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등록 2017.01.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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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시기 2016년 11월·12월 

민언련은 1월 24일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2016년 11·12월 이달의 좋은보도’ 시상식을 열었다. 2016년 11월 좋은보도는 경향신문의 창간 70주년 기획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신문) JTBC ‘박근혜 대통령 비선 진료’(방송), 11월 뉴스타파의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부역자들’ 시리즈(온라인)이 선정되었다. 2016년 12월 좋은 보도는 한겨레의 ‘김영한 업무일지’ 관련 보도(신문), SBS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 단독 보도(방송), 머니투데이의 ‘해수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대응 문건 폭로’ 보도(온라인)이 선정되었다.

 

이날 열린 시상식에는 경향신문의 김종목·장은교·김형규·심진용·박광연·최미랑 기자, JTBC 이호진·김지아·박진규·이희정 기자, 뉴스타파의 이보람·연다혜 기자, 한겨레 김규남·박태우 기자, SBS 최우철 기자,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가 참석했다. 시상식 이후 심사위원인 김동훈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과 김서중 민언련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민언련 회원들이 함께 수상자들과의 간담회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좋은 보도를 만든 진짜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민주공화국에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경향신문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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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의 좋은 신문보도는 경향신문 김종목, 장은교, 김형규, 심진용, 박광연, 최미랑 기자의 특별 기획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시리즈가 받았습니다. 사진 왼쪽은 김서중 민언련 정책위원장.

 

수상소감 더운 여름 13곳의 장기농성장을 찾은 경향신문 막내기자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지난 여름 우리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를 기획할 때만 해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질 줄은 몰랐다. 이런 정국이 돼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기획의 의미가 달라진 게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는데 민언련이 그 의미를 평가해준 거 같아 고맙고 감사드린다.

 

- 경향신문을 보면 평소에도 다른 언론은 주목하지 않는 기획을 많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를 기획했는지 궁금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던 중에 나온 아이디어가 장기농성장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오랜 기간 싸우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에서 장기농성장을 조사해보니 13개나 있었다. 충격을 받고 이 기획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는 농성장에서 시작해 초등학교 교실에서 끝이 난다. 마지막 기사의 배경이 초등학교 교실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농성장에서 학교로 끝내자 기획을 한 건 아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민주공화국’이라는 주제에 희망적인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희망의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초등학교 교실을 꼽았고 자연스럽게 마지막 기사가 되었다.

 

“밖에서 취재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드리겠다”

JTBC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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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의 좋은 방송보도는 JTBC 사회2부 이호진 기자, 김지아 기자, 박진규 기자, 이희정 기자의 탐사플러스팀의 ‘박근혜 대통령 비선 진료’ 단독 보도가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 저희가 취재하는 주제(청와대 비선 진료)의 특성상 진료를 받은 당사자분과 진료 시술을 하신 분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있다. 상을 받으면서도 모든 진상이 100% 드러난 상태가 아니어서 마음이 무겁다. 저희는 밖에서 취재할 수 있는 최대한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진실 역시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때까지 JTBC도 노력하겠다.

 

-지난달, 일부 언론과 친박 지지 단체에서 JTBC 태블릿 PC 보도를 문제삼으며 흑색선전을 일삼았다. 박 대통령 측 역시 그랬다. JTBC 쪽에서도 작심하고 해명 보도를 했었는데, 혹시 이 때문에 힘든 일이 있었는지.

실제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부 극우 단체의 공격이 있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 관련 보도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진까지 하나하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JTBC의 비선 진료 특종 직후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JTBC의 보도로 비선 진료 쪽에 맞춰져 있던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이 대통령의 올림머리 의혹으로 번지면서 혼란스러운 양상으로 흘러갔는데, 불만은 없었는지. 또 새로운 사실이 있다면?

당시에는 JTBC에서도 걱정 아닌 걱정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의 올림머리 의혹을 보도한 SBS와 한겨레 역시 큰 퍼즐을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에 관해서는 더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이미 기사로 썼을 것이다(웃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

한겨레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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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의 좋은 신문보도는 한겨레 김규남, 박태우 기자의 ‘김영한 업무일지’ 관련 분석 보도가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관련 보도는 이미 타사에서 많이 방송도 하고 보도도 나오고 있어서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한겨레에서 김영한 업무일지를 입수하게 됐고 사회부 기자들 모두가 하나하나 확인 작업을 거쳐 기사를 쓰게 됐다. 이런 기획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한겨레 데스크와 사회부장과 김영한 업무일지를 직접 입수한 서영지 기자에게 감사를 돌리고 싶다.

 

-김영한 업무일지 보도는 이미 다른 방송사, 언론사에서 취재했던 내용이다. 거기에 사회부 기자 대부분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감회가 새로울 거 같은데.

앞서 말했듯이 이번 한겨레의 김영한 업무일지 관련 보도는 특별취재팀이나 기자 한 두명의 단독적 취재가 아니었다. 한겨레 사회부 전체의 공동작업이다. 50개 업무일지를 하나하나 타이핑을 해서 서로 공유했고, 기자 수십 명이 각자 들여다보고 자기가 아는 분야, 관심 있는 분야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면 발제를 했고, 이를 기사로 썼다. 다른 수상자들을 보면 본인의 이름으로 본인의 기여도가 100%인 수상들인데, 이번 한겨레 보도는 사회부 전원이 자기 자리에서 한몫씩 거든 셈이다. 하지만 각자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모자이크를 채웠던 힘이 이렇게 상을 받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기사를 보면 사회부의 다양한 기자들이 보도를 냈지만 모든 기사에 ‘유족의 동의를 얻어서’ 보도했다는 출처가 나와 있다. 출처를 집요하게 밝힌 이유가 따로 있었는지.

