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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명품’에 집착한 중앙‧한국, 이건 본질이 아니다!2016년 11월 1일~2일
1일 신문보도는 최순실 씨의 긴급체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유감 보도 역시 최 씨가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흘리고 간 신발 한 짝을 다룬 사진기사로 뽑혔는데요. 중앙일보와 한국일보가 이 신발 사진에 달아놓은 설명이 정말 가관입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이 검찰에 출석했는데, 신발과 가방을 보고 ‘클래식한 디자인’이니 ‘실세의 명품 패션’이니 떠드는 게 가당키나 한가요. 이날 조선일보는 대통령을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양 가정한 언론인 류근일 씨의 칼럼을 게재했네요. 최 씨만 완전히 ‘퇴마’하면 대통령은 국정을 다시 운영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흐리는 주장이었습니다. 그 외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안에 대한 각 언론의 입장 등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해주세요!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신발이라도 팔고 싶은 건지? ‘최순실 명품’에 집착한 중앙‧한국
△ 최순실씨의 신발 가격과 스타일에 집중한 중앙일보
△ 최순실씨의 신발과 가방을 보여주며 '실세의 명품 패션'이라 명명한 한국일보
31일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 씨는 신발 한 짝을 남겨놓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니다 다를까, 6개 일간지는 일제히 최 씨가 명품 신발을 두고 갔다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이 신발 사진을 지면에 내놓지 않은 매체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한겨레는신발 브랜드명만 언급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아예 관련 보도 제목을 <모자-스카프로 얼굴 가린채 ‘프라다’ 신고 온 최순실>로 뽑았습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한층 더 이상한 짓을 했는데요. 중앙일보의 최씨 신발 사진설명은 무려 “신제품 아닌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국내에선 70만원대에 판매된다”입니다. 한국일보는 최씨의 가방과 신발을 나란히 보여준 뒤 이걸 ‘실세의 명품 패션’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사진 설명은 “검찰에 출석하며 들었던 수입가방과 … 70만원대 프라다 구두”입니다. 패션잡지가 아니라 일간지에 나온 캡션이 이렇습니다. 유래 없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인공을 보면서, 명품 신발과 수입 가방에 눈을 번뜩이는 꼴이 한심하네요.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박대통령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인데요? 은근히 감싸는 조선
조선일보는 대통령을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양 가정한 언론인 류근일 씨의 <류근일 칼럼/엑소시즘 부르는 시국>(11/1 https://goo.gl/bb4utW)을 보도했습니다. 예민한 칼럼을 게재할 때 당구장 표시 하고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써주던 행태도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도 이제 류근일 칼럼에 동의하는 걸까요? 아무튼 류 씨는 박 대통령의 과제로 “최순실 커넥션을 성역 없이 파헤”치고 “최씨 일족과 맺어온 긴 악연을 단호히 끊”는 등 “주변의 삿된 기운을 지체 없이 퇴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외교·국방·대북에 전념하라는 거죠.
그런데 애초 ‘삿된 기운’을 끌어들인 책임자는 박 대통령 아닌가요? ‘퇴마’를 해서 ‘삿된 기운’을 정리한다고 해도 대통령 자신의 잘못이 모두 세탁되는 것은 아님을 류 씨는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외교·국방·대북이라는 주요 사안을 다시 책임질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죠.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공범이며, 엄밀히 따지면 박 대통령의 죄가 더 크다는 사실을 이런 말장난으로 희석시켜서는 안 됩니다.
3. 오늘의 추천 보도 ①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그런데 대통령은?’이라는 질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박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국기문란을 자행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최 씨의 전횡을 지적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쁜 것은 최순실’이라는 프레임이 굳어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보도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도록, 환기를 시키는 보도가 아닐까요? 경향신문의 <헌정을 유린한 그들은 공범 … #그런데 대통령은?>(11/1 https://goo.gl/vid6mI) 보도와 한겨레의 <최순실 수사, ‘국정 농단’ 대통령 개입 규명하는게 핵심>(11/1 https://goo.gl/KWOu6B) 보도는 그런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4. 오늘의 추천 보도 ② 청와대 맘대로 드나든 최순실과 장관 하고 싶다 떠들고 다닌 차은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먼저 한겨레의 <최순실, 장관출입 ‘11문’으로 청와대 검문없이 드나들어>(11/1 https://goo.gl/2kjvzy) 보도는 최순실 씨가 청와대 정문을 거리낌 없이 출입해왔다는 전언을 담고 있는데요. 최 씨의 국정농단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청와대와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최순실, 린다 김과 오랜 친분… 무기 거래도 손댄 의혹>(11/1 https://goo.gl/GMTg1P)을 통해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과 친분이 있는 최 씨가 무기 거래에도 손을 댔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설마 했던 것들이 전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인지라 국방부의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사리 사그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차 씨가 공공연하게 장관 자리를 입에 올렸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일보의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장관하고 싶다”고 말해>(11/1 https://goo.gl/xLkzDy)도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5. 오늘의 추천 보도 ③ 국정교과서 집필료, 왜 집필진 개인통장에 들어가나요?
