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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어제는 ‘북한이 준 쪽지’ 오늘은 ‘노무현이 보낸 문건’, MBN이 수상하다(2016.10.22)
등록 2016.10.22 21:24
조회 910
20일, ‘새누리당 종북몰이’와 관련해서는 여야 공방 외에 별다른 보도가 없었지만, 채널A와 MBN는 유별난 보도를 내놨다. MBN은 전날 ‘북에서 온 쪽지’가 실존한다고 보도하더니 20일에는 ‘우리가 북에 먼저 보낸 문건’도 존재한다며 새누리당의 ‘사전문의 뒤 기권’ 프레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근거는 ‘정보 소식통’과 ‘송민순 회고록’ 뿐이었다. 채널A는 19일 국정원장의 발언을 두고 공방을 펼치는 여야를 모두 조롱하면서 ‘회고록은 진실에 가깝다’는 국정원장 발언만이 사실이라는 황당한 결론을 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입을 열며 미르‧K스포츠 재단 및 최측근 최순실 씨의 비리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자 그동안 ‘송민순 회고록’을 빌미로 한 새누리당의 ‘종북몰이’에만 몰두하던 방송사들도 갑작스레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은 쏙 빠진 보도들이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어제는 ‘북한의 쪽지’ 오늘은 ‘우리가 보낸 문건’
MBN <“북한에 보낸 협의 문건도 있다”>(10/20, 톱보도, 최중락 기자,
https://bit.ly/2e68UcM)
MBN <“기권 언급 없었다”>(10/20, 2번째, 윤석정 기자,
https://bit.ly/2eoydHs)
MBN <‘문건’도 국정원에>(10/20, 3번째, 최은미 기자,
https://bit.ly/2ezAv5u)
MBN이 19일과 20일, 이틀 연속으로 익명의 “정보 소식통”이 주는 정보를 근거로 저녁종합뉴스의 톱보도를 내놨다. 새누리당이 ‘북한 결재 사건’으로 명명하여 자행하고 있는 ‘종북몰이’의 중요 쟁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다.

△ MBN ‘쪽지’ 관련 어깨걸이 화면 갈무리
왼쪽 3건은 19일 보도(톱보도,3번째, 4번째), 오른쪽 3건은 20일 보도(톱보도, 2번째, 3번째 보도)

 

톱보도와 이어지는 보도까지 포함하면 이틀간 총 6건이다. MBN이 내놓은 보도는 노무현 정부에 인권결의안 기권을 종용하는 북한의 쪽지가 실존한다는 것과 북한에게 쪽지를 받기 전, 노무현 정부가 먼저 북한의 의중을 문의하는 문건을 보냈다는 것이다. 송민순 회고록에 담긴 ‘북한에 대한 사전문의’를 전적으로 사실로 단정하면서 새누리당이 14일부터 주장하고 있는 ‘사전문의 뒤 기권 결정’이라는 공세에 증거를 덧붙여 준 것이다.

 

너무 부실한 근거, 아무리 ‘카더라’ 보도라도 너무하지 않나
이쯤 되면 MBN이 뭔가 대단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도를 아무리 샅샅이 살펴봐도 보도를 통해 제공하는 근거는 얼굴 없는 ‘정보 소식통’ 뿐이다. 심지어 MBN은 ‘국정원 관계자’라는 표현도 하지 않았다. MBN 보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소식통’에 대한 정보는 한 사람은 머리숱이 없는 헤어스타일을 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이고, 한 사람은 그보다 좀 날씬하고 가방을 들기도 하는 남자라는 것이다.

 

△ MBN 보도 속 정보 소식통의 모습들

 

 

게다가 19일, MBN은 ‘북에서 왔다는 쪽지 문구’ 내용을 분석하는 보도를 두건이나 했다. 김주하 앵커는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면서 상세히 분석했고, 또 다시 한 보도를 할애해 쪽지의 말투가 반말이라는 이유로 북한에서 온 쪽지가 확실하다고도 했다. 참고로 채널A의 <신문이야기 돌직구쇼+>(10/19)에서도 같은 문구가 적힌 쪽지를 재연하여 보여주며 “송 전 장관은 이 쪽지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거의 협박성 발언이 들어있었다고 증언했다”며 과장되게 방송한 바 있다.

 

△ 좌:MBN이 공개한 쪽지문구, 가운데:송민순 회고록, 우:채널A가 공개했던 북한 쪽지 문구

 

그런데 이 쪽지의 내용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공개도 되지 않은 북한에서 온 쪽지 문구를 어떻게 저렇게 상세히 알 수 있을까. 그런데 그 해답은 어처구니없게도 MBN 스스로 보도에서 내놓고 있다. 바로 MBN <습관같은 반말로>(10/19)에서 송민순 회고록 속에 송 전 장관이 북에서 온 쪽지는 “(이러한) 요지였다”고 설명한 부분을 내용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송 전 장관이 글에서 대략 이런 요지의 쪽지였다고 설명한 것을 마치 진짜 북에서 온 정확한 문구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과장했다.

