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요즘 언론’의 ‘수법’을 밝혀주마 (김언경)
등록 2016.10.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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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편파 왜곡보도의 유형’ 총출동한 언론 행태

‘요즘 언론’의 ‘수법’을 밝혀주마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언론 모니터보고서를 많이 쓰다 보니, 저에게 언론의 문제와 모니터 방법을 강연해달라는 요청이 종종 들어옵니다. 강의 주제나 청중의 연령대 등에 따라 내용은 바뀌지만, 거의 빠지지 않고 말하는 것이 <편파‧왜곡보도의 유형>입니다. 일정에 쫓겨서 항상 강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저는 가장 최신의 적절한 사례를 콕 찍어주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강의에서 저는 각 유형을 설명하며 족집게처럼 최근의 사례를 뽑아내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에게 없던 총기가 갑자기 생겼을까요? 아닙니다. 최근 언론이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편파‧왜곡보도의 유형>을 총체적으로 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기한 경험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편파‧왜곡보도가 어떤 유형이 있는지와 그 사례를 짚어보겠습니다. 


‘심층보도의 기피, 묵살 또는 은폐’

언론이 많이 쓰는 왜곡의 수법은 ‘심층보도의 기피, 묵살 또는 은폐’입니다. 아무리 국민의 관심사가 높고 중대한 사안이어도 언론이 정치권력이나 재벌 등에 불리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거나 자사와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대해서는 일과성 보도로 끝내거나, 묵살 또는 은폐합니다. 대표적 사례로 저는 삼성의 직업병 보도를 듭니다. 삼성반도체에 다니던 사람이 그리 여러 명 죽었다는데, 영화로도 나왔는데 언론은 신기할 정도로 심층보도를 하지 않습니다. 최근 TV조선이 미르재단 문제를 가장 먼저 내놓고도 송희영 주필 등 ‘청와대와 기 싸움’에서 밀린 이후,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를 ‘잠정 중단’ 수준으로 내지 않은 것도 자사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보도하지 않는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의사사건 연출’

체제에 불리한 사안이 있을 때,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치권력이 ‘의사사건을 연출’해내고, 언론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합니다. 과거 선거 때마다 북풍 사건이나 간첩단 조작사건이 벌어졌던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최근 정부에 불리한 사안이 많을 때마다 불쑥불쑥 터지는 연예인 스캔들도 일종의 의사사건으로 보입니다. 최근 세월호 문제, 공공기관 민영화 문제 등 정부에 불리한 사안이 많았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으면서 ‘박유천 스캔들’은 그렇게 부풀려 보도했던 것도 여기 속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번 송민순 회고록을 빌미로 한 새누리당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종북몰이 공세가 바로 우병우,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의사사건이라고 봅니다. 

 

 

 

‘악의적 왜곡’

‘악의적 왜곡’도 자주 쓰는 수법입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악의적’입니다. 그냥 왜곡은 엄청 많지만 ‘악의적 왜곡’이라고 말할 정도라면 진짜 악의가 제대로 묻어나야 하니까요. 대표적 사례로 1989년 고 문익환 목사가 방북했을 당시 조선일보가 문 목사의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말의 일부만 인용하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며칠 전 민언련의 신문 일일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요.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송민순 회고록’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10월 25일 조선일보는 <북이 편드는 듯하자 화들짝 놀란 문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화들짝 놀랐’다니 문재인 전 대표가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 보인다는 뉘앙스가 짙게 담긴 제목인 거죠. 그러나 정작 기사 내용을 보면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발언을 전달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악의적 왜곡입니다. 


‘거짓정보의 유출’ 또는 ‘미확인 보도’

정부나 정보기관 등은 기자들의 특종의식을 이용하여 허위정보를 흘리고 언론은 이를 받아 거짓정보를 유출하거나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짓정보의 유출’과 ‘미확인 보도’의 차이는 사실 의도성 정도입니다. 최근에 여기에 속하는 보도는 ‘MBN의 쪽지 보도’입니다. MBN은 10월 19일과 20일, 이틀 연속으로 익명의 “정보 소식통”이 주는 정보를 근거로 저녁종합뉴스의 톱보도를 내놨습니다. 이어진 보도까지 합치면 총 6건을 북한에서 보낸 쪽지와 우리가 보낸 팩스 문건이 국정원에 있다는 내용에 할애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를 아무리 샅샅이 살펴봐도 보도를 통해 제공하는 근거는 얼굴 없는 ‘정보 소식통’뿐입니다. 북에서 온 쪽지 문구의 의미를 해석하고 반말이라고 지적하는 보도도 각 1건씩 내놨지만, 정작 그 문구는 송민순 회고록에서 이런 요지의 쪽지가 왔다고 나열한 내용일 뿐입니다. MBN은 자신 있게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도, 국정원에서 쪽지를 제공해서 이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언급합니다. MBN의 쪽지 보도가 거짓정보인지 참 정보인지를 떠나서 취재원도 밝힐 수 없는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을 이렇게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태도 자체가 이 사례에 들어간다 하겠습니다.  

 


 

기계적 균형 및 양비론

 언론은 정부의 언론 통제와 상업적 이익, 재벌과의 이해 등에서 적당히 처신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도 ‘언론답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기계적 균형과 양비론을 많이 사용합니다.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고 모든 이해세력들을 다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죠. 명백한 사실, 진실의 경우에도 언론은 자꾸 논쟁적인 문제처럼 다루면서, 억지로 공정한 척합니다. 만약 싸움이 벌어졌는데 한쪽 편의 잘못이 80%이고 다른 편이 20%인데도 언론은 공정성을 내세워 50대 50으로 양쪽을 똑같이 비판합니다. 보도량에서도 기계적 균형을 잡는답시고 인위적으로 찬반 입장을 똑같이 다루기도 합니다. 이처럼 산술적 균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감추고 결과적으로 편파적인 보도가 되는 것임에도 언론은 이런 수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공정성의 목적은 양적 균형 보도나 양비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능동적으로 밝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최근 백남기 농민 사망과 부검 논란을 둘러싼 언론의 반인륜적 보도행태를 보면 기가 막힙니다. 국가권력에 의해서 국민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명백하게 그 모습이 촬영되었고 그 모습을 보면 기함을 하고 쓰러질 지경인데도, 언론은 계속 부검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TV조선은 저녁 메인뉴스에 출연시켜서 경찰과 유족‧대책위의 주장이 다르다고 전하고, 그러니 부검이 필요하다는 논조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경찰도 사과 정도는 해야 한다고 짐짓 충고합니다. 양비론이라고 말하기도 분통 터지는 이런 보도를 내놓는 것이 지금의 언론입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참 가관이지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실정이 더 이상 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극에 달한 지금, 우리는 사실 이 모든 실정이 가능하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언론의 왜곡 편파보도들이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