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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고영태 게이트’로 바꾼 MBC
2017년 2월 13일
등록 2017.02.14 19:20
조회 941

1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친박계’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거들고 나선 ‘고영태 녹음파일’을 주목해야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저지른 초유의 국정‧헌정 유린을 고영태 개인의 비위로 몰고 가기 위해 ‘고영태 녹음파일’에 매달리고 있는데요. 공영방송 KBS‧MBC와 채널A는 ‘고영태의 사익추구’를 줄기차게 강조하면서 대통령 측 프레임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그나마 JTBC가 ‘고영태 녹음파일’도 ‘최순실 국정농단의 증거’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1. 수많은 ‘최순실 사익추구’는 숨기고 부분적 ‘고영태 사익추구’만 진열한 MBC
최순실 측과 박 대통령 측이 모두 녹음파일 2000여 개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곧장 시간을 끈다는 비판에 직면했는데요. 검찰도 이미 조사가 끝나 국정농단과 관련된 29개만 증거를 제출한 것이라 반박했고 녹음파일 내용 대부분이 오히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증명한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3일, SBS를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모두 ‘고영태 녹음파일’을 보도했습니다. 최악의 보도는 단연 MBC입니다. MBC는 오로지 ‘고영태 사익추구’ 내용만 반복적으로 읊었습니다. 그것도 보도를 2건이나 할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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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태 녹음파일’ 중 ‘최순실 국정농단’은 빼고 ‘고영태 사익추구’만 골라 보도한 MBC(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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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태 녹음파일’ 중 ‘최순실 국정농단’은 빼고 ‘고영태 사익추구’만 골라 보도한 MBC(2/13)
 

MBC의 <‘재단 장악 음모’…치밀한 준비 정황>(2/13 https://bit.ly/2lGkQn8)과 <“최순실이 믿는 건 VIP와 나”…‘왕의 남자’>(2/13 https://bit.ly/2lGkz3P)는 보도 제목부터 남다릅니다. 고영태 씨가 ‘재단 장악 음모를 치밀히 준비’했고 ‘왕의 남자’라는 사실을 명시한 건데요. 타사는 TV조선 <고영태 녹취, 법원서도 쟁점 떠올라>(2/13 https://bit.ly/2knYaqJ)처럼 최소한 이것이 ‘쟁점’이 된 사안임을 보여줬습니다. JTBC는 <‘고영태 게이트’ 몰아가 탄핵 비상구 찾기>(2/13 https://bit.ly/2l9SqFC)라는 제목을 뽑아 아예 ‘고영태 녹음파일’이 박 대통령 측 ‘탄핵 비상구 전략’임을 지적했죠. 


보도 내용도 압권입니다. <‘재단 장악 음모’…치밀한 준비 정황>(2/13)은 “고영태 씨와 측근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끌고 가려 했는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면서 “내가 (K스포츠)재단 부사무총장 그걸로 아예 들어가야 될 것 같아. 사무총장 자리에다 딴 사람 앉혀놓고, 뭐 거긴 다 우리가 장악하는 거지”와 같은 고 씨의 ‘재단 장악 발언’, 고 씨 측근의 “그거를 유심칩 뽑아서 찢어버리고, 전화기를 그냥 한강 같은데다가 던져버리라고 그러더라고”라는 ‘증거 인멸 발언’ 등 녹음파일 속 대화 내용 6개를 나열했습니다. MBC <“최순실이 믿는 건 VIP와 나”…‘왕의 남자’>(2/13)는 고영태 씨가 최순실을 조종했다는 식의 프레임을 담았습니다. “녹음파일에서 고영태 씨는 측근들에게 최순실이 믿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장담”했다는 겁니다. MBC는 “소장(최순실)이 믿는 사람이 VIP하고 나밖에 없어”와 같은 고 씨 발언 등 녹음파일 속 대화 내용 6개를 풀어줬습니다. 