내년 배포 예정인 국정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가 교과서 개발비를 집필진 개인 통장에 바로 지급키로 했습니다. 한겨레가 <중·고 국정교과서 개발비, 집필진 ‘개인통장’으로>(11/1 https://goo.gl/9VGAjY)를 통해 단독으로 밝혀낸 사실인데요.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의 경우 개발비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개인 명의의 통장에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독 비싸게 주고 만드는 교과서에 개인 통장으로 들어가는 집필료까지. 이렇게까지 수상하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6. 오늘의 미보도, 제주해군기지 건설 이후 망가진 강정바다, 조중동 외면
강정바다에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 생물이 살기 어려운 수질이 됐다는 강정마을회와 제주도의 공동 조사 결과가 31일 공개됐습니다.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뿐입니다. 조중동은 침묵했습니다.
7. 오늘의 비교 ①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보도
정부가 31일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습니다. 2020년까지 나랏돈을 투입해 대우조선·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빅3 체제’를 유지하되, 배를 만드는 도크 설비와 인력을 2018년까지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이에 대해 6개 일간지는 한 목소리로 다음 정부로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다음은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근본 수술 포기. 다음정부에 폭탄 돌리기 하려는 것 아니냐”
동아일보 : “알맹이 빠진 대책. 차기 정부로 시한폭탄 넘기겠다는 것”
조선일보 : “또 ‘재탕’에 '맹탕' 대책. 계속 폭탄 돌리기”
중앙일보 : “밑 빠진 독에 돈 퍼붓기. 시늉만 하다가 다음 정부로 구조조정 떠넘겨”
한겨레 : “대우조선 문제 해법 없이 나랏돈 퍼붓기. 대형과제 차기정권으로 넘겨”
한국일보 : “전형적인 땜질 처방. 이번 정부 내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
8. 오늘의 비교 ② 1면 편집
△ 11월 1일 경향신문 1면
△ 11월 1일 동아일보 1면
△ 11월 1일 조선일보 1면
△ 11월 1일 중앙일보 1면
△ 11월 1일 한겨레 1면
△ 11월 1일 한국일보 1면
1일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최순실 씨가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장관급 이상이 출입하는 문으로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한 사실 등을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를 제외한 5개 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최순실 씨 긴급체포를 다룬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중앙일보, 그리고 머리기사는 아니지만 한겨레의 경우 최씨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면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음을 부각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최 씨의 울먹임과 성난 시위대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는데 기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최 씨가 대부분의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는 사실은 1면 머리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죠. 최순실 씨의 얼굴 사진은 6개 일간지에 모두 등장했습니다. 사진 캡션의 주요 키워드는 ‘입’ 혹은 ‘얼굴’을 가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겨레는 유일하게 모자가 벗겨진 채 검찰 직원의 부축을 받고 있는, ‘민낯’의 최 씨 사진을 선택했네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외에도 6개 일간지 1면을 동시에 장식한 이슈는 정부가 31일 내놓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었습니다. 정부의 이번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안에 만족하는 매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
9. 오늘의 비교 ③ 사설
1일 사설의 주제는 크게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으로 나뉘었습니다. 이 중 눈여겨 볼만한 건 각 정당에 대한 비판입니다.
먼저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지도부 사퇴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그중에서도 친박계 지도부의 사퇴를 콕 찍어 요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비박에 대해서도 ‘집단화 포기를 선언’하라고 종용했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야당을 향해 공세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여당의 거국내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요.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야권이 ‘최순실 정국’을 장기화해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라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도 국정마비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말바꾸기를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일보 역시 야당이 “특검 구성과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이유와 조건을 앞세우는 것은 정치공세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는 중앙일보와 한국일보가 사설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동아일보는 경제 전반에 ‘최순실 게이트’가 끼친 악영향을 우려하며 국가신인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