일차적으로는 서로 다른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기사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편집과정에서 이를 지울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온라인 보도 하나하나에도 다 동의해주신 유족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출처를 다 표현했고 지우지 않았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은밀한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에서 업무일지를 남겨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끔 해준 김영한 민정수석의 유족에게 감사드린다.

 

“검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취재 환경을 만들겠다”

SBS 최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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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의 좋은 방송보도는 SBS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특별취재팀 최우철 기자가 보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단독 보도가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 SBS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 취재팀에 몸담으면서 기자생활 11년 차로 접어들었다. 여기 계신 훌륭한 기자분들과 사내에서 좋은 자극을 주고받으며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벅찬 나날이라 생각한다.

 

-SBS와 KBS, MBC를 비교해보면 주인이 있는 언론과 아닌 언론의 역설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KBS, MBC의 현재 모습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지상파 언론인으로서 방송, 지상파 문제에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

최순실 사태 이후 SBS는 반성문을 내부에서 다 같이 공유를 했다. 보도 책임자 역시 교체가 됐고, 성역없는 발제, 취재하자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모든 지상파 언론이 그렇지만, 검열 아닌 검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SBS 내부의 강한 비판 덕분에, 연인원으로 따졌을 때는 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이 11명까지 됐다. 세월호 7시간부터 시작해서 모든 부분을 총망라해서, 부역자들의 농단 의혹을 다방면 취재를 하게 됐다.

 

SBS가 지상파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정말 많은 반성과 통렬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SBS는 어떻게든 제대로 된 방송을 해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다. 앞으로도 SBS를 많이 주목해주셨으면 한다. 완전히 자유로운 취재환경을 만들자, 이것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고 SBS 구성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지상파가 정상화돼서 나아간다면 지금까지의 모습을 버리고 국민에게 언론으로서의 기대를 다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함, 분노 느껴”

뉴스타파 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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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좋은 온라인보도는 뉴스타파의 이보람, 연다혜 기자의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부역자들’ 시리즈가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부역자들’ 기획을 하면서 저희 역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박근혜·최순실 부역세력들의 과거 행적이나 발언을 보면서 참담함이나 분노를 느꼈는데, 그런 감정에 많은 국민이 공감을 해주셨기 때문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뉴스타파의 성역없는 취재가 거듭 빛났다고 생각한다.

 

-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부역자들’ 리포트와 뉴스타파의 특별페이지를 보면 구체적인 부역자의 발언과 이름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 고소당하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보도 이후 실제 송사가 걸린 게 있을까.

실제 고소 들어온 건은 전혀 없다. 그만큼 뉴스타파에서 면밀하게 부역자를 선정했다고 생각한다. ‘부역자’ 명단 선정에는 뉴스타파 역시 고민이 많았다. 부역자의 발언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일일이 국회 영상을 한땀 한땀 보면서 발언을 타이핑하고 속기록을 찾고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못 내보내고 쌓여있는 자료가 훨씬 많을 정도다. ‘부역자’라는 말이 그만큼 무거웠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정을 했다. 발언을 직접 쓴 경우 발언의 앞뒤 맥락을 회의록이나 국회 영상 등 각종 기록을 통해 상세하게 파악했다.

 

-‘뉴스타파’는 데일리 매체가 아닌데 매일같이 급변하는 시국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2017년에 이에 따른 포부를 밝힌다면?

시국이 정말 빠르게 급변하고 당장 국정농단 사태부터 ‘뉴스타파’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앞으로도 탄핵, 이미 뉴스타파는 대선 탄핵 준비 등에 대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의미 있는 보도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좋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이전에 했던 역할보다 더 좋은 역할을 해야겠다고 내부적으로도 각성하고 있다. 많은 응원 바란다.

 

“세월호 목소리 내고 싶었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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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좋은 온라인보도는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가 보도한 ‘해수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대응문건 폭로’ 보도가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 전화를 받고 놀랐다. ‘민언련에서도 머니투데이를 보나?’ 싶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기사라 눈여겨 봐주신 거 같다(웃음). 2015년 취재 당시는 현재와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세월호 참사는 금기에 가까웠고 기사를 쓰면서도 ‘이거 누가 보겠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언젠가는 분위기가 바뀌겠지 했는데 최순실 사태로 생각보다 시기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

 

- 앞서 취재한 시기를 2015년이라 밝히셨다. 그러나 ‘해수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대응 문건 폭로’ 기사가 나온 시기는 2016년이다. 기사가 나간 시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보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사실 2015년 취재한 내용이다. 2015년 1년의 기록을 시리즈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의 농해수위 위원, 해수부 위원 등 1년 동안 법과 예산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았던 인사들 다수가 현재는 낙선해 자리에 없다. 세월호 특조위 막판에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됐고 그 기록을 아는 사람이 지금은 거의 없다. 언젠가 한번은 이슈가 될 때 그때 기록을 모아 정리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이제 ‘세월호 목소리를 다시 내도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5년 당시 특조위가 왜 활동을 하지 못했나를 보도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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