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MBC는 ‘사전접촉설’, MBN은 ‘쪽지설’, TV조선은 종북몰이(2016.10.21)같은날 국정감사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이 문재인 전 대표의 ‘북한 결재’ 승인에 대해 ‘맞다’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고 ‘송민순 회고록’ 자체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은 모든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고 야당은 국정원장이 사견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견이 분명했지만 KBS, MBC, TV조선은 여당 입장만 조명하여 국정원이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묘사했고 TV조선의 경우 야당 측의 반박을 아예 배제해버렸다. 거짓으로 판명된 ‘NLL 대화록 파문’과 똑같이 흘러가는 언론의 양상에 국민적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방송뉴스가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점철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수석의 비위는 물론, ‘국정농단’의 주범이 된 ‘최순실 게이트’,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후속 보도들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언론은 송민순 회고록 빌미로 한 ‘종북몰이’에 몰두하고 있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 보도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문재인 종북몰이 공세’ 보도로 칭해도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민언련은 사안에 대한 적확한 표현을 해주는 것이 언론의 왜곡된 프레임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새누리당 종북몰이’로 명명하기로 했다.
개인 회사 비리까지 나온 ‘최순실 게이트’, MBC는 이대 총장 퇴임만 단신 처리
송민순 회고록을 빌미로 한 ‘새누리당의 문재인 종북몰이 공세’가 시작된 14일부터 19일까지 ‘최순실 게이트’를 ‘새누리당 종북몰이’보다 더 많이 보도한 방송사는 JTBC뿐이다. KBS, MBC, TV조선, MBN, 연합뉴스TV는 ‘새누리당 종북몰이’ 보도가 ‘최순실 게이트’ 보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 의혹은 외면한 셈이다.
△ ‘새누리당 종북몰이’ 보도량과 ‘최순실 게이트’ 방송 보도량 비교(10/14~19)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나마 19일에는 방송사들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량이 급증했는데 이유가 있다. 이날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퇴임했고, 최순실 씨의 개인 회사인 ‘더블루케이’와 ‘비덱’의 착복 의혹과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개입했다는 최측근의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이슈에 그동안 침묵했던 방송사들도 보도를 냈는데 유독 MBC는 또 침묵을 지켰다. MBC는 최경희 총장의 퇴임을 단신으로 전했을 뿐 일체의 의혹을 외면했다. MBC의 6일간 ‘최순실 게이트’ 보도량을 모두 합쳐도 1.5건에 불과하다.
MBN, YTN, 연합뉴스TV도 최경희 총장 퇴임만을 보도하고 ‘더블루케이’ 의혹 등 ‘최순실 게이트’에는 입을 다물어 은폐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MBN은 19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를 7건이나 내면서 이전 5일간 단 2건에 그쳤던 태도를 무색케 했는데 그 내용이 황당하다. MBN은 7건 중 3건을 “걸그룹 노래 부르는 이대생들 시위 문화” “김연아와 정유라 비교” “정유라 SNS 논란” 등 가십에 할애했고, 나머지 보도에서 ‘더블루케이’ 의혹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SBS, JTBC, TV조선, 채널A는 각자의 단독 보도를 포함하여 ‘더블루케이’ ‘비덱’ 등 최순실 씨 개인의 비리 정황을 충실히 보도했다.
북한과의 ‘사전 접촉’ 사실로 단정한 MBC
MBC <북과 ‘기권’ 교감…미엔 막판 통보?>(10/19, 2번째, 장재용 기자, https://bit.ly/2enEuCy)
19일, MBC는 노무현 정부의 ‘북한과의 사전접촉’를 사실처럼 단정해버렸다. MBC <북과 ‘기권’ 교감…미엔 막판 통보?>(10/19)에서 이상현 앵커는 “UN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는 문의였든 통보였든 사전에 북한과 접촉”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서 말하는 북한과의 ‘사전 접촉’은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고 사실관계가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봐야 정확하다.
