 보도(https://bit.ly/2lqaWsW)했는데요. 연합뉴스는 “팩트로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태 전 공사 발언도 덧붙였고 “그간 리영호가 처형됐다는 언론 보도는 나온 적이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도 했습니다. KBS가 과도한 ‘북풍 욕심’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별 다른 근거도 없이 보도한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monitor_20170217_10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