MBC가 2건은 ‘고영태 사익추구’ 대화 내용만 12가지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검찰 조사결과와 JTBC 보도를 통해 밝혀진 2000여 개 녹음파일 대부분이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사적 내용이라는 점, 재판에 제출된 29개 녹음파일 내용 역시 상당부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가리킨다는 점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2. JTBC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보도한 내용, MBC는 ‘고영태가 왕의 남자’로 보도
MBC는 하루 전날 JTBC가 ‘최순실 국정농단’ 정황으로 단독 보도한 녹음파일 속 대화내용을 ‘고영태 사익추구’로 바꿔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MBC <“최순실이 믿는 건 VIP와 나”…‘왕의 남자’>(2/13)는 “이번에 큰 문제(정윤회 문건)가 터졌잖아. 그래서 (최순실이) 약간 거기에서 손을 놓은 거 같더라고”(고영태), “그럼 안 되고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지”(고 씨 측근 최 모 씨)라는 대화 내용을 ‘고 씨가 최순실을 감정적으로 컨트롤한 왕의 남자’임을 증명하는 사례로 제시했는데요. 이는 전날인 12일, JTBC <단독/대통령 반전 카드? 이른바 ‘고영태 파일’>(2/12 https://bit.ly/2lEjBZP)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소개된 내용입니다. JTBC에 의하면 해당 대화가 나온 시점은 2015년 4월 7일로서 “2015년 1월 검찰의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때 고 씨는 김수현 씨, 최철 문체부 장관 보좌관을 만나 “VIP(박 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뭐 하나 결정도”라고 말했고 “글씨 하나 연설문 토씨 하나 여기서 수정을 보고 새벽 늦게라도 오케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때문에 최순실이 조심스러워졌다는 말을 이어갑니다. “한 시간에 두 세 번 씩 전화통화를 하다가 손을 놓고 싶어도 놓지 못했”는데, “이번에 큰 문제(정윤회 문건 파동)가 터졌잖아. 그래서 약간 거기에서 손을 놓은 것 같다”고 말한 겁니다. JTBC는 여기에 MBC가 보도한 최철 보좌관의 “그럼 안된다.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반응도 덧붙였고 MBC가 보도하지 않은 “두 사람(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고 씨 대답까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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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가 맥락 자르고 ‘고영태는 왕의 남자’로 보도한 대화내용, JTBC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보도(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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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보도한 전체 대화 맥락(2/13)

 

요컨대 MBC는 JTBC가 보도한 전체 대화 맥락을 전부 날려버리고 극히 일부분의 대화만 보도해 ‘고영태가 왕의 남자’임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겁니다. 이는 타사 단독 보도의 가치를 훼손함과 동시에 국민을 우롱하는 작태라 할 수 있습니다.

 

3. KBS‧채널A도 대통령에 유리한 정황으로 보도
이처럼 MBC는 노골적으로 대통령 대리인 측이 주장하는 내용만 골라 보도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KBS와 채널A도 비슷한 취지의 보도를 1건씩을 내놓았습니다. KBS <‘녹음 파일’ 증거인멸 정황…증거 채택 공방>(2/13 https://bit.ly/2kC8rk4)은 “내가 (K스포츠)재단 부사무총장 그걸로 아예 들어가야 될 것 같아. 사무총장 자리에다 딴 사람 앉혀놓고, 뭐 거긴 다 우리가 장악하는 거지”라는 녹음파일 속 고영태 씨 발언을 전했고 “니 계정하고 메일 주고받고 너도 연관됐다고 생각되는 거 있지? 그거는 너도 다 없애”라는 고 씨 측근 발언을 들어 “언론 보도 직전 관련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MBC와 다른 점이 있다면 KBS는 2개 대화 내용만 보도해 12개나 보도해 물량공세를 퍼부은 MBC보다 소극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KBS는 딱 한 마디에 불과하지만 “통화 내용 대부분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관련성이 있는 29개는 이미 녹취록으로 법원에 제출했다”는 검찰 측 입장을 언급했습니다.


채널A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채널A <“임원 잘라라” 재단 장악 의혹>(2/13 https://bit.ly/2krn60K)은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이 헌재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고영태 씨가 수백억 대기업 돈이 들어간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었다”고 밝혔음을 단독으로 전했습니다. 여기에 “틀을 딱딱딱딱 몇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것이니까”라는 녹음파일 속 고 씨 발언을 끼워 넣어 박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고영태 사익추구’ 정황을 추가했습니다. 


TV조선은 녹음파일을 2건 보도했는데 2000여 개 녹취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 및 최순실 입장과 “2250개 이상의 파일이 김씨 개인적인 내용"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된 29개 파일의 녹취록은 이미 법원에 제출됐다”는 검찰 반박을 나열해 기계적 중립을 보였습니다. MBN은 1건을 보도했고 대통령 측을 향해 “탄핵 심판을 늦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언급했습니다. 

 

4. JTBC는 오늘도 ‘고영태 녹음파일은 최순실 국정농단 증거’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고영태 녹음파일’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는 11일부터 매일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고영태 녹음파일’도 대부분의 내용이 최순실의 영향력과 국정농단을 증명한다는 겁니다. 