△ 근거도 없이 노무현 정부의 ‘북한 사전접촉’ 사실로 전제한 MBC(10/19)
MBC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도중 “북한과 여러 가지 소통관계가 다 이뤄질 때가 아니었겠습니까? 일상적인 것의 하나로 기권한다는 것을 미리…”라고 말한 부분을 녹취인용하며 ‘사전 접촉’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재정 전 장관의 일관된 입장은 노무현 정부가 기권을 먼저 결정했고 당시 통일부는 표결 이전에 북한에 통보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MBC 라디오에서도 이 전 장관은 이 입장을 고수했다. 이 전 장관은 만약 결정 이후 북한에 통보는 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통일부는 하지 않았다는 수준이다. 그는 “이건 아마 했다고 하면 국정원에서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사전문의’는 부인하고 ‘사후통보’도 시인하지 않은 것이다.
19일 국정감사에서 이병호 국정원장도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느냐”는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정말 어처구니없고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이라면서 ‘사후 통보’에 대해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정원장도 ‘사전문의’와 ‘사후통보’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 채 북한과의 접촉 자체를 터부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논란의 당사자 간에도 정황에 대한 기억과 판단이 다르고 심지어 현 국정원장도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MBC가 이재정 전 장관의 발언을 한 단면을 잘라서 ‘사전 접촉’을 사실로 묘사한 것이다.
이렇게 ‘사전접촉’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보도는 9개 방송사 중 MBC 뿐이다. KBS의 같은 날 보도만 보더라도 <‘회고록 공방’ 격화…송민순 “입증 기록 있다”>(10/19, 9번째, 김용준 기자, https://bit.ly/2drJTpy)에서 ‘사후 통보’에 대해서 공방이 있다는 정도로 전했다. KBS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기권 결정이 먼저 내려졌고, 이를 북한에 통보했다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했을 거라고 거듭 주장했는데, 김 전 국정원장은 대북 통보 여부는 국가 기밀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MBC가 사용한 ‘사전 접촉’이라는 표현 자체가 기존에 공방이 오가던 ‘사전 문의’, ‘사후 통보’ 모두를 포괄하기 위해 만든 절묘한 프레임이다. 애초 새누리당은 기권을 결정하기도 전에 북한에 먼저 의중을 물었다는 ‘사전 문의’를 문제 삼으며 문 전 대표를 공격했다. 이에 문 전 대표 측과 이재정 전 장관 등 당사자가 사전에 접촉한 기억이 없고 만약 했더라도 ‘기권 결정 뒤 통보’였을 것이라 해명하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표결 전 통보’도 ‘내통’이라는 식으로 공세를 가했다. MBC는 이 와중에 ‘사전 문의’와 ‘사후 통보’를 아우르는 ‘사전 접촉’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외교 파트너였던 북한과의 통상적 의견 교환마저 ‘종북’으로 몰아가려는 꼼수가 만들어낸 창조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MBC 보도의 악의성은 국민정서 상 민감한 한미관계를 끼워 넣어 노무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미국엔 통보하지 않고 북한에만 ‘사전접촉’을 한 것처럼 묘사한 데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장재용 기자는 “기권 방침을 표결 직전까지도 미국 측에 알려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먼저 전한 후 “반면 북한에는 기권 방침을 통보”했다고 대조했다. 이어 기자는 “유엔 표결 뒤 한 특강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 문제가 나오면 굉장히 작아진다고 자책”했다는 송민순 전 장관의 입장까지 덧붙였다. 이것도 새누리당의 논리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새누리당은 17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성사 이후 이 사실을 미국에게 통보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혈맹인 미국에 남북정상회담을 숨겨야만 하는 거래가 있었느냐”고 맹비난했다. MBC는 남북정상회담이든, 인권결의안 표결 결정이든 무조건 미국에는 먼저 알려야 한다는 신념을 보도에서 드러냈다. 언론이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하지 못한 점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그 근거를 당시의 배경 설명도 없이 ‘북한에게만 사전 접촉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조야한 흑백논리에 불과하다. 2007년 당시 미국은 역사상 손꼽히는 수준의 보수 정부인 부시의 ‘네오콘’ 정부였다. 김대중 정부 때도 부시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에 남북관계마저 얼어붙었음을 경험한 노무현 정부로서는 남북대화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MBC가 이런 점을 언급하고 비판했다면 충분히 합리적이지만 ‘어째서 북한에만 사전접촉 했느냐’는 공세는 언론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국정원에 쪽지가 있다? 수상한 MBN의 단독보도