 

20일에도 계속된 카더라
20일 보도 역시 근거가 매우 부실하다. MBN이 20일 추가로 공개한 주요한 보도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북한에 보낸 협의 문건도 있다”>(10/20)는 회고록에 등장하는 2007년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언급하면서 “이 (노무현 대통령이 받은) 쪽지가 북한에서 온 답변이라면 우리 측이 북에 보낸 문건이 있지 않을까?”라고 자문했다. 이어 “MBN 취재결과 당시 북으로 보내진 비공식 문건이 현재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언한다. 여기서도 취재원은 “정보 소식통”이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2007년 11월 18일) 북한에 물어보겠다고 하고 실제 국정원 라인을 통해 비공식 문건을 보냈다”는 것이다.

 

△ ‘문재인 북한문의 승인’, ‘북한이 보낸 쪽지’ 사실로 전제하고 ‘우리 측이 보낸 문건 존재’ 보도한 MBN(10/20)

 

다음 보도인 <“기권 언급 없었다”>(10/20)에서는 ‘우리가 북에 보낸 문건’을 더 상세히 설명해주는데, 이번에도 역시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기자는 문재인 전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자기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기권을 결정하고 북한에 통보한 것이 아니라 기권이나 찬성 어떤 입장도 나타내지 않은 채 북으로 문건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더니 그 소식통이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상당히 조심스럽게 문건을 작성한 흔적이 보인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기자는 “이처럼 우리 측의 문건은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북한은 이틀 뒤 '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 초래'라는 고압적인 표현으로 답했고, 그래서 우리 정부는 기권을 결정한 것”이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3번째 보도인 <‘문건’도 국정원에>(10/20)는 또 같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노무현 쪽지’와 마찬가지로 ‘우리 측 문건’도 국정원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공개 여부는 좀 더 검토해보겠다’며 여지를 뒀기 때문에 일반 문서로 분류해 공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해당 문건의 공개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MBN이 특정한 ‘우리가 북한에 먼저 보낸 문건’을 언급한 적도 없지만 MBN은 자사 보도만을 근거로 마치 이 원장이 해당 문건을 공개할 수 있는 것처럼 교묘히 판을 짠 것이다.


MBN 보도는 전날, 송민순 전 장관이 북한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노무현 쪽지’가 실제 있다고 확언하더니, 다음날은 쪽지를 받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문의’한 것도 사실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MBN이 단언한 내용들은 현재 사실로 입증된 내용이 아니다. 만에 하나 이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익명의 정보 소식통’에 의존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보도하는 태도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저버린 행태이다.

 

국정원장이 ‘화법’으로 ‘송민순 회고록’ 진실을 확인했다? 채널A의 창조적 발상
채널A <‘사실’ 확인해준 정보기관 화법>(10/20, 21번째, 이서현 기자,
https://bit.ly/2ezC2sn)
채널A <똑같은 답변 180도 다른 해석>(10/20, 22번째, 이철호 기자,
https://bit.ly/2emtcAt)
채널A <인권위원장이 무슨 죄>(10/20, 23번째, 조영민 기자,
https://bit.ly/2e6fNus)
그동안 TV조선이나 MBN에 비해 ‘종북몰이’에 공을 들이지 않던 채널A는 20일, 갑작스레 치고 나왔다. 19일 국감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이 한 발언을 두고 여야가 해석 공방을 벌이자 여야 모두 틀렸다며 결국 국정원장 발언만이 진실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채널A가 진실이라고 내세운 그 발언은 바로 ‘송민순 회고록, 진실에 가깝다’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사견’이다.

 

 

△ ‘송민순 회고록’이 사실임을 ‘정보기관 화법’이 밝혀줬다는 채널A(10/20)

 

채널A <‘사실’ 확인해준 정보기관 화법>(10/20)은 제목 자체가 기상천외하다. 국정원장이 ‘화법’으로 ‘송민순 회고록’이 ‘진실’임을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정보기관장이 사실과 증거가 아닌 ‘화법’으로 ‘진실’을 확인하는지 의문이다. 리포트는 이 황당한 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자는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이 ‘전반적으로 사실인 것 같다’며 즉답을 피한 이병호 국정원장”이 “관련 자료가 있느냐는 여야의 공세에도 NCND,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는 정보기관의 원칙을 밝혔”다고 먼저 언급했다. 그러더니 “이것은 정보기관 특유의 화법일 뿐 사실상 국정원장이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가 ‘익명의 정보당국자’를 취재한 결과 “느낌이 든다고 얘기한 건 송민순 전 장관의 말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정보기관 사람들은 원래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한다”고 얘기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채널A는 다음 보도인 <똑같은 답변 180도 다른 해석>(10/20)에서는 앞서 보도한 국정원장의 발언을 두고 이견을 보인 여야 모두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고 결론낸 것에 대해서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정원장은 맞다고 했습니다”고 해석한 새누리당이나, 이에 여당이 “거짓 브리핑”을 했다고 하는 민주당이나, 모두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채널A는 <인권위원장이 무슨 죄>(10/20)라는 영상 뉴스를 구성하여 ‘여야의 아전인수’를 한껏 비아냥댔다. 채널A는 “정치권은 요즘 여야가 아전인수식 공방이 한창”이라면서 20일 국감에서 인권위원장에 ‘우병우 민정수석 불출석 사유서’ ‘국정교과서’ ‘백남기 농민 부검 논란’ ‘송민순 회고록’ 관련 질문을 던진 여야 의원과 난감해하는 이성호 인권위원장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우병우? 내일 시끄럽겠구만…”, “난감하네” 등 장난스러운 자막까지 깔았다. “문재인이 북한 의견 확인하고…이런식이면 이번에야말로 정계 떠나야”라는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 장면 다음에는 난감해하는 이성호 위원장의 모습과 함께 “정계은퇴? 나한테?”라는 자막을 입히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전인수 : 자신에게 이롭도록 꾀함”이라는 자막만 3번 노출됐다.