JTBC <대통령 측-친박 ‘고영태 파일’ 미는 이유>(2/13 https://bit.ly/2l9SqFC)는 먼저 ‘고영태 녹음파일’ 프레임 전쟁에 ‘친박계 의원’들까지 대통령을 돕기 위해 가세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희정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국정농단 주범이 고영태 일당의 공갈사기 행위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사안이 지금 그냥 넘어갈 사안입니까? 이게 제가 물타기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말하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모습을 보여줬고 손석희 앵커는 “물타기가 맞는지 아닌지 한 번 짚어보죠”라고 받아쳤습니다. 이어 JTBC는 “녹음 파일이 양이 상당히 많던데, 대부분은 최순실의 사익추구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며 “(최순실이) 독일로 돈 빼는 게 마음 급한 것 같다”, “VIP는 최순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등 녹음파일 내용을 소개했고 “그런 얘기는 대통령 측에서는 전혀 하질 않으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뒤집을 증거라고 주장”한다고 대통령 측을 비판했습니다. “최씨가 기획하고 박 대통령이 지원하고, 혹은 박 대통령이 적극 관여한 국정 농단의 증거와 증언들은 이미 숱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고씨의 몇마디로 덮어버리려 한다는 것도 억지스러워 보이는 것”이라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JTBC <‘주인공’은 고영태? 대리인단 내세우지만>(2/13 https://bit.ly/2kj4WDn)은 최순실 측근인 유상영 더블루K부장이 “영태는 정황을 잘 모르고, 회장님의 푸시에 따라 바람따라 흔들리는 것 같다”며 고영태 씨를 깎아내리는 녹음파일 내용도 추가로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는 ‘고영태가 왕의 남자’라 외쳤던 MBC보도와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JTBC는 이외에도 4건의 보도를 더 보태 총 6건의 보도로 대통령 측 논리를 반박했고 이러한 대통령 측 지연 전략이 탄핵 심판 일정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5. 북한 미사일 영상 공개에 사드만이 답이라는 KBS‧TV조선 
북한이 12일 시험 발사한 미사일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북극성 2형’이라고 이름 붙인 신형 중거리 미사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군 당국은 고체 연료를 사용해 은폐능력이 향상됐고 기동력도 향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KBS는 12일에 이어 13일에도 북한 미사일을 톱으로 배치하고 관련 뉴스를 4.5건을 연이어 보도했습니다. MBN도 톱보도로 북한 미사일을 다뤘고 보도량도 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TV조선은 톱으로 내진 않았지만 MBN과 같이 7건을 할애했습니다. 나머지 방송사의 경우 MBC 3건, SBS 4건, JTBC 2건 채널A 3건을 보도했습니다. 


KBS와 TV조선은 보도 내용에서도 타사와 다른 점이 있는데요. 바로 ‘사드 선전전’에 가까운 보도를 냈다는 겁니다. KBS <北 기습도발 위협…4D·킬체인 무력화 우려>(2/13 https://bit.ly/2kj9pWk)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진전되면서 수도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수도권 지역까지 사정거리가 되는 사드를 추가로 더 배치한다면 수도권을 이 미사일에 대해서는 막을 수가 있”다는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의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TV조선 <北, 왜 고체연료 IRBM 개발했나?>(2/13 https://bit.ly/2lJMLD4)에서는 앵커가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을 때 막을 방법이 있”냐고 묻자 안형영 기자가 이렇게 답합니다. “이번 북극성-2의 속도가 마하 9.5였습니다. 이 속도면 패트리어트-3으로는 막지 못합니다. 유일한 방법이 사드인데요. 사드는 마하 14~15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까지 방어가 가능합니다.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겁니다. 
KBS와 TV조선의 이런 진단은 채널A‧MBN과 정반대입니다. 채널A <북 “북극성 2형 발사 성공”>(2/13 https://bit.ly/2lESApb)은 “사드 무력화 우려”라는 큼지막한 자막과 함께 “북한이 가짜 탄두와 진짜 탄두를 동시 탑재하거나 여러 발을 한꺼번에 쏠 경우 사드로 막아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습니다. MBN도 <사드로 방어 가능하나> (2/13 https://bit.ly/2kZbxzR)에서 “북한이 각도를 조절해 사드 요격 범위를 벗어날 경우, 방어 능력이 떨어져 이에 대한 대응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미사일이 성주 위로 정확히 날아가지 않는 이상 (군이 주장하듯 북극성 2형을) 맞춘다는 것은 재원 상으로만 말하는 것이지 실질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라는 김동엽 경남대 교수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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