MBN <단독/“쪽지는 국정원 보관”>(10/19, 톱보도, 최중락 기자, https://bit.ly/2eIdMbd)
MBN <단독/“쪽지 문구가 증거”>(10/19, 3번째, 최은미 기자, https://bit.ly/2eTK1nd)
MBN <북의 ‘반말쪽지’>(4번째, 이동석 기자, https://bit.ly/2dpfiOz)
MBN은 확인되지 않은 ‘노무현 쪽지’의 존재를 사실로 전제하면서 여론전에 나섰다. 19일, 국감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북한 반응이 담긴 쪽지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며 ‘자료 존재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자체에 대해서는 ‘진실에 가깝다’고 말한 국정원장조차도 ‘쪽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 MBN은 수상한 단독보도로 ‘쪽지’의 존재를 단정했다.
MBN <단독/“쪽지는 국정원 보관”>(10/19)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백종천 전 안보실장,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세 사람 앞에 쪽지가 놓여 있습니다. 쪽지에는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찬성한다면 북남관계가 위태로워질 것’ 이라는 고압적인 분위기가 고스란이 담겨 있습니다”라면서 ‘송민순 회고록’의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묘사하더니 “취재결과 이 쪽지는 현재도 실제 전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단언했다. 황당하게도 그 근거는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북한에서 온 쪽지는 존재하고 있으며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언급 딱 한 마디뿐이다. 정국을 혼란에 빠뜨린 논란에서 사실관계를 단정 지으면서 제시한 근거치고는 매우 조야하고 초라하다. 전형적인 ‘카더라 통신’이다.
△ 실질적인 근거 없이 ‘익명의 소식통’만으로 ‘노무현 쪽지 존재’ 단정한 MBN(10/19)
MBN은 자사의 이 단독보도를 근거 삼아 북한에 사전 협의를 했다는 ‘노무현 쪽지’를 계속해서 사실로 전제했다. MBN은 스스로 쪽지를 직접 확인한 것처럼 확신에 차 보도했지만 정작 모든 근거는 익명의 ‘관계자’들 뿐이고 인터뷰나 쪽지를 직접 촬영한 영상 등 실질적인 근거는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MBN <단독/“쪽지 문구가 증거”>(10/19)는 “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쪽지 내용을 봤을 때 북한의 전형적인 문구라고 밝혔”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북남수뇌회담'이라고 하는 등 쪽지에 나온 문구들이 북한에서 쓰는 표현” “북에서 직접 받은 메시지 그대로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와 같은 익명의 ‘고위 관계자’ 전언을 옮겼다. 이어서 “반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테니 표결에 책임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쪽지’의 내용을 나열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기권 결정을 통보했다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라고 설명하면서 보도는 마무리됐다. 쪽지 내용으로 볼 때 “기권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결과를 통보했다기보다는 결정 전에 의견을 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MBN의 주장이다.
△ ‘익명의 관계자’만을 근거로 ‘북한에서 온 쪽지’ 확신하는 MBN(10/19)
바로 다음 보도인 <북의 ‘반말쪽지’>는 “북한은 공식적인 전통문을 보낼 때도 반말로 돼 있어 이번 쪽지와 말투가 다르지 않”아 자사가 보도한 쪽지가 북한에서 온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이 보도에서 쪽지 내용이라고 보여준 것은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등의 내용인데 이는 실존하는 쪽지가 아니라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다.