 

△ ‘백남기 농민’ ‘새누리당 종북몰이’ 모두 ‘아전인수’로 희화화한 채널A(10/20)

 

물론 피감기관과 거리가 먼 정치적 사안을 질의하는 것은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다 ‘백남기 농민 부검 논란’과 ‘송민순 회고록’ 논란까지 끼워 넣어 마치 이것도 인권위원회와 관련이 없는 ‘우스운 질문’ ‘아전인수’로 묘사한 것은 중요한 사안을 희화화한 것이다. 백남기 농민 사태는 국가폭력이 인권의 핵심 요소인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고 ‘송민순 회고록’은 쟁점 자체가 ‘북한의 인권’이다. 채널A가 이런 저급한 보도까지 동원하여 이병호 국정원장 발언에 대한 여야의 해석 모두를 ‘아전인수’로 격하하는 데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스스로 보도에서 밝혔듯이 ‘송민순 회고록은 진실과 가깝다’는 이병호 국정원장만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채널A는 그 근거로 ‘국정원장의 화법은 원래 그렇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웠다. 여러 모로 ‘새누리당 종북몰이’에 힘을 싣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하다.

 

‘최순실 게이트’ 무시하던 방송사들, 대통령 한 마디에 보도 개시
방송사들이 14일부터 새누리당이 제기한 ‘노무현 정부 북한 결재’ 논란에만 보도를 쏟아내면서 박근혜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 및 국정농단 사건인 ‘최순실 게이트’ 의혹은 무시하던 상황은 20일 급변했다. 19일까지 ‘최순실 게이트’를 ‘새누리당 종북몰이’보다 많이 보도한 방송사는 JTBC뿐이었으나 20일, MBN을 제외한 8개 방송사가 모두 ‘최순실 게이트’에 보도를 집중했다.

 

 

△ ‘새누리당 종북몰이’ 보도량과 ‘최순실 게이트’ 방송 보도량 비교(10/14~20)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런 변화의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20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의 강제 모금, 자금 불법 유용 등 각종 의혹에도 두 재단을 ‘의미 있는 사업’이라 치켜세웠고 최순실 씨 실명을 언급하지도 않은 채 ‘국정농단’ 의혹을 ‘도 넘은 인신공격’으로 치부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해, 같은 날 관계자 소환 등 수사를 개시한 검찰에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수사를 막 시작한 검찰이 두 재단과 최순실 씨 비위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손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본격화된 검찰 수사와 맞물려 대통령의 첫 공식 언급까지 나오자 방송사들은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19일까지 엿새간 고작 1.5건의 보도로 일체의 의혹을 은폐했던 MBC도 20일 드디어 처음으로 ‘더블루케이’ 등 최순실 씨 ‘페이퍼컴퍼니’ 비리를 언급했다. 지상파 3사는 공통적으로 대통령의 발언과 검찰 수사 개시를 보도하며 3건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들 방송사는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상파 3사가 그간의 태도와 달리 ‘최순실 게이트’를 ‘새누리당 종북몰이’보다 더 많이 보도한 이유가, 단지 ‘최순실 게이트’를 대리 해명하고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채널A, MBN, YTN, 연합뉴스TV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할 뿐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에 7건을 할애한 채널A는 7건 중 3건을 대통령 발언 옹호에 쏟아 붓는 정성을 들였다. JTBC와 TV조선은 최순실 씨 최측근 고영태 씨의 폭로를 바탕으로 ‘더블루케이’ ‘비덱’ 등 페이퍼컴퍼니 관련 단독 보도 등 각각 8건, 5건을 내면서 꾸준함을 보였다. 


이렇게 ‘최순실 게이트’에 보도가 집중된 반면 ‘새누리당 종북몰이’와 관련해서는 전날(19일) 이병호 국정원장 발언을 둘러싼 여야 공방 외에 특별한 보도가 없었다. 다만 MBN이 전날 ‘노무현 쪽지 실존’ 보도에 이어 20일에는 북한에서 쪽지가 오기 전, 우리 측이 먼저 보낸 문건도 있다는 단독보도 등 무려 8건을 쏟아냈다.

 

<끝>
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