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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보다 뜨거운 취재열기’ ‘올블랙 패션’…채널A의 ‘가십 집착’
2016년 10월 31일
등록 2016.11.01 18:21
조회 330

31일 방송사 저녁뉴스는 모두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 씨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했습니다.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 씨가 검찰 조사에 응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여전히 비판의 대상입니다. 최 씨에게 귀국 후 31시간의 ‘증거인멸’ 시간을 줬다는 점, 대통령 대국민 사과 이후에야 수사를 본격화했다는 점, ‘국정농단 게이트’의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대통령 조사에는 선을 그어버렸다는 점에서 검찰은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지탄을 받는 대상이 또 있습니다. 바로 사태의 또 다른 책임자인 여당입니다. 31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만나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들어오자마자 야당을 탓하며 고성을 질러 얼굴만 붉힌 채 파행됐습니다. 최순실 씨의 소환 조사 이후 정국의 향방을 가를 검찰의 태도와 대통령 조사 여부, 그리고 여야의 대립 구도, 방송사들은 제대로 다뤘을까요?

 

1. 이 모든 것이 거국내각 걷어찬 야당 때문? ‘친여당 프레임’ 버리지 못한 TV조선
TV조선은 노골적인 ‘여당 편들기’에 나섰습니다. TV조선 <거국내각 신경전 10분 만에 파행>(https://bit.ly/2f7D53y)은 문재인 전 대표가 ‘거국내각’을 제안했다가 여당이 수용하자 말을 바꿨다고 비판한 보도입니다. 박소영 기자는 “국회에 총리 추천을 정중하게 요청하라”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주장은 “사실상 국회의 다수인 야당에 정권을 이양하라는 요구”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같습니다. 이어진 TV조선 <김종인 손학규 거론에 야 반발>(https://bit.ly/2fzuVUf)은 문재인 전 대표가 여당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가 대선에 대한 욕심인 것처럼 그렸습니다. 여당이 총리로 추천한 김종인, 손학규 두 사람이 “‘문재인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온” 인물이라 문 전 대표가 “대선 가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이 보도는 김종인, 손학규 두 사람이 문 전 대표와 관계가 껄끄러움을 전하면서 “문재인은 안 된다”는 말만 두 번이나 했습니다. 31일 있었던 거국내각 관련 여야 원내회동의 파행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여당 편에 서서 보도한 방송사는 없습니다.

 

2. ‘거국내각 대립각’의 배경 정확히 짚은 JTBC, 누가 객관적일까
같은 사안을 다룬 JTBC 보도만 봐도 TV조선의 편파성이 드러납니다. JTBC <‘거국내각 셈법’복잡해진 이유 있다>(https://bit.ly/2fpJryp)는 여야 대립의 원인이 “(대통령)권한 이양이라는 기본 전제”임을 분명히 전했고, “어제(30일) 최순실 씨가 돌연 귀국을 하고요. 또 같은 날 공교롭게도 새누리당이 거국 내각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밝히자 의구심이 야권에서 잇따라 제기”됐다며 야당이 의심하는 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도 했습니다. 기자는 여당이 추천한 김종인, 손학규 총리 체제를 야권이 반대하는 이유도 “다 개헌론자들이기 때문에 야당의 입장에서는 이거 뭐냐, 무슨 이거 개헌으로 가자는 거냐, 바로. 이런 얘기들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TV조선과 결을 달리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물꼬를 튼 두 방송사,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언론으로 보이시나요?


3. “역대급 취재열기”에 또 ‘최순실 패션’…채널A의 ‘가십 집착’

 

△ ‘역대급 취재열기' 강조하기 위해 최순실 씨 출석을 '전남편 출석'과 비교한 채널A(10/31)

 

△ 최순실 씨의 '올블랙 패션', 검찰 출석일과 귀국일 비교한 채널A(10/31)

 

 

채널A는 또 ‘가십 보도’를 냈습니다. 채널A <신발 벗겨진 최순실>(https://bit.ly/2fpk6EH)은 최순실 씨의 검찰 출석 현장의 분위기에 “역대급 취재 열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여인선 기자는 31일 서울중앙지검의 분위기를 2015년 1월 정윤회 씨의 출석 모습과 비교했는데 화면엔 “전 남편 정윤회 출석 때보다 취재진 많아”라는 자막이 깔렸습니다. 여 기자는 롯데 신동빈 회장 출석 당시와도 비교를 했고 “그때도 역대급 취재진이 몰렸다고 했는데 오늘 최순실과 비교하면 아주 조용한 편”이라 설명했습니다. 이 시국에 채널A 기자들이 느낀 취재 열기를 궁금해 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지 의문입니다.


채널A의 ‘가십 본능’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인선 기자는 “최 씨는 검은 모자와 검은태 안경 검은 옷을 입고 검은바탕의 흰 도트 무늬 스카프 매고 ‘올블랙’으로 출석했는데 입국 당시에도 ‘올블랙’이었다. 오늘과 입국 비교하면 겉옷은 다르다. 그땐 패딩이었는데 검은 가방은 같은 것”이라며 이날의 패션과 전날 귀국 당시의 패션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4. #그런데 대통령은? 대통령 수사에도 침묵한 KBS와 MBC
SBS, JTBC, MBN은 정국의 핵이 되고 있는 ‘대통령 수사 필요성’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하나씩 냈습니다. 반면 KBS와 MBC, 채널A는 이에 대해 입을 닫았고, TV조선은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과의 대담에서 의견을 간단하게 묻는 정도였습니다. SBS는 <대통령 수사, 법적 가능성은?>(https://bit.ly/2eOYboQ)에서 “국정 문건 유출을 시인한 박근혜 대통령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불소추 특권’으로 선을 그은 검찰을 반박했습니다. “이번 사안은 쏟아지는 의혹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는 만큼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진상규명을 위해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전했습니다. 똑같이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지상파 3사이지만, SBS와 달리 두 공영방송은 아직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는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5. 또 나온 TV조선의 버릇, ‘사리’로 보면 대통령 스스로 조사 받을 것?
TV조선에서는 대통령을 감싸고 도는 황당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출연한 <청와대 어떻게 해야 하나>(https://bit.ly/2fpm8ou)라는 대담 보도입니다. 여기서 류근일 씨는 30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각계 원로 12명의 회담 소식을 전했습니다. 류근일 씨는 회담의 참석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대통령 본인이 직접 메모 하셨다” “대통령의 표정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과 위중성을 충분히 알고 계신 것” 등 시종일관 대통령의 자세를 우호적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러다 앵커가 대통령 수사 여부를 묻자 “말씀은 없었는데 사리로 봐서, 조사는 해야겠다는 그런 과정으로 들어가지 않겠나, 안한다고는 못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이 정확히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사리’로 봐서 대통령이 조사를 받을 것이라 예단한 것입니다. 류근일 씨는 오늘(11/2)자 조선일보에 박 대통령을 감싸려는 의도가 역력한 칼럼을 내놔서 [민언련 오늘 신문보도]에서 유감보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류근일 씨가 박 대통령 구하기로 결연히 맘을 잡은 것 같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