MBN의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소양에 비춰볼 때 매우 부실하고 객관성이 결여된 보도들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모든 국민이 비판하는 ‘카더라’의 전형이다. MBN은 실존하는 쪽지를 확인한 것처럼 보도해놓고 <북의 ‘반말쪽지’>에서는 ‘송민순 회고록’을 발췌해 쪽지 내용이 북한에서 왔다고 단언했다. 근거가 없다고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후보에 큰 타격을 줬던 ‘NLL 대화록 파문’ 당시에도 많은 언론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처럼 확정적으로 보도했으나 결국 그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매우 비슷한 현재, MBN이 ‘제2의 NLL 대화록 파문’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회고록 진실’로 보도한 TV조선
TV조선 <“진실 가깝다” 송민순 손 들어>(10/19, 5번째, 정수양 기자, https://bit.ly/2e9KaDY)
19일, ‘새누리당의 문재인 종북몰이 공세’ 관련 최대 이슈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발언이었다. 국정원 국감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야 간사 의원들의 브리핑에 따라 국정원장의 발언이 공개되었다. 브리핑에서 여야의 해석은 극명하게 갈렸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 결재’를 승인했는가에 대해 이병기 국정원장이 “맞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이 ‘자료는 없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상식적 차원에서 생각한 말’이라고 말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엇갈린 해석을 차치하더라도 이 원장의 답변 자체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무리 개인적 의견이라 하더라도 국정원장이 사실 확인이 어려운 개인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진실에 가깝다’는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견과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방송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지만 KBS, MBC, TV조선은 ‘국정원장이 회고록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해버렸다. 특히 TV조선의 보도는 압권이다. TV조선 <“진실 가깝다” 송민순 손 들어>(10/19, 5번째, 정수양 기자, https://bit.ly/2e9KaDY)는 “이병호 국가원장은 ‘송민순 회고록’이 진실에 가깝다고 밝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전한 뒤 “국정원장은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장면을 보여줬다. 이어서 기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사실상 송 전 장관의 주장이 맞다고 확인한 것”이라고 재차 ‘국정원장의 사실 확인’을 강조했다. 보도 말미에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과 사전협의하겠다는 (당시 국정원장의) 발상은 어처구니가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비판한 이병호 국정원장의 발언까지 덧붙였다.
‘사견’임을 딱 한 마디 언급하긴 했지만 국정원장의 사실을 확인했음에 방점이 찍혀있었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각계의 비판은 전혀 담지 않은 보도였다. 심지어 TV조선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한 브리핑에서 “이 원장이 ‘자료는 없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상식적인 차원에서 생각한 말’이라고 말했다”고 반박한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아예 담지 않았다. 민주당의 “여당 이완영 간사의 거짓 브리핑으로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을 덮고 색깔 논쟁으로 몰고 가려는 새누리당의 의도에 경고를 보낸다”는 비판도 당연히 없었다.
△ 여야 해석 갈린 국정원장 발언, 여당의 ‘회고록 진실’ 입장만 보도한 TV조선(10/19)
KBS와 MBC도 국정원장의 ‘진실에 가깝다’ 발언만을 부각했으나 TV조선처럼 야당 측 입장을 묵살하지는 않았다. KBS <국정원장 “회고록, 진실이 있다는 느낌”>(10/19, 8번째, 김기흥 기자, https://bit.ly/2doUsyF)와 MBC <“상상할 수 없는 일…‘쪽지’ 존재 확인 중”>(10/19, 톱보도, 이준희 기자, https://bit.ly/2eTEkW2)은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국정원장 발언을 리포트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강조했다. 그나마 두 방송사는 “국정원 발 괴소문·괴정보가 유포되지 않도록 국정원 발 소문이 유포될 경우에는 국정원에서 또다시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발언 등 민주당 측 입장을 간단하게라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반박하면 ‘종북’, TV조선은 여전히 ‘종북 타령’
TV조선 <“감탄했다” 북한도 파문에 개입>(10/19, 9번째, 김정우 기자, https://bit.ly/2ew1ZZJ)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처음 불거진 14일부터 일관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에 ‘종북 낙인’을 찍던 TV조선은 이날도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종전에 노무현 정부의 안보관을 빌미로 ‘종북’ 이미지를 덧씌웠다면 19일엔 수위를 높여 아예 북한을 직접 비유했다.
△ 근거도 없이 북한과 야권을 동일시 한 TV조선(10/19)
TV조선 <“감탄했다” 북한도 파문에 개입>(10/19)은 “박근혜 대통령은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사실을 거론해서 박 대통령을 비난해왔는데요 오늘도 마찬가지”라면서 북한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개입한다고 열을 올렸다. 기자는 “박근혜가… 우리 공화국에 찾아와 제 눈으로 직접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감탄까지 하였던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면” “우리는 이제라도 다시 초청하여 그때보다 몰라보게 천지개벽된 평양의 휘향한 모습도 보여주고”라고 말하는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을 먼저 보여줬다. 그러더니 이 상황을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두고 두 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과거 방북 상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시점에서 북한까지 이를 걸고넘어진 것”으로 묘사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에 방북해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 온갖 칭송을 늘어놨는데”라고 말하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모습과 “당시 박근혜 야당대표가 평양을 가서 김정일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북한이 적극 개입해서 의혹과 논란을 부풀리”고 있는데 야당이 북한과 똑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북몰이’라는 흑색선전에 똑같은 흑색선전으로 대응하는 자세는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을 말 그대로 거론하는 수준에 그쳤다. 18일 “이런 식으로 계속 색깔론을 제기한다면 저도 다 이야기하겠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역시 하루만에 “색깔론을 써서는 안 된다” “나라를 위해 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폭로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박 대통령 방북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 “덕담만을 꼬집어서 이게 종북이다, 색깔이다 해선 안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했던 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TV조선은 박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쏙 뺀 채 18일 있었던 ‘대화 내용을 잘 안다’는 격앙된 발언만 보도하고는 이를 ‘북한의 태도’와 동일시한 것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은폐 및 왜곡에 기초한 저급한 ‘종북몰이’ 보도이다.
※ 정정합니다.
민언련은 10월 18일 방송 브리핑 ‘송민순 회고록으로 최순실 게이트 덮은 방송사들과 흑색선전 펼친 TV조선’에서 TV조선 <“특검 청문회”…“종북몰이 법 대응”>(10/17, 3번째, 이유경 기자, https://bit.ly/2ehT6XR)에 대해 비평하던 중 TV조선이 해당 리포트의 홈페이지 다시보기 영상을 지운 배경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민언련은 화면에 “김정일의 지시”라는 글이 선명한 ‘송민순 회고록’의 일부가 클로즈업 상태로 2초간 노출했던 것을 배경으로 추측했으나 보도 전체 내용을 확인한 결과 다른 오보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보도 내내 “어떤 남북 경로를 통해 김정일에게 어떻게 결재를 받았는지 밝히시길 바랍니다”라는 새누리당 입장을 강조하며 문재인 전 대표의 ‘북한 사전접촉’ 공방을 전한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문 전 대표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면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해성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화면도 안 지사의 발언을 자막과 함께 내보냈습니다.
이는 안희정 지사가 1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관계없이 정치인의 ‘종교인’으로서의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쓴 ‘고해성사’라는 표현을, 문 전 대표를 향해 ‘북한 사전접촉’에 대해 고백하라고 종용한 것처럼 묘사한 것입니다. 명백한 왜곡으로서 TV조선은 이 내용이 문제가 될까 영상은 물론 홈페이지의 스크립트에서도 관련 내용만 지웠습니다. 이를 정정합니다.
<끝>
문의 이봉우‧최민호 활동가(02-392-0181)